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로환동이 아니라 치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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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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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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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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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택 - 1

DUMMY

1.


인생이란 선택과 후회의 연속이다.


삶이 끝나가는 노인도, 청춘을 즐기는 젊은이도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이는 성기사단의 촉망받는 미래, 에드리안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꽂힌다.


오늘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 할까, 아니. 신분의 차이를 생각하면 너무 부담스러워하진 않을지. 인사를 나눈 지 하루 지났는데 벌써 고백하는 건 어색하지 않을지 등등···


번민하는 청년은 끝내 고백을 나중으로 미루었고,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 지나가는 마을 처녀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그냥 지금 고백 할 걸.


깊은 한 숨. 딱 그 정도. 그게 에드리안의 선택에 대한 대가였으니.


안타깝게도 그가 감당해야 할 선택의 대가는 그것 하나가 아니라.


그가 맡은 임무인 성소 수호, ‘솔리라의 그늘’의 서쪽 초소 경계를 등한시 한 채 마을 처녀 등이나 쳐다본 그 선택.


그 선택의 대가는 무거웠다.


“-?”


순간 그의 눈앞을 스쳐 달려 나가는 푸른 빛줄기.


본능적인 이질감에 그가 검을 잡으려는 순간, 머리를 강타하는 충격과 함께 성기사는 저 멀리 날아갔고.


수 십 분이 지나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보았다.


자신이 만들어낸,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사방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타오르는 불길과 그 속에 으스러져가는 잿더미 뿐. 태양신을 모시는 성소는 더 이상 흔적조차 남지 않아있었다.


그런 파멸 속에서 잿가루 하나,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채 잔해 속에서 빠져나오는 낯선 이방인.


성소의 지하에 보관되어있어야 할 성물을 든 이방인의 모습에 성기사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너···너!!”

“···”


눈 한쪽이 타들었는지 잘 보이지도 않고, 이성이 감정에 잡아먹힌 에드리안이라도 안다.


저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사고만 쳐 좌천당했다고 하나, 그 역시 명문 무가의 하나 뿐인 후계자. 그 찰나의 순간 그는 봤으니까.


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하늘에서부터 강림해 대지를 강타한 번개를. 상식을 벗어난 그 압도적인 힘을-


“너는, 너는 지금 세상의 절반을 적으로 돌린 거야. 알아!? 그리고 내가, 뷔론 가문의 후계자가 너를 추격 하겠...!”


그럼에도 그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분노는, 증오는, 자신이 방심이 불러온 참사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는.


압도적인 힘의 격차조차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그저 무가치했을 뿐이다.


홀로 도시 하나를 불태운 남자에겐, 다른 세계에서 도망쳐온 이방인, 이산에겐 아무런 가치도, 일말의 흥미도 일으키지 못할 잡소리였을 뿐.


그야 익숙하니까.


후회도, 절망도.


선택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에 이산은 너무 많은 실패를 반복했고, 에드리안이 느끼는 후회 따위 이산이 가진 후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불타 무너지는 건물을 뒤로 한 채, 이산은 잿더미 하나 묻지 않은 새빨간 태양신의 성물을 품속에 갈무리했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선택이 될지 모를 답을 내리기 위해, 이산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스승이, 스승과의 추억이 녹아있는 땅.


외로운 산맥으로.



2.


뒤늦게 도착한 인근 지역의 성기사들이 다급하게 주위를 수색하며 범인을 찾고 있을 무렵.


그 모든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은 몇 걸음 만에 수십 KM를 넘어 목적지에 도착한 상태였다.


아니지, 이 미개한 땅의 주민들 기준으로 표현하면 9만 8천 피트, 아니 3만 2천 야드인가?


냉소를 머금은 채 소리 없이 외로운 산의 중턱에 도달한 그는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의 몸을 단장했다.


흡사 신을 맞이하는 신도처럼 경건한 그 몸가짐.


그 갸륵한 마음에 응답한 걸까.


“산아. 또 사람을 때렸느냐.”


이산이 고개를 들자 자연스레 주위 풍경과 녹아들은 초가집 마루.


짙푸른 머리칼의 여인이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의 세상 속, 이산이 인정한 유일한 ‘인간’이자 본받을 만한 스승.


현자 아린.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은 제가 누구를 괴롭혔겠습니까.”

