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세계로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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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무디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9
최근연재일 :
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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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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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웠습니다

DUMMY

결국 우리는 바다에 가기로 했다. 균열에 갔다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아드리엘의 의견과 그냥 바다에 혹해서 바다가 좋겠다는 나의 의견이 합쳐져 결정되었다. 애셔의 의견도 있었지만······. 다수결에 따라야지. 원래 한국은 그래. 여기가 한국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이 만들었으니 그 룰을 따라라.


‘사실 뭐, 언젠가 균열에 가야 하긴 하겠지.’


애써 무시해 왔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균열이 생긴 사건과 내가 관계가 있겠지. 초기 설정과 연재분을 통틀어서 보았을 때 이야기가 꼬일 만하게 만든 사건이 균열이 생겼다는 것과 내가 들어왔다는 것 두 가지인데. 균열이 생기고 내가 들어왔든, 내가 들어오고 균열이 생겼든, 물론 지금은 전자지만. 아무튼 균열과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빙의물에서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가면 현실 세계로 돌아가게 된다고. 내가 봤던 몇 안 되는 웹소설에서 주인공은 이런 방식으로 집에 갔는데. 근데 난 집에 별로 안 가고 싶으니까 최대한 균열과 멀리 떨어지는 게 좋은 방법이겠지. 아직은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가짜 같은 세계에서 삶을 살고 싶단 말이야.


“그럼 어디 바다를 가겠다는 거지?”

“그건 이재가 정할까? 내가 지도 가져올게~ 아까 옷 찾다가 발견했는데.”


균열에 가자고 했던 애셔는 의외로 빠르게 바다로 가자고 하는 우리의 말을 들었다. 솔직히 그냥 균열 가자고 우겼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갔을 텐데. 주인공이 그러자고 하면 말 들어야지 뭐. 이런 애셔의 말에 혹시나 말이 바뀔까 싶어 잽싸게 일어난 아드리엘은 옷더미 속을 뒤적거리더니 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얇은 책이긴 했는데 여기도 이런 책 지도가 있구나. 어렸을 때 자동차 뒷좌석에서 봤던 지도책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 엄마가 이걸 보고 아빠한테 길을 알려줬었는데······.


“여기가······. 어디야? 애셔. 지도에서 좀 집어줘봐봐.”


지도를 펼친 아드리엘은 자세히 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애셔에게 지도를 넘겼다. 아드리엘 지도 못 보는구나. 근데 나도 모르겠다. 대충 숲이 있는 그림을 봐야 알 것 같은데. 재영이랑 대충 지도도 그리고 했었지만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 난다. 연재를 시작할 땐 급하게 하느라 대충 보고 넘겼던 거 같은데. 근데 여기 마을 이름 뭐지? 마을 이름 같은 것도 썼었나······? 어우 갑자기 피곤하다.


“······ 우리가 있는 곳은 이곳이지.”


애셔가 커다란 숲이 그려진 페이지를 보더니 호두 숲의 왼쪽 위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을 이름은······ 뻐꾸기 마을이었다. 둘 다 이름 뭐야······. 이블린이 살고 있는 마을은 숲 바로 오른쪽 위니까······. 딱따구리 마을이다. 그럼 내가 처음 있었던 곳은 숲 왼쪽 아래니까 할미새사촌 마을이네. 아······. 기억났다. 마을 이름을 노트북에서 만든 새 폴더 이름으로 짰었네. 그냥 폴더 만들어서 나온 새 이름 중 마음에 드는 걸 마을 이름으로 집어넣었었다. 나 왜 그랬지······.


“여기서 가장 가까운 바다 근처 마을은 어치 마을이군. 어치 마을 아래쪽으로는 동고비 마을, 왜가리 마을도 있어.”


이럴 때가 아니야. 이 세 마을 중 어느 곳이 내가 쓴 파라다이스인지 기억해 내야 한다. 먼저 어치 마을. 솔직히 어치가 뭔지도 모르겠다. 일단 패스. 왜가리 마을······? 왜가 들어간 걸 보니 갑자기 좀 별로다. 여긴 탈락. 동고비 마을은 솔직히 모르겠다. 동고비가 뭐야. 근데 그냥 어감이 좀······ 별론데? 그럼 남는 건 어치 마을인가. 아무래도 내가 쓴 파라다이스는 어치 마을인 것 같다. 어치 마을로 결정! 아니면 어쩔 수 없지. 다른 마을로 가보면 된다!


