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했더니 천재 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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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각
작품등록일 :
2024.09.0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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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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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가 악마가 된 이유(2)

DUMMY

5.

그 길로 도착한 7황자 궁.

하인츠는 2층 끝 방에 가자 악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방 안엔 황실 사제들이 자리했고.


“주여, 부디 아픈 자를 보듬어 주소서!”


손으로 신성력을 뿜어내 악셀을 치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악셀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그의 피부는 창백했고, 얼굴 혈관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눈동자가 흐렸고, 몸은 떨고 있었으며, 숨을 내쉴 때면 뜨거운 열기가 입에서 새어 나왔다.

이는 독에 중독된 반응과 유사했다.

정확한 독의 정체는 당장 알 수 없었으나, 그는 일평생 왕실과 황실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이와 유사한 반응을 종종 봐왔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에 하인츠는 어그러진 얼굴로 사제에게 물었다.


“독에 중독되셨습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예?”


평소보다 진한 노기를 담아 말했다.


“무슨 독에 중독된 겁니까. 아니, 치유는 가능합니까.”

“지금 노력하고 있으니 조용히 기다려주시면-”

“빨리 대답하십시오.”

“그, 그게······.”


그 기세를 못 이겨 어버버하는 황실 사제에게, 노여운 눈으로 하인츠가 대답을 강요했다.

그도 그럴 게 하인츠는 지금의 장면으로부터 아픈 기억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막내 누이의 죽음이었다.


[하인츠, 네게 짐을 떠넘겨서 미안하구나. 백성들을 부탁한다.]


과거 하인츠는 문테아누 제국의 침략에 아버지를 잃고, 더불어 수많은 백성과 가신을 잃었다.

이에 그는 왕성 함락 직전 책임감을 떠안은 채 자결하려 했으나.


[오라버니,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오라버니마저 죽으면 저는 어떡합니까. 남은 방겐하임의 백성들을 누가 돌본단 말입니까!]


차마 막내 누이의 말을 저버릴 수 없었다.


[네 미색이 마음에 드는구나. 내 여자가 되거라.]

[대신 더 이상 방겐하임을 향한 살육을 멈춰주십시오. 또한 제 오라버니도 살려주십시오.]

[약속하마. 앞으로 반역을 일으키지 않은 이상 방겐하임 핏줄을 해하지 않으마.]


막내 누이가 문테아누 황제의 첩으로 들어감으로써 생을 연장한다.


그러나.


그런 황제의 약속은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유명무실해졌다.

황제가 방겐하임의 핏줄을 죽이지 않는단 전제로 자신의 마나 회로를 폐했거늘.


[오라버니······.]


그녀의 마지막은 지금의 악셀과 같았다.

피부가 창백했고, 눈동자는 흐렸으며, 혈관엔 보랏빛이 적나라하게 뻗쳐있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에서 검은 피를 울컥 쏟아졌다.


[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이냐!]

[오라버니···.]

[안 된다. 네가 죽으면 난 무슨 낙으로 산단 말이냐!]

[부디 악셀을 부탁드립니다···.]

[어서 정신 차리거라. 어서 정신 차리래도!]


결국 그녀는 영원히 눈을 감았다.

이후 사건을 조사한 결과. 그녀를 독살시킨 배후는 황비들임을 알아냈고.

하인츠는 황제에게 독대를 청했다.


[분명 방겐하임을 향한 살육은 멈춰주신다 약속하셨습니다.]


그에게 막내 누이의 죽음을 따져 물었다.


[제 누이가 폐하의 여인이 되고, 제 마나 회로를 끊는 것으로 방겐하임의 안전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단 말입니까.]


하지만 황제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황비들이 말하길 질투심에 못 이겨 그랬다더군.]


미안하거나 감정의 동요가 전혀 없었다. 그저 차가운 어조로 일관했다.


[알다시피 황실에서 독살은 멍청한 자나 당하는 것이다.]

[···폐하?]

[자네가 철저하게 보좌했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안 그런가?]

[폐하!]

[고작 이딴 이유로 날 보자고 요청한 거라면 시간이 아깝구나. 더 할 말 없으면 물러가도록.]


그런 뒤 알현실에서 나와 텅 빈 4황비 궁에 복귀했을 즈음이었다.

