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했더니 천재 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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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각
작품등록일 :
2024.09.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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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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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5)

DUMMY

9.

한편 악셀이 떠나간 자리.

로잘린은 악셀이 시야에서 벗어났음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전히 그가 사라진 방향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아가씨.”


옆에서 유모가 걱정스럽게 그녀를 불렀으나, 그녀의 시선은 변치 않았다.


‘···진정 저자가 무능 황자라 불린다고?’


그녀로선 홀린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짧다면 짧았던 오찬 시간.

그럼에도 그녀의 머릿속엔 몇 가지 장면들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첫째는 ‘황자’가 사과를 한 것이었다.


[그 점은 미안하군. 내가 결례를 범했어.]


보통 황자쯤 되는 위치는 쉽게 사과하지 않는다. 신분이 높을수록 말의 무게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시원하게 사과를 한 것으로 모자라 기품이 느껴졌다.


‘말을 절거나 쩔쩔매는 뉘앙스가 아니었단 말이지.’


둘째로는 대화 중 어색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었다.


[전하께서도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여 제 가문을 고려하신 게 아닌지요.]

[그랬‘겠’지.]


그렇지 않아도 소문과 달라 딴 사람이 아닌가 싶은데, 마치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을 말하듯 언급하기까지.

‘그랬지’가 아닌 ‘그랬겠지’는 마치 다른 사람을 품평하는 느낌이 아닌가.


‘내가 너무 예민한가.’


셋째로는 마지막 대화 부분이었다.

여태 그녀는 사교계를 전전하며 많은 사내를 만났었다.

그녀의 외모를 추앙하는 이들, 그녀의 가문을 칭송하는 이들, 자신의 가문을 어필하는 이들 등등.

그런데 여태 자신을 이렇게 표현한 사내는 없었다.


[넌 예쁘다. 그뿐인가. 똑똑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지. 그리고 지금처럼 목적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무기를 쓸 줄도 아는 사람이지.]


정확히는 그녀의 능력과 목적에 집중하는 이가 없었다.

이는 개인의 영역을 확고히 하려는 그녀에겐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물며 외관으로부터 지고한 느낌을 풍기기까지 했으니.


‘아버지 같은 대귀족을 만난 듯했단 말이지.’


이에 마차를 타고 북부로 돌아가는 길.

로잘린은 악셀을 곱씹었고, 유모는 고뇌에 빠진 로잘린에게 물었다.


“아가씨, 앞으로 어쩌실 생각입니까?”

“무엇을?”

“7황자 전하와의 혼인 말입니다. 아무래도 7황자 전하께선 뜻이 완고하신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이에 로잘린이 마차 밖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떡하긴.”


한 박자 끊은 뒤 말을 이었다.


“내가 생각보다 매력적인 사람이라잖아.”

“그렇게 말씀하시긴 했습니다만-”

“그래서 가진 무기를 좀 더 써볼까 해.”

“어떻게 말입니까?”

“당장 든든한 우군이 필요 없다면, 든든한 우군이 필요할 때를 기다려야지.”


어느덧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넘어가는 와중이라서일까.

햇볕이 그녀를 옅게 내리쬈다.

햇볕을 품은 그녀의 미소는 이전보다 눈부셨다.


“올해 7황자의 성인식이 있다지?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네.”


10.

한편 같은 시각.

악셀을 인상적으로 느낀 건 비단 로잘린만이 아니었다.

오찬을 마치고 7황자 궁으로 들어가는 길.

악셀을 보좌하는 하인츠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군. 평소의 악셀과는 다른데.’


당일 악셀이 보인 행실은 평소와 거리가 있었다.

복귀 보고를 하러 방으로 들어가자 검을 겨눈 것도 그렇고.

로잘린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한 것도 그러했다.


‘언제부턴가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지 않았건만, 그것도 로잘린 같은 절세미인에게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또한 오찬 자리를 끝내고 건넨 악셀의 물음에, 하인츠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인츠.”

“전하, 말씀하시지요.”

“내가 연무장을 써도 되겠나?”

“예?”


그도 그럴 게 이 또한 악셀로부터 들을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마나 재능이 있었으나 다른 황자들의 견제에 기가 눌려 발걸음을 끊었던 그.

하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기운을 차릴 것을 믿으며 연무장을 항시 관리해 왔었는데.


“왜 그런 표정이지?”


