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자마자 한국 축협 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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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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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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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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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DUMMY

[키커] VFB 슈투트가르트, 프리 시즌 찜찜한 2연승. 마타라쪼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슈투트가르터 차이퉁] SC 파더보른으로부터 크리스 퓌리히 영입에 성공한 스벤 미슬린타트, “전력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중.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




홈에서 프리 시즌 2경기를 마친 뒤. 팀은 오스트리아로 열흘 동안 치러질 합숙 겸 전지훈련을 왔다. 그리고 이 명단에서 1차 탈락자가 발생했다.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트레이닝 센터로 빠진 친구들 말이다.



약간의 부상이 있어 전지훈련 명단에서 빠진 1군의 2명을 제외하고, U-19 팀에서 시즌을 시작할 선수들 대부분이 빠졌다. 첫 프리 시즌 명단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 나와 루카스 라우파이머뿐이다.



어쩔 수 없었고 당연했다. 프리 시즌 2경기에서 코치진이 요구한 많은 전술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소화하기에는, 아직 수준이 많이 모자라다는 평가를 받았으니까.



내가 2경기를 뛰며 답답해 팔짝 뛸 것만 같았던 것도,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다. 전체적으로 같이 뛰는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많이 떨어져서 축구가 계속 삐걱거렸던 거다.



특히 개개인의 능력보다 전술적인 움직임을 훨씬 강조하는 감독님 아래에서는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필드 위 한 명 한 명이 모두 상황과 자신의 역할,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게임이 풀리기 시작하거든.



한 명이라도 어리숙하고 겉돌면 그걸 커버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단 전체의 이해도와 능숙함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당분간 같은 흐름일 거다.



물론 나라고 코칭스태프가 요구하는 내용을 모두 완벽히 숙지한 건 아니다. 그래도 나만이 갖고 있는 짬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 돌아가는 게 보이니까. 그러니까 수월하게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선수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스타일의 감독님이다.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도착했습니다. 내려서 짐 제대로 왔는지만 확인하시고, 입구에서 숙소 키 받아가시고. 저녁 식사 때까지는 자유시간입니다만 이 근처에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적당히 쉬세요.”



마침내. 1시간 반 동안 버스를 타고 달린 끝에 구단 직원이 이야기했다. 오스트리아 산골에 멈춰선 버스에서 기지개를 켜며 내렸다.



내리자마자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기막히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멀지 않은 곳곳에 멋들어진 알프스 산맥이 웅장하게 둘러싸고 있는 광경이 예술적이었다.



“으아아- 좀 살겠다.”

“나도. 와우! 경치는 진짜 기가 막히네.”

“여기는 겨울에 와야 된다는데. 스키 타러. 저 뒤에 저거 다 스키장이래.”

“오고 싶다. 우리 이번 겨울 합숙은 어디서 할지 정해졌대?”

“아직이겠지. 코로나 때문에. 이게 다시 또 심해지면 작년처럼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어야 할 수도 있어.”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안내받자마자, 많은 선수들이 숙소 앞에 마련된 엄청나게 커다란 정원에 나와 거닐었다. 가벼운 산책이지만, 이번 오스트리아 훈련 일정상 유일한 휴식이 지금뿐이라서 이 약간의 자유도 놓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도 그렇다. 거의 유일한 또래인 루카스가 다른 녀석들에게 잡혀 있는 동안, 슬그머니 빠져나와 그늘에 설치된 선베드에 누워 오스트리아 하늘 풍경을 감상했다.



“에이. 알비.”

“아. 캡틴.”

“왜 혼자 이러고 있어? 아직 팀원들이 어색해?”

“에이. 그런 거 전혀 아니고요. 이렇게 경치 좋은 곳까지 왔는데, 잠깐 조용히 있으면서 충전 좀 하려고 그랬죠.”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좀 누워도 되지?”

“그럼요.”



슈투트가르트 선수단의 평소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매우 흥겨운 편이다. 팀 내 고참에 속하는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조용조용하고 내향적인 성격이 많지만, 유달리 목소리가 큰 젊고 에너지틱한 선수들이 팀을 시끌시끌하게 만든다.



일상에서의 엔도 와타루는 딱 봐도 내성적이고 말도 그리 많지 않은 성격이었다. 그런데도 모두에게 신뢰를 받으며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일상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지금처럼.



그냥 말없이 누워 있어도 충분히 편안했을 텐데. 엔도는 굳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어때. 시즌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좀 나?”

“그렇죠. 다른 애들은 거의 죽으려고 했어요. 하하. 프리 시즌이 시즌보다 훨씬 더 빡세다면서.”

