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매니저는 맞다이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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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20:12
최근연재일 :
2024.09.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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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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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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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친놈인가?

DUMMY

뜬금없는 C에 이마 등급에 대한 신뢰가 뚝 떨어졌다.

실력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외모면 그냥 A 아닌가?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름 이마에 새겨진 등급과 내 안목이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나머지 세 멤버 등급 A는 어떻게 되는 거야?’


세트장을 둘러봤다. 한 눈에 봐도 이마에 C를 새긴 채 돌아다니는 출연진이 못해도 40명. 간간이 보이는 B등급도 대여섯은 된다.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까지 감안하면 송지원보다 등급 높은 사람이 10명을 넘는다는 건데.


‘그럼 최종 멤버에 못 들어간다는 거잖아.’


그렇게 되면 박경수의 그룹 유지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박살나는 거고.

나는 어떻게 되려나? 다른 연예인에 배정되나?

그게 씨네틱이면 최악인데.

내적 혼란에 허우적대는 사이 박경수가 송지원에게 물었다.


“그럼 어제부터 지금까지 지원자들 등장씬 찍은 건가? 스트레이트로?”


송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해야 할 사람 많더라.”

“체크해뒀지?”

“응.”


잘못 들었나? 지금 시간이 10시가 넘어가는데 어제부터? 그것도 스트레이트?

그럼 10시간 넘게 촬영했다는 거야?

어쩐지 출연진들 얼굴이 퍼석해 보이더라니.


“피곤하진 않고?”

“난 멀쩡하지.”


정말이다. 막 자다 일어난 사람처럼 송지원의 얼굴에는 생기로 가득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니 그 등장하고 인터뷰하는 씬만 찍는데 하루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세트장에 들어서고, 인사하고, MC가 소개하는 시간, 원하는 자리에 앉기까지.

한 명당 5분 정도 할애했다고 한다. 그걸 100명을 했으니.

단순 계산으로 500분. 8시간 하고도 20분을 촬영한 거다. 최소로 잡았으니 실제로는 더 걸렸겠지.


송지원의 가슴에 달린 번호표가 눈에 들어왔다.

23번.

등장하고 77명, 6시간 반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저렇게 미소 지으며 한 자세로.

아이돌, 못할 짓이네. 차라리 뛰었으면 뛰었지, 한 자리에 6시간을 어떻게 앉아 있냐.


‘그리고 얼마 안 나오지 않나?’


예전에 여동생이 보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을 옆에서 본 적이 있다.

피디 픽으로 생각되는 몇 명 빼고는 제대로 방송에 비춰지지 않을뿐더러, 하위권들은 공개수배지처럼 뭉텅이 사진으로 대체하던데.

지독하다, 지독하다 들었지만 이 정도로 출연진들을 무의미하게 쥐어짜는 줄은 몰랐다.

고개를 돌려 계단식으로 되어 있는 세트를 봤다. 피라미드처럼 최상단에 1등을 뜻하는 1번 자리 하나.

그 아래로 2, 3, 두 자리.

그 아래는 4, 5, 6, 세 자리 식으로 아래로 갈수록 자리 수가 많아진다.


‘무슨 신분제도 아니고.’


상위권 의자는 그럴싸하게 장식된 반면, 아래로 갈수록 의자에 성의가 없어진다. 맨 아래 두 줄은 손 걸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다.


‘저거 오래 앉으면 허리 나가는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도된 연출이겠지. 대비되는 그림을 보여줌으로써, 상위권 애들이 더 돋보이도록 한 거다. 연출자의 의도대로 흘러가도록.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게 느껴진다. 어디선가 본 그림 같아서.

스태프들과 PPL로 쓰일 얼음 아이스크림을 확인하는 남자를 봤다. PD라고 불리는 저 남자가 이 흉악한 판을 짠 원흉이다. 괜히 ‘방송국놈들’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지원이 너 자리 몇 번이야?”

“25번.”

“왜? 10번 대에 앉기로 했잖아. 잊었어?”


송지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갑자기 룰이 추가됐어. 나중에 등장한 사람이 먼저 않아 있는 사람이랑 대결해서 자리를 차지하는 걸로.”

“참....”


박경수가 삼킨 뒷말이 뭔지 알 것 같다.

개떡같네. 어떻게든 자극적인 장면을 유도하려는 저 방송국놈의 의도가 훤히 보인다.

어떻게 갖다 붙일지가 걱정이다.

악마의 편집, 그 정점에 서 있는 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니까.


“대결 종목은 뭐였는데?”

“대부분 노래나 춤 대결을 신청했는데, 가위바위보도 있었고, 미모 대결 신청하는 사람도 있었어.”

“진 거야? 네가? 진짜?”


