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세계로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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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무디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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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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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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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못잤어요...

DUMMY

“짐은 다 챙겼나?”

“······예.”


조금 어두컴컴한 새벽. 애셔와 나는 각각 피크닉 바구니를 하나씩 챙기고 집을 나섰다. 집 잘 썼습니다. 온수도 잘 나오고 난방도 잘 돌아가는지 집도 따뜻했어요. 애완동물도 동반할 수 있어서 좋았고 벌레도 없었습니다. 잠은 별로 못 잤지만 좋은 집에 머물다 갈 수 있었어요. 집주인 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아주 긴 후기를 마음속으로 읊고 감기는 눈을 겨우 부릅뜬 나는 애셔와 함께 마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애셔와 나는 아무 말 없이 걷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일찍 나올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한참은 이르게 출발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잠들기 전 애셔가 계란을 줬을 때는 식탁 위에 앉아 천사처럼 조용하던 니브가 우리가 잠들자마자 온갖 소리를 내며 2층과 1층을 활보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문을 열어 놓고 잤더니 계속 내 얼굴 위로 올라와 몸을 비볐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이러다 다칠까 싶어 처음엔 니브를 열심히 놀아주었다. 사실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대충 장단을 맞춰주며 놀아줬다. 그리고 너무 졸려 도저히 놀아줄 수 없을 때가 오면 2층에 있는 애셔의 방문을 살짝 열어 그 앞에 니브를 놓아주었다. 나보다는 네가 택한 집사와 함께 노는 건 어떠니. 더 재밌을 거야. 그렇게 다시 1층으로 돌아와 한창 자고 있으면 또 귀 바로 옆에서 앙앙, 꾹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니브를 데리고 거실에 나오면 이미 당한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식탁에 앉아 있는 애셔가 있었다. 결국 제대로 한숨도 못 잔 애셔와 나는 어차피 잠도 못 잘 거 지금 출발하고 일찍 도착해서 쉬어버리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한테는 그렇게 자주는 안 왔던 거 같은데 얘는 주인이니까 더 했겠지.’


옆을 보니 애셔의 얼굴은 야구 선수가 눈 아래 검정 스티커를 붙인 것처럼 다크서클이 퀭하게 내려와 있었다. 그래도 니브가 가는 길에는 놀아달라고 안 보채서 다행이다. 진짜 그랬으면 나도 애셔도 길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질질 흘렸을 거다. 화는 못 내지. 요 귀여운 애한테 어떻게 화를 내. 니브는 아까와는 다르게 아주 차분하게 애셔의 어깨 위에서 사과를 야금야금 먹고 있었다. 내가 잘라놓은 당근도 살짝 주었었는데 사과가 더 맛있었는지 당근은 한 번 보고 말았다. 니브는 사과를 더 좋아하는구나? 다음에는 사과로 준비해 올게.

그렇게 한참을 계속해서 걷다 보니 날이 꽤 밝아져 있었다. 지금이면 한 7시? 8시? 이때쯤 됐으려나? 니브가 잠잘 준비를 하려는 듯 애셔의 로브 속을 돌아다니는 걸 보니 아마 그쯤이지 않을까. 애셔와 나는 적당한 바위가 있어 잠시 앉아 쉬었다 가기로 했다.


“애셔. 그동안은 밤에 안 자고 니브 어떻게 놀아줬어요?”

“······원래 이러지 않았어.”


피크닉 바구니를 내려놓던 애셔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 원래 안 이랬어? 니브 착한 슈가글라이더였구나. 야행성인데 밤에 주인도 안 건드리고.


“하늘다람쥐가 맞긴 하지만 야행성이어도 그렇게 밤에 시끄럽지는 않았어. 니브는 주로 내가 잘 때 밖에 나가서 놀다 오곤 했었는지 다음날 일어나면 어디서 따왔는지 모를 열매들을 먹고 있었으니까. 보통 두꺼운 실 같은 걸 걸어놓으면 그 위에서 잘 놀았는데······. 어제는 그게 싫었는지 나와 그대에게 좀 치댄 것 같아. 니브도 그대가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것 같군.”