하인츠로선 순간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분명 오늘 자신에게 칼을 겨눈 걸 보면 이상한데.

오찬 전 몇몇 질문을 던져본 결과 완전히 기억을 잃은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위험하다고 그냥 지나치기엔 기약이 없는 악셀의 연무장 방문.

결국 하인츠는 연무장에 데려가기로 했다.

이는 자신의 욕심임을 알지만 위험할 것 같으면 빠르게 말리겠단 심산으로 질문에 긍정하기에 이르렀다.


“아닙니다, 전하. 7황자 궁 연무장은 온전히 전하의 소유인바. 언제든지 이용하소서.”


11.

그리하여 도착한 7황자 궁 지하 연무장.

나는 그곳에 넓게 펼쳐진 바닥을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황자 연무장 치곤 특별한 것은 없으나, 그와 별개로 과거 연무장에서 살았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유년 시절에 연무장에 무던히 들렸었지.’


대전쟁 이후로는 바빠서 오래 시간을 보낸 적이 없으나, 비교적 평화로웠던 어린 시절엔 형제들과의 경쟁에 밀리지 않고자 죽치고 있었다. 몸을 무던히 단련시켰었다.


‘괜찮군. 웨이트 기구와 검도 적절하게 있고, 무엇보다 지하 연무장이라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훌륭한가.’


나는 먼저 한쪽에 위치한 웨이트 기구들을 둘러봤다.

과거 근력을 기르고자 무던히 땀을 적시던 것들. 먼지가 쌓여있을 법도 했으나 제법 관리가 잘돼 있었다.


“관리가 잘 돼 있군.”

“전하께서 언제 오실지 몰라 매일 같이 청소했습니다.”

“그랬나.”


그렇게 나는 연무장을 크게 훑은 뒤 먼저 가볍게 러닝에 들어갔다. 몸을 풀 겸 맨몸운동에 들어갔다.


“헉헉.”


물론 예상대로 내 몸은 얼마 뛰지 못한 채 헉헉댔고, 이어진 웨이트 역시 예상 이하의 무게를 들어야 했다. 가벼운 무게로 세팅했음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몸이 별로인가. 독도 독인데 오랫동안 운동을 안 한 몸이군.’


이어서 나는 다음으로 마나를 시험하고자 검 진열대로 걸어갔다.

그러자 지켜보고만 있던 하인츠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는데.


“전하, 오늘은 연무장에 오랜만에 방문하셨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검은 몸 컨디션이 올라왔을 때 잡는 게 어떠십니까.”

“불가하다.”

“전하.”


나는 거절했고 하인츠가 항의했다.

결국 몇 번의 실랑이 끝에 타협 봤다.


“그럼 진검이 아닌 가벼운 목검을 들겠다.”

“알겠습니다. 대신 제 제지를 따라주셔야 합니다.”

“제지?”

“제가 그만하자 신호하면 오늘 훈련은 그만하시는 겁니다. 이는 오직 전하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알겠다.”


그런 뒤 나는 진열대에서 목검을 손에 쥔 뒤 연무장 중앙에 섰다.

그리고 지난 며칠처럼 마나 호흡에 집중했다.


‘일단 마나를 느낀다.’


시각을 완전히 차단한 채 숨을 뱉고 마셨다. 확장된 감각을 확인했다.


‘확실히 감각이 몇 배는 더 예민해졌나. 내 전생보다도 더.’


이어서 마나를 천천히 회로로 이끌었다.

세계를 가득 채운 무형의 물질, 마나. 그것에 의지를 부여했고 그것들을 체내에 순환시켰다.

이후 나는 주변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온전히 검에 집중했다.

시작은 내려치기였다.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 단순한 동작.


훙!

후웅!

후우웅!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바람 가르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질였다.

전신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동시에 자주 쓰지 근육을 사용해서일까. 고통 역시 부풀어 올랐다.

그럼에도 나는 목검을 선에서 놓치지 않은 채 횡으로 휘둘렀다.


휙!

휘익!

휘이익!


이 역시 고통이 동반됐지만 나는 재차 반복했다.

육체 고통을 참는 건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특기 중 하나.

새로운 재능의 발견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휙!

휘익!

휘이익!


조금씩 동작을 수정해 나가고, 일부러 대상이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며 궤적의 타점을 달리 가져갔다.

그러면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덧 내 눈앞은 암전되고 있었다.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없었고, 억지로 마나를 활용해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와중 나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 내 마나의 양과 질은 전생을 상회한다.’


