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재벌가 첩 자식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폰작가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10:13
최근연재일 :
2024.09.19 07:2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11,437
추천수 :
1,962
글자수 :
127,999

작성
24.09.16 10:20
조회
4,005
추천
77
글자
13쪽

20화 명당

DUMMY

자존심을 구기다 못해 얼굴에 제대로 똥칠한 설백철은 분을 이기지 못한 채 연신 술을 들이붓고 있었다.


“야! 술 더 가져와! 내 말 안 들려? 전부 다 가져오라고!”


분노를 삭이기 위해 연신 술을 때려 부었지만, 오히려 정신만 더욱 또렷해질 뿐이었다.


“그놈이······. 한국대에 합격을 해? 그것도 수석으로?”


강현의 한국대 합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는 단순히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몇 안 되는 자랑거리였던 경제학과 전공 아들의 학력은 쓰레기통에 처박은 것과 다름없었다.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문제는 설대호 회장이었다.

한국대 합격을 얼마나 간절히 고대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터라 속은 더욱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백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본인이 관여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유야무야 넘길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강현의 압도적인 투자수익률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놈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거 분명 뭔가 야로가 있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어······.”


잔에 마시는 술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오른손을 뻗어 양주병을 든 채 입으로 가져갔다.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설가윤이 등짝을 강하게 때리며 술병을 가로챘다.


“큰 오빠! 미쳤어?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셔?”

“오늘······. 오빠가 좀 취해야겠다···.”

“나이를 생각해 좀! 아직도 이팔청춘인 줄 알아?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려고 그래?”

“좀 내버려 둬라···. 취하게.”

“이 많은 술을 벌써 반이나 마셔놓고 그런 말이 나와? 알았으니까 진정하고 천천히 마시자 응?”


자신이 마시던 술잔에 양주를 가득 따라 동생에 건네며 말했다.


“마셔. 오늘 마시고 한번 죽어보자.”

“죽긴 뭘 죽는다고 그래? 오빠 그러지 말고 나한테 말해봐. 아버지 때문에 그래?”

“그놈! 그 새끼 때문이야···. 전부 그 새끼 때문이라고!”


오빠를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내쉰 설가윤이 말했다.


“강현이 한국대 합격한 것 때문에 그러지? 그러길래 내가 뭐라고 했어? 걔 엄청 똘똘하다고 했잖아.”

“난 그런 건 모르겠고 일단 뭔가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대 합격을 할 리 없잖아! 그것도 수석으로!”

“다른 대학은 몰라도 한국대는 그런 거 없는 거 몰라? 오빠. 우리가 아무리 강현이 싫어한다 해도 인정할 건 해주자고.”

“너도 아버지가 한국대 얼마나 원하셨는지 알고 있잖아. 그럼 이제 우리 애들 어떻게 되겠어? 안 봐도 뻔하지.”


구체적인 상황은 설가윤 역시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서 달리 어쩔 도리는 없었다.


꽤 많은 양의 술을 단숨에 들이켠 설백철은 무언가 다시 떠오른 듯 술잔이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근본 없는 첩 새끼가 우리 가족들 다 있는 데서 내 얼굴에 먹칠하는 것도 모자라 똥칠까지 했어···.”

“혹시 주식 거래 전표 아빠한테 먼저 준 거 때문에 그래?”

“난 그놈 쌍판때기부터 맘에 안 들어. 눈빛도 항상 뭔가 좀 음흉하고.”

“오빠. 내가 강현이 편을 드는 건 아니지만 거기서 보고 받는 사람은 아빠였어. 그러니까 그게 당연한 거지.”


결국, 분을 참지 못한 설백철은 앞에 놓인 술잔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술집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소리쳤다.


“내가 물어봤을 때 그 새끼 분명히 나하고 눈 마주쳤어! 근데 대답 안 하고 아버지한테 간 거 너도 두 눈으로 똑똑 봤잖아!”

“나도 어느 정도는···.”

“그게 뭐겠어? 되먹지도 않은 놈이 대놓고 감히 나를 무시한 거지!”

“알았어. 오빠 침착해봐.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뿌연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설가윤이 말을 이어갔다.


“강현이 삼강정유에 투자한 거 생각해봐. 상식적으로 좀 이상하지 않아?”

“나도 그걸 곰곰이 되짚어봤지. 우리 집안에 그놈 편이 누가 있어?”

“음···. 제주댁 아줌마는 같이 사니까 그러려니 치고···. 굳이 따지면 엄마밖에 없지.”

“그렇지. 어머니가 정보를 슬쩍 건네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야.”


되지도 않는 머리를 쥐어짜며 온갖 추측을 하고 있었지만, 이들이 설명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오빠 말대로 나도 엄마가 그러지 않았나 싶어서 나중에 주식거래전표 확인했거든. 근데 날짜가 안 맞아.”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토막 내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봐. 뭔 말이야?”