경악하는 박경수와 달리 송지원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난 내 앞자리 사람이 밀려서 자동으로 밀린 거야. 나한테 대결 신청한 사람은 없었어.”

“그렇겠지. 그게 맞지.”


주변을 둘러보며 끄덕이던 박경수가 다시 물었다.


“개인무대는 문제없겠지?”

“나, 송지원인데.”


거만한 표정으로 어깨에 걸린 머리카락을 쳤다.

박경수가 뒷걸음질치며 말했다.


“한 번 해봐. 마지막 점검해보자.”


송지원의 얼굴에 곤란한 표정이 설핏 스쳤다.


“...지금?”

“그럼 지금이지, 언제하려고?”

“나 잘 하는 거 알면서. 어제도 이 자리에서 완벽하게 해내는 거 봤잖아.”

“카메라 앞이랑은 다른 얘기잖아. 베테랑도 긴장해서 틀리는 게 부지기순데. 빨리 해봐. 촬영 들어가겠어.”


박경수의 재촉에 송지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포즈를 잡았다.

그리스 여신상을 떠올리게 하는 포즈로 있던 그녀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회사 연습실에서 봤던 거다. 세 멤버들이 연습하던 그 노래.

표정을 바꾼 송지원의 손짓 하나로 공기가 바뀌었다. 시선을 빼앗기고, 숨 쉬는 것도 잊었다.


‘다르다.’


세 명의 멤버들도 숨 막히게 잘했지만, 송지원은 그걸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다. 오히려 예쁜 외모가 실력을 잡아먹는 느낌이다.


‘잘 하잖아.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고개를 돌려 춤과 노래를 점검 중인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도 송지원이 월등했다.


‘이런 애가 C라고?’


고개를 젓는데,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노래에 들어가기 전 좌우로 뛰는 동작이 시원치 않다.


‘보폭이... 저것밖에 안 됐나?’


분명 연습실에서 본 세 사람은 송지원보다 훨씬 많이 뛰었다. 특히 왼쪽으로 뛸 때는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더불어 오른발을 바닥에 짚을 때는 미세하게 찡그리기까지 했다.


“그만.”


손을 들어 퍼포먼스를 중지시킨 박경수가 송지원에게 다가갔다.


“송지원. 왜 뛰는 게 그 모양이야?”

“벌써 힘 뺄 필요 없잖아. 본 무대에서 열심히 하려고 힘 비축한 거야.”

“언제부터 네가 그렇게 힘 안배를 했다고. 케이시 만큼이나 체력이 좋은 애가.”


그의 시선이 발목으로 향했다.

박경수가 거리낌 없이 무릎을 꿇더니 송지원의 바짓가랑이를 걷었다.

가느다란 발목 옆에 주먹 크기의 붓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원이, 너...!”


고개를 든 박경수의 얼굴이 구겨져있다.

확실히 인상이 안 좋은 사람은 웃는 게 맞다. 걱정으로 인상 쓰는 걸 알면서도 무섭다.

자리에서 일어난 박경수가 다그치듯 물었다.


“이렇게 부었으면 엄청 아팠을 텐데, 왜 말을 안 했어?”

“에이, 안 아파요, 안 아파.”

“이 자식이! 제대로 말 안 해!”


우람한 얼굴에 안쓰러움이 한 가득이다.


“이 정도는 참고 할 수 있어. 지금도 100%로 할 수 있는데, 본게임에 쓰려고 놔둔 거야.”

“하아. 바보 같은 놈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 프로그램만 하고 말 거야?”


송지원이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달래듯 말했다.


“오빠, 첫 등급이 대부분 끝까지 이어지잖아.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쓸 안무는 그렇게 과격하지도 않고. 개인무대 촬영 끝나고 치료해도 안 늦어.”

“춤은 포기해. 노래로 승부해도 돼. 내가 장담하는데 여기에 너보다 노래 잘 하는 애 없어.”

“안 돼. 노래보다는 춤이 더 임팩트가 크다는 거 알잖아. 절대 포기 안 해.”


송지원은 자신보다 두 배는 큰 박경수에 밀리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고집했다.

두 사람은 조용히, 그리고 치열하게 다퉜다.

포기해라, 안 한다, 이 프로그램하고 말 거냐, 여기서 인지도 못 쌓으면 끝이나 마찬가지다.

5분이나 이어지던 말싸움은 고집을 꺾지 않은 송지원의 승리로 끝났다.


“하아. 가만 보면 네가 제일 말 안 들어.”

“인정입니다.”


태연하게 손을 들며 웃는 송지원을 보며 박경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없이 입술을 깨물며 뭔가 생각하던 박경수가 멀어지며 말했다.