“아하······. 너무 귀엽네요.”


로브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니브의 볼록한 형체를 보니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너무 귀여웠다. 내가 마음에 들었구나. 밤에는······ 노력해 보마. 뭐 하늘다람쥐나 슈가글라이더나 둘 다 야행성인 건 맞으니까. 겉모습은 영락없는 외국인이지만 왜인지 내 머릿속에서만큼은 한국인인 애셔가 슈가글라이더라고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느껴져서 그냥 하늘다람쥐라고 써서 그런지 애셔는 계속 하늘다람쥐라고 부른다. 그 친구는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국가가 보호하는 동물이어서 사실 못 키운단다. 만약 그러면 징역 살거나 벌금 내야 돼. 이블린 네 가서는 쳇바퀴라도 하나 만들어 줘야겠다. 혹시 마을에 안 파려나?

계속 앉아 쉬고 있으니 배가 조금 고파졌다. 애셔도 그랬는지 피크닉 바구니를 만지작거리더니 물병과 붕어빵을 꺼냈다. 붕어빵을 꺼내면서 ‘뜨거워져라.’라고 말하니 김이 솔솔 나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내 앞에서 마법은 좀 자제해줄래? 견디기가 좀 힘들다······. 애셔에게 받은 붕어빵을 반으로 잘라보니 슈크림이 들어 있었다. 역시! 붕어빵은 슈크림이지! 머리 쪽 부분을 한입 베어 무니 따끈따끈하고 달달한 슈크림이 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쌀쌀한 날씨에 먹으니 더 맛있다. 아직 겨울이 본격적으로 온 건 아니지만 역시 빵뎅이의 계절! 붕어빵, 오뎅, 떡볶이가 가장 맛있는 이 날씨. 진짜 최고다.

한편 붕어빵을 크게 한입 먹고는 좋아죽겠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는 모습을 본 애셔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제 국밥은 국물 말고는 조금만 먹더니, 간식은 잘 먹는군. 차라리 밥을 더 많이 먹지.’


게다가 어제 국밥은 가끔 나오는 감탄사와 숟가락과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 소리도 안 내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전투적으로 먹었다면 지금은 온갖 소리를 다 내면서 먹고 있다. 생각해 보면 어제 저녁도 그랬다. 정이재는 간식거리를 좋아하나? 아니면 본인이 한 밥을 별로 안 좋아하나? 맛이 썩 없지는 않았는데.

애셔도 붕어빵 꼬리 부분을 먹으며 어젯밤을 회상했다. 그래도 먼저 같이 다니자고 말해줘서 수고를 좀 덜었군. 내가 먼저 물어보는 건 조금 힘들었는데, 정이재도 같은 생각이어서 다행이야. 눈 아래 까만 자국을 달고 마지막 붕어빵 조각을 입에 넣는 정이재를 보니 조금 짠해 보였다. 이런 자가······.


“어제 니브가 많이 괴롭혔나?”

“아뇨. 딱히. 그냥 자꾸 얼굴 위에 올라와서 울던데요? 눈앞에 자꾸 빵뎅······ 엉덩이가 있어서 좀 그러긴 했는데. 야행성이니까 어쩔 수 없죠. 애셔한테는 니브가 어떻게 했는데요?”

“······내 얼굴을 계속 핥더군. 자다 일어나니 얼굴이 침 범벅이었어.”


