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했더니 천재 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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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각
작품등록일 :
2024.09.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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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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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법의 아버지(1)

DUMMY

1.

나로선 신기할 따름이었다.

훗날 제국 금지 구역으로 거듭나는 흑마탑. 그곳은 내심 고압적이고 음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다치신 거죠?”

“농사하다가 한눈판 사이에 다리가 깔려서······.”

“어둠이여, 나의 마나를 근간으로 이자를 치유하소서!”


불사의 군단 연구 따위를 위한 사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민들로 하여금 권위 의식도 없었다.

임시 마탑 수장인 율리아가 환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었다.


‘이 시기에 흑마탑은 이러했나.’


물론 그런 감상은 어디까지나 나뿐이었다.

동행한 시종들은 다른 시선에서 분노를 표했다.


“전하,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은 황족의 권위를 말했다.


“전하께서 직접 행차하셨는데 마중은커녕 천한 것들만 보고 있다니요!”


신민들이 황족을 우선순위로 두는 건 이 시대의 상식. 예를 취해지 않으면 목이 날아가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다.


“전하, 제가 당장 흑마탑주를 끌고 오겠습니다. 당장 전하께-”

“괜찮으니 가만있거라.”

“···예?”

“내가 괜찮으니 잠자코 있거라.”


그러나 동행한 시종들과 하인츠가 의아한 시선을 보낼지언정, 나는 잠자코 그녀를 지켜봤다.


“어둠이여, 나의 마나를 근간으로 이자를 치유하소서!”


그녀의 손으로부터 뿜어지는 어둠. 그것은 환자의 절단면을 둘러쌌다.

그리고 점차 길이가 늘어나더니 허벅지, 무릎, 발, 발가락을 정교하게 구현했다.


“됐습니다. 한 번 일어서 보시겠습니까?”

“어어?”

“한 번 제자리에서 뛰어보시겠습니까?”

“네, 넵! 어? 된다. 뛰어진다아아-!”


나는 그 광경을 보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기적이야말로 불사 군단의 근간임을.

단순히 외형만 구현한 게 아니라 기능마저 구현했음을, 저것이 훗날 대마녀의 바탕이었다.


“성녀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방금까지 얼굴을 찡그리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조아렸다.

마치 검은 다리가 본래 제 것인 것처럼 주변을 걷다가, 그녀에게 절하듯 감사를 표했다.


“모두 성녀님 덕분입니다. 제가 당장 집에서 키우는 돼지를 팔아서라도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 뒤로도 몇 차례 급박한 치유가 이어졌을까.

나는 급한 치유가 끝나자 그제야 인기척을 냈고, 1층 중앙에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해당 치유에 부작용은 없나.”


그러자 나를 발견한 그녀가 황급히 일어났다. 눈을 크게 뜨며 허리를 숙였다.


“···7황자 전하? 미천한 자가 7황자 전하를 뵙니다.”


그녀가 ‘전하’의 호칭을 꺼내자 흑색 로브를 입은 이들 재빨리 허리를 굽혔다.


“황자 저하시다. 모두 예를 갖추어라!”


이어서 그들이 내 신분을 밝히자, 내부에 있던 신민들이 무릎을 꿇었다.


“황,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물론 그럴지언정 이 순간에도 내 관심은 오직 그녀의 마법에 있었다.


“전하,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미천한 제가 당연히 전하를 모셨어야-”

“괜찮으니 고개를 들라.”

“···예?”

“두 번 말하게 말고 고개를 들라.”


이에 율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의아한 눈이 나를 향했다.


“그보단 부작용이 있는지 물었다.”

“부작용 말씀입니까?”

“그래, 방금 치유 마법으로부터 비롯되는 부작용. 해당 마법으로 인해 피시전자의 건강을 해친다던가. 수명이 짧아진다던가.”


이에 그녀가 확신에 찬 눈으로 답했다.


“어떠한 부작용도 없나이다.”

“정말인가?”

“아, 다만 완전한 신체 기능을 수행 못 하는 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겠습니다. 일상생활엔 지장이 없으나 과격한 행위를 하는 덴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직 그녀의 경지는, 내 마지막 기억에 미치진 못한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능력마저도 기적과 같았기에. 나는 다음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이런 치유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런 능력을 갖추고도 왜 일반 신민들을 돌보지?”


