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매니저는 맞다이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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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8 20:12
최근연재일 :
2024.09.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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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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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내 발차기를 보세요

DUMMY

7살부터 시작한 태권도를 작년에 그만 뒀으니, 딱 20년 했다. 27년 인생 중 70% 이상을 태권도에 바친 셈이다.

나름의 재능으로 선수 생활을 했고, 고3때부터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

매번 결승전까지 올라가도, 판정에서 내 손이 들리는 일은 없었다.

그 빌어먹을 파벌 때문에.

특정 대학이 주무르고 있던 태권도 판에 그 특정 대학 출신이 아닌 난 들러리에 불과했다.

그렇게 7년을 물 먹다보니 원하지 않아도 알게 됐다.

판은 짜여 있고 난 저들이 정해놓은 주인공을 빛내주기 위한 조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나오며 상대에게 물었다. 파벌로 차지한 국가대표가 부끄럽지 않냐고.

당당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 파벌에 포함되는 것부터가 실력이야.’


오만하게 말하던 상대를 떠올렸더니, 열이 오르는 것 같다.

그 면상에 발꿈치 도장을 찍어줬어야 했는데.


“오빠...?”


김나현의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약간 겁먹은 걸로 보이는 세 사람이 날 올려다보고 있다.


“갑자기 얼굴을 굳히셔서.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나도 모르게 인상 썼나 보다.

박경수 실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우리처럼 인상 안 좋은 애들은 웃어야 남들 무표정에 가깝다고.

입 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하하. 첫 출근 날이라 긴장했나 봐.”

"그럼 다행인데."


미심쩍은 표정으로 갸웃거리던 김나현이 물었다.


“그럼 무슨 일 하신 거예요? 시네틱을 모를 정도면 이쪽 일이 아니라는 건데.”


두어 걸음 멀어지더니 내 전신을 훑었다.


“은근 체격도 좋고, 몸 밸런스도 잘 잡혔고. 운동했죠?”

“어. 맞아. 작년 초까지 선수 생활하다가 그만 두고, 다른 일 했었어.”


은퇴를 선언한 난 태권도에 대한 미련, 후회 등을 지우기 위해 몸 쓰는 일인 건설현장을 선택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힘을 쓰고, 기절하듯 잠드는 생활을 1년을 했다. 잡생각이 들 새가 없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내 사정을 아는 나이 많은 동료가 생각 지우는 데에는 매니저만한 일이 없다며 추천해줬고, 때마침 급하게 제이스 엔터에서 인력충원을 하던 차에 합격하게 된 것이었다.


“운동 뭐했는데요? 경수 오빠는 유도했다던데. 체급이 뭐더라? 헤비급?”

“무제한급이야.”


100kg을 가볍게 넘는 체구의 소유자인 박경수는, 꼭 주먹으로 뭐든 해결하는 형사 역을 맡는 유명배우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태권도.”

“와! 태권도! 나도 배웠는데!”


김나현이 손을 휘저어 비키게 하더니.


“발차기 보여줄게요. 자, 봐봐요.”


꼿꼿이 세운 발끝에서, 무릎, 허벅지까지 일자로 느릿하게 뻗은 발이 공중을 부유했다.

발차기보다는 발레에 가까운 모습이다. 타격감보다는 고상함이 느껴졌다.


“야, 그게 무슨 발차기야! 나와 봐. 내가 진짜 발차기가 뭔지 보여주지.”


김나현을 밀어낸 케이시가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 무에타이 잠깐 배웠어요. 태국 현지에서.”


관자놀이를 양팔을 들어 가린 상태로 한 쪽 무릎을 일정한 리듬으로 까딱인다.

자세, 각이 날카롭게 잡혀 있다. 잠깐 배운 솜씨가 아닌데.

그 순간.


“훕.”


케이시가 빠르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공중에 발을 찔렀다.

팡 하고 공기 파열음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다리를 내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때요? 김나현 보다 잘하죠?”


잘한 건 나다.

아까 연습실에서 케이시를 말리길 잘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쯤 씨네틱 단발머리는 연습실 바닥에 누워 주마등을 관람하고 있을 것이다.


‘위험한 애네.’


다시는 케이시가 흥분하는 일은 없도록 막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사이, 말없이 세 번째 선수가 등장했다.


“너도 하려고?”


나은우가 제법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공중에 발을 찔렀다.

하지만 중심을 잃고 기울어지나 싶더니, 그대로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다.


“은우야!”

“괜찮아?”


당황해 달려간 두 사람에 이어 나도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다친 데 없어?”


넘어진 그대로 상심을 담은 나은우의 눈이 내게 향했다. 항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아니, 내가 시켰냐고. 왜 날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데.


