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세계로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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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무디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9
최근연재일 :
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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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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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 겁니다!

DUMMY

주머니에 고이고이 잘 넣어놨던 열쇠를 꺼내 들었다. 꺼낸 열쇠 두 개는 하나의 고리에 같이 묶여있었다. 보통 오토바이 키가 두 개지 않나? 시동거는 키랑 헬멧 넣는 박스 키해서 두 개였던 것 같은데. 면허는 없지만 예전에 피자 가게에서 일했을 때 배달하는 애가 맨날 손가락에 끼워서 빙빙 돌리고 다니던 키가 두 개였다. 키를 맨날 어디 놓고 다녀서 가져다 준다고 몇 번 봤었는데 그 키랑 이게 생긴 게 비슷하기도 하고. 확실하진 않지만 이거 오토바이 열쇠 맞는 것 같은데.


“내가 오토바이에 대한 것도 썼었나? 아는 것도 없는데.”


성인이 된 지금도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고등학생 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오토바이에 대한 내용을 썼을 리가 없다. 재영이네 집에 오토바이가 있긴 했지만······. 재영이도 오토바이는 잘 몰랐다. 그리고 아무리 나와 재영이가 뇌를 빼고 썼다고 해도 ‘주인공은 폭주족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을 넘고 강을 넘었다.’라곤 안 썼지. 애셔가 올블랙에 로브까지 걸치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 진짜 폭주족 같잖아······. 근데 지금 일을 생각해 보면 오토바이는 좀 그래도 자전거라도 쓸 걸 그랬나 싶다. 아, 아니다. 애셔가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면 한 다섯 번쯤은 통째로 잃어버리고 세 번쯤 앞바퀴만 빼고 잃어버렸을 것이다. 왜냐고? 엄복동의 나라에서 온 내가 쓰는 거니까.

마을을 열심히 둘러보며 걷다 보니 이 동네 부자가 살았을 법한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큰 집 앞에 도착했다. 아마 이 동네에서 큰 집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혹시 모르니 살짝 열려있는 문 앞에 귀를 살짝 대고 집안 동태를 살폈다. 아무도 없는 건 알지만 이렇게 해야 안심이 된달까. 그리고 살며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다 털렸네.”


거실이랑 부엌이 아주 엉망진창이다. 애셔가 아침에 턴 집이 여기구나! 게다가 이 자식 신발도 안 벗고 들어왔어. 바닥에 신발 자국이······ 이건 진짜 아니지. 애셔 매너 –2000점. 부엌은 더 가관이었다. 선반을 열었으면 닫아야지 이 사람아. 아주 그냥 다 활짝 열어놓고 나왔네. 식탁 위를 보니 큰 바구니가 하나 있었는데 이 바구니 속에는 여러 종류의 빵들이 있었다. 아침에 먹은 빵이 맛있다 했더니 이 집 빵이었구나. 나름 잘 털어오긴 했다만 그래도 임마······. 진짜 도둑 같잖아······. 나 자꾸 슬퍼지려고 해.

집에 오토바이를 두는 미친 사람은 없겠지 싶어 집 뒤편의 마당으로 나왔다. 이렇게 큰 집은 차고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그런 건 없었다. 당연하다. 차는 없을 테니까. 작은 창고가 하나 있긴 했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게다가 창문도 키를 훌쩍 넘는 높이에 달려 있어서 내부를 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결국 사다리까지 찾아와서 열심히 창문을 통해 내부를 봤지만 오토바이는 없었다. 이 집은 허탕이네. 다른 집이나 가봐야겠다. 가져온 사다리를 제자리에 놓은 뒤 마당을 가로질러 집 밖으로 향했다. 보니까 저쪽에 여기보다 큰 집이 하나 있던데. 일단 그 집을 먼저 가보자. 거기도 없으면 저 뒤쪽에······. 응? 이거 뭐지?


“뭐야. 개 밥그릇?”


