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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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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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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지와의 데이트 (4)

DUMMY

두 사람과의 거리가 기껏해봐자 손 한 뼘도 되지 않을 거리의 두 남녀.


두 남녀 사이를 막는 것은 오로지 묘한 기류, 그리고


"선배, 저한테 고백 안해요?"


내 마음을 흔드는 아찔한 말 뿐이었다.


"......"


"....."



잠시 두 남녀는 아무 말 없이 서로만을 바라봤다.


물론 아무 말이 없다고 그들이 아무런 교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묘한 기류, 알 수 없는 떨림, 그리고 서로를 향하는 흔들리는 눈빛까지.


오히려 말을 하지 않기에 그들은 서로에 대해 그 어떤 것보다 강렬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뭐라고?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어?'



'아니지, 이 정도로 티를 냈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다고 하는 게 말이 안돼'



'그러면 저 말 뜻은 뭐지? 보통 저런 건 서로 호감이 있을 때 말하는 거 아닌가?'



'쟤가 나한테 호감이?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다면 더 이상 선 넘지 말라는 경고의 뜻인가?'



'....'



'나 어떻게 해야 돼?'



한없이 비겁하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나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림 뿐이었다.


내 마음을 흔들고 비집은 혜지의 반응을 기다리는


그리고 오늘 하루 내 머리를 비집은 그 것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만을 말이다.



[상황의 유동성 확인. 분석 상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

.

.


[예상 분석 시간: 30초]



[30초동안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을 권고합니다.]




"어?


"뭐야? 선배 나 좋아하잖아요. 아니야?"


"아,아니 당황스러워서"


"그러면 선배는 다른 여자들한테도 다 이래요?"


"이러다니, 내가 뭘 했다고"


"아니 그렇잖아. 평소랑은 다르게 이쁜 옷 입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답해주고, 고기 먼저 구워진 거 나부터 챙겨주고 그런 사소한 배려, 다른 여자한테도 똑같아?"


"그건 좀 질투 나는데, 그래서 어때요? 내 착각이야?"


"어....그게..."



[상황의 변화 확인. 변화 확인.]


.

.

.


[예상 대기 시간: 14초]



"전 너무 빼는 건 답답해서 싫어해요. 어릴때부터도 그랬어요. "


"그러니 빨리 말해줘요. 오늘 고백할 거에요? 아니면 내일?"


"크흠, 아니 너무 급작스러우니깐 당황해서"


"왜요? 나같은 예쁜 여자 후배가 들이대니깐 놀랐어요?"


"아니 그게..."



그 순간, 그녀는 내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단지 그저 올려뒀을 뿐일 터인데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의 촉감이 허벅지 안 쪽 피부가 예민하게 받아드린다.


온 신경이 그녀에게 집중될 때, 그녀는 말을 이었다.


"선배, 잘 생각해봐요. 나 정도로 예쁜 여자, 다시 사귀기 힘들껄요?"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어. 그러니 잘 생각해요."


"난 솔직한 사람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혹시 알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받아줄 지?"



"어...어 그게...."



[분석 완료. 분석 완료.]



[선택지를 제시하겠습니다.]






"선배, 선배 왜 대답이 없어요?"



나는 내 허벅지에 올려진 손 위에 손을 포개고 말했다.


서로를 마주치는 담백한 눈빛, 가능한 한 서로에게 솔직하며 담백한 기류 속


최대한 천천히, 그 순간의 진심을 담아 담담하게 말이다.



"혜지야, 내가 널 좋아하는 건 사실이야."



"그래? 그러면 오늘부터 1일"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고백하려고 했던 건 아니였어."



"네?"



"나는 조금 비겁하고 겁도 많은 사람이야. 그런 만큼 이런 식으로 네가 유도해야지만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고."



나는 포개진 손을 굳게 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고백에 있어서만큼은 나 자신이 용기를 내서 직접 하고 싶어. 그러니깐.."



"흐음, 그 말은 지금은 고백을 안하겠다?"



"....."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치다.



"선배, 저 나름 학교에서 인기 많은 거 알죠? 솔직히 제 동기나 선배들 중에서도 저 좋아하는데 숨기고 있는 사람들 전부 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오빠는 자기가 용기를 낼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은 좀 욕심이지 않아요?"


"기다려달라는 건 욕심인 거 알아. 다만, 내가 스스로 용기냈을 때 고백하고 싶어."


"기다리는 사이에 나를 뺏길 수도 있는데요?"


"불편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미안해."



고깃집의 열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 새 차가워진 것만 같은 기류.


그 알싸한 기류 속에 그녀는 날 계속 바라볼 뿐이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를 바라봤을까?


서로를 붙잡고 있는 손의 온기가, 그녀의 차가운 손이 어느새 따뜻해졌다고 느껴질 쯤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 저는요."