“원래 프리 시즌이 힘들지. 운동도 쉬다가 다시 하는 거고, 체력 훈련도 많고.”

“그것보다는, 감독님이 워낙 디테일한 요구를 하셔서.”

“하하. 하아- 쉽지 않지. 쉽지 않아.”



엔도가 어색하게 웃으며 빈 선베드에 누웠다.



“지금 1군 선수들도 조금 혼란스러워하고 있기는 해. 포메이션이나 틀 자체는 저번 시즌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데, 디테일이 많이 달라졌거든. 너희만 어려운 건 아니야.”

“음. 그래요?”

“그래. 그러니까 힘내라고. 감독님은 저번 시즌보다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을 원하신대. 그렇지 않으면 작년만큼의 성적을 내기 어려울 거라고. 맞는 말이긴 하지.”

“그렇겠죠? 아무래도. 상대도 이제 분석을 제대로 했을 테고요. 뭔가 발전적인 변화 없이 하던 걸 그대로 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충분히 하실 법하죠.”



감독님과 코치진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 기대받던 것 이상의 성적을 거둔 다음 시즌을 맞이하는 코칭스태프는 더 욕심을 낼 수밖에 없지.



문제는, 감독이나 코치가 생각하는 발전의 당위성과 속도가 선수단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때 발생한다.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팀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비슷한 속도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아마 지금의 슈투트가르트도 약간 그런 편일 거다. 감독님은 한 단계 나아가기를 원하지만, 선수들이 그 방법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



그런데 내 얘기를 듣고 한참 생각하던 엔도가 큭큭대며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 흐흐흐흐.”

“왜요? 뭐가 웃긴 거지?”

“너 17살이잖아? 세상 어떤 17살이 그런 소리를 하냐? 1군에 있는 다른 녀석들도 하던 거나 열심히 하면 더 좋지 않겠냐고 하는 중인데. 넌 진짜 이상한 놈이야.”



그렇게 한참을 끅끅대던 엔도가 하늘을 향해 긴 한숨을 쏟아냈다.



“하아- 잘 모르겠다. 이번 시즌은 왠지 쉽지 않을 것 같아. 감독님은 욕심을 내시고 있고. 선수들은 버거워하는 느낌이라서. 정말 괜찮은 선수들이 많이 영입된 것도 아니고.”



엔도도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다. 겉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프리 시즌 같지만, 선수들 마음속에는 불안함이 꽤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엔도 본인도 그런 모양이고.



“일단은 우리가 더 잘 해 봐야지. 그나저나 넌 저녁 훈련에 나올 거야?”



엔도가 화제를 바꿨다.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가지 현지 사정이 겹쳐서, 이번 오스트리아 합숙 기간에는 경기가 딱 두 개밖에 없다. 그마저도 90분 풀타임 경기가 아니라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연달아 치르는 30분짜리 연습경기 두 개다.



그 중 하나는 오스트리아 현지 팀과의 경기. 또 하나는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의 경기다. 웬만해서는 리버풀을 상대로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지금의 몸 상태에서 리버풀 같은 세계 최고 클래스의 팀과 붙으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네. 나가야죠. 웬만하면 리버풀 경기에 뛰고 싶으니까요.”

“하하. 패기 넘치고 좋네.”



코칭스태프는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부터 전지훈련에서의 훈련 퍼포먼스를 보고 두 경기의 명단을 나누겠다는 공표를 한 상태.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려는 생각이다.



굳이 그게 아니어도 자율 일정인 저녁 훈련은 할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오스트리아의 완전 시골인 이 자알펠덴에서 딱히 할 것도 없다.



“그럼 이따 보자. 나도 조금 자야겠어.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신입생 맞아 줘야지.”

“네. 이따 봐요.”



먼저 들어가는 엔도에게 손을 흔들면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잠깐 눈을 붙여야지. 마지막 휴식이었다.




**




저녁 훈련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나오지 않았다. 하루뿐인 휴식일에 자율 훈련까지 할 선수들이 많지 않은 건 뭐, 당연한 일이긴 했다.



그리고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저녁 훈련에, 어제 막 영입이 완료되어 프랑스에서 이곳으로 곧장 날아왔다는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엔조 미요(Enzo Millot)라는 모나코 출신의 공격형 미드필더다.



“반가워.”

“하이. 알비라고 불러.”

“알비? 이름 특이하네. 원래 이름이야?”

“아니. 독일에 와서 지은 독일식 이름. 원래 이름은 유태훈이야. 발음할 수 있겠어?”

