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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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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작가 있었으면 좋겠다
작품등록일 :
2024.09.02 02:40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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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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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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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천둥새가슴살 1인분

DUMMY


-꽝이라니요.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잘도 그런 소리를 하시네요.


스텔라는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돌러를 토닥였다. 돌러는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 되는 표정이였다. 나는 뭐라 더 비판을 덧붙이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보다 스텔라, 돌러를 예전부터 알고 있던 느낌이네요.

-미묘하게 틀리셨네요. 세모 정도?

-설명 좀 해주시죠.

-선대 주인님의 육신이 온전하고, 모든 참모진이 살아있었을 때 알고 지내던 사이는 맞아요. 다만 참모의 활동이 정지되면, 제 안에서 해당 참모에 대한 기억 역시 봉인되는 것 같아요. 돌러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돌러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거든요. 다른 참모들의 이름도 여전히 기억나지 않고요.

-어? 그러네? 혈액이랑 골격이랑 신경, 이름이 뭐였지?


그런 상황이군. 스텔라가 참모들의 기능을 알고 있다면, 어떤 참모를 고르는 게 나을지 조언을 좀 해주지 그랬냐고 따질 생각이였다. 기억이 안 난다는 걸 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겠지. 뭐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우두커니 서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조언을 구할 수 없다면 역시 마음 내키는 대로 정하는 게 낫겠지. 돌아서서 미켈란에게 말했다.


-다음은 중추 신경... 뇌는 있으니까 아마 척수를 말하는 거겠죠? 아무튼 그걸로 부탁드릴게요.


이번에는 말리는 자가 없었다. 미켈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종이를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천둥새의 꼬리깃...

-어려운 걸 뽑으셨네요.

-무슨 의미죠? 천둥새를 찾기가 어렵다는 겁니까? 아니면 천둥새와 싸우는 게 어렵다는 거에요?

-그게 아니라 저는 천둥새가 뭔지 모르거든요. 돌러도 모를 거구요.

-맞아, 몰라!


그렇게 말하는 두 언데드는 웃고 있었다. 스텔라의 웃음은 장난스러웠고, 돌러의 웃음은 해맑았다. 나는 두 송장의 속 편한 미소에 머리가 아파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담. 내가 한참을 궁리하고 있을 때, 스텔라가 말했다.


-여명회 내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이가 없으면 바깥에 도움을 청하시죠?

-이 설원에 다른 세력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있습니까? 완전 허허벌판이던데요.

-영구 동토에는 없죠. 괜히 영구 동토라고 불리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동토 밖으로 나가면 되잖아요? 동토 밖도 역시나 추운 곳이라 인구 밀도가 높진 않겠지만,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아마도요.

-빙산이 동토 중앙에 있는 땅이라고 했죠?

-맞아요. 빙산에서 출발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도착할 수 있어요. 여기서 빙산만큼의 거리를요.


확실히 그 정도면 나서지 못할 거리는 아니다. 게다가 이제는 걸어서 이동할 필요도 없고. 좀비 티라노사우루스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줄 수 있는지는 좀 의문이지만, 적어도 인간이 이동하는 것보다는 빠를 성 싶었다.


-근데, 여명회는 사령술사라고 손가락질 당한다면서요. 사람들이 우리를 섣불리 돕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꼭 정체를 드러내고 돌아다니실 필요가 있나요?


생각해보니 그도 그랬다. 리치라고는 하지만, 근성장이 가능한 몸이라 그런지 내 얼굴은 평범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에 가까웠다. 투명한 육체와 허공에 떠있는 듯한 대흉근은, 천으로 잘 가려져있으니 문제 없었고. 조심만 하면 평범한 사람 흉내를 내는 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스텔라는 여기 있을 겁니까?

-저야 사람 흉내를 내려면 좀 많은 분장이 필요하니까요. 주인님을 쫓아다니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스텔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얼굴 밑에 꽃받침을 만들었다. 장갑과 소매 사이로 보이는 선홍색 살점이 도드라져보였다.


-저처럼 전신을 다 가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선대 주인님이 말씀해주신 적 있는데, 지금 주인님의 옷차림은 마법사 치고는 꽤 흔한 패션이에요. 그러니 주인님을 의심하는 눈초리는 별로 없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그런 로브가 없으니 마법사로 분장하는 건 무리가 있죠. 어설프게 몸을 꽁꽁 싸메고 다니면, 의심까진 아니여도 귀찮은 일이 많을 걸요? 게다가...

-게다가?

-단순히 바깥에서는 별 쓸모도 없죠.

-그건... 그렇겠네요.


엉성한 그의 주먹질이 떠올랐다. 이전 작전에서는 그의 역할이 상당했지만, 그건 작전의 특수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육탄전 기능은 전무. 아는 지식도 별로 없고, 아마도 차원을 넘나드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마법적 기능도 없겠지.


-생각해보니... 첫번째 꽝은 스텔라였네요.

-실례의 말씀. 저는 귀엽고 주인님의 재미 없고 쓸데도 없는 회상씬도 컷할 수 있으니 완전 1등상이랍니다. 그리고 기능에 관한 문제라면, 돌러도 1등상까진 아니여도 나름 우수한 존재에요.

-웨이트 트레이닝 지식은 충분한데요.

-그게 아니라, 저랑 달리 돌러는 전투력이 높거든요.

-맞아, 대장. 나 싸움 잘 해!


그랬지. 참모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던 스텔라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돌러는 한 눈에 봐도 잘 발달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활짝 웃느라 드러낸 이 조차도, 날카롭고 단단한 느낌이였다. 게다가 특수한 마법으로 만들어진 언데드니, 아마 보이는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 나는 돌러를 훑어보다가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인간으로 분장하기는 무리가 있겠네요. 이번 작전에 데려갈 수는 없으려나.

