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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각
작품등록일 :
2024.09.01 14:33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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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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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법의 아버지(3)

DUMMY

5.

율리아로선 오래 기다린 순간이었다.


“그럼 이제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아버지를 치유할 대상을 찾았고, 상대가 치유 의지를 드러냈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에서 문득 그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정녕 아버지의 치유는 불가한가.]


한때 암 속성 마나로 아버지 치유가 불가능함에 깨달은 데다, 교단을 찾아갔으나 돌아온 건 무시.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좌절감에 한동안 머리를 움켜쥐었었다.


[······아니다. 빛 속성 마나를 찾으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결국 빛을 찾아 나섰고.

조그마한 가능성을 믿은 채 정처 없이 여러 지역을 수소문했다.


[황성에서 빛 속성 마나 유저가 나타났다고?]


그러던 중 황성으로부터 들려온 6황자의 빛 속성 개화 소식.

그 길로 황궁에 방문한 끝에 그녀는 찾을 수 있었다.


[빛이여, 치유하라!]


빛 속성 마나. 그것은 성스러운 빛이자 희망이었다.

설사 무능력하다고 소문난 이가 시전자일지라도 상관없었다.


‘당장 아버지를 치유할 수만 있다면······.’


두 명의 빛 속성 마나 유저 중 보다 치유 가능성이 높은 이에게 접촉했다.


‘좀 더 마나 경지가 높은 7황자가 아버지를 치유하는 데 수월하겠지.’


황자 성취 증명 당일 빠르게 움직여 접견을 요청했다.

7황자가 거부하자 다음 날 7황자 궁을 직접 찾아가면서까지 의뢰했다.


‘7황자가 의뢰를 받아들여 벌어질 두 가지 경우를 모두 상정해야 한다.’


이후 그녀는 접견을 마치고 흑마탑으로 빠르게 돌아와 준비했다.

7황자가 황성으로 부른다면 아버지를 황성으로 이동할 수 있게.

그가 흑마탑에 직접 행차한다면 위험 방지를 위한 마법진을 중첩하게.


그렇기에 그녀는 다음 단계를 묻는 물음에 빠르게 답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내가 어떻게 하면 되지?”

“전하께서 빛 속성 마법을 제 아비에게 펼치면 됩니다. 그럼 저희가-”


라르스 신체에 실시간으로 차오를 마나를 배출시켜 안전성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혼돈’이 발생한다면 바닥 면에 중첩한 마법진이 없앨 것을.


그런데.


“아, 잠깐. 계획을 조금 수정하도록 하지.”

“예?”


그는 그녀의 말을 끊더니 예상치 못한 말을 입에 담았다.


“내가 빛 속성 마나가 아닌 암 속성 마나를 다루는 것으로. 이를 통해 라르스 체내에 마나를 끌어내겠다.”


이에 그녀로선 당연히 당황스러운 얼굴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빛 속성 마나 유저인 그가 왜 암 속성 마나를 언급하는지.


“아까 네가 말하지 않았나. 같은 속성의 마나라면 보다 효율적인 마나 유도가 가능하다고.”

“그렇긴 합니다만 그게 전하와 무슨 상관이-”

“나 또한 암 속성 마나를 다룰 수 있다.”

“예?”

“그리고 지금의 나라면 라르스의 마나를 제어할 수 있을 것 같군.”

“······?”


두 가지 속성을 다룬다는 것으로 모자라 라르스의 마나를 제어할 수 있다고 하니.

그녀의 아버지는 무려 7개의 심장 고리를 만든 마법사였다.

반면 지난 황궁에서 본 7황자의 마나는 4개의 심장 고리 출력량 정도.

만약 암 속성 마나를 다룰 수 있다고 할지언정 그가 아버지의 마나를 제어하는 건 불가능했다. 마나 경지가 부족했다.


그런데.


“···이게 대체?”


곧이어 7황자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마나. 그것은 틀림없는 암 속성 마나였다.

그리고 그녀의 전신을 짓누르는 마나의 압박감. 그것은 능히 대마법사의 것이었다. 아버지로부터 느꼈던 밀도가 유사했다.


이에 그녀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전하, 여태 성취를 감추고 계셨던 겁니까?”