“... 유때, 유, 뭐? 알비. 반가워.”



미요가 어색하게 웃으며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 나도 웃으면서 잡아줬다. 유달리 반가웠다.



내가 아는 미래에서 꽤 대단한 선수가 되는 녀석이라서다. 이 시기에 슈투트가르트에 합류할 선수인 줄은 물론 몰랐다. 아마 내가 해외로 진출할 때 즈음이었을 거다. 이 친구가 유벤투스로 합류하는 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6년 쯤 뒤네.



유벤투스에서도 상당한 활약을 하며 제법 오랫동안 뛴다. 그것도 10번을 달고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한창 이적설이 활활 불탈 때는 몸값이 80m까지 가네 마네 할 정도의 선수가 되는 녀석이다.



근데 이 녀석이 여기 오다니. 미래를 아는 입장에서, 이건 정말 대단한 영입이다. 지금 당장은 그냥 유망주 한 명 긁어본 셈이겠지만. 미슐린타트의 안목이 훌륭하다는 게 또 드러난 셈이다.



“잘 지내보자고.”

“그래. 몸 좀 풀래?”



각자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스트레칭을 마치고, 공을 가지고 몇 번 놀았다. 몇 번의 패스와 몇 번의 트래핑만 가지고도 서로 실력을 대충 확인한 것 같았다.



자율 훈련 시간인 만큼, 관리하는 코치님들의 별다른 개입도 없어서. 나와 엔조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가 맞출 수 있는 몇 가지 패턴들을 즉흥적으로 맞춰 봤다.



“우-! 나이스!”



아직은 패스가 좀 투박하긴 하지만, 들어오는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게 느낌이 좋다. 역시 재능 있는 녀석들은 어릴 때부터 뭔가 다른 모양이었다.



어느 방향에서 찔러 넣어도 원 스텝 안에 해결할 수 있게끔. 공격수 입장에서 아주 기분 좋은 패스들이 한참 이어졌다. 나도 한두 번 힘조절에 실패한 것 빼고는 모든 패스를 골문 안으로 꽂아 넣었다.



“슈팅 좋은데?”

“너야말로. 패스 타이밍이 나랑 잘 맞네.”

“하하. 내가 잘 맞춘 거지.”

“내가 잘 받은 걸걸?”



한참을 땀을 내고 난 뒤, 주먹을 부딪치며 웃었다. 확실히 괜찮은 친구가 들어왔다. 호흡도 잘 맞을 것 같고. 리저브 팀의 다른 녀석들과 비교하면, 축구를 굉장히 잘 하는 편에 속할 거다.



‘다행이야. 1군에 올라가기 전까지 그나마 좀 통할 만한 녀석이 와서.’



이건 정말 다행이었다. 다들 감독님 축구를 이해하기 힘들어해서 당분간 꽤 힘든 축구를 해야 할 판이었는데. 그래도 잘 통하는 녀석 하나라도 있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아주 힘들 게 분명한 당분간의 훈련 일정에서 그나마 희망 하나를 찾은 기분이었다.




**




프리-시즌 블리츠 토너먼트

Match 1. VFB 슈투트가르트 1 vs 1 리버풀

득점자 – 필립 푀르스터(5), 사디오 마네(20)


Match 2. VFB 슈투트가르트 2 vs 0 바커 인스브뤼크

득점자 – 엔조 미요(6), 유태훈(11)




**




고된 전술 훈련이 매일 같이 이루어졌다. 조금씩이지만 선수들도 적응해 가는 것 같았고.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충분히 인지하게 됐다. 당분간 1군에 갈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내내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퍼포먼스를 냈음에도 리버풀 전에 출장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복귀해 슈투트가르트에서 훈련하면서도 그 기조는 꾸준히 이어졌다. 난 1군 팀 경기가 아니라 리저브 팀의 경기에 계속 뛰었다.



그 이후로는 마음을 조금 내려놨다. 너무 급하게 갈 필요도 없다고 스스로 위안 삼으면서.



나도 당장 1군에서 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17살이면 1군에 데뷔할 수도 있는 나이기는 하지만- 독일에 와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래.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공백이 생길 건 처음부터 감안한 부분이니까. 그 기간에 피지컬적인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지만, 경기 수와 결과물의 부재라는 단점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것이었으니까.



다만 최종 결정권자인 마타라쪼 감독님이 내 생각보다 훨씬 완고한 사람이라는 건 분명히 확인했다. 융통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 고집이 세다고 해야 하나. 정말 끝끝내, 끝끝내 기회를 안 주더라고.



