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매니저는 맞다이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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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20:12
최근연재일 :
2024.09.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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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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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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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미끼를 물어븐 거시여!

DUMMY

안경남 귀에 단발머리가 비릿한 독을 풀었다. 곧 두 개의 눈동자에 사나운 기운이 깃들더니 내게 조준됐다.

예측이 맞았다. 개소리의 주인공이 나였다.

흉흉한 안광을 빛내며 안경남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피곤해질 것 같다. 100%다.


“너냐? 어제 우리 애들한테 개소리한 게?”


내 앞에 선 안경남이 목에 핏대 가득했다.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단발머리가 어제처럼 팔짱을 끼고 있다.

성장하는 아이였다. 어제보다 오늘 더 꼴 보기 싫은 걸 보니.


‘개소리는 안 했는데. 모른다고 했지.’


그리고 개소리니 뭐니 지껄이기 전에 자기가 누군지 밝히는 게 예의 아니야? 애초에 반말할 때부터 그럴 인간이 아니란 걸 눈치 챘어야 했나?


“누구십니까?”


안경남이 얼굴을 팍 구기며 빈정댔다.


“누구십니까? 누구십니까아?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모르지. 처음 봤는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택지에 없던 답이었는지 안경남은 물론 단발머리도 날 미친놈으로 본다. 이게 그렇게까지 이상한 답이야?

안경남이 허리에 손을 얹고는, 사무실을 훑었다.


“누가 근본 없는 팀 아니랄까봐. 위아래도 못 알아보고.”


눈치로 봐선 씨네틱 매니저 같긴 한데. 실장? 박경수 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니까 팀장?

턱을 치켜들며 대놓고 시비를 건다.


“개념이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쯧”


못 배워먹은 거 티내나. 아침부터, 남의 팀에서, 생면부지의 사람한테 이런 행동을 다 하고.


“그래서 누구십니까?”

“나 1센터장이다.”


센터장이면 꽤나 높은 직급이다. 아티스트 제작, 스케줄 관리, 프로젝트 진행까지 조종하는, 실무진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상위 단계.

길게 뻗은 검지로 내 가슴을 쿡쿡 찔렀다.


“어? 새끼야. 이제 좀 알겠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게 막말해도 된다는 권리까지 쥐고 있는 건 아니다.

1센터장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그만 하시죠.”

“뭐 이 새끼야?”


그는 손가락을 빼내려고 했지만, 내 악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발버둥 칠뿐이었다.

직원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직원들 사이로 주진태의 얼굴도 보인다. 그들 사이에 숨어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도와줄 거라고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명색이 같은 팀인데 꽁무니 빼는 꼴이 참 밉상이다.

잠시나마 체력 배터리로 사용하는 데에 미안했었는데.

앞으론 안 그래도 되겠다.


“야, 이거 안 놔?”


손을 펴자 그가 뒤로 휘청였다.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벌게진 얼굴로 손가락을 매만지던 그가 꽥 소리쳤다.


“네가 뭔데 우리 애들한테 듣보잡이니, 연습생이니 지껄이는 거야! 어!”


그러니까 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씨네틱 단발머리가 어제 연습실에서 있었던 일을 이 아저씨한테 일렀고, 그 말을 듣고 빡친 이 아저씨는 이 아침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온 거구나.

뻔하다 못해 식상한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진 사건의 전말이었다.


“하여간 근본 없는 새끼들이라니까. 보는 눈이 없으니까 그딴 개소리나 하지. 위아래도 없고.”


나 화나라고 하는 말인데, 안타깝게도 타격이 0다.

선수 생활할 때는 지금보다 더 훨씬 독한 말을 들었고, 저 못된 입에서 나오는 아티스트 보는 눈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니까.


‘아니지. 보는 눈이 생겼지.’


어제부터 보이기 시작한, 이마에 새겨지는 등급.

2분이 넘도록 못된 말을 늘어놓는 이 아저씨의 등급이 궁금해졌다.


‘나와라, 등급.’


1센터장 이마에 알파벳이 떠올랐다.


‘오호.’


놀랍게도 A등급이었다. 하긴 그랬으니까 센터장 자리까지 오른 거겠지만.

1센터장의 말을 흘려드는데, 사람들을 헤치고 박경수가 끼어들었다.


“1센터장님.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이신지...?”

“야, 박 실장. 너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터진 입이라고 막 뱉었던데!”

“누가, 무슨 말을...?”

“여기, 여기.”


날 턱짓으로 가리키고는.


“이 자식이 씨네틱 보고 듣보잡이라고 했대. 그것도 면전에 대고.”

“아...!”


박경수가 내게 물었다.


“너 정말 그랬어?”

“듣보잡이라고는 안 했습니다.”

“했잖아요! 처음 본다고! 연습생이냐고!”


내내 가만히 있던 단발머리가 끼어들었다.