“잘 봐. 아빠가 새벽에 회의 소집한 날짜 기억하지?”

“알지. 그때 우리 점심때 짬뽕 한 그릇씩 했으니까.”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달력을 들고 온 설가윤이 특정 날짜를 가리키며 다급히 말했다.


“근데 정말 이상한 게 뭔지 알아? 강현이가 주식 산 날은 그날이 아니라는 거야.”

“뭐? 그게 진짜야?”

“내가 오빠한테 거짓말해서 뭐하겠어? 그러니까 엄마가 정보를 줬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지. 아빠보다 먼저 움직였다니까.”

“그럼 뭘 믿고 그놈이 겁도 없이 돈을 전부 때려 박은 거야?”

“내가 알면? 오빠랑 지금 여기서 술이나 마시고 있겠어?”


아둔한 두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강현이 어떻게 그러한 판단을 내렸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설가윤은 술집에 놓인 수화기를 덥석 집어 들었다. 기겁한 설백철이 재빨리 만류했다.


“너 혹시······. 그놈한테 전화하려고 그러지?”

“뭐 어때?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야지. 고모가 조카한테 전화하는 게 이상한 일인가?”

“니가 그러면 오빠가 뭐가 되냐?”

“돈 앞에 장사 없는 거야. 일단 기다려봐. 오빠 없는척하고 내가 슬쩍 물어볼게.”


번호를 누른 설가윤이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말했다.


“어머 제주댁 아줌마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해요. 저 가윤이에요.”





***


영등포구 문래동.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는 강현과 달리 이곳에 온 목적을 모르는 서기범은 두 눈만 연신 끔뻑대고 있었다.


“도련님. 이 동네 갑자기 왜 온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한번 맞춰보시겠어요?”

“음······. 시장 때문은 아니겠고 혹시 투자할 회사 알아보고 계십니까?”

“얼추 비슷해요.”


강현의 투자결과를 알고 있는 서기범을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 그럼 이번엔 저도 종목 좀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도련님 따라서 하면 못해도 용돈 벌이는 충분히 될 것 같아서요.”

“얼마든지요. 당장 쓸 수 있는 현금 얼마나 돼요?”

“저야 직장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통장에 있는 거 다 하면 120만 원 정도 됩니다.”

“이번에는 판이 꽤 커서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서기범 역시 강현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리 없었다. 숨을 들이켠 채 골똘히 생각하다 답변을 내뱉었다.


“설마 직접 투자입니까?”

“땅을 좀 살 거예요.”


고등학교 졸업식도 마치지 않은 강현이 땅을 산다니 서기범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예? 아니 저······. 정말 땅을 사신다는 말씀이세요?”

“그러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요?”

“그건 아닙니다. 근데 지천으로 널린 게 땅인데 꼭 여의도 땅을 사야 될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네. 있어요. 반드시 사야 돼요.”


명당은 기업과 사람의 운명까지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설대호 회장은 풍수지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서울에 위치한 사옥은 물론 공장 하나하나 모두 풍수 전문가의 자문을 얻은 뒤 지어졌다.


그룹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삼강모직이 흔들리자 설 회장은 풍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 때문이라 여겼다.


풍수 전문가 역시 설 회장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대전에 위치한 공장은 화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영등포로 가셔야 합니다.”


설 회장은 즉시 삼강모직 공장 이전 지시를 내렸다.


모직 사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설가윤은 풍수 전문가와 함께 부지런히 움직이며 부지를 알아보고 있었다.


현재로선 삼강모직 공장이 어디로 갈지 알고 있는 건 강현뿐이었다.

맘 같아서는 부지 전체를 매입하고 싶었지만, 강현이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이 기회를 가만히 흘려보낼 수 없었다. 강현은 핵심 토지를 사들여 두둑한 보상금을 얻어내려는 이른바 알박기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풍수지리전문가가 점찍은 땅이었으니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자그마한 땅으로 설가윤의 목덜미를 문다면 돈은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었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 강현이 대답했다.


“사야 될 이유는 백만 가지. 사지 않아야 될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사야죠. 근데 땅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있는 겁니까?”

“글쎄요. 그건 가봐야 알죠.”

“그럼 이 많은 돈 전부 써서 땅을 산다는 말씀입니까?”

“일단 시세부터 보죠. 복덕방이 저기 하나밖에 없네요. 일단 가봐요.”

“알겠습니다.”


강현은 가까운 복덕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노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장기를 두고 있었다.


“거 내가 뭐라 했나? 앞으로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포를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이 어딨나? 어휴 참······.”


강현은 자신이 왔음을 알리기 위해 큰 소리로 인사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흰 머리의 노인이 고개를 빼꼼 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사도 받지 않은 채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여긴 자네들 살 집이 없네. 저짝으로 한번 가보겠나?”