“가해자들은 항상 그렇게 말하더구나. 장난이었다고.”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도 흔적이 남아있던 건지, 넌지시 떡밥을 던지는 스승님.


어린 시절이었다면 그저 짓궂은 농담 같으면서도 뼈가 담긴 말 한 마디에 당황해, 진실을 토해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애초에 이산 스스로 당당하기도 했고.


태양을 찬미하던 탑도, 새 찬 비바람으로부터 신의 어린양을 지켜주던 벽과 천장도 모조리 재로 돌아갔지만 최소한 죽은 사람은 없었거든.


몇몇 성기사의 신체 일부가 사라지거나 영구적 손상을 입는 사소한 실수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바람이 서늘한데, 왜 나오셨습니까.”

“옆에 땔감 안 보이니? 찬바람 휭휭 들어오는 안보다 여기가 더 따듯해.”


장작불 속에 들어가는 각양각색의 옷들.


스승님께서 아끼시던 옷도,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옷들도 섞여 있으나 모두 공평하게 재가 되어 사라질 뿐.


왜? 주인과 함께 할 날이 더 이상 남지 않았으니까.


이산이 보기에 백여년도 전에 무너진 동부의 마지막 황족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젊고, 세상 누구보다 현명하며 그 무엇보다 아름다우신 스승님이지만 그는 안다.


스승님의 몸에 드리운 죽음의 향기를.


차갑게 식어가는 당신의 체온을.


“우리 제자님 생각해서 방 안에 들어가 있으려 했는데,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다. 아, 기억나는구나. 대여섯도 안 먹었을 놈이 반 백 년 산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어린 너와 처음 만난 것도 가을이 올 무렵이었는데.”


이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몸을 짓누르는 눈보라와 그 눈보라보다 더 싸늘하게 그를 짓누르던 낯설고 익숙한 세상에 대한 절망.


그 모든 것에 지쳐 무너지려는 순간 그녀를 만났다.


자신처럼, 아니.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자신보다 더 인간적인 당신을.


야만인들 속에서 죽어가다, 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이성을 지닌 ‘사람’과 마주했을 때 이산 그가 느낀 안도감과 감동은 앞으로도 영원히 잊을 수 없으리라.


“참 아름답지 않느냐. 이 풍경이.”

“스승께서 목숨을 바쳐 지켜온 평화의 상징인데. 당연히 그래야지요.”


이단으로 낙인 찍혀 쫓겨났다고는 하나, 한때 이산의 스승은 세상 모든 태양신의 신도들을 이끌었던 몸.


그 기간 동안 그녀는 많은 업적을 쌓았고, 인적이 끊긴 이 외로운 산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세 개의 대륙을 연결하는 이 땅에 또 다시 피가 흐르지 않도록, 이제는 거의 명맥이 끊긴 도술을 통해 그녀는 자신을 제외한 이 땅에 그 어떤 인간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단 하나의 예외. 이산을 제외하고.


이것이 바로 지난 수십 년 간 유지되어온 평화의 원인이자 비밀.


하지만 스승의 생명과 맞바꿔 유지해오던 벽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영원할 것만 같던 그 평화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으니.


“산아. 너는 내가 희생한다고 여기는구나.”

“그야 희생하는 게 맞으니까요.”

“나 역시 오래 전, 타인의 대가 없는 호의와 도움을 받았기에 이 자리에 까지 올 수 있었단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의 내 행위는 그 때의 빚을 갚는 거나 다름없는 거야.”

“빚이라. 받은 거에 비해 내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사채를 잘 못 이용하신 것 같으십니다.”

“하여간 하라는 수련은 안 하고 혓바닥만 늘어서. 들어가자꾸나.”


저녁이나 먹자는 스승님의 말에 이산은 더 이상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린 시절, 이제 막 그녀에게서 세상을 배우던 시절엔 호구나 다름없는 그 태도에 불만을 가지기도 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산도 알게 됐으니까.


붉은 단풍이 진 하늘과 그 아래 서있는 자신.


그 정도면 마지막 가는 길 후회는 없다는 마음이시겠지.


실로 인간다운, 아니 인간을 넘어서 공자께서 말씀하신 ‘군자’, ‘현인’이라 부르기 아깝지 않은 모습.


그런데 참 이상하지.


이 미개한 세상의 공기를 너무 오래 마셔서 그런가, 이산은 마음에 안 들었다.