직원들이 많은 곳에서도 제 성질 드러내는 걸 보면 평소 행실도 알 만 했다.


“하아.”


박경수가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1센터장과 단발머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센터장님. 이제 막 입사한 신입이라 몰랐나 봅니다. 다빈아 미안해. 엔터 쪽 일이 처음이라 연예인을 잘 모른대.”


단발머리는 코웃음을 쳤고, 1팀장은 다시 기세가 올랐다.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거 몰라?”

“죄송합니다. 제가 잘 교육하겠습니다. 1팀장님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회의실에서 이야기하시죠.”


1팀장의 등을 밀며 내게 말했다.


“정민이 넌, 자리에서 반성하고 있고.”


반성할 게 있어야 반성하지.

억울한 상황이긴 하지만, 눈치껏 대답했다.


“네. 실장님.”

“저 자식도 데려가야지. 누구 마음대로 사무실에 남으래!”

“아침부터 소리 지르시면 목 아프십니다. 목 아끼셔야죠.”


유도 무제한급 상비군 출신의 박경수다. 내 악력도 못이긴 1팀장은 파도에 밀려 떠내려가는 미역처럼 사무실에서 등 떠밀려 나갔다.

그 와중에도 위협의 말을 잊지 않았다.


“너, 내가 지켜볼 거야! 알았어!”


단발머리가 그 뒤를 따라가기 전 내게 눈을 흘겼다. 다시는 까불지 말라는 듯이.

모르긴 몰라도 등급이 있다면 저 아이의 인성 등급은 F다.

극F.


***


30분 뒤 1팀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온 박경수가 날 옥상으로 데리고 갔다.

텁텁한 얼굴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괜한 말을 해서 시끄럽게 만들었네요.”


담배를 빨던 박경수가 손을 내저었다.


“사과할 거 없어. 어제 이미 애들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거든. 이럴 거라 예상했고.”


뿜은 연기를 손으로 흐트러뜨리며 입꼬리를 올린다.


“없는 말도 아니고.”


웃음을 지우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잘 했다는 건 아니야. 그렇잖아. 애써 키운 아티스트가 어디서 듣보잡 소리 듣고 오면 화나지. 나라도 1팀장처럼 쫓아갔을 거야.”


생각해봤다. 누군가 에테리얼한테 듣보잡이라고 한다.

···열 받긴 하네. 지가 뭘 안다고.

박경수가 공중에 길게 연기를 뿜어내고는 말했다.


“말 나온 김에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 정확히 말해줄게.”


그가 전해준 상황은 이랬다. 박경수를 비롯한 에테리얼 멤버들은 코어스 레이블 출신이었고, 데뷔를 얼마 앞둔 상황에서 제이스 엔터에 합병당했다.

당시 씨네틱도 비슷한 시기에 데뷔날을 정해둔 상태였고, 보통은 홍보가 분산되는 걸 막기 위해 한쪽 팀이 데뷔날을 옮기는데.


“서로 양보를 안 했지. 하루 차이였나, 그랬을 거야.”


양보하면 데뷔가 흐지부지될 거라 판단한 박경수는 끝까지 밀어붙인 거였고, 씨네틱 측은 객식구 때문에 오래전부터 계획된 집안 행사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보통은 흡수되는 쪽이 눈치를 봐야 하는데 처음부터 고집을 부려서인지, 기존에 있던 제이스 식구들 눈 밖에 난 거지.”


거기에 제이스 직원들을 긁는 소문이 있었는데. 바로 제이스 엔터 대표가 코어스를 흡수한 가장 큰 이유가 에테리얼의 가능성을 점쳐서라는 거였다.


“대표님이 에테리얼 데뷔를 먼저 시키라고 지시했고, 그 뒤로는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미운 새끼가 된 거고.”


제이스 식구들은 의도적으로 노래도, 프로듀서도, 안무가도 씨네틱에게는 최고가 붙은 것들로 주고, 에테리얼에게는 최소한의 것들만 제공해줬다고 한다.

박경수가 쓰레기 통에 담배를 버리며 말했다.


“애들만 불쌍하지.”



사무실로 돌아온 박경수는 외부미팅에 이어 송지원을 만나고 온다고 주진태를 데리고 나갔다. 주진태는 사무실 문을 통과하는 순간까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자체 콘텐츠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지하 연습실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연습실이 A, B, C 순서로 나란히 붙어 있는데, 같은 순서로 크기, 설비 수준이 높았다.

예약한 연습실은 A.


“뭐지?”


연습실 앞에 외부인으로 보이는 여러 사람들이 서있고, 열린 문에서는 에테리얼 게 아닌 엄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가가는 길에 케이시를 만났다.


“뭐야? 여기 우리가 예약했잖아.”

“오늘 A에서 뭐 찍는대요. 나가라고 하던데요.”