두 사람은 나은우를 일으켜 세우고는 옷을 털어줬다.


“다음부터는 발차기 하지 마. 알았어?”

“하려면 씨네틱 애들한테 하란 말이야. 허벅지에다가 딱!”


나은우가 고개를 까딱이자 김나현이 케이시를 나무랐다.


“애한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틈 나면 투닥거리긴 해도 세 사람은 사이가 좋아 보인다.


‘이렇게 예쁘고, 실력 좋은 애들이 파벌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다니.’


과거의 나와 겹쳐 보이는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니지. 나보다 더 억울하지.’


나야 애초에 남의 집 자식이라 안중에 없는 거였는데, 얘들은 배 다른 자식이라고 찬밥신세인 거니까.


‘쯧. 그놈의 어른들의 사정이 뭐라고.’


동질감, 유대감 비스무리한 감정이 들어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이따 사무실에서 봐요!”


씻으러 간 아이들과 헤어지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내 또래의 남자를 대동하고 막 사무실을 들어서는 박경수를 마주쳤다.

박경수가 날 발견하고는 그 남자를 소개했다.


“여기는 주진태라고 3주 먼저 들어왔어. 너랑 같은 매니저.”

“안녕하십니까. 하정민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주진태예요.”


인사를 건네는 눈빛에 설핏 경계가 묻어난다.


“3주 빨리 들어오긴 했어도, 같은 달 입사면 동기니까 선후배 따지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슬쩍 등급을 확인하기 위해 속으로 등급을 불렀다.

나와라, 등급.


[C]


여러 사람을 관찰한 결과, C면 평균인 수준이었다. 사무실, 회사 내부에서 스친 대부분의 직원이 이마에 C를 붙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이마에는 어떤 등급이 매겨져 있을까?

설마 F는 아니겠지?

사무실에 들어간 박경수가 바삐 움직이는 사이 주진태가 내게 캔커피를 내밀었다.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네.”


사무실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가 마주 앉았다.

주진태가 자기 캔을 따며 물었다.


“몇 살입니까?”

“27입니다.”

“동갑이네. 말 편히 하자.”

“그래.”


차마 박경수나 에테리얼에게 묻지 못했던 질문을 꺼냈다.


“지금 에테리얼 상황은 어때?”


주진태가 머금었던 커피를 삼키고는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좋지 않아. 아니 나빠. 다음 앨범 성공하지 않으면 끝이라고 봐야 돼.”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화들짝 놀랐다.


“끝이라고? 왜?”

“오피셜은 아니고, 내가 보기엔 그래. 너도 며칠 있다 보면 알게 될 거야.”


아까 씨네틱 애들이 한 말이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그래서 줄 잘 서라고 한 건가?


“그럼 팀 해체하는 건가?”


주진태가 테이블에 캔을 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보통 계약 기간이 남은 인기 없는 아이돌 팀은 팀 공식 활동을 줄이고, 각자의 능력에 맞는 분야에 도전 시키지. 그런데.”


주진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돌아가는 꼴을 봐서는, 방치일 것 같아.”


아무리 인기가 전부인 연예계 바닥이라고 하지만, 실력 넘치는 저 애들을 놓아주지도 않고 썩히다니.


“그렇게 되는 걸 막으려고 박경수 실장이 기를 써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멤버 밀어 넣은 거고.”

“그게 무슨 말이야?”


주진태가 자세를 고치며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아이돌 서바이벌에 출연하고 있는 멤버 있지? 걔한테 에테리얼 명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어지는 그의 설명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멤버가 순위권에 들면 큰 주목을 받을 것이고, 그 후광을 발판 삼아 앨범을 성공시킨다. 그렇게 에테리얼 수명을 늘린다는 게 박경수의 계획이었다.


“가능할까?”


내 질문에 주진태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여진다.


“그 애라면, 가능할 지도?”


궁금해졌다. 내가 만난 그 세 명을 두고 대표로 뽑힌 그 멤버가.


“그 애가 실력이 그렇게 좋아?”

“외모도, 실력도 팀에서 제일 좋아. 3주 동안 방송국 돌면서 탑급 빼고 다 봤는데, 걔보다 괜찮은 애 못 봤다.”


쉽게 상상이 안 간다. 내 세계관 속 아이돌 끝판왕은 케이시, 김나현, 나은우인데, 그보다 더 잘한다니.

이쯤 되니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이 정도면 누가 억지로 뜨지 못하게 발목 잡는 게 분명하다.

그 누가 누구인지 후보를 유추하는데 주진태가 말했다.


“애들이 좀 낯을 가려서 친해지기 힘들 거다.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애들이 낯을 가린다고?”


