AI에게 사랑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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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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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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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정체 (1)

DUMMY

새벽 12시, 경기도 외곽 창고 부지.



이름 없는 동네 뒷산에 숨겨진 유령 회사의 창고 부지.


당연하게도 어떤 사람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창고 안에는 고통에 힘겨워하는 신음소리와 뭉둥이 소리만이 울리고 있다.



"끄으...끄윽..정말 모릅니다. 제발 멈춰주세요."



이미 수 차례 폭행과 겁박으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에 널부러진 사람들.


여러 핏자국이 뒤섞여 그려진 참혹한 얼룩.


그리고 참기 힘든 역겨운 냄새까지.


그 현장은 차마 입 밖으로 말하기 꺼려질 정도로 현장은 참혹했지만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이에 멈추지 않았다.


"우리도 입장이란 게 있어서 말이야. 알고 있는 모든 걸 다 말해줘야겠어."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박사님의 행적은 저희도 알 지 모릅니다. 애시당초 우리끼리의 신원 또한 기밀 사항입니다....그러니 제발 "



"이 개새끼가!!어디서 구라를!"



"끄어어억!"




퍽퍽퍽!!



남자의 대답에도 멈추지 않는 폭행.


저들은 폭행을 쉽사리 끝낼 생각이 없다.


적어도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전까진 말이다.




사람을 패고 있는 현장의 구석, 뿔테 안경을 쓴 훤칠한 인상의 남자는 부하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저 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진 않다고?"



"네. 이미 교차 검증을 해봤는데 정말로 서로에 대해 아는 정보는 없는 거 같습니다."



"아마 모른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은 아닐 겁니다."




사람이란 생물은 생각보다 훨씬 연약하기에 고통과 공포에 곧장 굴복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저들은 일반적인 깡패나 군인도 아닌 일반 사기업의 연구원들과 관계자들뿐.


이 정도의 협박에도 똑같은 반응인 걸 보면 적어도 저들의 말에 거짓이 없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곤란하군. 사장님이 오시기 전까지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모두"



그 순간, 창고 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뭐야, 밖에 감시 똑바로 안해!!"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



"아가리 안 닥쳐!!"



사람이 올 일이 없는 인적 드문 산 속에서 들려오는 경적음.


그 경적음에 창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혼비백산이었다.


단 한 사람, 보고를 받고 있던 남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세단 특유의 묵직한 경적 소리 사이에 들려오는 가볍고 경박한 튜닝음.'



'벌써 오셨단 말인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남자만큼은 이 경적음의 정체를 알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 모시고 있는 주인의 자동차니 말이다.



"다 작업 멈추고 조용히 해.."


"네! 알겠습니다!"



남자는 자리에서 벗어나 서둘러 주인의 자동차를 향해 달려갔다.



창고 밖에 나서자마자 육안에 보이는 보라색 세단, 남자는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조심스럽게 뒷자석 창문을 노크했다.



"사장님. 이길영 실장입니다. 보고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그 말에 화답하듯 아주 살짝 열리는 창문.


그 창문의 간격이 그 여자가 실장에게 허락한 접근의 마지노선이었다.


여자는 창문틈으로 말 없이 실장을 훑었다.



"행색이 이래서 죄송합니다. 직접 오실 줄 미처 몰랐습니다."



"....."



아무런 대답도 대꾸도 하지 않는 그녀, 그녀가 원하는 건 이런 형식적인 대화가 아닌 모양이다.


남자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확인 결과, 연구원들은 모두 찾았습니다."



"연구원들? 그 말은 다른 관계자들은 못 찾았다는 겁니까?"



차 안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대답, 본인의 추태를 질책하는 대답에 남자는 절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네. 현재 찾지 못한 인물은 2명. 한 명은 이 프로젝트의 총 기획을 맡은 이차식 박사,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남자는 망설이다가 이어 말을 덧붙였다.



"나머지 한 명은 신상이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금방 조사하고 찾아내겠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보고를 듣고선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한없이 차갑고 공허한 눈을 한 채로 말이다.



"이길영 실장님."



"네, 회장님."



"조사한다는 말 말고 구체적인 시간을 알려주시죠. 그 사람들 찾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출입 기록을 입수해 신원을 밝히는 데까지, 전문가들 말로는 최소 5일은 걸린다고 합니다."