“PD님한테 최대한 뒤로 빼달라고 요청할게. 정민이 너는 발목 붓기 빼는 방법 좀 알아봐봐.”

“네.”


심각한 상황 맞나?


“음흠흠.”


송지원이 총총 걸음으로 적당한 곳에 가 걸터앉더니 양발을 파닥거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어디 카페에 놀러 나온 아이 같다.

신기하게 쳐다보는데 송지원이 대뜸 날 불렀다.


“오빠.”


에테리얼 애들은 참 사교성이 좋은 것 같다. 통성명한 게 단데, 오빠라고 부르고.


“네.”

“반말하세요. 나이도 한참 많으시면서.”


5살 차이면...한참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그래. 왜?”

“오빠가 우리 편 들어줬다면서요?”

“우리 편?”


그녀가 휴대폰을 흔들어보였다. 보통 아이돌은 휴대폰 소유 금지 아닌가?


“애들이 말해줬어요. 아까 연습실에서 씨네틱 애들한테 한방 먹여줬다고.”

“아, 그거. 그냥 느끼는 대로 말했을 뿐이야.”


힐끔 그녀를 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나도 너네 편이잖아.”


말하고 보니 뭔가 어감이 이상했다.


“같은 편이잖아라고 하는 게 맞나?”

“음?”


내 말이 재밌었는지 송지원이 웃었다. 동그랗게 휘어지는 눈, 낭낭하게 굴러가는 목소리.

아...치유되는 느낌이다. 사장님 월급 반만 주셔도 됩니다. 세금도 두 배로 낼게요.

웃음을 멈춘 그녀가 앉은 채로 주먹을 말아 내밀었다.


“Yeah. 같은 편.”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주먹을 부딪쳤다.

그 순간.


훅.


박경수에게서 본 반투명창이 떠올랐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영화 크레딧처럼 올라오는 문장들.


[이름 : 송지원

나이 : 22세

현재 등급 : C (A)]


C는 알겠는데, 괄호 안의 A는 뭐지?

이어지는 설명에 눈이 번쩍 뜨였다.


[상세 : 춤, 노래에 재능이 있고, 현재 발목 부상으로 등급이 떨어진 상태이다.]


아아, 그러니까 원래는 A인데 발목이 다쳐서 C라는 거구나.

다친 발목으로 C면 대단한 거 아닌가?

잠깐만, 그러면 이마에 보이는 등급이 실력을 말하는 게 맞다는 거네.

이로써 다시 이마의 스펠링은 신뢰를 회복했다.


[호감도 : 0]


박경수 반투명창에서도 0이었는데, 혹시 날 향한 호감도를 말하는 건가?


이어지는 내용에 눈을 의심했다.


[성장 가능 등급 : SSS]


SSS?

게임에서나 보던 최고 등급 아닌가? 거의 시스템 교란종 수준에게만 SSS 등급이 부여되던데.

목을 빼 반투명창 너머 송지원의 얼굴을 바라봤다.

잠재력 하나는 엄청난 애라는 거구나. 게임이 아닌 연예계에서 SSS급이면 월드스타라는 말인데.

박경수의 말처럼 계기만 있으면 엄청 터지겠는데?

반투명창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서.


눈을 마주친 송지원이 배시시 웃는다.


“앞으로 오빠만 믿을게요. 같은 편이니까.”


만난 지 몇 분 안 됐지만, 몇 문장이 대화의 전부지만, 송지원이 잘 됐으면 좋겠다. 진짜로.

아래로 내려간 시선에 불그스름한 붓기가 들어왔다. 냉찜질하면 괜찮아지긴 하는데, 말 그대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그 순간 새로운 반투명창이 떠올랐다.


[탑 매니저로의 등반이 시작됩니다. 매니저는 주문을 통해 자신의 아티스트를 도울 수 있습니다. 아래의 주문 중 원하는 주문을 골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버프, 전달, 치유. 세 개의 버튼이 떠올랐다.

유추를 하자면, 버프는 말 그대로 실제 능력치 이상의 능력을 내는 거고. 전달은...모르겠다. 치유는 그거겠지. 다친 걸 낫게 해주는.

발목이 아프다고 하니까 치료가 맞을 것 같은데.

확인해보자.


“어? 벌레.”


없는 벌레를 잡는 척 슬쩍 치유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넘어가며 설명이 나왔다.


[상대와 접촉하며 주문을 외우면 부상이 치유됩니다. 부상 정도에 따라 시간이 걸리며, 치명적인 부상은 고칠 수 없습니다.]


예상과 같다. 발목 삔 정도는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 주문이 뭔데?’


이윽고 화면이 넘어가며 주문이 나왔다.


[치유 주문은 ‘아프지 마라.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미친놈인가?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부탁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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