그 누구보다 고결한 그녀가 이런 초라한 끝을 맞아야 한다는 게.


“기대 하거라. 이 스승님의 고향에서 유행했던 매콤한 생선찜-”

“-제가 기억하기로 지난번에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 뒤 만드신 건 찜이 아니라 탕이고, 매콤이라고 하기엔 너무 시지 않았는지.”

“...조용히 하거라!”


부끄러워하는 스승님에게 그래도 맛있었다 말하며, 제자는 품속에 담아뒀던 성물을 등 뒤로 숨겼다.



3.


식사를 끝마친 늦은 밤.


스승님의 방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가 밤의 정적을 무너뜨린다.


그 뿐일까, 그녀의 방에서부터 산 전체로 이어지는 푸른 빛무리 역시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걸 이산은 느낄 수 있었다.


진법도, 스승님도 죽어간다.


그 필연적인 운명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해진다. 무력하게 두 손을 놓은 채 기도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산은 이방인, 이 세계 너머에서 찾아온 존재.


현자 아린의 제자가 아닌, 지구인 이산으로서 그는 알고 있다.


그 현명한 만큼이나 고결한 힘을 가진 그녀가 무력하게 시들어가는 이유를.


패왕 미르노크.


비열한 서부, 오만한 동부, 그리고 야만적인 북부 대륙 중에서도 최북단의 오지에서 태어난 재앙.


그를 지칭하는 이름만 수 백 개가 넘고, 그가 남긴 전설만 수 천 개가 넘지만 중요한 건 그 남자가 이 세상을 끝낼 필연적인 존재라는 점이다.


이산을 포함한 동료들이 구상하고, 개발했던 이야기의 엔딩을 장식하는 존재.


‘세상의 평화를 위해 주인공, 플레이어는 동부대륙을 무너뜨린데 이어 악마를 강림하려는 패왕을 막는다.’


스승님은 알까. 스승님의 고향이 불타버린 건, 그녀의 심장에 결코 제거 할 수 없는 상처와 저주가 남게 된 게 ‘플레이어의 몰입도’라는 알량한 이유 때문이라는 걸.


아무리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이산의 선택에 따른, 이 이야기를 시작한 자신과 동료들이 결정한 절대적인 인과.


“하지만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지.”


이제와 후회해본들 과거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는 아무리 불가능해 보인다 해도 바꿀 수 있기에.


쾅-!


태양신의 신도들이 애지중지 하던 성물이 이산의 손아래 임시 도마 위에서 한낱 과일처럼 조각난다.


이어 그 조각난 껍질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송이의 ‘꽃’.


껍질을 타고 은은히 흐르는 그 향기만으로 일대의 대지에 막대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풍작을 약속한다는 신의 축복.


하나 지금 이 순간, 꽃은 스승님을 위한 허브나 다름없어서-


이산의 거침없는 손길 아래 미리 준비해 놓은 재료들이 하나의 냄비 속에 담겨진다.


이윽고 피어오르는 기묘한 냄새와 막대한 수증기.


연기가 다 떠나고, 냄비의 바닥에 남은 건 바닥을 간신히 채울 정도의 진액뿐이었으니.


반로환동.


이 땅을 살아가며 유성우처럼 반짝이다 떨어진 수많은 영웅들과 귀인들이 꿈꾸던 환상. 그 환상을 이뤄줄 탕약이 이산의 손아래에서 완성된다.


본래는 이 땅에 나타날 주인공을 위해 이산이 손수 준비했던 기연 중 하나지만, 이제와 무슨 의미일까.


자리를 정리한 그가 방 밖으로 나가 복도를 걷자 스승의 방이 보인다.


그 앞에 선 순간, 저절로 열리며 손님을 맞이하는 반투명한 종이문.


거침없이 그 안으로 들어선 이산을 향해 더욱 더 위태롭게 빛나고 있는 아린이 손을 흔든다.


“왔느냐. 산아.”

“예. 스승님.”


언제나처럼, 익숙하게 스승님의 앞에 다가선 이산이 단촐 한 스승의 방 속 몇 안 되는 가구인 책상 위에 손수 만든 약재를 올려놓는다.


언제나 그랬던 것과 동일한 시간, 대화, 그리고 약 냄새까지.


그 모든 게 어제와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조용히 약이 담긴 찻잔을 바라보던 아린은 제자에게 반문했다.