마당에 엎어져 있는 갈색 개 밥그릇 세 개······가 아니라 이거 항아리 뚜껑 아니야? 장독대? 장독대야? 그럼 이 안에 들어 있는 건······. 설마 김치? 김치 없어서 얼마나 서운했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뚜껑을 열어 보았지만 그 속에 김치는 없었다. 하지만 고기가 한 덩이 들어있었다. ······혹시 이거 냉장고인가? 조금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일단 장독대 속 고기를 꺼냈다. 여기에 보관한 고기 먹어도 되는 거겠지? 상태는 솔직히 잘 볼 줄은 모르지만 괜찮아 보이긴 한다. 그리고 다른 장독대 뚜껑도 열어보았다. 여기는 채소, 저기도 채소네. 내 기억에는 없긴 하지만 아마 이런 것도 다 내가 쓴 설정이었겠지······? 아마 욕실에서 나오던 온수도 분명 나와 재영이가 쓴 걸 거다. ······오늘 재영이 생각 많이 나네. 고기는 가져가자. 장독대 채로 고기를 챙기고는 다른 집을 향해 걸었다.


*


“헉······ 헉.”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오토바이를 찾았다. 무려 이 마을 부잣집으로 추정되는 곳을 네 곳이나 둘러본 후에야 찾을 수 있었다. 오토바이 옆에 작은 자리가 하나 더 달린 걸 보니 2인용 오토바이인 것 같았다. 재영이 집에 있던 거랑 똑같네. 게다가 오토바이를 찾은 창고에서 휘발유도 찾았다! 휘발유 맞겠지? 아닌가. 오토바이는 뭘 넣어야 굴러 가지? 경유인가? 모르겠다. 어차피 창고 안에 오토바이밖에 없었는데 그럼 거기 있던 기름은 다 오토바이를 위한 기름이었겠지 뭐. 그렇게 눈에 보이는 기름통이란 기름통은 다 들고나왔다. 창고에 기름통이 7개 있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니······ 게다가 난 면허도 없고 차에 대해 아는 게 아예 없어서 이정도 양이면 얼마나 굴러가는지 모른다! 지식이 없는 내가 이 많은 기름통을 다 들고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래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하구나.

그렇게 들고 나온 기름통과 집을 돌아다니며 훔쳐 온 음식들을 오토바이 옆자리에 올려 놓았다. 기름통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남는 기름통 하나는 결국 내가 들게 됐다. 한 손으로는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한 손에는 기름통을 쥔 채로 집을 향해 걸었다.


“허억······. 시발······! 이랬는데 기름 이거 아니면 죽을 거야······.”


혼자 있으니 혼잣말과 욕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은 애셔 앞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기억 상실증 환자인 척을 하느라 얼떨결에 고운 말 쓰기 운동을 해버렸지만, 지금만큼은 봉인 해제다. 그보다 힘들어 죽겠네! 아침에 빵 말고 밥 먹을걸. 빵 먹어서 힘이 안 난다. 이렇게 힘 써야 될 줄 알았으면 밥 먹는 거였는데. 이제 곧 점심이니까 점심은 이 고기로 든든하게 먹어야지.


“후······.”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는 다시 오토바이를 굴렸다. 이제 집도 금방이야. 조금만 더 가면 끝이다.


*


“······정이재는 왜 이렇게 안 오지?”

“뭐? 이재 나간 지 오래 지났었나?”


수레에 달린 바퀴 달기를 겨우 끝낸 후 수레 개조를 하고 있던 아드리엘이 팔을 걷어 올리며 말했다.


“그래. 잠깐 둘러보고 온다고 했는데. 아직도 오지 않았어.”

“······잠깐.”


아드리엘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잡고 있던 수레를 내팽개치곤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앞마당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당황한 애셔가 아드리엘의 팔을 붙잡았다. 그냥 정이재가 조금 늦게 오는 것 같지 않냐고 말을 꺼낸 거였는데 갑자기 굳은 얼굴로 걸어가니 자신도 모르게 붙잡아버린 거였다. 하지만 아드리엘은 자신이 붙잡든 말든 팔에 감각조차 없는 건지 그저 밖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드리엘! 왜 그러는 거지? 일단 기다려 보자고. 엘!”


