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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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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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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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 프롤로그


펄펄 끓는 뚝배기 속에 담긴 국밥을 한 수저로 가득 퍼 올렸다.

수저 위에 큼지막한 소고기 한 덩이가 올라와 있었다.

큼지막한 고깃덩어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걸 입에 넣으려던 도경이 순간 동작을 멈췄다.

갑자기 구역질이 치밀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수저를 도로 뚝배기 속에 집어넣은 도경은 입을 틀어쥔 채 식당 뒤쪽에 있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변기에 머리를 박고 연거푸 구역질을 토해냈다.

하지만 먹은 거라고는 물이 전부라 목구멍을 통해 넘어오는 건 시큼하고 물은 액체뿐이었다.


얼마 후 구역질이 멈추자 도경은 세면대로 가서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수돗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지만 아무리 물을 들이켜도 목마름은 해소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찬물로 세수를 한 후 화장실 벽면에 붙은 거울을 바라봤다.

지저분하게 얼룩진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이 무척 초췌해 보였다.

푸석해 보이는 피부는 거의 잿빛이었고 입술은 보기 흉하게 갈라져 양쪽 끝에는 피딱지가 엉겨 붙어 있었다.

더욱 커진 듯 보이는 검은 눈동자 주위에는 붉은 실핏줄들이 얼기설기 불거져 나와 있었다.


사흘 전부터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한 증세들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 증상들은 구토와 불면증 그리고 목이 갈라질 것 같은 갈증 같은 것들이었다.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토가 나와 사흘간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그나마 액체로 된 것들은 마실 수 있어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물과 음료수를 마셔도 계속 목이 말랐다.


특히 밤이 되면 갈증이 더욱 심해졌는데 목구멍이 갈라지는 것 같은 갈증 때문에 1시간에도 몇 번씩 무언가를 마셔야 했다.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들락거리길 반복해서인지 잠도 거의 자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낮에는 자주 졸리고 무기력한 상태가 됐다.

그런 악순환이 사흘간 반복되자 몸도 피곤한 물론이고 이제는 정신까지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다.


도경은 뒷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과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낸 후 다시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서 늦은 점심을 먹던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도경을 힐끗거렸다.

도경은 식탁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계산대로 향했다.

“왜? 벌써 가시게?”

카운터에 앉아있던 50대 중반의 국밥집 사장이 한 손으로 불룩한 배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국밥집은 5년 넘은 단골인데다 가끔 저녁 먹을 때 가게 사장과 술도 몇 잔 기울인 적도 있어 둘은 서로 격 없는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죄송해요. 밥을 많이 남겼어요.”

“별일이네. 박 경장이 밥을 다 남기고.”

키가 185센티미터에 체중이 100kg에 육박하는 거구의 사내였다.

커다란 체격만큼이나 대식가인 도경은 평소 공깃밥 한 개는 기본으로 추가해서 먹고는 했었다.

“속이 좀 안 좋아서요.”

“그러고 보니 안색이 많이 안 좋네.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국밥집 사장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도경을 얼굴을 바라봤다.

“아니에요. 그냥 속이 좀 불편해서 그래요.”

도경이 빨리 계산이나 해 달라는 듯 사장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됐어. 한술도 못 먹은 것 같던데 돈은 무슨.”

“그런 법이 어딨어요. 음식 남긴 것도 죄송한데요. 얼른 계산해 주세요.”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국밥집 사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카드를 받아 계산했다.

“나중에 한잔 살 테니 속 괜찮아지면 꼭 들러.”

도경은 국밥집 사장의 인사를 뒤로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식당 안에 가득 찬 음식 냄새 때문에 다시 비위가 뒤틀리려던 참이었다.

밖으로 나와 외부 공기를 쏘이자 뒤집힐 것 같던 뱃속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이틀째 이어지던 장맛비는 이제 거의 그쳐가고 있었다.

빗물을 흠뻑 머금은 가로수에서는 아직도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서서히 물러가며 푸른 하늘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다.


도경은 식당 건물 뒤 주차장에 세워둔 순찰차로 걸음을 옮겼다.

순찰차에 올라 막 시동을 건 순간 먹구름에 가져졌던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찰차의 전면 유리를 통해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자 도경이 눈이 부셔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갑자기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맥박이 폭발하듯 순식간에 빨라지자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정수리로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귀에서 핑하는 이명이 울리더니 심한 현기증이 몰려들었다.

눈앞이 핑글핑글 돌아 균형을 잡고 앉아있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도경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두 손으로 운전대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


그러자 걷잡을 수 없이 날뛰던 맥박이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도경이 고개를 들고 눈을 살짝 떴다.

눈꺼풀 사이로 햇살이 파고들자 심장이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도경은 재빨리 조수석의 글로브 박스를 열고 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얼굴에 썼다.

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차단되자 맥박이 서서히 안정됐다.


햇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삼 일 전부터 시작된 이상 증상 중 하나였다.

날이 조금만 환해도 눈이 부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낮에는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었는데 오늘은 장마로 날이 흐려서 차에 놓고 내렸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눈이 부신 정도였지 이런 증상이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불면증, 구토, 해소되지 않는 갈증 그리고 햇빛에 대한 민감 반응까지.

이 모든 증상은 사흘 전 한 교통사고 현장에 다녀온 후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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