"5일,5일이라"



여자는 여전히 공허한 눈빛을 한 채, 남자를 바라봤다.


아무런 질책도, 화도 내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그 눈빛.


그녀가 자신을 바라본 그 눈빛은 화를 낼 가치도 없는 하등 쓸모가 없는 것을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빛 그 자체였다.


그 공허한 눈빛에 남자는 오랜 시간 까먹었던 감정인 공포가 일어났다.


너무 오랜만에 피어난 공포에 몸이 잡아먹힌 탓일까?


이길영 실장은 본인답지 못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워낙에 비밀리에 진행한 프로젝트인만큼 관계자들에 관한 신상 정보는 모두 기밀 사안이었다고 합니다."



여자는 남자의 대답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를 말로 설득하려고 하지 마시죠. 설득은 오로지 결과물로 하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항구와 공항은 모두 통제중입니까?"



"네. 이미 인물들을 모두 투입했습니다. 인원을 늘릴까요?"



"아뇨, 그 반대입니다."



"네? 반대라고 하시면"



"다 통제할 수 없는 마당에 그 쪽으로 인원을 투자하는 건 아깝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물건 아닙니까?"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마지막으로 물건이 탐지된 곳이 어디죠?"



"마지막으로 발견된 위치는.... "







"아차산로 53길, 271- 14 신세 빌라 3층 201호"



"여기가 네 주소인가?"



"....."



"기절한 척 하지 말고 일어나. 깨있는 건 이미 알고 있어."



여자의 싸늘한 말투에 난 마지못해 대답했다.



"사람한테 니킥 꽂아놓고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뭐라고?"



"애시당초 지금 들어와서 보고 있잖아. 다 알면서"




"내가 편해졌나? 왜 말을 놓지?"



"있잖아요."



왠 모르는 여자한테 니킥을 맞고 그대로 기절한 것도 놀라운 마당에 눈을 떠보니 내 방에 같이 있는 이 상황.


이 상황에서 뻔뻔스럽게 내 집 주소를 확인하는 꼴을 보자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집 비번은 어떻게 아는 거에요? 설마 제 뒷조사라도 하신 거에요?"



"뭐래, 집 도착해서 물어보니깐 알려주더만."



"아, 설마 그땐 기절한 상황이었나?"



'알려줬다니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아까부터 알 수 없는 말만 지껄이는 있는 모습, 이제는 그녀의 정체를 알아야만 한다.



"지금 이 상황, 확실하게 설명해야 할 거에요.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테니깐."



"경찰? 잘 생각하고 말한 거야?"



[주의. 주의]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 성공 확률은 0퍼센트에 수렴합니다.]



"빨리 말하세요. 외국인이여서 모르나본데 한국은 경찰이 어지간하면 5분 안에 도착하거든요? 그 사이에 들어온 흔적 다 지우고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내 말에 처음으로 그녀는 동요한 그녀, 그녀는 대놓고 얹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그 말은 좀 흘려듣기 힘드네."



"네? 뭐...뭐요!"



"취소해. 방금 그 말"



순식간에 바뀐 그녀의 분위기.


아까의 가벼운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싸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나는 배를 매만지며 눈치를 봤다.




"그...경찰이 오면 도망칠 수 있겠냐는?"



"그 말 말고"



"그 말이 아니면....."



"외국인이여서 잘 모르나본데?"



그녀는 엄격하게 내 말의 모순을 수정했다.



"그래, 내가 어딜 봐서 외국인이야. 완전한 한국인이구만."



"맞아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걸로 치고 넘어가줄테니깐 담부턴 그러지마."



자기 할 말은 끝낸 채 다시 태평한 분위기로 돌아온 그녀.


나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멍 때리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저,저게 한국인이라고?'


당장의 본인은 한국인이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지만 내 입장에선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



발성부터 한국인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묵직한 발성에 긴 생머리와 눈썹, 그리고 속눈썹은 은발인데다 심지어 눈동자는 청색이지 않은가?


그것뿐만이 아니라 다리와 팔도 기다란 것이 전형적인 서양 모델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인데 한국인이라고?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본인이 착각하지 말라는데




[숙주의 욕망 확인]


[대화의 목표 전환]


[목표: 상대방과의 친밀감 상승]


[이에 따라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벌써 어지럽네 그냥.'