무슨 일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서기범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강현에게 소곤거리듯 말했다.


“도련님. 아무래도 여기 뭔가 이상한데요?”

“원래 이런 데서 산삼이 나오는 거예요. 밑져야 본전이니 일단 얘기부터 해볼게요.”


강현은 침착히 대화를 이어갔다.


“어르신 저희는 다른 게 아니라······.”

“여기는 자네들이 살 수 있는 집이 없다니까 그러네. 헛걸음하지 말고 돌아가 보게.”


노인은 그저 적당한 집을 찾는 사람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강현은 대뜸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 들었다.


“태한제분측과 이 동네 사장님들 협상이 아직 제대로 안 됐나 보네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기를 두던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한참 동안 바라보다 말했다.


“이제 약관이나 됐으려나? 자네 올해로 나이가 몇인가?”

“이제 고등학교 졸업합니다.”

“어째 말하는 게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은데······.”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있던 태한제분은 공장부지 추가확보를 위해 바로 옆에 위치한 영세사업자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었다.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싸움이 늘 그렇듯 양측이 서로 제시한 액수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협상은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꽤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다. 노인으로서는 외부인인 강현이 알고 있다는 건 쉬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그렇고 자네가 말한 건···. 이 동네 사람들만 알고 있는 건데 어린 친구가 그걸 어찌 알고 있는 건가?”

“저쪽에 큰 학원 있는 거 아시죠? 이쪽 부근 오가며 지나가다가 귀동냥 좀 했어요.”

“눈치 하나는 제법이네. 그래서 자네가 여기 있는 공장을 하나사서 운영이라도 하겠다는 이 말인가?”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네요.”

“거두절미하고 용건만 말해보게.”

“실은 한가지 부탁드리려고 왔어요.”


노인은 강현과의 대화가 꽤 흥미로운 듯 슬쩍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근방에서 돈 제일 급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아직 강현에게는 이 동네 전체를 살 수 있는 돈은 없었다. 애초부터 목표는 알박기인 만큼 설 회장보다 먼저 조금이라도 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강현이 이 질문을 노인에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 당시 복덕방은 단순히 중개업뿐만 아니라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당연히 동네 사정은 정도는 훤히 꿰고 있었다.


“목마른 놈한테 다가가 물병을 흔들겠다?”

“살려면 손을 뻗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주 제법이네! 그래. 근데 어쩌나? 난 입이 원체 무거운 사람이라······.”


산전수전 겪은 노인이라 할지라도 강현의 손바닥 안이었다. 강현은 미리 준비한 두둑한 봉투를 꺼내 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유기장
    작성일
    24.09.16 11:55
    No. 1

    수도권 인구분산 정책에 의해서 7,80년대는 서울 근처에 공장 신축 못했어요.
    기존의 공장들도 자방으로 이주서켰고요.
    혀대 판타지는 실제 역사와 너무 줄거리가 어긋나면 곤란하죠.

    찬성: 0 | 반대: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000조 재벌가 첩 자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평일 오전7시20분/주말 오전10시20분 24.08.28 3,316 0 -
23 23화 요구르트 NEW +3 20시간 전 2,305 65 12쪽
22 22화 곡해 +1 24.09.18 3,224 77 14쪽
21 21화 알박기 +2 24.09.17 3,594 86 13쪽
» 20화 명당 +1 24.09.16 4,006 77 13쪽
19 19화 파급 +6 24.09.15 4,186 80 13쪽
18 18화 무게 +3 24.09.14 4,244 87 13쪽
17 17화 낯꽃 +1 24.09.13 4,376 87 13쪽
16 16화 아연실색 +1 24.09.12 4,484 84 12쪽
15 15화 적중 +1 24.09.11 4,535 83 11쪽
14 14화 비책 +2 24.09.10 4,463 81 11쪽
13 13화 영험 +1 24.09.09 4,534 85 12쪽
12 12화 이목 +3 24.09.08 4,640 86 12쪽
11 11화 집중 +2 24.09.07 4,794 76 13쪽
10 10화 가중 +4 24.09.06 5,008 79 10쪽
9 9화 제안 +4 24.09.05 5,056 86 15쪽
8 8화 선물 +4 24.09.04 5,089 88 13쪽
7 7화 운수 +5 24.09.03 5,282 86 12쪽
6 6화 시험대 +8 24.09.02 5,771 94 13쪽
5 5화 기적 +5 24.09.01 5,911 100 11쪽
4 4화 운명(2) +5 24.08.31 5,875 99 12쪽
3 3화 운명 +3 24.08.30 6,146 93 11쪽
2 2화 추락 +4 24.08.29 6,274 96 12쪽
1 1화 푸대접 +4 24.08.29 7,621 8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