대개 대가 없는 호의란 없기 마련이다.

희귀한 능력을 갖췄겠다. 부작용도 없겠다.

치유 대상을 가려 받고 높은 보수를 챙길 수 있었다.

그럼에도 큰 보수를 기대할 수 없는 일반인을 환자로 받는 이유.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는지.


그러나.


이어진 그녀의 대답은 너무도 순수한 이유였다.


“눈앞에 죽어가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소한 체구에 그렇지 못한 단단한 눈빛.

그녀 또한 하인츠처럼 내가 아는 마지막과 다른 과거를 살고 있었다.


“저는 아버지를 살리고자 치유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환자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들 또한 누군가의 아버지고, 어머니며, 누군가의 자식이니까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나.”

“예, 제 치유에 다른 이유는 없나이다.”


2.

이후 나는 그녀의 치유 모습을 지켜봤다.


“아뢰옵기에 황공하오나 목숨이 중한 환자만 빠르게 살펴도 되겠습니까.”


그녀의 정중한 부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를 듣던 시종은 다시금 얼굴을 붉혔으나.


“감히, 천한 것이 전하를 또 기다리게 할 작정-”

“그리하라.”

“···전하?”


나는 개의치 않았다.

과거의 나라면 화냈을지 모르나, 지금 내 눈에 비친 그녀의 태도엔 진정 있다고 느껴졌기에.

아버지 치유를 이유로 눈앞에 죽어가는 이들을 뒷전에 두었더라면. 그녀가 앞서 설명한 치유의 이유를 모순으로 느꼈을 터였다.


“신민들을 치유한다 함은 제국의 복이다. 그러니 급한 치유를 마쳐라.”

“감사합니다, 전하.”


그리하여 나는 1층 의자에 앉아 그녀를 유심히 관찰했다.

마나를 어떻게 운용하는지.

마법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내 시선에 그녀의 태도가 달라지는 건 아닌지.


“어쩌다 이리됐습니까?”

“고블린의 둔기에 복부 살점이 뜯겼다 합니다.”

“이곳이군요. 어둠이여, 나의 마나를 근간으로 치유하라!”


그러나 그녀는 계속 같은 태도로 환자를 돌봤다.

그녀의 손에서 뿜어진 어둠이 환자의 복부를 둘러쌓았다. 패인 자리를 채워갔다. 주변 살갗과 균형을 맞췄다. 색상만 빼면 본래 살갗인 것처럼.


“감사합니다, 성녀님. 덕분에 또 목숨을 건졌군요.”

“한슨님, 제가 경고했잖아요. 경비대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난번 치유한 팔은 본래의 팔과 다르다고.”

“알고 있습죠.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누군가는 마을을 침공하는 몬스터를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시잖습니까. 마을의 치료는 성녀님이, 마을의 치안은 경비대원인 제가.”


한슨라이라 불린 사내는 치유가 끝나자 씩씩하게 답했다.

분명 생사가 오가는 응급 현장이건만 그곳에선 야트막한 미소가 오가고 있었다.


“하인츠.”


이에 나는 하인츠에게 물었다.


“예, 전하.”

“네게 저 광경이 어떻게 보이지?”

“그게 무슨 말씀인지요.”

“내 눈에 저 암 속성 마법은 신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처럼 보이는군.”


하인츠가 율리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저 역시 그렇게 보입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엔 존경이 담겨있군요.”

“존경?”

“모두가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단지 능력만 뛰어나다고 나올 반응이 아닙니다.”

“그럼?”

“과정과 쓰임이 올바르게 쓰일 때 나올 수 있겠죠.”


순간 나는 그의 말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생에서 수많은 인간을 죽인 악마가, 다른 악마를 향해 존경을 표하고 있었으니.


“내겐 분란의 씨앗으로도 보인다.”

“분란의 씨앗 말입니까?”

“그래, 보다시피 저 능력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그런 능력은 대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소용돌이를 만들지.”


이에 하인츠는 의외라는 듯이 나를 봤다.


“기존의 질서를 파괴할 힘이다. 저 힘을 악용하면 국가에 반란을 일으킬 수 있지 않겠나.”


나는 전생에 있었던 사건을 꺼냈고, 하인츠가 잠시 고민한 끝에 답했다.


“그렇기에 황실과 국가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전생의 악마가 어쩐지 나무라는 것 같았다.


