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매니저는 맞다이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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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20:12
최근연재일 :
2024.09.04 20:25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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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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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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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래서 네가 누군데?

DUMMY



문득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가 떠올랐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친구놈 하나가 체육관에 들어서는 여자 동기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었다.


‘연예인급이다.’


과거로 갈 수 있다면 녀석의 귀에다가 단호하게 속삭일 것이다.


‘함부로 연예인 갖다 붙이는 거 아니다. 촌놈아.’


그 여동기가 예쁜 건 인정한다. 지금껏 하정민 인생 미녀 1위 자리는 그녀가 앉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방금 4등으로 밀려났다.

말로 묘사가 가능할 정도로 기억에 또렷하던 그녀 얼굴이 희미해졌다.

뭐랄까. 개안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은데.

그 정도로 눈앞의 세 명은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저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이제야 좀 이해가 간다. 아이돌 쫓아다니던 엄마 딸의 행태가.

각자 소유한 매력도 다 다르다.


“후. 덥다.”


가장 먼저 박경수에게 아는 척을 했던 여자애가 쓰고 있던 캡모자를 벗었다. 캡 안에 뭉쳐 있던 노란색 머리카락이 치마처럼 쏟아지더니 어깨에, 등에 내려앉았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게 고개를 까딱했다.


“오늘 오기로 했다던 새로운 매니저 오빠신가?”

“네. 하정민입니다.”

“케이시예요.”


시선을 어디로 둬야할지 모르겠다. 중요부위만 겨우 가린 탱크탑 때문에. 의도치 않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하정민, 정신 차리고 눈에 힘줘!

자석처럼 이끌리는 눈동자 목줄을 부여잡았다.

박경수가 나머지 두 사람에게 말했다.


“너희도 인사해야지.”


포니테일이 잘 어울리는 여자애가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했다.


“김나현이에요. 반갑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봤던 음악방송 진행자처럼 어깨까지 올린 손바닥을 접었다 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였다.

김나현은 리드보컬과 서브 댄스를 담당하는 멤버로 소개글에서처럼 애교가 넘쳐 보였다.


“야, 카메라 없을 때는 코에 힘 좀 빼. 그러다 코 연골 나가겠어.”


케이시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비 비슷하게 말하자, 김나현이 여전히 콧소리를 내며 퉁명스레 반박했다.


“원래 나 비성 강하거든? 너나 목에 힘 빼. 감기 걸렸냐? 가래 걸렸냐고.”

“언제는 허스키한 내 목소리 부럽다며.”

“그건 안 친할 때 한 얘기고.”


21살 동갑인 두 사람은 상극인지 초면인 내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투닥거렸다.

흔한 일인 듯 박경수는 대수롭지 않게 두 사람을 말렸다.


“그만들 좀 해, 이놈들아. 처음 보는 매니저 앞에서 뭐하는 거야?”


두 사람은 날 힐끔 보고는 싸우던 걸 그만 뒀다. 아니 그만 두는 척 했다. 복화술로 계속 상대를 향해 씨부렁댄다.


“자, 마지막.”


박경수의 눈짓에 경계의 눈을 한 여자애가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나은우입니다.”


어색한 인사의 주인공인 나은우는, 팀 내 유일한 미성년자로 고3, 18살이었다. 그녀 양쪽에 선 케이시, 김나현보다 7cm 정도는 작아보였다.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4인조 아니었습니까? 한 명은 어디 갔습니까?”


박경수가 답했다.


“지금 프로그램 출연 중이라 당분간 회사에서 보기 힘들 거야. 이따 걔 있는 현장 갈 거거든, 그때 만나서 인사해.”

“네. 알겠습니다. 실장님.”


박경수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세 사람에게 말했다.


“지금 시간이 한 40분 정도 남았으니까, 두 번만 더 연습하고, 씻으러 가.”

“네.”


세 명이 대답하고는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대형을 갖추는 사이 박경수가 말했다.


“난 잠깐 사무실 다녀올 테니까 애들이랑 같이 움직여.”

“네.”


박경수가 연습실에서 나가고.

뒤에서 멍하니 세 사람을 보는 내게 케이시가 말했다.