그러나 7황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녀의 시야에 잡힌 그가 그 자체가 된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라르스를 치유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6.

한편 같은 시각.

나로선 암 속성 마나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한 치유 방법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단코 자랑하고 싶어 꺼낸 방안이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빛 속성 마법을 다룰 수 없다.’


이는 현재의 나로서 라르스를 치유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당시 알현실에서 빛 속성 마나를 다룰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6황자가 100m 반경 이내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그와 멀리 떨어진 이상 빛 속성 마법을 다룰 수 없는 셈이었다.


따라서 나는 현재 주어진 조건으로 의뢰를 완수하고자 했다.


‘수락한다.’


[특성 복사를 수락하셨습니다.]

[이름 : 악셀 몬테아누]

[특성 : 마나((SS) ‘마나의 사랑을 받는 자(체질), ‘암 속성 마나(전설)’가 적용됩니다.]


나는 전생에서 전우들의 마나 폭주를 막은 경험이 다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전우들의 마나를 제어하곤 했었다.


‘상대의 마나를 강제로 다룬다는 건 위험하나 차마 죽어가는 동료를 뒤로할 수 없었지.’


또한 나는 흑마탑에 오는 동안 높아진 하인츠의 마나에 적응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암 속성 마나를 처음 다룬다고 할지언정, 체내의 마나 유도만큼은 할 만하다고 여겼다.


“이 정도면 라르스를 치유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7.

그리하여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 뒤로 우린 새로운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개발한 암 속성 마나 유도 마법을 배웠고,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마법진을 꼼꼼히 검토했다.

그런 뒤 다시금 방문을 열어 침대에 누운 라르스를 마주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라르스 주위로 활활 타오르는 어둠을 향해 발을 옮겼다.

모든 걸 녹여버릴 것 같은 검은 마나 안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다행히 같은 암 속성 마나를 둘렀기 때문일까. 내 피부들이 그것에 닿자 큰 반발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침대 앞 책상에 앉아 라르스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어둠이여, 내 뜻에 따라 모일지니 내 의지를 따르소서.”


이후 라르스 체내의 마나를 손밖으로 배출시켰다. 미리 준비한 마법 용기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범람하던 강에 물이 빠지며 물살이 약해지듯, 라르스 손끝으로 느껴지는 압력이 줄어들었다.

어느덧 라르스의 심장 주위를 제외한 마나 회로에 빈 공간이 드러났다.

이에 나는 율리아를 찾았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사전에 약속한 신호였다.

1차 작업이 무사히 끝났으니 2차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심장 고리가 있는 마법사 특성상 심장에 마나가 밀집돼 보다 위험했기에. 그곳 이외의 마나를 해결한 지금에 이르러 심장 주변의 마나까지 밖으로 유도하고자 했다.


“어둠이여, 내 뜻에 따라 모일지니 내 의지를 따르소서.”


그러자 심장에 있는 마나를 건드렸기 때문일까.

누워있던 라르스가 처음으로 미약한 신음을 뱉었다.


“으음.”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있던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율리아의 눈이 활짝 커졌다.


“···아버지.”


그녀 또한 마나를 배출하고자 반대쪽 손을 잡고 있었기에, 미세한 변화를 곧장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반응은 계획대로 그의 치유가 잘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했고, 머지않아 그가 깨어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1초. 1초. 1초.


억겁과 같은 시간을 느끼면서 그녀는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제발 눈 뜨기를.

어서 눈 뜨고 일어나 다시 내 이름을 불러주길.


그런데 그 뒤로 몇 초가 지나지 않은 순간이었다.

그런 그녀의 바람과 달리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전하!”


내 마법과 라르스의 손끝으로 배출되던 마나가 충돌을 일으키더니, 맞잡은 손으로부터 경계선을 이루었다. 라르스 손끝으로 배출되던 마나가 역류하려 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예상보다 심장 고리에 저장된 마나 밀도가 더 높군.’


심장 고리 깊숙한 곳에 농축된 마나의 밀도가, 내 마법의 위력보다 한 단계 윗선이었다.


