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매니저는 맞다이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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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20:12
최근연재일 :
2024.09.04 20:25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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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296

작성
24.08.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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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정도를 넘은 미모

DUMMY

“C.”


눈앞에 있는 덩치 큰 남자가 얼굴을 구겼다.


“... 너 지금 욕한 거냐?”


다급하게 그의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아니요. 지금 여기에 영어로 C라고 쓰여 있어서.”


검지와 엄지로 만든 동그라미 크기의 푸른색 C.

계약서에 싸인한다고 시선을 내린 그 짧은 사이에 생겼다. 분명 없었는데.


“이마에 C가 쓰여 있다고?”

“네. 이렇게 C."


이마 부근에 가져간 손가락으로 허공에 C를 그렸다. 자신을 내 사수라고 소개한 그가 이맛살을 구기며 이마를 문질렀다. 손을 뗐는데도 여전히 C는 그대로였다.


“지워졌어?”

“아니요.”

“아이씨, 어디서 묻은 거야?”


사수가 다시 신경질적으로 이마를 문질렀지만, 조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이쯤 되니 나도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뭘로 C를 새긴 건지.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만 꼭 그거 같다. 노예 낙인.

휴대폰을 꺼낸 사수가 카메라 어플로 자신을 이리저리 비춰봤다.


“뭐야? 없는데? C가 어딨어.”

“C 있는데, 여기.”


손가락으로 C를 톡하고 터치했다.

응?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이마를 누름과 동시에 노트북 크기의 반투명한 창이 공중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창 아래서부터 글자가 영화 크레딧처럼 스물스물 올라온다.


[이름 : 박경수

나이 : 32세

직업 : 매니저

직급: 실장]


이게 뭐야?

요새는 자기소개를 이렇게 홀로그램으로 하는 건가? 말로 안 하고?


[특징 : 투박한 외모, 툭 내뱉는 말투와 달리 상냥한 성격,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넘침.

상세 : 가수를 꿈꿨으나, 재능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매니저의 길로 들어섬.

유도 상비군 출신. 체력이 좋음.

호감도 : 0]


AI, AI하더니 벌써 여기까지 발전한 거야?

글자를 읽어가던 내 눈은 새로 솟아오르는 문장에 우뚝 멈췄다.


[현재 등급 : C]


고개를 옆으로 빼 사수 얼굴을 바라봤다. 설마 저기 이마에 새겨진 C가 여기서 말하는 현재 등급을 말하는 건가?

맞다면 누가 정하는 거고, 그 기준은 뭐지?

무슨 소 등급도 아니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이 한 문장 더 올라왔다.


[성장 가능 등급 : B]


성장 한계 가능성까지 규정해 놓는 건...인권침해 수준인데.

속으로 부당함을 느끼는데 사수가 지나가던 직원 하나를 붙들었다. 날 여기 사무실까지 안내해준 그 여직원이다.


“미연 씨, 나 이마에 C 쓰여 있어요?”

“C? 무슨 C? 안 보이는데요?”

“잘 봐 봐요. 여기 C 있다는데. 이 정도 크기로.”

“없어요. 안 보여.”


그렇게 말하는 미연이란 사람 이마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다.


[C]


분명 10분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몰래 카메란가? 첫 출근하는 신입매니저 골려먹기 그런 거.

고개를 천천히 왼쪽으로, 그리고 오른쪽로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거 해서 무슨 이득을 본다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고, 텐션도 아니다. 뭐랄까? 전체적으로 주눅 들어 있다고나 할까?

파티션 복도를 오가는 직원들을 살폈다. 모두가 이마에 알파벳 하나씩 장착하고 있다.

B는 없다시피 하고, 대부분 C 아니면 D다.

헛웃음이 난다. 이게 무슨 상황인 건지.

아무래도 스트레스 때문에 잠깐 헛것이 보이는 모양인데. 손바닥으로 눈을 꾹꾹 눌렀다.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담아서.

다시 손을 뗐을 땐 반투명창 대신 사수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이 미간을 구겨서인지 위협처럼 느껴진다.


“야, 신입. 장난쳐? 아무 것도 없다잖아. 이제 막 계약서에 도장 찍은 신입이 사수를 놀려?”


곁에 선 미연이란 사람도 날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다. 이마의 C를 씰룩이면서.