“귀족이 올바르게 그녀를 이끌거나, 올바른 법이 그녀를 인도한다면 국가의 복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가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그 능력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쓰는지 일 테니까요.”


3.

“전하, 오래 기다리게 하여 송구합니다.”


그렇게 얼마나 의자에 앉아 기다렸을까.

어느덧 급한 치유를 마친 율리아가 내게 다가왔다.


“급한 치유는 끝났나.”

“예, 전하.”

“그럼 가지.”

“예, 저를 따라오시지요.”


그녀의 안내에 따라 건물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도착한 2층. 복도를 지나쳐 안쪽 방문을 열자, 침대에 누운 한 중년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제 아버지십니다.”


동시에 하인츠의 마나 특성이 활성화 중이기 때문일까.

그 주위를 떠도는 흑색의 마나가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암 속성 마나들. 척 봐도 평범한 이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위협을 일으킬 밀도와 양이었다.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까요. 전에 제 아버지가 ‘마나의 사랑을 받는 자’의 체질이라 말씀드렸지요.”


이어서 그녀가 자신의 사연을 늘어놓았다.

시작은 제 아버지 얘기였다.


“우선 아버지께서 아직 숨이 붙어있는 이유부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심장에 형성한 고리 때문입니다.”

“마법사의 심장 고리를 말하는 건가.”

“예.”


그녀는 먼저 최근 마법을 주류로 떠오르게 한 심장 고리를 언급했다.


“해당 체질의 문제는 신체에 감당할 수 없는 마나가 쌓인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이를 신체가 감당하지 못해 단명하게 되지요.”


이어서 해당 체질의 문제 극복 방안을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체내에 마나가 쌓이지 않게 하거나, 쌓이는 속도 이상으로 마나를 소비하거나. 그런 의미에서 심장 고리는 후자와 연관이 있습니다.”


나는 과거 마법 공부를 했던 만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마법은 검기와 달리 체내의 마나를 단숨에 폭발시키는 무류였다.

심장 고리는 그런 마나의 폭발을 돕는 보조 장치와 같았으니. 그것이 있다면 더 빠른 마나 소모가 가능할 터였다.


“심장 고리로 효율적인 마나 저장함과 소비를 유도하려 했지요.”


그리고 나는 그녀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뭔가 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심장 고리를 만들어’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말. 이는 꼭 심장 고리의 기원을 듣는 것 같았는데.


“그런 원리에 착안해 심장 고리를 만든 분이 바로 제 아버지십니다.”

“···뭐?”


잠시 후 나는 그 묘한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랬다.

심장 고리가 마법을 주류로 떠오르게 한 원동력임은 알았으나, 자세히는 몰랐던 기원.

다시 말해 지금 이야기는 마법을 부흥시킨 한 사내의 이야기였다.


“혹시 아버지 이름이 어떻게 되지?”

“라르스입니다.”

“그렇군, 네 부친이 ‘마법의 아버지’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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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마법의 아버지(3) NEW +2 23시간 전 295 17 11쪽
18 마법의 아버지(2) +2 24.09.18 408 15 10쪽
» 마법의 아버지(1) +2 24.09.17 445 17 11쪽
16 황궁비고(3) +1 24.09.16 495 18 11쪽
15 황궁비고(2) +3 24.09.15 546 18 11쪽
14 황궁비고(1) +1 24.09.14 604 21 9쪽
13 황자 성취 증명(5) +5 24.09.13 641 17 9쪽
12 황자 성취 증명(4) +2 24.09.12 653 22 8쪽
11 황자 성취 증명(3) +1 24.09.11 685 21 12쪽
10 황자 성취 증명(2) +2 24.09.10 663 16 10쪽
9 황자 성취 증명(1) +4 24.09.09 698 22 12쪽
8 그가 악마가 된 이유(3) +2 24.09.08 736 19 11쪽
7 그가 악마가 된 이유(2) +2 24.09.07 728 20 11쪽
6 그가 악마가 된 이유(1) +3 24.09.06 764 19 10쪽
5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5) +4 24.09.05 795 19 11쪽
4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4) +3 24.09.04 810 19 9쪽
3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3) +3 24.09.03 874 23 10쪽
2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2) +2 24.09.02 990 22 9쪽
1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1) +3 24.09.02 1,208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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