혼란스러운 감정이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와중에, 그녀는 어느새 내 냉장고에서 마실 것을 꺼내 자리에 앉았다.


사람 속 마음은 알지도 못한 채, 태팽하게 말이다.



"저기, 그래서 경찰 부른다니깐 왜 안 나가시는 거죠?"



"나? 나야 너한테 볼 일이 있으니깐."



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되는 대화 패턴.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그래, 그 볼 일이라는 게 대체 뭐길래 그래요? 나한테 대체 무슨 볼 일이 있길래 그러는 데요!"



"좀 억울하다는 말투네. 사실 진짜 억울한 건 우리쪽이야."



"지금 그딴 말장난을! 사람을 패놓고!"



내가 울분을 토하든 말든 그녀는 태평한 표정이다.


정확하게는 심드렁한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모자를 벗은 채 나에게 다가왔다.



"진짜야. 말했잖아?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너 머리 속에 이상한 글귀들이 보이지?"



"네? 아까부터"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난 거짓말을 극도로 싫어하거든."



[선택지 1. 솔직히 대답한다 / 진척도 + 15 ]


[선택지 2. 아닌 척 시치미뗀다 / 진척도 - 40 ]


선택지 3. 몰래 경찰을 부른다 / 진척도 -25 ]



"....맞아요. 보여요. 이상한 글자"



"그래, 이번에도 거짓말 쳤으면 가만히 안 둘 뻔했어."



"....."



"정확히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어제 새벽쯤? 그때쯤부터일 거고?"



"머리가 막 울렁거리면서 멀미도 들테고, 다 맞지?"



"그걸 어떻게.."



"하아, 진짜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 주저앉았다.


첫 만남과 같은 당장이라도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내려다보는 그녀.


처음과는 달리 제대로 된 윤곽으로써 그녀의 얼굴을 보자 난 그녀가 생각보다도 더 예쁘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금 그 딴 생각이나 할 때냐 정신 차려라 좀.'



그녀는 내가 잡생각에 빠진 지도 모른 채 본론으로 넘어갔다.



"흠, 잘 들어. 지금부터 네 머리 속에 박혀있는 거 정체랑 내 정체를 말할꺼야."



"네? 갑자기요?"



"허어, 이상한 놈이네. 그러면 정체도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동거하고 싶어?"



.....네?


잠깐만 동거라고?



"아니, 제가 잘못 들은 거 같은데"



"아니야, 넌 생각보다 귀가 좋아. 제대로 들었어."



"제대로 들었으면 그것대로 문제인 거 같은데요?"



"그딴 건 알 빠가 아니고. 더 이상 말 끊지 마라."



아예 말 끊지 말라는 말로는 부족했는지 그녀는 엄지로 내 입을 틀어막으며 말을 이었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사설 경호 업체 팀장인 크리스티야. 이름은 편할 대로 불러도 좋아."



'크리스티, 그리고 사설 경호 업체?'



당장의 그녀의 정체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기도 이전에 들려온 다음말.


그 다음말이 내 인생 첫 데이트를 가장 무섭고 혼란스럽게 만든 문장이었다.


다시는 잊을 수 없는, 다른 의미에서 둘도 없는 데이트의 기억을 말이다.



"그리고 네 머리 속에 박혀있는 거 말이야."



"그건 우리 의뢰인 기업에서 개발하고 있던 AI 인공지능칩이야. 어떤 경로로 그게 니 뇌에 박혀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결론은"



"네 머리 속 그거, 회수하기 전까진 네 옆에 있어야 돼. "




***_____________________


[인물: 크리스티 나이: 22세(추정)]



[직업: 사설 경호 업체 팀장]



[인물과의 관계: 동거인]



[특이사항: ???]




[목표: 인물과의 친밀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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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목표의 충돌 NEW 1시간 전 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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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정체 (1) 24.09.12 19 0 12쪽
5 혜지와의 데이트 (4) 24.09.11 14 0 13쪽
4 혜지와의 데이트 (3) 24.09.09 13 0 11쪽
3 혜지와의 데이트 (2) 24.09.04 12 0 9쪽
2 혜지와의 데이트(1) 24.09.02 15 0 13쪽
1 프롤로그 24.09.01 2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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