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세계로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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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무디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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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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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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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털이범인가요?

DUMMY

이 부분은 애셔가 앨런을 찾아다니게 되면서 살짝 꼬였나 보다. 크게 일이 꼬였으면 진짜 골치 아팠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다.

애셔와 대화로 알아낸 것을 정리 해보자면 일단 애셔는 기본 캐릭터 설정을 착실히 따르고 있고 눈을 뜬 후 니브와 이블린을 만났다. 그리고 바로 날 만난 거겠지. 이블린은 연재분에서 애셔가 눈을 뜨고 만난 첫 번째 사람이다. 3화 이내에 이블린이 처음 나왔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어짜피 이블린은 초기 설정에도 있던 캐릭터였으니까. 그렇다면 이곳은 ‘초기 설정 새세법사’의 극 초반부겠지. 딱 한 가지, 극 초반부의 애셔가 앨런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것만 제외하면.


‘왜 하필이면 애셔에게 앨런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을까?’


누가, 어떻게, 왜 애셔에게 앨런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는지 자세히 알아내야 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질문 폭격기 같은 나의 물음에 자세하게 대답을 해주는 애셔를 보니 얼굴에 미소가 자연스레 지어졌다. 애셔를 흔하지 않은 친절한 남자 캐릭터로 설정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 들어올 걸 대비해서 짠 건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이지. 보통 웹소설에서는 남자 주인공을 무뚝뚝, 적은 말수, 불친절한 성격으로 많이 설정하는데 그거고 뭐고 그냥 재밌겠다 싶어서 때려 넣은 엉뚱, 수다쟁이, 친절, 감정이 다 드러나는 얼굴로 설정한 과거의 재영이와 나에게 박수를 치고 싶어졌다. 이렇게 대답 잘 해주는 캐릭터 어디에도 없을걸. ······지금 약간 현실 도피? 그런 건가. 자꾸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네. 생각해 보면 지금 묘하게 기분이 들뜬 것도, 평소와는 다르게 이런 상황까지 즐겁다고 느껴지는 것도 다 그거 때문인가. 그 후로 잠시 외출 나간 뇌와 고삐 풀린 입으로 애셔와 시덥지 않은 잡담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을에 도착하게 됐다. 그런데 이 마을······ 뭔가 좀 이상한데.


“······마을이 너무 조용한 것 같지 않아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이 마을은 큰 시장이 있어서 이른 시간부터 사람이 많은 곳인데 지금은 아무도 없는 것 같군.”


마을에 아무도 없다니. 그럼 내 해장은······? 옷도 말이야. 이 날씨에 지하상가에서 산 싸구려 여름 잠옷 계속 입고 다녀야 하는 거야? 여기 날씨가 한국의 가을 정도이긴 하지만 조금 춥긴 했다. 티는 안 냈지만 발이 꽁꽁 얼어서 니브를 발 위에 살짝 올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니브 미안. 수면 양말을 신고 있긴 하지만 난 수족냉증 환자라고. 옆을 보니 애셔도 조금 당황한 얼굴로 서있었다. 그러더니 내 양말과 옷,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더니 심각한 얼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이 꼴로 계속 함께 다녀야 하는 건가?’라는 얼굴인 것 같았다. 기분 좀 나쁘네. 주인공 싸가지 0점.


“이곳도 사람들이 모두 떠난 것 같군. 떠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아. 여긴 아직일 줄 알았는데······.”


‘이곳도’ 라니? 다른 마을들도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건가? 혹시 여기 유령 도시가 생기고 있는 그런 추세인가요? 집 버리고 가기 이런 거 혹시 유행 중인 거야? 이 사람들이······ 멀쩡한 집을 왜 버려. 집 버릴 거면 나 주지.


“일단 아무도 없는 것 같으니 묵을만한 괜찮은 집이 있으면 잠시 들어가지.”


이 와중에 우리의 주인공은 당당하게 빈집 털이를 제안했다. 내가 캐릭터 만들 때 도덕성을 안 넣었었나? 라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지만, 어느새 나도 바닥에 쭈그려 앉아 꼬챙이를 찾고 있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발 시려 죽겠는데 뭐 어떡해. 신발이라도 주워 와야지. 그렇게 애셔와 나는 본격적으로 빈집을 털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빈집을 터는 건 아주 쉬웠다. 몇몇 집은 급하게 이곳을 떠났는지 문을 잠그지 않아서 수월하게 들어갔다. 사실 난 아무 집이나 들어가도 괜찮았는데 애셔는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집 내부를 한 번 둘러보고는 다른 집을 향해 걸어갔다. 잠겨있는 집은 내가 꼬챙이로 열었다. 꼬챙이로 문을 따는 것도 어렵진 않았다.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쭈그려 앉아서 대충 꼬챙이 두 개를 집어넣고 번갈아 가며 쿡쿡 쑤시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초반에 문을 딸 땐 기분이 좋았지만 계속할수록 거지꼴로 쭈그려 앉아 도둑처럼 문을 열고 좋아하는 나의 모습에 급격히 울적해졌다. 이 꼴로 남의 집 문 따고 좋아하다니. 난 인간 박탈이다. 그래도 이건 나만 조금 창피해질 뿐이니 괜찮았다. 이 정도야 뭐. 내가 쭈그려 앉아서 문 따는 모습 하나를 못 견디겠어? 이거 하나를 못 견디기엔 그동안 세월의 풍파를 너무 많이 맞았다. 하지만 내가 문 따는 게 답답했는지 옆에서 마법을 쓰며 문을 열기 시작한 애셔의 모습을 본 순간 너무 창피해서 죽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애셔는 작가인 내가 설정을 똥망으로 짠 덕에 멋있는 마법 주문 하나를 못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셔는 그저 문 앞에 서서 손바닥을 편 채로 이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열려라.”