한 번쯤은 1군 팀의 멤버들과 발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국 한 번도 못 뛰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직 1군에서 뛸 만한 깜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선수에게는 절대로 기회를 주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배가 아픈 경우도 있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당장의 훈련 퍼포먼스는 나보다 조금 부족하지만, 팀 내에서 차근히 단계를 밟아 키운 토마스 카스타라나스가 마지막 프리 시즌 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뛰었다.



그 사실 자체가 배가 아픈 건 아니었는데. 경기가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렸고 그 상대가 바르셀로나라는 건 분명히 배가 아팠다. 리버풀과의 경기도,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도 있었는데 모두 못 뛰어 본 거니까.



또 하나, 조금은 얄미운 경우. 일본에서 임대로 합류한 이토 히로키가 곧장 1군에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도르트문트 시절 카가와 신지를 일본에서 직접 데려왔던 전적이 있던 미슐린타트 단장이 새로 찍은 일본인 수비수.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는 수비수기는 하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하는 데까지는 성공한 걸로 기억하니까. 김무진 선배랑 같이 뮌헨에서 뛰는 그림이 몇 년 뒤에는 나오겠지. 다만 거기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분데스리가 중위권 팀으로 재이적한다.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는 이토 히로키도 고작해야 일본 2부 리그에서 4시즌 뛴 경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 히로키는 1군에서 출발한다. 프로 레벨에서 4시즌 뛰어봤다는 그 경험 때문에.



1군에 수비수 숫자가 많이 모자라긴 해도, 감독님의 원칙대로이니 이해는 한다고 해도 얄미운 건 사실이다. 그리고 몇 마디 나눠 보니 이토 히로키라는 녀석의 성격도 딱 전형적으로 얄미움을 유발하는 유형이었다. 으휴.



탕!

으왓. 깜짝이야. 아빠가 식탁을 주먹으로 탕 내려치신 거다.



“음- 아들. 잘 들었다.”

“네.”

“아빠가 결론 내려 주마. 조바심낼 필요는 전혀 없어. 하지만!”

“하지만?”

“결과를 내서 그놈들한테 보여주는 게 최고의 복수다. 아빠는 그래 생각한다.”

“이 사람이 진짜! 내일 프로 첫 경기 치르는 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태훈이 부담 가지면 어쩌려고 그래.”



저녁 식사를 하며 맥주 서너 캔을 같이 드시더니. 얼굴이 불콰해진 아빠가 기어이 엄마한테 팔뚝을 꼬집히셨다. 그 모습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도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 식탁에서 조잘조잘 떠든 보람이 있었다. 이번 생에는 엄마 아빠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늘렸는데, 왜 진작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좋은데.



“아빠 말이 맞아요. 결과를 내서 보여주면 되죠, 뭐. 나중에 조금 더 일찍 유태훈이를 1군에 불러서 쓸 걸 하고 후회하게 만들어 주면 돼요. 제가 잘 해서.”

“암! 그거지! 그게 이 유인훈이 아들놈이 할 소리지, 잠깐. 잠깐. 꼬집지 마. 아프다고.”

“태훈아. 괜히 부담 갖고 뛸 필요 없어. 그냥 편하게 해.”

“하하. 저 부담 안 가져요. 자신도 있고요. 프리 시즌 쭉 오면서 몸도 잘 만들어졌고, 이제 애들이랑 호흡도 잘 맞아요. 걱정하실 거 하나 없어요. 내일 세레머니 해 드릴게요.”



엄마는 걱정 가득하고, 아빠는 그거라며 또 한 캔을 따시려다가 혼나고. 이런 일상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여기서 더 좋아지려면. 얼른 1군 계약해서 훨씬 더 크고 아늑한 집으로 이사 가고. 엄마 아빠 조금 더 편하게 사실 수 있게 하고. 어디 가서 뭐 하나 살 때도 1군 선수들에게 해준다는 슈투기 디스카운트 같은 것 좀 받아보게 하고.



뭐 그러려면- 내일부터 치러질 레기오날리가에서 성적을 내면 된다. 이제부터는 유스 레벨이 아니고 프로 레벨의 축구를 하는 거고, 슈투트가르트 리저브 팀의 전력이 다른 팀들에 비해 아주 좋지도 않지만.



한번 프리 시즌을 소화해 보고 깨달았다. 1군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면서 점점 더 과거 좋았던 때의 기억이 선명해졌고. 그때의 감각도 돌아오고 있고. 몸도 그때와 비슷하게 올라오고 있다.