“오빠 저기 음향기기 플레이 버튼 눌러줘요.”

“네.”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가는 내게 말했다.


“반말해요. 우리보다 한참 나이도 많으면서.”


한참까진 아닌데.

아닌가? 21살 눈에는 27살한테는 한참 나이 많은 아저씨려나?


달칵.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세 사람은 표정을 갈아 끼웠다.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노려봤다.

이윽고 엇박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세 사람은 쿵 소리에 맞춰 튕기듯 대형을 풀었다.

빠르고 격렬하게 움직이는 세 사람.

보는 내가 다 숨이 찰 정도로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대단한 건 저 격한 안무를 하면서 라이브를 소화한다는 거였다.


♪그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을 걸


김나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MR을 뚫고 연습실을 울렸다.

‘잘한다.’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하다.

엄청나다, 기가 막히다, 빠져든다.


“...지린다.”


솔직히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대충 듣기 좋은 멜로디에 강한 어조의 단어들을 나열하고, 어지러운 동작으로 춤을 추는 걸로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고.


넋이 나간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한 명이 빈 상태로, 분장도, 무대 효과도 없이 사람을 압도한다.

문득 세 사람의 등급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외쳤다.

나와라 등급.

때마침 음악이 멈추고 그녀들의 움직임도 끝났다.


“하아, 하아.”


전면에 설치된 거울에 숨을 몰아쉬는 그녀들의 얼굴이 보인다.

케이시와 김나현은 A를, 나은우는 B를 달고 있다.

잠시 숨을 고른 그녀들이 다시 대형을 만들었고, 난 눈치껏 플레이버튼을 눌렀다.


삑.

삐빅.


신발 마찰소리가 커지며 클라이막스에 막 돌입하는 순간, 연습실 문이 열리며 네 명의 여자애들이 들어왔다.

그중 단발머리를 한 여자애 하나가 서슴지 않고 음향기기 쪽으로 걸어와 음악을 꺼버렸다.


케이시가 발을 멈추고 몸을 훽 돌렸다.


“뭐하는 거야, 지금! 연습하고 있는 거 안 보여?”


단발머리 여자애는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을 떨었다.


“어머! 연습중이었어? 못 봤네.”


···아픈 앤가?


“눈깔이랑 귀, 액세서리냐?”

“잘 보이는데? 잘 들리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처음 겪는 상황에 난 그저 바라만 보는 게 다였다.

사이가 안 좋아 보인다.

케이시와 김나현의 알콜달콩한 애증이 아니라, 적나라한 적대였다.

케이시가 쓰고 있던 캡을 손으로 구기며 단발머리쪽으로 걸어갔다. 어깨를 푸는 게 꼭 어디 정리하러 가는 해결사 같은 모습이다.

꽉 쥔 주먹에 핏줄이....


“잠깐, 케이시.”


난 서둘러 걸어가 케이시를 말렸다. 안 막으면 100% 폭력사태다.


“참아. 네가 참아야지.”

“하아.”


그래도 다행인 게 케이시는 얼굴 구기는 걸로 참는 모습이었다.

안도하려는 그때 뒤에서 단발머리가 꽥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요! 아저씨가 뭔데 참으라 마라 말하는 건데요!”


그 말을 신호로 그녀의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팔짱 낀 그녀들이 내게 항의했다.


“딱 보니까 새로 온 매니저 같은데, 눈치 챙겨요.”

“꼴에 담당이라고 에테리얼 편드는 것 봐. 진짜 어처구니가 없어서.”

“참으면 우리가 참는 거지. 뭘 알고나 말하는 거예요?”


와. 매섭다.

잠시나마 얘들도 예쁘게 생겼다라고 생각했는데.

뿜는 말들은 뾰족하고 못생겼다.


“새로 온 매니저도 맞고, 에테리얼 담당도 맞는데-”


한걸음 물러서 있던 김나현이 참전을 선언했다.


“야! 너네 우리 오빠한테 지금 뭐라고 말했냐!”


우리 오빠?

저 말입니까?

김나현이 케이시 옆에 섰다.


“말이면 다 인줄 아나.”