탁-!

“열려라.”

탁-!


이 두 소리가 반복될 때마다 주인공으로서의 체면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 쓴 주인공이 멋짐 0점이라니······. 그리고 난 작가 –100점이다······. 나는 주인공의 체면과 나의 문학적 기술 능력이 동시에 떨어지는 이 모습을 계속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결국 우리 주인공에게 ‘문은 내가 열 테니 너는 열린 집에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가져오거라’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애셔는 비장한 얼굴로 둘러보며 좋은 집도 찾아보겠다고 대답하더니 이 마을의 모든 집을 털기 시작했다. 날쌘 도둑 같은 그 모습을 보니 더욱 슬퍼졌다. 도둑력 30점······.

오늘 묵을 곳 후보의 15번째 집을 따고 있을 때였나. 문을 따던 내가 기력을 다 써서 쓰러지기 직전, 온 동네를 털고 온 애셔가 온갖 잡동사니들을 어디서 발견했는지 모를 수레에 담아 끌고 왔다. 살짝 뿌듯한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좋은 집을 찾았나 보다.


“저쪽에 좋은 집이 있더군. 그곳에서 묵도록 하지.”

“······그래요. 갑시다.”


비록 난 두 무릎을 잃었지만 네가 뿌듯하다니 됐다······. 이것도 업보 빔인가? 그럼 맞아야지 뭐······.

애셔가 고른 집은 전체적으로 깔끔해 보이는 베이지색의 이층집이었다. 이 집 문 딴지 한참이나 지났던 것 같은데. 그때는 한 번 스윽 보고 말았으면서······. 집 앞에 수레를 내려놓고 짐을 옮기는 모습을 보니 차마 뭐라고 말도 못 하겠다. 티 안 냈다고 생각하겠지만 딱 봐도 어깨가 살짝 올라간 게 칭찬을 바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와! 집 좋은데요? 제가 1층 쓰고 애셔가 2층 쓰면 될 것 같아요! 장단 맞춰 신난 척을 해주었더니 묵묵히 짐을 옮기던 애셔가 희미하게 웃더니 뒤를 돌곤 할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자세히 보니 광대가 볼록 튀어나와 있다. 단순한 주인공······. 근데 확실히 너 내가 좀 편해지긴 했구나? 새벽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얼굴에 티 나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럼 이따가 앞으로 같이 다니면 안 되냐고 좀 물어봐야겠다.

애셔가 수레에 담아온 이불부터 온갖 생필품들을 집에 넣고 나니 점심때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애셔는 마을을 한 번 둘러보고 오겠다며 나갔고 니브는 2층에 올라가 자고 있다. 배고파······. 얼큰한 국물······. 시장에 대충 남아있는 재료 좀 가져와서 국이나 끓여 먹어야겠어. 다행히도 집 바로 앞이 시장이라 얼마 남지 않은 기력으로 시장에 갈 수 있었다.

장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아침에 급하게 빠져나간 건지 시장에는 재료들과 몇 가지 음식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콩나물, 청양고추, 대파, 다진 마늘 등등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집에서 가지고 나온 바구니에 담았다.


‘간장이랑 소금 같은 양념들은 집에 있었으니까 이거면 충분하겠지.’


판타지 세상에 청양고추나 다진 마늘 같은 재료들이 왜 있나 하면······ 초반에는 이런 설정을 아무 생각 없이 썼기 때문이다. 그땐 주인공이 아침에 김치찌개 먹고 돌아다니다가 점심으로 쫄면에 김밥 좀 먹고 후식으로는 길거리에서 호떡 사 먹었다. 이런 부분들은 고등학생 때 재영이랑 재미로 썼던 거니까······. 오늘 급식 메뉴부터 시작해서 그냥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들은 다 캐릭터들한테 먹였다. 재미로 쓴 거치고는 한글 파일에 몇만 자나 쓰긴 했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게 됐다. 특히 재영이가 이런 걸 좋아했는데.

그래서 실제로 ‘새세법사’ 연재를 시작하게 됐을 때 판타지 장르에서는 대체 뭘 먹는지 배경지식이 없어서 급한 대로 주인공에게 김치볶음밥을 먹였었다. 그 이후로는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이 소설은 한국 스타일을 녹여낸 판타지 장르라고 댓글을 작성했지. 그리고 캐릭터들에게 계속 한식을 먹였다. 내가 ‘새세법사’를 연재하면서 가장 많이 욕먹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밥 먹는 장면은 그냥 빼달라는 댓글로 도배 당한 화가 여럿 있을 정도였다. 근데 어쩔 수 없잖아. 이미 애들이 한국말을 쓰고 있는데 이제 와서 서양 음식 먹이기도 좀······. 엇. 콜팝이다.

멸치랑 다시마가 있나 싶어 보던 중 콜팝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보는 콜팝에 홀린 듯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 진짜 많이 먹었는데. 여기 오니까 이걸 오랜만에 먹어보네. 맛도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이다! 순간 그냥 국밥 만들지 말고 콜팝으로 배 채울까 싶었지만 한국인은 밥심이니까. 마지막 남은 콜팝을 입에 털어 넣었다. 콜라는 김빠졌으니까 패스.


‘빨리 집 가서 밥 해먹어야지!’


그래도 그렇게 쓴 덕에 여기서 해장국도 만들어 먹고 하는 거 아니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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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잠시 이야기 좀 하지 24.09.09 6 0 11쪽
» 빈집털이범인가요? 24.09.06 7 0 10쪽
3 궁금한 게 있어요 24.09.04 6 0 10쪽
2 상태가 좋지 않군 24.09.03 11 0 11쪽
1 넌 누구지? 24.09.02 1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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