그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기어코 황실은 약속을 저버리는가.’


살심이 차올랐다.

소중한 이가 죽은 것에 대한 슬픔.

억울함에도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비루함.

그것들이 연료가 되었다.

분노가 뇌를 잠식하고.

점차 시야가 흐려지고.

물에 빠진 것처럼 몸에 감각이 무뎌지고.

더 나아가 모든 인간이 물고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귓가로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자격이 충분하다.]


인간의 것이 아닌 신비한 음성이 그를 유혹했다.


[힘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귀의하라.]


하지만.


잠시 후 하인츠는 그 모든 것들을 가라앉혀야 했다.


[하인츠, 어머니는 어디 가써요?]


모든 것이 희미해진 세상 속 들리는 때 묻지 않은 아이의 한 마디였다.

조그마한 아이 하나가 홀로 덩그러니 있던 하인츠의 바짓가랑이를 손으로 잡아당기고 있었다.


[하인츠?]


악셀 문테아누였다.

그 누가 보호하지 않으면 허망하게 꺼질 촛불이, 심연에 들어간 그를 비추고 있었다.


이에 4황비의 부탁이 아른거렸다.

악셀을 잘 부탁한다는 말. 결국 그의 눈에서 살기를 점차 빠지게 했다.

무릎을 굽혀 인자한 눈으로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을 마주했다.


[먼 여행을 떠나셨답니다.]

[여행?]

[예, 멀리서도 전하를 계속 지켜보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6.

그렇게 악셀 문테아누는 마지막 남은 핏줄이었다. 동시에 그의 정신 줄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독살당할 상황에 직면했으니.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치유는 어떻게 됐지?”


밖에서 경과를 기다리던 하인츠의 물음에, 방 밖으로 나온 사제가 조심스레 말했다.


“노력은 했으나 독을 단번에 상당량 섭취한 탓에······.”

“섭취한 탓에?”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형 선고와 같은 말에 그는 차갑게 단답을 내뱉었다.


“그런가.”


그런 뒤 악셀이 누워 있을 방문을 응시하다, 차마 방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 채. 그 길로 2층에서 내려와 범인 찾기에 들어갔다.


‘독살시키기 위해선 독을 풀 사람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부 내 사람으로 채웠는데 어떻게?’


그는 시종의 근무 일지와 악셀과의 접촉, 사제의 증언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려냈고.


“죄, 죄송합니다. 시종장님. 알레슨 기사님께서 금화를 주셔서 그만.”


유력 용의자를 고문한 결과, 그 배후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알레슨이라면 배후는 6황자 요제프인가.’


“정, 정말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지.”

“최근 아버지께서 도박으로 돈을 모두 탕진하고 집안의 빚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서······.”


사정은 알 것 같았다.

평소 신뢰하던 시종이 왜 그랬나 싶었더니.

가세가 기운 틈을 이용해서 6황자의 시종이 비집고 들어왔던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쉽게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 들어왔고.


하지만 하인츠는 이미 분노가 몸을 지배하는 이상 자비는 없었다.


“왜 내게 말하지 않았지?”


마나를 다루지 못하게 됐을지언정, 그는 일반인들이 상대할 수 없을 완력과 기술을 가졌고.

시종의 목을 한 손으로 붙잡아 들어 올렸다.


“전 독인 걸 정말 몰랐습니다. 그저 이 병 안에 담긴 걸 음식에 타면 돈을 준다고 해서-”

“정말 몰랐나?”

“예?”

“황궁에서 시종 생활만 5년을 넘게 한 너다. 그런 네가 음식에 무언가를 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정말 모를까.”

“그, 그것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컥.”


이내 반대편 손에 들린 단검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하인츠로선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고 여긴 탓이었다.

그녀는 본인의 선택을 했으니 책임을 지는 건 자신의 몫.


‘6황자 요제프라···.’


그녀가 바닥에 핏물을 쏟아내는 만큼이나, 하인츠 눈이 더욱 붉어졌다.


7.

여전히 동이 트지 않은 시각.

하인츠는 다음으로 눈에 띄지 않게 6황자 궁으로 발을 옮겼다.

6황자 궁이 한눈에 보이는 인근 건물에 몸을 숨긴 뒤 간단한 계획을 세웠다.