"오늘 일이 있었다고 해서 전 선배를 다르게 대할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깐 어색해지지 말죠 우리 서로. "



"고기는 제가 계산할게요. 약속대로"


다를 것이 없다는 말에도 난 안심할 수 없었다.


그거야 눈치가 있으면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녀의 말투가, 행동이, 그리고 기류가 평상시와는 명확하게 대비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그 말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운터를 향했다.




어색하게 고깃집을 나온 이후는 별 다른 말이 없었다.



"그러면 전 먼저 들어가볼게요. 선배"


"어? 응 잘 들어가."





처음 보는 쌀쌀맞은 그녀의 태도 속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선택지 1. 고백한다 / 진척도: - 28]



[선택지 2. 고백하지 않는다 / 진척도: -14]





선택지는 나에게 어떤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나에게 차악만을 고르게 강요했을 뿐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말이다.





나는 속으로 나 자신을 질책했다.



'이런 병신아, 대체 왜 그랬어.'



솔직히 어디서부터 잘못 됐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그녀를 만나고 나서 그 이후까지, 데이트 자체는 성공적이라는 말론 부족할 정도로 무난하게 진행됐었을 터이다.


하지만 선택지는 너무나 차가웠다.



[선택지 1. 고백한다 / 진척도: - 28]



[선택지 2. 고백하지 않는다 / 진척도: -14]



단 두 개의 선택밖에 못하는 상황 속에서 나온 선택지.


저 선택지들의 의미는 이미 그 상황은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는 소리다.



'하지만 모르겠어. 내가 어디서 실수했는지.'



기분 좋게 몸을 감싸고 있던 취기는 없어진 지 오래고 나에게 남은 건 허탈감과 공허함, 그리고 아쉬움.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아쉬움만이 남았다.



'하아 좀만 더 잘할 껄. 옷이 아깝네'


이유 없는 그녀의 변덕 탓일까?


어쩌면 무지에서 온 악의 없는 실수탓일까?


오늘 하루는 어쩌면 그녀와의 관계에 있어선 없는 게 나았을 수 있는 최악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스으륵


그렇게 터덜터덜 집으로 되돌아가던 중, 골목에서는 알 수 없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평상시에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정확히는 어제 노숙했던 부근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말이다.



'저건 뭐야...왠 여자같은데..?'




인기척의 주인으로 보이는 낯선 여자.


여자는 정체 모를 물건을 든 채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다니고 있었다.



'하아, 어제부터 여기 근처 왜 이래. 그냥 이사를 가버리던가 해야지 원.'



어제와 똑같이 껄끄러운 상황, 하지만 그 중 다행인 건 난 어제와 달리 정신이 아주 또렷하다는 거다.


쓸데없을 정도로 말이다.



나는 저 먼 발치부터 오고 있는 그녀를 피해 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붙었다.




'하아, 이제 혜지한테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삐. 삐삑



'아 진짜 민기한테는 뭐라고 말해. 아니지, 따지고 보면 용기를 준 민기탓 아니야 이거?'



삐삐.삑삑



'그 상황에서 선택지도 그래. 애초에 그런 확률이면 애초에 선택지를 주질 말던가. 사람 짜증나게 하고 있어'



삐삑삐삑삐삒삐삒삐삑



'아까부터 저 소리는 정체가 뭐야?'



정체모를 알람음이 들려오는 중, 또 다시 머리가 지랄이다.



[특이사항 발생. 특이사항 발생]



[신원 미상의 상대가 접근중.]



[임의의 목표 설정]


.

.

.


[목표: 숙주의 생존]


[이에 따라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잠깐만 지금 뭐라...'


삐! 삐삐삐삐! 삐!


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



그 순간 귓가 바로 옆에 들려오는 알람음 소리.


그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아까 그 정체 모를 여자가 서있었다.



"하아, 이제야 찾았네."


정체모를 소리로 날 째려보는 그녀.


마치 자신을 숨기기 위해 온 몸을 낡은 츄리닝과 마스크, 모자등으로 가려 육안으로 확인되는 특징은 거의 없었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엄청난 적대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부터 생존을 위한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선택지 1. 도망간다 / 성공률 : 12퍼센트]


[선택지 2. 제압한다 / 성공률 : 7퍼센트]


[선택지 3. 도움을 요청한다 / 성공률 : 7퍼센트]


[선택지 4. 대화를 시도한다 / 성공률 : 23퍼센트]



[목표: 숙주의 생존]




"아니, 지금 뭐라고"



그 순간, 순식간에 내 입을 틀어막고 벽에 날 몰아붙이는 그녀.


나는 너무 놀라 아무런 대응 없이 속수무책으로 제압당했다.



[상황의 변동. 이에 따라 확률은 재조정합니다.]




[선택지 1. 도망간다 / 성공률 : 4퍼센트]


[선택지 2. 제압한다 / 성공률 : 1퍼센트]


[선택지 3. 도움을 요청한다 / 성공률 : 0.7퍼센트]


[선택지 4. 대화를 시도한다 / 성공률 : 9퍼센트]



"웁!우우웅웁!"