아무래도 내 눈에만 보이는 것 같은데.

여기서 더 우겼다간 진짜 미친놈 취급당할 것 같다. 서둘러 사과를 건넸다.


“제가 잘못 본 모양이네요. 모니터에 반사된 글자를 본 것 같습니다.”

“정신 차려, 인마! 너 오늘 첫 출근했어, 알아?”


사수의 호통이 쏟아졌다. 혼나는 와중에도 다른 생각을 했다.

나 어떻게 된 거 아니야? 헛것이 보이는 것 같은데.

자문하는 사이 사수의 일장연설이 끝났다.


“앞으로 조심해. 알겠어?”

“네.”

“쯧. 따라와.”


사수가 날 데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문이 닫히자 사무실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안 하고 혼내기부터 했네. 박경수다.”


흠칫 놀랐다. 변한 태도 때문이 아니라 아까 반투명창에서 본 이름이라서.


“직급은 실장이고, 나이는 32살. 아까 계약서 보니까 27이던데 말 편히 해도 되지?”

“네.”


일찍도 물어본다. 처음부터 계속 반말했으면서.


“아까 사무실에서는 일부러 다른 사람들 보라고 목소리 높인 거다. 그냥 넘어갔으면 팀 기강 개판이라고 손가락질 했을 테니까. 보여주기 식으로 말한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다른 생각하느라 들은 게 없어서 마음에 담아둘 게 없다.

슬쩍 내 눈치를 살피는 걸 보니 미안해하는 모양인데.

신기하네.

반투명창에서 본 생김새와 달리 친절한 성격이라는 것도 들어맞았다.

남은 내용도 맞는지 마저 확인해볼까?


“실장님, 혹시 운동하셨습니까?”

“어. 어떻게 알았어?”

“유도...맞으십니까?”

“어. 상비군까지 갔었다. 어깨 부상으로 그만뒀지만.”


아무래도 반투명창의 내용은 사실인 모양이다.

신기하네.

상대방의 속속들이를 보게 되다니.

딱히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물으면 알 수 있는 것들이라서.

그런데 갑자기 이런 능력은 왜 생긴 거지?

이런저런 생각하는데 박경수가 물었다.


“맞다. 너도 운동했다고 했다고 들었는데.”

“네. 맞습니다.”

“넌 왜 그만 둔 거야?”


그만 둔 이유라.

차라리 박경수처럼 부상으로 그만 뒀으면 좋았을 텐데.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말하자면 긴데. 그래, 그 얘기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3년 전에-”


말을 시작하려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추며 문이 열렸다.

문 앞에 있던 세 명의 직원이 순간 얼굴을 굳혔다. 박경수도 마찬가지.

난 교육받은 대로 세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박경수는 말없이 고개만 작게 숙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인사가 없었다. 박경수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세 사람은 못마땅한 얼굴을 엘리베이터 내내 유지했다.

어색함을 넘은 불편한 공기.


‘뭐가 있긴 있네.’


그들이 누른 층에 도착한 뒤 데자뷔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난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그들은 동태눈깔로 날 무시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문이 닫히고 박경수에게 물었다.


“같은 회사 직원 아닙니까?”

“같은 회사 직원은 맞는데 달라. 뭐라고 해야 할까...?”


적당한 말을 찾는 듯 미간을 좁히던 그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런 게 있어. 나중에 말해줄게.”


박경수의 말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그가 앞서 내리며 말했다.


“여기 지하2층은 연습실이야. 총 세 개가 있고, 네가 앞으로 담당할 아티스트는 A 연습실에 있지.”

“누굽니까? 제가 담당할 아티스트가?”


박경수가 으스대듯 씩 웃으며 말했다.


“4인조 여자 아이돌, 에테리얼.”


좋은 울림이다. 여자 아이돌. 혀에서 굴리는 발음이나 떠오르는 이미지부터가 상큼하다.


“에테리얼....”


처음 들어봤다. 모른다.

난 연예인이라면 문외한에 가깝다. 평생을 운동에만 전념했고, 노래는 알아도 가수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정에 드러났는지 박경수가 변명하듯 말했다.


“보면 깜짝 놀랄 거다. 너무 예쁘고, 실력도 엄청나서.”


