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세계로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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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무디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9
최근연재일 :
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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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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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쏟아져요

DUMMY

“그럼······ 애셔는 그 이후에 어디로 갔어요? 계속 그 마을에 있었어요?”

“나도 처음엔 마을 사람들과 함께 그곳을 떠났지. 그런데······ 음, 이 이야기는 확신을 가지게 되면 나중에 들려주도록 하지. 일단 그 마을을 떠나 혼자서 여러 마을을 돌아다녔어. 균열로부터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그러다 우연히 마을에서 친구를 사귀게 돼서 그 친구의 집에 머물게 됐지. 그곳에 머물던 중 일이 있어 숲으로 다시 오게 되었는데 그때 ‘앨런’이라는 자에 대해 알게 된 거야. 그자가 머무는 곳이 내가 있던 숲 바로 아래라고 하더군. 그리고 그를 찾던 중 그대를 발견하게 된 거지.”


그러니까 너 말은 균열 근처에서 깨어나서 다른 마을들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친구를 사귀어서 그 집에서 묵고 있었는데 일이 있어서 다시 숲으로 오게 됐고 그 와중에 앨런이라는 사람을 알게 돼서 앨런을 찾아다니다가 나를 발견했다는 말이야? 아니 무슨. 얘 역마살 꼈나. 눈뜬 지 2주라면서 왜 이렇게 많이 돌아다녔어.

그리고 이런 애셔의 말은······ 내겐 너무 이상하게만 들렸다. 애초에 2주 동안 여러 마을을 돌아다녔다는 게 말이 안 돼······. 이 숲 부근은 비교적 마을이 가깝게 붙어있어서 오늘처럼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지만 다른 곳은 아닐 텐데. 게다가 여기는 균열이랑 먼 곳이라며. 어떻게 다른 곳 다 돌아다니다가 여기까지 2주 만에 올 수 있다는 거지. 실제로 연재분에서는 애셔와 이블린이 마을 하나를 이동하는 데 5일이나 걸렸다고 욕을 엄청나게 먹었었다. 재미도 없는데 이런 거로 때우냐며 그냥 얘네 국토 대장정이나 시키라고. 전개 느리다는 말로 도배가 됐었는데.

물론 이건 이 세계가 초기 설정을 따른다는 가정하에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이곳이 초기 설정 세계가 아닐 리는 없다고 느껴졌다. 조금 더 지켜봐야 확신할 수 있겠지만······. 지금 내가 결론 내린 바로는 그렇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곳은 ‘초기 설정대로 흘러갈 예정이었던 새세법사’의 세상이었겠지. 애셔의 말대로라면 애셔가 눈을 뜸과 거의 동시에 이 세계에 균열이 생긴 것 같은데. 갑작스레 생긴 균열로 인해 본래의 이야기 사이에 여러 사건이 추가된 것 같았다.


‘게다가 이블린을 만난 것도 꼬였어.’


니브를 만나고 그 숲을 벗어나려고 하던 중 이블린을 만났어야 했는데 여러 마을을 돌아다닌 탓에 이블린을 먼저 만나게 됐나 봐. 근데 그 마을에 머물고 있다고? 그 마을에? 그럼 어떻게 이블린이랑 같이 안 다니는 거야? 아이고. 많이도 꼬였네 꼬였어.

앞에 앉아있던 애셔는 목이 말랐는지 아까부터 계속 노려보던 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 심란한 내 표정과는 다르게 담담한 얼굴이었다. 근데 자세히 보니 내 눈치를 살짝 보는 것 같기도······. 거짓말해서 찔린 얼굴은 아닌데 뭐지? 사고 친 강아지가 혼날까 봐 눈치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사실대로 말하려고 주위에 맴도는 듯한 느낌······? 하긴 할 말 있다면서 왜 자꾸 안 하지.

아 혹시 지금인가. 꼬치꼬치 더 캐물을 수 있는 타이밍이. 사실 여기 올 때 계속 질문 폭격기처럼 굴어서 조금 자제하고 있었는데 지금 상태에서 물어보면 다 대답해 줄 것 같았다.


“방금 확신을 가지면 알려주겠다고 한 말은 뭐예요?”

“그건······ 나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야. 숨기려던 의도는 없었어. 그대도 기억을 잃어서 혼란스러운 와중이니 확실하게 알게 되면 말해주려 했지.”


이거 아까 앨런에 대해 물어봤을 때랑 똑같은 반응이네. 앨런이랑도 관련이 있는 건가? 아니면 앨런에 대해 알려준 존재와 관련된 일일지도 몰라. ······어쩌다 이런 허접한 소설이 이렇게 복잡해 진 거지. 그래도 여러 의문이 풀려서 다행이다. 답답한 건 못 참는 성격이 이럴 때는 또 도움이 되네. 이 기세로 계속 캐보다 보면 며칠 안 지나서 이 세계의 비밀은 다 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우리의 주인공은 계속 할 말이 있다는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말해봐. 또 어떤 정보를 풀려고 하는 거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무해한 표정으로 눈을 살짝 크게 뜬 채 쳐다보니 애셔는 이제야 입을 떼기 시작했다.


“정이재. 그대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앞으로의 계획 말이야.”

“음······.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기억도 없고, 애셔처럼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알아낸 것도 없고.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예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요. 사실 아까부터 계속 하고 싶었던 말이긴 한데······ 기억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괜찮으니까 애셔랑 같이 다니는 건 안 될까요? 아. 제가 방해된다면 거절해도 괜찮아요······!”