"닥쳐. 빨리 물건이나 내놔"



단박에 내 말을 끊는 그녀.


그녀는 능숙하게 한 손으로 내 손을 모두 묶더니, 반대쪽에 있던 물건을 이리 저리 내 몸에 댔다.



삐! 삐이...삐! 삐이...



내 몸에 닿자, 급격히 알람음이 줄어든 물건.


그녀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내 온 몸에 이리저리 물건을 들이밀었다.



"뭐야, 분명 이 녀석이 맞는데 왜 반응이....설마 너"



무언가 알아차린 듯 단번에 내 머리쪽을 체크하자


삐삐삐삐삐삐삐ㅃ삐삐삐!


알람음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설마 머리에 정착한건가?"


"대체 어째서, 박사님이 없는 한 너희들은 물건을 떼지도 못할 텐데?"




[도주 가능성 0퍼센트의 수렴]



[상황의 긴급함을 고려하여 숙주의 신체 반응을 임의로 조절합니다.]



난 그녀가 얼타고 있는 틈을 노려 내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저기요, 지금 이러시는 거 사람 잘못 보신거에요. 당신 대체 뭐죠?"



"아니야. 사람을 잘못 봤을 리가 없어. 알람이 울리고 있잖아."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당신, 최근 이 근처에서 누구 만난 적 없어? 머리는 다 빠진 당신 정도 덩치의 남자"



"그렇게 말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든요?"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이상했어."



"수상할 정도로 침착한 거부터 심박동이나 얼굴 혈색 변화도 거의 없고, 말로만 들었는데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아니, 잠깐만. 그렇다면 이식을 어떻게 한 거지?"



그녀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너 머리가 이상해지지 않아? 한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생각이나 발상들이 마구 들이닥친다거나 그런"



'아니 그걸 어떻게'



[숙주의 안전을 위해 임의로 답변하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뭐야, 난 이런 말을 뱉으려고 한 적이 없는데?'




순간 처음으로 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당장의 초면의 여자가 날 제압한 것보다 더욱 더 큰 공포.


내가 생각한 적이 없는 대로 저절로 움직이는 입.


처음으로 내 몸이 내 자율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이질적인 공포를 말이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거야?"



"아니지. 그렇게 말하라고 "제시"했다는 게 정확하겠네."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턱을 부여잡고 내 눈을 쳐다봤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동양인에게선 볼 수 없는 푸른색의 눈동자.


어두운 밤길에도 선명히 보일 정도로 초롱초롱한 푸른색 눈동자가 날 뚫어져라봤다.



"박사님도 행방불명인 상황에서 꼬일 대로 꼬였네."



"대체 아까부터 곤란해졌다는 게 무슨 의미인 지 모르겠어요."



"아까부터 자꾸 아닌 척 하지 마라. 다 알고 있으니깐."



그녀는 혀를 차며 날 잡고 있던 손을 풀어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까부터 그녀가 무릎으로 내 배를 누르고 있던 터라 도망이라고 칠 수 없었으니깐.


그녀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품 속의 담배를 하나 물어 피웠다.



"대체 이게 무슨 당장 경찰에 신고 할 꺼..끄윽"


푸욱!


날 풀어줬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것일까?


난 순식간에 내 복부에 두 차례 니킥을 때리는 그녀의 공격에 어떠한 대처도 하지 못했고


순식간에 내 복부에 퍼지는 극심한 고통에 난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날 끝까지 쳐다보면서도 어떠한 동요도 없이 가만히 담배를 피우면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흥, 네 머리 속 녀석에게도 잘 들리게 톡톡히 전해."



"상황이 심각해졌어."



"이렇게 상황이 진행되면 최악의 상황에는"



"너, 죽어."



'그...그게 무슨 소리야...죽는다니....그게...'



그렇게 흐미해져가는 기억 속,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날 향해 뻗는 고운 피부의 뽀얀 손이었다.




***__________________


새벽 12시. 경기도 부근, 한 창고 부지.



"크어어어...끄..끄끄끅 살...살려...."



"아직도 기다려야 돼? 참는 건 질색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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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목표의 충돌 NEW 1시간 전 1 0 12쪽
9 그게 뭔 소리일까나? 24.09.17 5 0 15쪽
8 동거의 이유 24.09.16 7 0 11쪽
7 그녀의 정체 (2) 24.09.16 10 0 12쪽
6 그녀의 정체 (1) 24.09.12 19 0 12쪽
» 혜지와의 데이트 (4) 24.09.11 15 0 13쪽
4 혜지와의 데이트 (3) 24.09.09 14 0 11쪽
3 혜지와의 데이트 (2) 24.09.04 13 0 9쪽
2 혜지와의 데이트(1) 24.09.02 15 0 13쪽
1 프롤로그 24.09.01 2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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