“누가?”

“저기.”


그녀가 시선으로 가리킨 연습실 안쪽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1센터장. 젠장.

40대로 보이는 남자와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미간이 구기는데 케이시가 내게 속삭였다.


“여기 이 아저씨들 방송국 사람이예요.”


연습실 안에 설치된 카메라에 M.planet이라는 방송국 로고가 박혀 있었다.

M.planet이라면 음악 전문 채널인데.

목을 빼 더 안 쪽을 보니 씨네틱 애들이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하고 있다.

케이시한테 속삭였다.


“쟤네 누구냐? 내가 모르는 사람들인데?”

“그러니까 말이에요. 쟤네는 화낼 때보다 저렇게 웃을 때가 더 무서운 것 같아요.”


죽이 잘 맞는 걸 확인한 우리는 마주 보며 씩 웃었다.


“가죠. 오늘 자체 콘텐츠 주제는 뭐예요?”

“3년차 아이돌의 일상? 뭘 찍어야 할지 모르겠어. 아이디어 좀 내봐.”


이야기를 나누며 연습실 C로 갔다.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박경수에게 전화가 왔다.

문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받았다.


“네. 실장님.”

-아, 오늘 연습실 A 못 쓴다는 말을 못 전했네.

“뭐 찍고 있네요. 방송국에서 왔다는데.”


문을 열자 아까 1센터장과 이야기 나누던 남자가 통화하고 있었다.

누구지? 기획서를 들고 있는 걸 보니 PD 같긴 한데.


‘나와라, 등급.’


남자 이마에 A가 떴다.

A는 쉽지 않은데.


-혹시라도 1센터장님이랑 마주치지 말라고. 괜히 애들한테 분풀이할 수도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 피해 다니겠습니다.”


그렇게 통화가 끊겼는데.


“이제 와서 출연 못하겠다고 하면, 어쩌자는 건지!”


내게 들리지 않게 입을 가린 상태로 작게 분노하는 남자.


나는 통화하는 척 휴대폰을 얼굴에 대고 있었다.


“네, 네.”


한 번씩 대답도 하면서.


“얘기해봤는데, 안 한대. 이젠 컸다 이거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기들이랑 딱 맞는 콘셉트라고, 다른 팀에 주지 말라고 하더니. 쯧.”


출연 이야기하는 것 같긴 한데.


‘확인해볼까?’


이마 등급 전원을 켜고 급하게 걸어가다가 못 본 척 그와 슬쩍 부딪쳤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작게 숙이고는 떠오른 반투명창을 읽었다.


[이름 : 강수원

직업 : PD

등급 : A

상세 : 기획에서 통과한 아이돌 관찰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를 찾고 있다. 당장 계약할 것처럼 굴었던 씨네틱이 출연거부를 선언해 상심한 상황.]


그게 그 말이었군. 현재 씨네틱 인지도가 급상승해서 격이 맞지 않는다 생각해 거절한 거로군.


“돌겠네, 진짜.”


PD가 손으로 머리를 헝클었다.


[CP에게 제이스 엔터테인먼트 걸그룹을 섭외하겠다고 장담한 터라 난감해하고 있다.]


어쩌면, 잘하면, 에테리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까?

뒤이어 솟아나는 문장들을 봤다.


[실력과 외모, 캐릭터 삼박자가 뛰어난 팀이면 무조건 섭외하려고 함.]


더 볼 것도 없다. 그가 찾는 게 딱 에테리얼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섭외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1센터장이 알게 된다면 어떤 개지...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나는 얼른 C 연습실로 복귀해 옹기종기 앉아있는 애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어제 무대에서 했던 거 한 번 해보자.”

“네. 알겠어요.”


아이들이 대형을 만드는 사이 연습실 문을 열었다.


“오빠. 문은 왜 열어요?”

“문이 닫혀 있으면 답답해서.”


PD가 낚이기를 바라며 노래를 틀었다.

반투명창이 알려준 대로 그가 A급 PD라면 에테리얼을 몰라볼 리 없다고 믿으면서.

불투명한 유리로 된 벽 너머로 그가 움직였다. 통화를 마친 건가?

무시하고 연습실 A로 가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그의 실루엣은 우리가 있는 연습실 C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열린 문 사이로 목을 뺀 그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그 상태로 심각한 표정을 하며 에테리얼의 퍼포먼스를 보던 그가, 슬그머니 연습실 뒤에 서 있던 내게 다가왔다.

애들 퍼포먼스에 방해되지 않게 내게 조용히 물었다.


“누굽니까?”

“제이스 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테리얼입니다.”

“그래요오? 아아.”


끄덕거리며 애들을 보는 그의 얼굴이 밝았다.

PD가 미끼를 물었다.




작가의말

독자님들께서 선작과 추천을 물었으면 좋겠습니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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