그렇게 너무 예쁘고, 엄청난 실력을 가진 팀이라면 유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모른다는 건...둘 다 아니라는 말인데.


“곧 대중에 인정받고 유명해질 거다. 나랑 팀장님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 3년의 시간을 갈아 넣었지.”


자신감과 흥분, 다짐 등이 뒤섞여 박경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덩달아 눈빛도 강렬을 넘어 흉흉해진다.

보지 않은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뻔했다.


“그렇군요. 기대되네요.”


무덤덤한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발끈했다.


“매니저는 언제나 파이팅이 넘쳐야 돼. 아티스트는 매니저 기분에 휩쓸리기 쉽거든.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나 기죽는 건 왜 생각 안 하는 건지.


“애들 만나기 전에 최소한 이름이랑 얼굴은 외워야 할 거 아니야. 회사 홈페이지에 잘 소개되어 있으니까 확인해 봐.”

“네.”


휴대폰을 꺼내는데 스치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이마에 박힌 등급 때문에.


‘별론데. 선입견이 생기는 것 같아서.’


글자 하나로 그 사람을 재단하고, 가늠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그러면 안 되지.


‘안 보였으면 좋겠는데.’


그 순간 훅하고 글자가 사라졌다. 박경수도 마찬가지. 주름진 이마가 드러났다.

이거 내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건가?


‘나와라, 등급!’


다시 박경수 이마에 C가 박힌다.

이거 뭐야?

신기하네.

몇 번 더 등급 전원을 켰다 끄는 걸로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걸 알아내고는 꺼버렸다. 정신 사납다.


제이스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있는 에테리얼 페이지에 들어갔다.

에테리얼. 데뷔한지 3년 차인 4인조 걸그룹. 싱글 4개, 미니, 에피소드 앨범 1개씩 낸 아직은 신인에 속하는 팀이었다.


[4인4색의 매력을 갖춘 4인조 걸그룹]


20년 전 잡지에나 나올 법한 소개 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찍은 네 명의 사진이 전부였다.

담백하게 소개하는 게 회사 방침인가? 사진도 조도를 잘못 맞춘 건지 한 명은 허옇게 나와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예쁘다.”


보정했다는 걸 감안해도 과하게 예쁘다. AI로 찍어낸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렇게 예쁜데도 인기를 얻지 못하는 걸 보면 실물이 별론가?

박경수가 내 휴대폰을 슬쩍 훔쳐보고는 활짝 웃었다.


“얘네 멤버들 픽스하는 데에만 1년 넘게 걸렸어. 직접 보면 기절할 거다.”


누가 들으면 박경수가 낳은 딸인 줄 알겠다.


‘엄마가 심하게 예뻐야겠지만. 아주 심하게.’


네 명의 이름을 겨우 외웠다 싶었을 때 연습실 앞에 도달했다.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이따금씩 땅을 울리는 발소리.

박경수가 문에 달린 조그마한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반갑게 인사하는 거 잊지 말고. 웃어. 너나 나처럼 인상 안 좋은 애들은 웃어야 남들이 오해 안 해.”


충격이다. 위협적인 인상의 소유자인 자신과 날 같은 선상에 놓다니. 누가 봐도 내가 훨씬 순해 보이는데.

그래도 그의 말처럼 딱히 좋은 인상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입꼬리를 올렸다.


“후우.”


이게 뭐라고 긴장됐다. 그래봤자 나보다 한참 어린 동생들 만나는 건데.

음악이 끝나고 바닥을 울리던 진동도 멎자 박경수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따라 들어간 연습실에는 여자 아이 셋이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고개를 돌리며 알은 체를 했다.


“어? 경수 오빠 왔네?”


그 말에 나머지 둘도 이쪽을 봤다.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세 사람.


와... 씨.


오늘 씨 파티다. 아까 박경수를 이마에 박힌 C와는 그 성격부터가 달랐다.

아까는 그냥 보이는 걸 반사적으로 읽은 거고, 지금은 순도 100%짜리 감탄이다.

얼굴에서 빛이 난다. 가까워질수록 그 빛이 강렬해지는 것 같아 뜨고 있는 눈이 가늘어진다.


‘정도라는 게 있는데.’


앞에 선 세 명은 그 정도를 넘었다. 그것도 한참 많이.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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