힘을 세게 주면 아드리엘이 다칠까 싶어 적당히 당겼더니 이 상태로 뒷마당을 지나 문 앞까지 와버렸다. 아드리엘은 대체 왜 이러는 거지? 그리고 왜 정이재한테만 이렇게 구는 거지? 다행히 자신을 끌고 가던 아드리엘은 문 앞에서 멈춰섰다. 이 미친놈이······! 아드리엘은 애셔가 뭐라하든 상관이 없는지 그저 저 멀리 골목 끝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아드리엘을 보던 애셔도 자연스럽게 그 골목 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길엔 정이재가 본인만 한 무언가를 끌고 오고 있었다. 저건 또 뭐지······?


“······발. 내가 진짜······ 겠네.”

“이재야! 그건 뭐야?”


아드리엘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정이재를 향해 걸어갔다. ······진짜 미친놈이군. 정이재는 많이 놀란 듯했다. 하긴. 갑자기 둘이 뛰쳐나왔으니 그럴만도 하지. 애셔는 앞마당까지 점령한 수레들을 치우며 이재가 들어올 공간을 마련했다.


*


‘······들리진 않았겠지.’


오토바이를 앞마당에 대충 놓고 장독대를 꺼내 들며 눈치를 살짝 살폈다. 둘 다 아무렇지 않은 걸 보니 안 들렸나 보다. 휴.


“이재야. 이게 다 뭐야?”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하더니······. 뭘 많이 가져왔군······.”


애셔가 오토바이 위에 올려 둔 기름통을 밖으로 꺼내며 말했다. 아 얼굴 뜨거워지네. 그래도 나중엔 내 덕에 편하게 간다고 고맙다고 할 거다.


“혹시 둘 다 이거 운전해 본 적 있어요?”

“가끔 이걸 타고 도망가던 사람들은 본 적이 있는데 직접 타본 적은 없군.”

“아드리엘은요?”

“아니······. 나도 없어. 난 처음 봤어.”


큰일이다. 그냥 무면허 삼인방이잖아. 근데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내가 주인공들이 오토바이 타는 걸 쓴 적이 없으니까······. 근데 그냥 당연하게 애셔는 탈 줄 안다고 생각했다. 넌 주인공이잖아. 한번 해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난 못해. 난 평소에 버스, 택시는 물론 그 어떤 차도 안 타는 뚜벅이라고. 탄다 해도 전철만 탄단 말이야.


“혹시 이거 타고 가려고? 두 자리니까 나랑 이재랑 타면 되겠다. 내가 어떻게 한 번 타볼까? 이거 어떻게 타는 건지 알려만 줘. 내가 배워볼게!”

“저도······ 어떻게 타는지는 모르는데요······.”

“그럼······ 그대는 이건 왜 가져온 거지?”

“그······ 이거 뒤에 수레 달아서 가면 편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하고······.”


얼굴이 불탈 것 같다. 당장 어디든 숨고 싶었다. 이런 멍청한 생각이라니. 난 며칠 동안 계속 수레를 소처럼 끌어야 한다는 생각 하나에 꽂혀서 뒷일은 생각 안 하고 무작정 오토바이를 가져온 거다······. 이 둘에게 멍청하다고 욕먹어도 할 말이 없었다.


“내가 한번 해보지.”


오토바이를 계속 바라보던 애셔가 오토바이를 끌고 집 앞 골목에 세웠다. 그 위에 팔짱을 낀 채로 올라타더니,


“회전해라.”


라고 말했다. 그러자 바퀴가 서서히 회전하더니 오토바이가 유유히 굴러갔다.

점점 멀어져가는 애셔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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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잠시 이야기 좀 하지 24.09.09 6 0 11쪽
4 빈집털이범인가요? 24.09.06 6 0 10쪽
3 궁금한 게 있어요 24.09.04 6 0 10쪽
2 상태가 좋지 않군 24.09.03 11 0 11쪽
1 넌 누구지? 24.09.02 1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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