질문이 살짝 김이 새긴 했지만, 어찌 보면 이것도 내겐 기회였다.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애셔에게 최대한 불쌍하게, 안쓰럽게, 동정심이 생기게끔 불쌍한 얼굴로 대답하며 애셔를 쳐다보았다. 대답을 하면서 한쪽 팔을 살짝살짝 쓸어주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이렇게 팔을 쓸면서 말하면 더 불쌍해 보인다는 효과가 있다고 어딘가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어쩔 수 없지. 그냥 팔이 좀 가려웠던 사람 되는 거지 뭐. 아무튼 일단 애셔와 함께 다니기 위해선 자신처럼 기억을 잃은 불쌍한 청년을 절대 두고 갈 수 없게 최대한 불쌍해 보여야 했다. 근데······ 왜 대답이 없지. 덜 불쌍해 보였나? 아니면 기억이 조금 났다면서 부모님이 안 계셨던 것 같다고 말해야 하나? 이렇게까지 해야 돼?


“그 사실 기억이 난 게 하나 있는데 부모님은 아마······.”

“같이 다니도록 하지.”


응? 아직 말 안 했는데. 고개를 들어 애셔를 보니 물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아까 물 다 마시지 않았어? 컵을 내린 애셔는 입가를 손으로 한 번 훑어 닦아 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은 그대도 피곤할 테니 해 먹지 않는 게 좋겠어. 밖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을 좀 가져오지.”


그렇게 애셔는 나갔다. 아하······. 너 나랑 같이 다니고 싶어서 물어본 거였구나?


*


저녁때가 되니 애셔가 양손 가득 음식을 들고 왔다. 애셔의 양손에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피크닉 바구니가 있었는데 오른쪽 바구니에서는 김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법으로 데웠나? 근데 이 음식들 하루 정도 밖에 있던 음식인데 먹어도 괜찮겠지. 애셔가 식탁 위로 바구니에 있던 음식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소세지 핫바, 호떡, 순대, 떡볶이, 매실까지. 이걸 꺼내고 있는 애셔를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안 어울리는 그림이 또 있을까. 아까 콩나물국 먹을 땐 괜찮았는데 이건 좀 그렇긴 하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욕을 했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씁쓸해졌다. 근데 음식 진짜 야무지게 골라 왔네. 후식으로 호떡까지 들고 올 줄이야. 게다가 핫바에 머스타드 소스도 뿌려왔다. 난 케찹 파이긴 하지만 재영이는 머스타드 파였는데. 머스타드도 맛있지. 이 음식들이 진짜 길거리 음식처럼 일회용 용기에 담겨있어서 그런지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어릴 때 진짜 많이 사 먹었는데. 빠르게 먹을 준비를 마친 우리는 본격적으로 음식들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역시 길거리 음식의 맛. 맛있다.


“내일은 내 친구가 있는 마을로 가지. 이 근방은 마을이 다 가깝게 붙어있어서 금방 갈 수 있을 거야.”


먹은 음식들을 함께 정리하던 애셔가 내일 계획을 브리핑 해주었다. 드디어 이블린을 만나러 가는구나. 이블린은 내가 되게 좋아하던 여자 캐릭터인데. 빨리 가서 이블린 데려오자!


“내일 아침에 일찍 출발하면 빠르면 늦은 밤, 늦으면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할 수 있겠군. 내일 먹을 음식을 가지러 갈 건데, 혹시 먹고 싶은 게 있나?”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겠네요. 시장은 저도 같이 갈래요!“


애셔와 함께 시장에 가 내일 먹을 음식들을 피크닉 바구니에 담았다. 로브를 뒤집어쓰고 음식을 담는 애셔를 보니 진짜 도둑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맛있는 음식만 골라 담는 걸 보니 바로 뿌듯해졌다. 그래. 그거 맛있거든. 옆에 있는 것도 하나 담자. 만들어져 있는 음식을 주로 담던 중 삶은 달걀은 왜 담았나 싶었는데 아마 니브를 위한 음식인 듯했다. 니브는 또 뭐 먹지? 사과, 당근 이런 거 좋아하려나. 나도 당근 하나를 슬쩍 바구니에 넣었다.

집에 오니 니브가 깼는지 식탁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애셔를 발견하고는 어깨 위로 올라가더니 놀아달라는 듯 칫칫거리기 시작했다. 귀여워. 부럽다 애셔. 나는 당근을 자르고 방에 들어와 내일 가지고 갈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넣은 건 아까 손빨래했던 잠옷이었다. 여름옷 소재라 그런지 금방 말랐네. 좋은 냄새도 나고. 또 챙겨야 하는 게 니브 물그릇으로 쓸 거랑 아까 잘라놓은 당근, 또······. 맞다. 휴지. 이것저것 필요해 보이는 걸 다 때려 넣으면 짐 싸기 끝! 간단한 짐 싸기를 마치니 잠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지 하루가 너무 길었다. 피곤해. 오늘 푹 쉬어야 내일 많이 걷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익숙한 스위치를 눌러 방 불을 끈 후 침대에 누웠다. 근데 여기는 전기세 어떻게 내지. 한전에서 고지서 날라오진 않을 거 아냐. 피식거리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서서히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그날 밤, 마을에 있던 두 청년은 꿈을 꾸었다. 누군가는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로 베개를 적실 만큼 아주 슬픈 꿈을 꾸었고, 다른 이는 처음인 듯 낯선 듯 혼란스러운 감정에 몸부림칠 만큼 무서운 꿈을 꾸었다. 길었던 밤이 지나고 밝아온 아침. 하늘에 있던 균열은 더 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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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 쏟아져요 24.09.10 6 0 10쪽
5 잠시 이야기 좀 하지 24.09.09 6 0 11쪽
4 빈집털이범인가요? 24.09.06 6 0 10쪽
3 궁금한 게 있어요 24.09.04 6 0 10쪽
2 상태가 좋지 않군 24.09.03 10 0 11쪽
1 넌 누구지? 24.09.02 1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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