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콰앙-!
콰아앙-!
콰아아앙-!
후두부에서 폭탄이 터져나간다.
말도 못 하게 아픈 것이 누군가 빠루로 골통을 따는 중이래도 믿을 것 같다.
감긴 눈꺼풀 너머 발광하는 빛무리가 한 아름 쏟아진다.
반사적으로 비명을 내질렀지만 악! 하는 외마디 소리조차 없이 고요하다.
“······?”
일이 조졌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황급히 눈을 뜬다.
그리곤 곧바로 질끈 감는다.
내 원룸이 아니다.
그야 천장은 없고 우거진 수풀과 그 너머 뻥 뚫린 파란 하늘이 보였으니까.
바닥은 풀이 솟은 들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아직 술이 덜 깼나?
어제 몇 병을 마셨더라.
안주는 뭘 먹었지?
아니, 그보다 왜 내가 여기에?
머릿속 질문과 대답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점차 기억이 선명해진다.
마침내 마지막 기억에 다다르는 순간,
난 깨달았다.
더불어 ‘왜 내가 이곳에?’라는 의문에 답까지도 말이다.
난 죽었다.
명백한 사실이다.
의심할 여지도 없다.
축축한 골방에서 난 마지막 숨을 내뱉었다.
그 후 깨어난 곳이 양지바른 수풀이라······.
천국?
지옥?
당장 떠오른 것은 저 두 곳이다.
그러나 왜인지 마음속에 찝찝함이 남는다.
머리는 자꾸만 세 번째 선택지를 그리고 있다.
조심히, 아주 조심히 실눈을 떴다.
머리 위 두둥실 떠 있는 반투명 유리창이 보인다.
그 안으론 굵은 볼드체의 활자가 적혀있다.
[슬라임은······.]
바로 저거다!
저것의 존재가 지금 이곳을 천국도 지옥도 아닌 ‘괴상한 어딘가’로 추측게 한다.
슬라임?
게임이나 만화에서 나오는 그 잡졸 슬라임?
그게 뭐 어쨌다고?
현 상황을 납득하기 위해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처음 마주치는 것이 날개 달린 천사라면 이곳은 천국.
쇠꼬챙이를 든 뿔 달린 악마가 있다면 지옥.
그 정도로만 생각하자.
이미 죽은 마당에 무서울 것도 없다.
그런 담담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정신이 잘 마른 낙엽처럼 바스스 바스러진다.
그 흔한 ‘씨발’소리도 안 나온다.
설령 진짜 악마를 마주쳤다 한들, 이 정도로 충격을 받진 않았을 거라 자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몸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앙상하게 마른 팔이 없다.
툭 불거져 나온 갈비뼈도 없다.
복스러운 참외 배꼽도 없다.
두 다리는 물론이오, 나름 용맹하던 하체의 주니어도 사라졌다.
그리고 주어진 것은 일미 터 남짓에 초록빛 젤라틴 덩어리.
너무 놀라, 말도 안 나온다.
아니, 애초에 이 몸에는 입도 없다.
노력해봐도 뽀잉- 이라던가, 꿀렁- 같은 물 출렁이는 소리가 전부다.
감정의 동요가 적은 편인 나조차 내 몸이 푸딩이 되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버겁다.
정신이 아찔해져 몸이 부르르 떨릴 만큼 말이다.
바로 그때,
타다닷-!
저 하늘 어딘가 경쾌한 키보드 타건 음 소리가 울린다. 동시에 내 시야를 가로막던 반투명 창에 글씨가 수놓아진다.
[슬라임은 몸을······.]
타다닷-!
[슬라임은 몸을 부르르······.]
타다닷-!
[슬라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활자를 확인한 순간 난 까무러치는 심정으로 절실히 소리쳤다.
지랄하지마!
그러나 정작 내가 낸 소리는,
출러엉-!
······ 미치겠네.
혼란스러워 골이 다 흔들린다.
그러나 아찔한 충격은 또 한 번 찾아왔다.
「프롤로그 집필을 완료하셨습니다.」
프, 프롤로그?
이건 또 무슨······.
의문을 해결할 새도 없이 반투명 창 위로 또 다른 창 하나가 떠올랐다.
「실시간 연재되는 소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강용사와 함께 마왕 무찌르기’ 소설 속 당신의 역할은 주인공 ‘반’입니다.」
「일일 연재가 종료되어 인벤토리 및 코인상점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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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tainpen: 슬라임 귀엽네.
「독자 Fountainpen 님이 100코인을 후원하셨습니다.」
「100코인이 정산되었습니다.」
「인벤토리가 개설됩니다.」
「코인상점이 개설됩니다.」
눈앞 불쑥 떠오른 코인상점.
그 안에는 단 하나의 물건이 오롯한 빛을 뿌렸다.
-100COIN
[LV2 모자란 해골 병사]
종족:언데드
분류:9급 인간형
근력 1 민첩 1
전용특성:X
전용스킬:X
난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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