그 옆으로 슬그머니 나은우가 섰고, 내가 중간에 낀 3대 4로 대치하는 꼴이 됐다.

케이시가 히죽 웃으며 김나현을 거들었다.


“그래. 너네 왜 우리 매니저 오빠한테 막말하는 건데?”


단발머리 패거리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꼴에 끼리끼리 편 먹고 난리 났네.”

“처지 파악이나 하시지!”


유일하게 나은우만 입을 꾹 닫은 채 노려보고 있고. 입술을 씰룩이는 걸 보니 속으로 맞받아치는 것 같긴 한데. 뭘 하고 싶은 지 잘 모르겠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오고가는 가운데, 단발머리가 악의를 가득 담아 툭 말을 던졌다.


“팔려온 주제에.”


그 말에 케이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주먹을 쥐며 희미하게 웃었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


이번엔 진짜 때릴 기세다.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못된 말 아이는 혀를 뽑을 거란다. 입 벌리렴.

더는 안 된다.

일이 커지기 전에 말려야겠다.


“그만해. 케이시. 그만.”


케이시를 진정시키고는 단발머리 패거리에게 말했다.


“연습실 써. 어차피 우리 가야 돼.”


다시 에테리얼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가자. 실장님이 오라고 한 시간 다 됐어.”

“아니, 그래도. 쟤네가 오빠한테-”

“괜찮아. 괜찮아. 별일 아니야.”


못내 찝찝해 하는 세 사람을 다독이며 소지품을 챙기는 걸 도왔다.

뒤에서 단발머리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걔네 곧 없어질 건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줄 잘 서요.”


발끈하려는 케이시와 김나현을 말렸다.


“쉬쉬. 무시해, 무시해.”


나직이 말하며 웃었다.

문을 열고 통과하는 케이시에게 물었다.


“그런데 쟤들 누구야? 누군데 너희들한테 이렇게 시비 거는 거야?”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들 이마를 살폈다.

두 명이 B고, 두 명이 C다.


“연습생인가?”


내 말에 케이시가 팍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야. 너네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 우리 오빠가 너네 연습생이냐고 묻는다.”

“뭐라고!”


이크.

데뷔한 애들인가?


“아저씨. 거기 서 봐요, 아저씨!”

“자자, 빨리. 빨리 나가자. 늦었어, 늦었어.”


양몰이처럼 세 사람을 문 밖으로 내보내고, 나가기 전 단발머리 패거리를 옆 눈으로 봤다.

누구 하나 죽일 것 같은 눈으로 걸어오고 있다. 아무래도 다음에 만나면 나부터 죽일 것 같다.

얼른 연습실을 나가 문을 닫았다.

부디 마주치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 김나현이 내 옆으로 붙으며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오빠 아주 통쾌했어요. 오빠 한마디에 애들 표정 구겨지는 거 보고 기분 좋았어요.”


반대편 어깨를 툭 치며 케이시가 엄지를 들어보였다.


“한 마디 말로 입 닥치게 하는 언어의 마술사.”


신난 둘과 달리 혹시나 발생할 불이익에 불안했다. 출근 첫날 잘리는 건 피하고 싶은데.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런데...걔들 누구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모르고...한 말이었어요?”

“어. 몰라. 처음 봤어.”

“걔네 씨네틱이잖아요. 지금 한창 인기 얻고 있는 팀. 광고도 많이 나오고, 예능에도 자주 출연하는데.”


모른다. TV 안 본지 오래라서.

음방 1위도 하고, 회사에서 밀어주는 제이스의 얼굴이 될 팀이라고 했다.

씨네틱을 수식하는 말들이 추가될수록 내 얼굴이 사색이 되는 게 느껴진다.

그런 내게 두 사람은 씨네틱이 먼저 시비 건 거 말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열리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애들한테 물었다.


“그런데 왜들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 거야? 같은 회사 동료잖아.”

“동료요? 쟤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할 걸요?”

“왜?”


김나현의 입에서 나온 말에 표정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파벌이 달라서?”


내가 십수 년 한 운동을 그만 둔 이유도 그거다.

파벌.

젠장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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