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지?
달빛조차 잘 들지 않은 어두운 밤. 사람이라곤 찾을 수 없는 숲 바로 아래쪽의 거리. 이 거리를 치렁치렁한 로브로 모습을 감춘 한 남자가 거닐고 있다. 무언가를 찾는 듯 거리를 배회하며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이윽고 근처 묘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비석을 유심히 살피던 그 남자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xxxx.11.13 앨런’
“······조금 늦었나.”
그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비석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 다시 확인했다. 비석에 적힌 사람이 자신이 찾던 이가 맞았는지 결국 그 앞에 주저앉아 한숨만을 내쉬었다.
“앞으로 10년······. 10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남자는 잠시 무덤을 바라보더니 로브를 털고 일어났다. 지금은 이런 거에 매달리고 있을 수 없지.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이상한 말을 한 그 남자는 미련 없이 뒤를 돌아서려고 했다.
“······흐흑. 흐으······살려······.흑 아무······. 흐윽······”
쾅쾅-!
그때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났는지 모를 매우 작은 소리였다. 그리고 남자는 이 소리가 자신이 찾아 헤매던 이 무덤에서 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계속 들어보아도 이곳에서 나는 것이 확실했다. 놀란 남자는 몇 번을 망설이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아주 작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손짓 한 번에 무덤을 뒤덮던 흙을 깎아버렸다. 관 위의 흙이 사라지자, 의문의 소리가 더 커졌다. 남자가 서둘러 관 뚜껑을 열자,
“흐억! 누구, 누구야! 누구세요! 흐어······. 감사합니다······. 허······. 감사, 감사해요······”
얼굴이 다 젖도록 울고 있는 의문의 남자가 나왔다.
‘뭐지? 위장인가? 시체는?’
그럼 이 남자는 뭐지? ······일단 진정되면 물어봐야겠군. 남자는 그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의문의 관 속 남자는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는지 한참 동안을 작은 관 속에 누워 울기만 했다.
‘혹시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 없는 건가? 빠져나올 수 없게 아무 능력이 없고, 몸을 다친 이 남자를 대신 집어넣은 것일 수도 있겠군.’
상황 파악을 끝낸 남자는 관 속 남자를 꺼내 바닥에 앉혔다. 그리고 로브를 벗고 관 속에 있던 남자를 향해 말했다.
“난 애셔. 마법사다.”
말과 동시에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빼꼼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닥에 앉아 훌쩍훌쩍 울던 남자는 애셔의 말에 움찔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애셔를 바라보았다. 애셔의 얼굴을 본 남자는 아주 놀란 듯 서서히 눈이 커지더니 애셔의 얼굴에 구멍이 뚫리도록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곳은······. 잘 모르겠군. 여기까진 처음 와봐서 말이야. 안다면 그대가 더 잘 알겠지.”
애셔는 남자에게 말을 건넨 후 그의 반응을 살폈다. 자꾸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지? 꿈은 아닌데······? 그럼 내가 만든······? 뭐라고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군. 어딘가 좀 아픈 자인가? 근데······ 왜 자꾸 본인 뺨을 내려치는 거지? 아무래도 정신에 문제가 있는가 보군.
“난 이 무덤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왔다. 그런데 그대가 이 안에 있더군. 넌 누구지? 누구인데 이곳에 있는 거지?”
애셔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상냥한 말로 남자에게 말했다. 애셔의 친절한 물음에 의문의 남자는 중얼거리는 것을 멈추고 애셔를 바라보았다. 혼란스러움에 감싸안은 머리.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눈물로 다 젖은 얼굴. 마지막으로 삐죽 삐져나온 콧물까지. 얼빵해 보이는 이 남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난 네 애비······? 인 것 같은데요······.”
약 3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체무디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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