“어치 마을 가는 건 어때요?”

“······일단 가까우니 그곳이 좋겠군.”

“그럼 우리 어치 마을로 가는 거지? 내일 당장? 아 재밌겠다~ 우리 빨리 짐 싸자!”


어치 마을에 가기로 정해지자 아드리엘은 어린애처럼 방방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저렇게 좋을까. 근데 내일 당장은 못 갈 거 같은데.


“당장 내일 출발하는 건 조금 무리겠군.”

“······어? 왜?”

“지도를 봐. 이곳에서 어치 마을로 가는 길은 일단 너무 멀어. 걸어서 가려면 적어도 일주일은 넘게 걸리겠지. 게다가 가는 길이 다 숲으로 막혀있어서 더 지체될 수도 있겠군. 또······.”

“그럼 빨리 걸으면 되는 거 아냐? 아니면 중간에 다른 마을들 좀 들러서 쉬고?”

“지금 우리가 있는 이 마을은 앞쪽이 거의 다 숲이라 중간에 쉬거나 식량을 보충할 수 있는 마을이 없어요. 아마 어치 마을까지 가는 동안 필요한 식량들을 여기서 다 챙겨서 가야 할 거예요. 아니면 가는 중간에 좀 굶거나······. 일단 빠르게 갈 수 있게 이동 수단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있는 딱따구리 마을에서 어치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큰 숲을 하나 넘어야 한다. 이 숲은······ 땅콩 숲이네. 작명 센스가 진짜 지옥에 계속 쑤셔 넣어도 기어코 계속해서 올라오는 미친놈 수준이다. 아무튼 이 앞이 다 숲으로 막혀서 가는 길이 여기 밖에 없는데 일주일 동안 숲을 걸어서 간다고? 애셔는 일반인이 아니니까 가능하겠고, 아드리엘도 떡대만 보면 가능은 하겠지. 근데 나는 안 된다고. 집에서 노트북만 뚜드리던 방구석 폐인인데 어떻게 일주일 동안 걷나? 나도 기본 체력이 있긴 하지만 요즘에는 집 앞 편의점 가기, 집 앞 술집가기 빼고는 걸은 적이 없다고. 어제랑 오늘도 걷다가 죽을 뻔했는데 무슨.


“그게 좋을 것 같군. 일단 지금은 밤이 늦었으니 내일 찾아보는 거로 하지. ······이재, 그대는 얼른 쉬는 게 좋겠어.”

“맞아. 이재야. 눈이 막 감기네.”


애셔와 아드리엘의 말에 퍼뜩 눈을 떴다. 분명 정신은 깨어있었는데 몸은 아닌지 눈이 막 감기고 있었나 보다. 피곤하다는 걸 인지하고 나니 갑자기 하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오늘은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일이 있었긴 했다. 아닌가. 그보다 더 한가. 게다가 잠도 못 잤으니까······. 먼저 자겠다고 말 한 뒤 2층 방으로 올라오니 니브가 나를 쪼르르 따라왔다. 오늘은 같이 못 자. 형 이러다가 죽어 진짜로. 니브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뒤따라온 애셔가 니브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진짜 꿀잠 잔다!


*


쿠당탕탕-


“······냐고!”

“그럼······.”


쾅쾅-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날이 왜 궁금할까 했는데 왜 궁금했는지 알겠다. 대체 뭘 하길래 이런 소리가 나지? 집에서 들리는 소리는 아닌데 이젠 밖에서까지 난리냐! 서둘러 옷을 입고 나가보니 또 애셔가 온 동네를 털어왔는지 온갖 수레들이 마당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이고······.


“그래서 이 수레로 뭘 어쩌자는 건데. 기차놀이 할 거야? 이건 누가 끌고 가나? 말이라도 데려와 보지 그래?”