지직, 삐이이-


순간 귀를 먹먹히 만드는 소음이 내부를 덮었다. 맞잡은 손을 중심으로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는 ‘마나 무질서’의 전조였다. 낮은 밀도의 마나가 높은 밀도의 마나를 건드려 발생하는 이상 현상.

모두의 머리카락이 중력을 무시한 채 하늘로 치솟았고, 옷자락은 보이지 않는 바람에 휘날렸다.

주변의 물건들이 떨리더니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파괴적인 에너지가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했다.


“율리아!”


물론 이러한 위험 상황도 대비한바. 내 부름에 율리아가 바닥의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마법진 문양은 회로를 따라 노랗게 주위를 밝혔다.


“어둠이여, 강한 구속이 되어 끌어낼 지어니.”


하지만 이는 기대와 달리 이상 현상을 잠재우지 못했다.


삐이이-


나와 라르스의 마나로부터 발생한 마나 무질서.

대마법사급 마나가 충돌했기 때문일까. 그것은 마법진에 계산된 구속 값을 아득히 벗어난 탓이었다.


“전하. 큰일 났습니다! 폭주한 마나가 마법진으로 유도되지 않습니다!”


설상가상 마나 무질서의 크기가 어느덧 방 전체로 불어났다. 건물 전체를 헤집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가 마나를 쥐어짜 마법진의 구속력을 증폭시켰건만 마나 무질서를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율리아, 라르스 신체에서 손을 떼라.”


이에 나는 빠른 결단을 내렸다.


“예?”

“어서!”

“예, 옛!”


체내 마나 작업은 여기까지 하고 우선 이 무질서를 해결하기로 했다.

율리아가 라르스 신체에 손을 떼자, 나는 왼팔을 마법진으로 뻗는가 동시에 내 몸의 마나 농도를 조절했다.


‘무질서가 마법진의 구속력을 상회했을 뿐이지, 충격 완화 기능은 건재하다. 그렇다면······.’


내 신체를 매개로 무질서를 바닥 마법진으로 유도하고자 했다.

물론 내 신체가 중간 통로가 된 만큼 그 과정 속 고통이 뒤따랐지만.


‘속이 저릿하군.’


같은 암 속성 마나라서 감당할 만했고, 점차 주변 피해 없이 마법진에 흡수됐다.

이 일련의 과정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전하! 몸은 괜찮으십니까?”


무질서가 요동치던 허공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괜찮다.”


그리고 잠시 후 또 하나의 평화가 찾아왔다.

큰 위기를 넘김에 숨을 고르는 사이, 하늘이 갠 뒤로 태양이 뜨듯 밝아진 허공에서 누군가 율리아를 불렀다.


“율리아, 괜찮니.”


순간 등골이 찌릿했다.

이질적인 목소리에 귀가 쫑긋 반응했다.

침대 위에서 혼수상태이던 라르스. 그가 희미하게 눈을 뜬 채 율리아를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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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법의 아버지(2) +2 24.09.18 395 15 10쪽
17 마법의 아버지(1) +2 24.09.17 436 17 11쪽
16 황궁비고(3) +1 24.09.16 488 18 11쪽
15 황궁비고(2) +3 24.09.15 539 18 11쪽
14 황궁비고(1) +1 24.09.14 597 21 9쪽
13 황자 성취 증명(5) +5 24.09.13 635 17 9쪽
12 황자 성취 증명(4) +2 24.09.12 648 22 8쪽
11 황자 성취 증명(3) +1 24.09.11 681 21 12쪽
10 황자 성취 증명(2) +2 24.09.10 658 16 10쪽
9 황자 성취 증명(1) +4 24.09.09 691 22 12쪽
8 그가 악마가 된 이유(3) +2 24.09.08 729 19 11쪽
7 그가 악마가 된 이유(2) +2 24.09.07 723 20 11쪽
6 그가 악마가 된 이유(1) +3 24.09.06 760 19 10쪽
5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5) +4 24.09.05 791 19 11쪽
4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4) +3 24.09.04 804 19 9쪽
3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3) +3 24.09.03 867 23 10쪽
2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2) +2 24.09.02 982 22 9쪽
1 날 살해한 자가 내 시종이 되었다(1) +3 24.09.02 1,199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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