전생의 나였다면 진즉 소진됐을 마나를 여전히 두르고 있었다.

그뿐인가.

더 선명한 감각에. 더 친숙히 느껴지는 마나에.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으나 어느새 목검에 무채색의 마나가 흐르고 있었다.

목검을 휘두를 때면 그것이 허공에 잔상처럼 남고 있었다.


‘전생의 내가 도달하지 못한 경지라서 재단이 불가하나, 이건 최소 마나 7성 이상의 영역인 것 같은데······.’


그것을 자각하자 감각이 보다 확장된 탓인지 이젠 신체의 혈관마저 인식할 수 있었다.

동시에 모든 혈관이 비명을 질러댐을 인지할 수 있음에 고통의 영역 역시 커졌는데, 그럼에도 나는 손에서 목검을 놓지 않았다.

전생에 나 또한 마나 유저로서 새로운 힘, 그토록 갈망했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감이었기에.

가끔 제 발에 꼬일지라도 상관없었다. 우스꽝스러운 자세일지라도 상관없었다.

확장된 고통은 새로운 기대감을 낳았고, 새로운 욕망이 되었다.


‘재밌다. 목검을 붓 삼아 허공을 색칠하는 게 이런 느낌인가.’


그렇게 얼마나 무의식에 빠졌을까.

그토록 영원할 것만 같던 내 세상에 낯선 목소리가 울렸다.


“전하, 7황자 전하!”


과거에 들을 수 없는 이질적인 목소리에 나는 무의식에서 깼다.


“···하인츠?”

“예, 전하. 접니다.”

“무슨 일이지?”

“이제 그만하시지요. 더 하시다간 몸이 완전히 망가질 겁니다.”


이에 나는 처음 그 말을 부정했다.


“더 할 수 있다.”

“안 됩니다. 지금만 해도 얼마나 몸에 부하가 왔을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괜찮다.”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지그만 해도 다음 날 자고 일어나시면 감당할 수 없을 고통이 있을 겁니다.”

“괜찮다. 이 정도의 육체적 고통 따위는.”


하지만 결국 나는 검을 손에서 내려두었다.

단호하나 걱정이 담긴 하인츠의 눈빛.

그것은 협박하고자 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진정 걱정하는 얼굴인 데다 미리 약속을 해버린 이상 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내일 더 하시지요. 저와 약속하지 않으셨습니다. 여기서 더 하시면 영구히 몸이 망가질 겁니다.”

“알겠다.”


그 뒤로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검 진열대로 다가갔다. 목검을 제자리에 두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검을 두고자 진열대 위로 손을 뻗었는데, 손에서 검이 떨어지질 않았다.

정확히는 내가 손에서 검을 놓지 못했다.


‘왜?’


나 또한 점차 무의식의 영역에서 벗어나며 자각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마나를 활용하는 건 의미 없이 몸을 혹사하는 것이라는 걸.

그러나 새로운 능력을 겪었기 때문일까. 내 손은 여전히 검에 집착하고 있었다.


“하인츠.”

“예, 전하.”

“혹시 벨 게 있나.”

“벨 것 말입니까?”

“마지막으로 내가 어느 정도 마나를 다루는지 확인해야겠다.”


이에 하인츠는 한숨을 쉬더니 이내 한 가지를 제안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마나 측정석을 베시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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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황궁비고(2) +3 24.09.15 539 18 11쪽
14 황궁비고(1) +1 24.09.14 596 21 9쪽
13 황자 성취 증명(5) +5 24.09.13 635 17 9쪽
12 황자 성취 증명(4) +2 24.09.12 647 22 8쪽
11 황자 성취 증명(3) +1 24.09.11 681 21 12쪽
10 황자 성취 증명(2) +2 24.09.10 658 16 10쪽
9 황자 성취 증명(1) +4 24.09.09 691 22 12쪽
8 그가 악마가 된 이유(3) +2 24.09.08 729 19 11쪽
7 그가 악마가 된 이유(2) +2 24.09.07 722 20 11쪽
6 그가 악마가 된 이유(1) +3 24.09.06 760 19 10쪽
»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5) +4 24.09.05 791 19 11쪽
4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4) +3 24.09.04 804 19 9쪽
3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3) +3 24.09.03 867 23 10쪽
2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2) +2 24.09.02 982 22 9쪽
1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1) +3 24.09.02 1,199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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