“끌고 가는 건 문제 없어. 일단 필요한 재료들을 넉넉히 가져왔을 뿐이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부정적이지?”

“나보고 만들라며! 그러니까 이러지!”

뒷마당에 널브러진 수레······. 리어카랑 구르마? 구르마가 여기에도 있구나. 진짜 별 게 다 있네. 이건 어디서 주워 온 거래. 애셔는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리어카 하나를 유심히 보고 있었고 아드리엘은 그런 애셔를 보다 이마를 짚었다. 정 탈 게 없으면 수레라도 타고 가야지 뭐. 그러던 와중에 나를 발견한 애셔가 조금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걸어왔다.


“아침에 동네를 살피다가 괜찮은 수레가 있어서 가져왔지. 조금 불편하긴 하겠지만 짐도 넣을 수 있고 빠르게 갈 수 있어. 셋이 이동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수단인 것 같아서 일단 괜찮은 것들을 좀 가져왔는데 그대 생각은 어떻지?”

“저도 뭐······. 걷는 것보다는 나을 거 같아요. 잘 고쳐서 쓰면 괜찮을 것 같아 보이네요.”

“이재도 괜찮다는데 슬슬 시작하는 건 어떤가 아드리엘?”

“뭐 이딴······. 이재야, 진짜 이거 타고 갈 거야? 얘네는 바퀴가 3개 밖에 없는데?”

“하나 더 붙이면 되겠군.”

“그러니까 그걸 왜 내가 해야 하냐고. 너 마법사 아니야? 네가 뚝딱뚝딱 떼서 붙이면 되잖아!”

“글쎄······. 충분히 네가 할 수 있는 일에 마법을 쓰고 싶진 않군.”


음. 난 아침이나 먹어야겠다. 어제 가져온 모닝빵에다가 계란 대충 넣어서 먹어야지. 밥이 더 끌리긴 하는데 귀찮으니까 간단하게. 저 둘은 일단 저렇게 내버려두자. 알아서 타협점을 잘 찾아서 아드리엘이 바퀴를 달고 있거나 애셔가 달고 있거나 하겠지. 애셔와 아드리엘을 뒤로하고 부엌에 가보니 갑자기 재료가 많았다. 수레 찾으러 간 김에 음식도 털어왔구나. 장하다 애셔! 생존 본능 100점!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빵을 가지고 밖을 나와보니 애셔와 아드리엘이 수레의 바퀴를 달고 있었다. 결국 둘이 같이 손보는 거로 결정 났군. 애셔의 표정이 좀 뚱하긴 했지만 아드리엘을 잘 도와주고 있었다. 애셔와 아드리엘에게 빵을 건네주니 저 솥뚜껑만 한 손으로 작은 모닝빵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럼 나도 어디 한 번 마을 좀 돌아볼까?


“저도 잠깐 마을 좀 돌아보고 올게요.”

“······집은 내가 거의 다 봐서 가져올 게 없을 거야. 부족한 게 있나?”

“아니요. 그냥 산책할 겸 나가는 거예요.”


역시 빈집털이범 두목다운 대답이었다. 그새 집을 다 털었구나. 그래도 못 턴 게 있겠지. 빵은 부엌에 더 있으니 부족하면 먹으라고 말을 한 후 집을 나섰다. 시끌벅적한 게 낯설긴 하지만 좋긴 하다. 집이 복작복작한 기분이네. 밖을 조금 걷다 보니 어젯밤에 왔던 시장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난밤을 회상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어젯밤에 주운 이 키는······ 오토바이 키가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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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맛이 갔구나 24.09.13 5 0 10쪽
7 잠은 못잤어요... 24.09.11 6 0 11쪽
6 잠이 쏟아져요 24.09.10 7 0 10쪽
5 잠시 이야기 좀 하지 24.09.09 6 0 11쪽
4 빈집털이범인가요? 24.09.06 6 0 10쪽
3 궁금한 게 있어요 24.09.04 6 0 10쪽
2 상태가 좋지 않군 24.09.03 11 0 11쪽
1 넌 누구지? 24.09.02 1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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