정이재는 티는 안 내려고 했던 것 같았지만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긴 어려웠는지 피식거리며 웃었다. 얼굴에 엉덩이를 들이민 것보단 얼굴을 핥는 게 더 낫지 않나? 어이가 없군. 나도 그랬지만 정이재도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이런 대화로 잠시나마 잠을 좀 깰 수 있었다. 먹은 것을 정리하고 일어난 우리는 바구니를 챙기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다. 아침으로 슈크림 붕어빵을 먹고 점심으로는 핫바와 떡볶이를 먹었다. 떡볶이는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앞에서 팔던 그 떡볶이 맛이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것도 역시 애셔가 마법으로 데워줬는데 다 식어서 딱딱해진 떡이 처음 만든 것처럼 아주 말랑말랑하고 쫄깃쫄깃해져서 그런지 아주 폭풍 흡입을 해버렸다. 마법이 좋긴 좋구나. 떡볶이를 야무지게 주워 먹는 날 보더니 애셔는 손에 들고 있던 꼬치를 슬며시 내려놓았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지만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계속 걷고 있는 지금.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지금 여기가 가을, 겨울 그쯤이니까 아마 6시쯤 되지 않았을까? 일찍 출발했으니까 이제 슬슬 마을이 보일 때도 됐는데······. 지금 진짜 힘들고 피곤하고 졸리고 눕고 싶다. 휴대폰이 있으면 노래라도 듣는 건데. 폰도 잘 안 봤던 나는 갑자기 휴대폰이 보고 싶어졌다. 그 오래된 고물 폰도 없으니까 허전하네.


“조금만 더 걸으면 마을 입구가 보일 거야. 바로 친구의 집으로 안내하지.”

“네에······.”


내가 너무 힘들어 보였는지 애셔가 물병을 건네주었다. 물을 벌컥벌컥 마셔댔더니 애셔가 피크닉 바구니에서 꽈배기를 하나 꺼내주었다. 꽈배기를 다 먹고 나면 다시 물을 주었고 그렇게 물을 먹고 나면 고구마를 꺼내주었다. 나 원래 이렇게 많이 먹는 사람 아닌데. 평소에는 두 끼 정도 먹었단 말이야. 근데 애셔가 주는 음식들은 그냥······ 맛있어서 먹었다. 간식 같은 건 성인이 된 후로는 잘 안 사 먹었는데도 자꾸만 손이 갔다. 옛날 그 맛이 나서 그런가. 계속 먹게 되네.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살짝 나올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먹으며 걸어오는 사이 드디어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마을 역시 다들 떠난 건지 조용하기만 했다. 그리고 단 한 집만이 불이 켜져 있었다. 다들 불은 잘 끄고 가셨네.


“내가 묵고 있는 집은 이 집이야. 떠나지 않은 걸 보니 ······나를 기다렸나 보군.”


이 집에 있는 이블린이 널 만나서 패지 않으면 다행일 것 같다. 이런 마을에 두고 간 것도 모자라 오랫동안 돌아오지도 않았으니. 게다가 나라는 혹도 하나 달고 왔네. 나도 같이 얻어맞는 거 아냐?


똑똑-

“나다.”


애셔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창문을 통해 집안을 살짝 보니 베이지색의 정수리가 살짝 보였다. 이블린이다!


똑똑똑-

“벌써 자고 있나?”


아이고. 애셔야. 조금만 기다리자 좀.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여자애 집이잖니. 나는 애셔 뒤로 슬쩍 숨어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이블린은 원래 사람을 별로 안 좋아했으니까 멀끔하게라도 보여야 일단 들여보내 주겠지. 바지에 묻은 흙먼지를 탈탈 털던 중 문이 열렸다.


“음······. 그래. 자고 있었지. 근데 왜 왔지?”

“······?”


처음 듣는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애셔의 건너편에서 베이지색 긴 머리가 슬쩍슬쩍 보였다. 이블린이 좀 많이 크네. 목도 좀 쉬었고. 바지 다시 털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용수철처럼 고개를 다시 들어 이블린을 바라보았다.


‘이 새끼 이블린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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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잠시 이야기 좀 하지 24.09.09 6 0 11쪽
4 빈집털이범인가요? 24.09.06 6 0 10쪽
3 궁금한 게 있어요 24.09.04 6 0 10쪽
2 상태가 좋지 않군 24.09.03 11 0 11쪽
1 넌 누구지? 24.09.02 1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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