내 전성기 시절과 빠르게 가까워지는 중이다. 걱정은 없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순식간에 따라잡는다. 경기만 충분히 뛴다면.




**




레기오날리가 쥐트베스트 1R

FC 로트-바이스 코블렌츠 vs VFB 슈투트가르트ⅱ


VFB 슈투트가르트ⅱ 선발 라인업(3-4-3)

GK – 제바스티안 호른

DC – 루카 바촐리

DC – 마테이 마글리카

DC – 야콥 슈베르

WBL – 에킨 첼레비

WBR – 율리안 쿠달라

MC – 팔코 미첼

MC – 리차드 웨일

LF – 마누엘 폴스터

RF – 엔조 미요

ST – 유태훈


작가의말


오랜만에 쓰다 보니 감이 잘 잡히지 않아서 이것저것 글에 쓸데없는 부분이 많았다고 느꼈습니다. 기존의 원고 내용을 갈지는 않았지만, 만들어두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프리 시즌이라던가, 전술에 관한 내용이라던가, 지나치게 딥한 이야기들)을 다 쳐내는 작업을 가지느라 주말 하루는 연재하지 않고 쉬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글이 너무 늘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고작해야 2군 시기일 뿐인데. 어차피 2군 시기를 오래 보고 싶은 독자님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전개를 빼려고 에피소드를 많이 추려냈습니다.

유입보다도 글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고민이네요.


제목에 관한 건, 고심중입니다. 여러 번 바꾸기가 죄송스럽고 또 번잡스럽기도 해서 딱 한 번에 인상적인 제목으로 바꾸려고 하다 보니 조금 늦어지네요.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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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89 투베주작
    작성일
    24.09.09 17:31
    No. 1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화이팅 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5 범고랭
    작성일
    24.09.09 18:49
    No. 2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CENTER
    작성일
    24.09.10 00:07
    No. 3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ph*****
    작성일
    24.09.15 12:09
    No. 4

    2군도 재미만 있으면 나쁘지않아요
    주인공 강점이 스피드나 드리블쪽의 재능이 크지않아서 아쉽네요
    스타일 뭔가 레비 케인같이 연계좋고 만능에 골잘넣는 스타일로 갈거같은데 소설로 뽕맛 느끼기에는 스피드나 드리블이 되야 글로서 잘 느낄텐데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리세크스
    작성일
    24.09.15 15:20
    No. 5

    14편까지 계속 여기는 수준에 안맞다, 코로나때매 미뤄졌다, 보수적인감독이라 못뛴다.. 하면서 계속 간만 보고 뛰면서 잘나가는 내용은 하나도 안나오는데 이게 맞나? 읽다가 속터진다..
    하루에도 수천편씩 온갖 웹소설이 쏟아지는데 이렇게 간만 보다가 초반부 날리면 유입되도 다 떨어져나감 그냥 조회수가 그렇게 됨

    찬성: 7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리세크스
    작성일
    24.09.15 15:22
    No. 6

    제목이 문제가 아님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9.18 13:02
    No. 7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팔랑의
    작성일
    24.09.19 12:03
    No. 8

    솔직히 돌문 수준이면 그럴만하지할텐데 고작 슈투트가르트 주제에? 하는 게 있음
    이 구단 대표 선수하면 생각나는 선수도 없고 정우영이 뛰었던 구단정도?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2 eo******..
    작성일
    24.09.20 07:34
    No. 9

    주인공이 무색무취..
    스포츠소설 우습게 보는 데...
    죽도 밥도 안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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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18. +6 24.09.13 6,006 147 16쪽
17 017. +7 24.09.12 6,066 158 16쪽
16 016. +9 24.09.11 6,210 153 16쪽
15 015. +5 24.09.10 6,506 146 17쪽
» 014. +9 24.09.09 6,807 156 18쪽
13 013. +3 24.09.07 7,004 169 15쪽
12 012. +8 24.09.06 7,298 185 17쪽
11 011. +11 24.09.05 7,374 183 15쪽
10 010. +6 24.09.04 7,379 205 14쪽
9 009. +6 24.09.03 7,458 192 14쪽
8 008. +3 24.09.02 7,724 186 17쪽
7 007. +9 24.09.01 8,042 193 22쪽
6 006. +6 24.08.31 8,174 202 15쪽
5 005. +3 24.08.30 8,441 188 16쪽
4 004. +8 24.08.30 8,615 181 14쪽
3 003. +10 24.08.29 8,976 176 14쪽
2 002. +13 24.08.29 9,369 189 17쪽
1 001. +22 24.08.29 10,561 19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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