방금까지 내 앞에서 발차기 대회를 열었던 그 애들이?


“알고 지낸지 3주나 됐는데 애들이 아직도 서먹하게 굴어.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내 어깨를 철썩 때리며 ‘웍!’하고 소리쳤다.


“히익.”


놀라서 목 막히는 소리를 내며 돌아봤더니 김나현과 케이시가 깔깔대며 웃고 있다. 나은우는 앞니만 살짝 드러내며 고소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고.


“놀래라.”


나보다 더 놀란 건 맞은편의 주진태였다. 보고 있는 광경이 믿기지 않는지 입으로 가져가던 캔을 우뚝 세운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경수 오빠가 오래요. 출발한다고.”

“그래.”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진태가 엉거주춤 따라 일어났다. 아무래도 낯가린다는 말은 주진태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다.

표정에 희미하게 서운함과 부러움이 묻어난다.


승합차 운전석은 주진태 차지였다. 조수석에 앉은 박경수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연습 잘 했지? 한 명 없는 동선 헷갈리지 말고.”

“알았어. 우리가 언제 틀리는 거 봤어?”


김나현의 말에 케이시가 맞장구를 쳤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다고 우리가 틀리겠어, 오빠. 완벽하게 연습했으니 걱정 안 해도 돼.”

“야잇! 넌 말을 해도 꼭!”


박경수가 나무래도 케이시는 개의치 않고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킬킬 댔다.


세 명의 아이들은 단체토크쇼에 출연하기로 되어 있고, 지금은 분장하러 미용실로 가는 길이었다.


차가 멈추자 아이들은 손을 흔들며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고, 뒤따르는 주진태에게 박경수가 말했다.


“애들 분장하는 동안 난 정민이랑 메이크 유어 스타 현장에 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박경수가 운전석에 앉았고, 난 조수석으로 이동했다.

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세트장.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자 아이들이 어수선하게 돌아다녔다. 몇몇 연습생을 빼면 모두가 데뷔한 아이돌이라고 했다.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흐음....”


매니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일 시작한지 두 시간이 채 안 되는데 눈이 높아졌다.

어느 정도로 높아졌냐고?

‘예쁜 사람’ 인증을 받은 100명을 봤는데도 감흥이 없다.


에테리얼 탓이다. 세 명의 얼굴이 너무 세서 눈에 들어오는 모두가 평범하게 보인다.

분명 어제의 나였다면 고개를 돌리느라 정신없을 텐데, 지금은 소 닭 보듯 공허한 눈으로 보고 있다.


‘쟤들 눈에는 내가 인상 더러운 오징어로 비치겠지만.’


아무튼.

두리번거리는 박경수 뒤로 검은 긴생머리를 한 여자애가 살금살금 다가왔다. 바로 옆까지 접근한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으로 허리를 찔렀다.


“하하악!”


트럭에 치여도 그 정도는 아니겠다. 박경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펄쩍 뛰었다.


“아하하! 오빠!”


간지러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박경수가 손으로 찔린 허리를 매만지며 피식 웃었다.


“야, 송지원. 허리 뚫리는 줄 알았다.”


안 뚫려요. 쇠막대기에 찔려도 멀쩡할 양반이.

마지막 멤버인 송지원이 뒤돌아 있는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예쁘길래, 그 세 명을 제치고 대표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는지. 얼굴이 궁금했다.

기웃거리는데 박경수가 송지원에게 날 소개했다.


“인사해. 하정민이라고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될 매니저야.”


그렇게 고대하던 송지원의 얼굴을 대면했다.


“와....”


신이 빚었다고 해도 믿을 완벽한 얼굴이 눈앞에 있다. 하얀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

영접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송지원이에요.”


충격적인 비주얼에 이어 귀를 파고드는 아름다운 음색.

아득해지는 날 붙잡은 건 박경수의 목소리였다.


“야, 하정민. 뭐해? 인사 안 받아?”

“아, 하정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까딱했다.


“잘 부탁드려요. 매니저님.”


인사를 마친 그녀는 박경수에게 프로그램 진행상황을 전했다.


“출연자 소개 촬영이 끝났고, 30분 뒤부터 한 명씩 개인무대하고 등급 결정한대요.”


그녀가 꺼낸 등급이라는 말에 오늘 하루 내내 마주한 이마 등급이 떠올랐다.

솔직히 아이돌에 대해 아는 게 없어 장담할 순 없지만, 지금 보고 있는 외모, 전해들은 실력으로는 A가 분명했다.

그녀의 이마를 주시하며 속으로 외쳤다.


‘나와라, 등급!’


그녀의 동그란 이마에 알파벳이 떠올랐다.


[C]


C? C라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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