“향기가 좋구나. 산아. 네가 이 산에서 나와 함께한지 몇 년이 지났더라?”

“대략 13년 좀 더 됐을 겁니다.”

“그렇구나. 그랬지.”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를 흐르는 잠깐의 정적.


아린의 청명한 눈동자와 이산의 탁한 눈빛이 소리 없이 교차한다.


“어린 시절의 네가 기억나는구나. 어린 놈이 어찌 그리 고집이 세던지.”

“그랬습니까.”

“그런 너니까. 내가 어떤 말을 한다 해도 듣지 않겠지. 아무리 네가 대단하다 해도, 네가 다루는 번개와 번개를 견디는 검이 위험하다 해도 세상 전부를 적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경고를.”

“...”


그녀의 눈빛이 잠시 이산의 심장을, 뒤이어 허리춤의 칼집을 향한다.


어디까지 눈치 채신 걸까. 일부, 아니면 그의 계획 전체?


뭐가 됐던 그리 중요한 건 아니었다. 아린이 얼마나 알고 있던 상관없이 이산은 멈추지 않을 테니.


더 이상 이건 스승님만을 위한 계획이 아니었다. 야만의 세상에 단 하나 남은 인간이 된다는 두려움, 또다시 자신의 실수 때문에 이별을 겪어야 한다는 공포 등등.


온갖 감정이 더해지고 합쳐진 지금. 이미 그의 감정과 의지는 이산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를 말리고 싶단다. 앞으로 네가 겪을 고난과 시련, 아니지. 아니야. 솔직히 말하마. 나는 두렵단다.”


부끄럽다는 듯 눈을 감는 스승의 모습에 차갑던 이산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깃든다.


그도 그럴게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스승이, 현자 아린이 두렵다는 감정을 직접 드러내다니.


“온갖 고난 끝에 네가 가진 감정이, 스승에 대한 마음에 독이 든 싹이 피는 건 아닐까 나는 너무나도 두려워.”

“...막으실 겁니까.”


이산의 무표정 위에 떠오르는 또 한 번의 작은 파문. 그 감정의 이름은 긴장감이었다.


단순히 존경하는 스승과 싸워야 한다는 곤란함? 그럴 리가.


죽음에 가깝다고 하나 그녀는 현인이자 태양신의 사도라 불렸던 철의 여인. 그런 여인을 상처 없이 제압하는 건, 아무리 이산이-


“그럼에도.”

“...”

“그럼에도 나는 네 스승이니까. 믿어줘야지. 세상 모두가 내 제자를 의심하고 비난해도 나만은.”


네 스승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믿고, 지지해줄 테니까.


조용히 속삭인 아린의 창백한 두 손이 따스한 잔을 부여잡는다.


믿음에 대한 의지일까. 약의 정체에 대한 일말의 의문이나 의심 따위 하지 않은 채 여인은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크흡-!!”


피. 창백한 여인의 피부 위에 붉은 피가 어지럽게 피어오른다.


이윽고 그 조그만 고개가 힘을 잃은 채 무너지고.


“...으득”


순식간에 벌어진 그 악몽 같은 광경에도 이산은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일어서서 가녀린 스승의 어깨를 지탱하려는 다리를 짓누르고, 아린의 이름을 부르짖으려는 입을 이빨이 부서질 정도로 꽉 깨물어 막는다.


지금은, 반로환동의 순간은 그녀를 믿어야 하니까.


자신이 믿는 스승이라면 충분히 그 벽을 넘을 수 있을 거다. 그는 자신의 신앙을 선택했고, 침착하게 그 결과를 기다렸다.


곧이어 찾아온 판결의 순간.


“...으음.”


비틀거리며 고개를 드는 스승의 모습에 무표정하던 이산의 얼굴에 환희가,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명에 대한 환희가 밀려 닥친다.


이 얼마나 오만한 태도인지.


“아저씨... 누구...? 유모가, 유모가 낯선 사람 따라가지 말라 했는데-”


마침내 완전히 고개를 든 스승님이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표정과 감정으로 자신을 보여준 순간.


언제나 지그시 웃어주시던 스승님이 울음기 가득한 얼굴로 엄마를 찾은 순간.


선택을 위해서라면 스승과도 검을 겨눌 수 있다며 후회하지 않겠다고 자신하던 남자의.


이산의 무표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 못 됐다는 직감과 함께.


작가의말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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