‘이곳의 비밀 통로를 이용하면 기사들을 마주하지 않은 채 6황자 궁 안으로 진입이 가능하다.’


그는 문테아누 황성에 기거하며 황성 내의 비밀 경로와 병사들의 근무 위치를 파악해 뒀었다.

기사들을 피해 6황자 궁에 들어가는 루트를 곧장 짤 수 있었다.


‘물론 6황자 궁 내부로 들어가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지만, 그건 더 이상 상관없겠지.’


곧이어 그는 6황자가 숙면하고 있을 방을 확인하자 다시금 살심이 차올렸다.

분노가 뇌를 잠식하고.

점차 시야가 흐려지고.

물에 빠진 것처럼 몸에 감각이 무뎌지고.

더 나아가 모든 인간이 물고기로 보이는 세상이 찾아왔다.

귓가로 으스스한 음성이 들려왔다.


『넌 자격이 충분하다. 다시 묻지. 힘을 원하는가.』


언젠가 들었던 인간의 것이 아닌 음성. 그것이 지금의 그를 유혹했다.


『원한을 해결하고 싶지 않은가.』

“혼자 해결할 수 있다.”

『6황자 한 명을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6황자를 죽인다고 해서 이 분노가 끝나는가.』


더 나아가 그의 깊은 내면을 건드렸다.


『이 사건의 근본적인 배후는 누군가. 이 모든 걸 허용해 준 황제이자 황실이다. 그 모두를 없애야 네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시야가 더욱 흐려졌다. 색으로만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네 누이의 혼을 달래주지. 누가 악셀의 혼을 달래주나. 그러니 귀의하라. 그렇다면 네가 가졌던 마나 이상의 힘을 얻게 될 것이니.』


붉었던 그의 눈엔 어느덧 새까만 귀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모두를 죽여라. 그럼 네 분노를 해소할 수가-』


그런데.


그때였다.

이젠 으스스한 음성마저 안 들릴 정도로 모든 감각이 사라지기 직전. 어떠한 목소리가 그 모든 걸 뚫고 뚜렷하게 들렸다.


“하인츠, 정신 차려라.”


그 한마디에 바뀐 그의 세계가 움찔했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진동했다.

그러더니 희미해졌던 모든 것들이 점차 뚜렷해졌다.

물에 빠진 것만 같았던 갑갑함이 풀어지고.

주변 벌레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들리고.

어느새 코앞 시야에 한 마리의 물고기가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 물고기는 점차 사람의 형상을 띄더니, 이윽고 예상치 못한 얼굴로 바뀌었다.


“악셀?”


불과 조금 전에 죽음을 선고받은 악셀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어떻게 여기에? 분명 독에 중독돼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그게 무슨 소리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보랏빛으로 혈관이 가득했던 그가 멀쩡해져 있었다.


“그건 독이 아니었다.”


오래전처럼.

천진난만한 아이의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내 식대로 정의하자면 그건 내게 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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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법의 아버지(2) +2 24.09.18 395 15 10쪽
17 마법의 아버지(1) +2 24.09.17 436 17 11쪽
16 황궁비고(3) +1 24.09.16 488 18 11쪽
15 황궁비고(2) +3 24.09.15 539 18 11쪽
14 황궁비고(1) +1 24.09.14 596 21 9쪽
13 황자 성취 증명(5) +5 24.09.13 635 17 9쪽
12 황자 성취 증명(4) +2 24.09.12 647 22 8쪽
11 황자 성취 증명(3) +1 24.09.11 681 21 12쪽
10 황자 성취 증명(2) +2 24.09.10 658 16 10쪽
9 황자 성취 증명(1) +4 24.09.09 691 22 12쪽
8 그가 악마가 된 이유(3) +2 24.09.08 729 19 11쪽
» 그가 악마가 된 이유(2) +2 24.09.07 723 20 11쪽
6 그가 악마가 된 이유(1) +3 24.09.06 760 19 10쪽
5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5) +4 24.09.05 791 19 11쪽
4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4) +3 24.09.04 804 19 9쪽
3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3) +3 24.09.03 867 23 10쪽
2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2) +2 24.09.02 982 22 9쪽
1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1) +3 24.09.02 1,199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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