-분장할 필요 없어. 나는 은밀 기동도 잘 하는 편이니까!


돌러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고 싶은 듯 했다. 그는 점프 한 번으로 석실 천장까지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천장에 달라 붙었다. 그리고는 천장에 달라붙어, 여유롭게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저 덩치로 은밀 기동이라니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저 정도 피지컬이면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저 이동하는 모습, 어쩐지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지금 스파이더맨 같다고 생각하셨죠?

-월 점퍼는 저작권도 뛰어넘나요?

-에이, 무슨 상관이에요. 아직 유료화도 안 됐는데. 나중에 혹시나 저작권 소송 들어오면 비슷한 거 창작해서 대체해버리면 그만이랍니다.


스텔라의 이해할 수 없는 농담을 뒤로 한 채 나는 식량고로 향했다. 외출을 어느 정도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식량을 챙겨 이동하는 편이 좋을 듯 했다. 돌러는 자신의 증명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천장에서 내려와 내 옆에 섰다. 나는 미켈란 옆에 가만히 서있는 스텔라를 향해 말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스텔라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에 답했다. 저럴 때 보면 꽤나 충성스러운 수하인데 말이야. 식량고에서 식량을 챙겨, 적당한 가방에 넣어 좀비 티라노사우루스에 실었다. 곰기병의 안장도 꾹꾹 눌러 편 후 얹었다. 딱 맞는 사이즈는 아니였지만 그럭저럭 앉을만 했다. 식량 외에 다른 물품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으나, 그래도 혹시 몰라 황혼 교단의 군장도 챙겼다. 꽤 고급진 것이 아마도 지휘관급의 물건인 듯 했다.


-그럼 출발하자, 돌러.

-좋아! 출발해, 대장!


바닥에 멀뚱히 서서 나를 올려다보는 돌러. 티라노사우루스 위에 앉아 가만히 돌러를 내려다보는 나. 잠깐의 침묵 이후 다시 입을 열었다.


-안 탈 거야?

-오랜만에 걸을래!

-안 걸을 거야. 뛸 거야.

-오랜만에 뛸래!


돌러는 마라톤 러너 같은 자세로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피지컬이 좋다지만 공룡이랑 달리기 시합을 하겠다고? 나는 좀 의아함이 들었지만, 일단 티라노사우루스를 출발시켰다. 뛰다가 힘들면 말하겠지. 특별히 위험한 행위도 아닌데 말릴 이유도 없었다. 좀비 공룡은 낮은 그르릉 소리와 함께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꽤나 빠른 속도였지만, 돌러는 조금도 뒤쳐지지 않았다.


아니, 뒤쳐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였다.


빙산을 넘어 영구 동토의 최남단에 도착할 때까지, 돌러는 조금도 지치는 기색이 없었다. 언데드는 지친다는 개념이 없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였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잘 달리다가도, 중간 중간 속도가 떨어졌는데 그 기간에는 속도를 높이라는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응하지 못하는 느낌이였다. 생물과는 다르고,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 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분명 언데드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한계가 있었다.


-대단한데, 돌러?

-응? 뭐가, 대장?


왜 칭찬을 받는지는 몰라도, 일단 칭찬을 들었으니 기쁜 듯한 미소를 띠며 돌러가 답했다. 몸놀림은 처음과 다름 없이 가벼웠다. 나는 가만히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티라노사우루스의 등 뒤에서 내렸다. 물자를 내린 후 좀비 공룡은 여명관으로 돌려보냈다. 경셰선이나 표지판 따위가 있는 것은 아니였지만, 이 지점부터는 영구 동토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원이 끝나고, 거대한 침엽수림이 펼쳐져있었으니까.


-돌러, 여기서부터는 몸을 숨긴 채 따라올 수 있어?

-물론이지!


돌러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돌러가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스텔라와 여명관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였다. 다른 언데드들은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참모들과는 특별한 마법으로 연결되어있는 듯 했다.


높은 곳에서 나를 지켜주는 존재를 느끼며, 울창한 숲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조난 당할 염려는 없었다. 여명관이 느껴지는 방향이 북쪽이므로, 계속해서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될 뿐이였다. 물자도 생각보다 넉넉했다. 숲에는 새나 토끼, 사슴 따위의 야생 동물들이 있었고 이것들은 돌러에게 쉬운 사냥감이였다. 적어도 숲을 이동하는 동안 식량이 바닥날 일은 없을 듯 했다.


나는 한참을 걸어가다가,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작은 공터에 짐을 내려놓고 장작을 모았다. 추위는 느끼지 않았으나 고기는 구워야했다. 군장 안에 있던 부싯돌을 들고 한참을 고생한 후에, 어렵게 불을 지필 수 있었다. 명색이 리치인데 불 지피는 마법 하나 못 쓰고. 마법을 배우게 되면 상황이 좀 나아지겠지. 모든 준비를 끝내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자 이미 깜깜한 밤이였다.


-운치가 있긴 하군.


장작이 타는 소리와 고기가 익는 소리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칠흑 같은 숲의 어둠 속에서 얇고 넓게 퍼져나가는 모닥불의 불빛도 마음에 들었다. 가끔은 숲의 짐승들이 내는 소리도 들렸다. 돌러가 없었다면 경각심을 주는 소음이였겠지만, 지금은 그저 자연이 연주하는 음악의 일부였다. 고요한 소요 속에서 마침내 고기가 다 익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고기를 들었다.


-대장.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돌러가 내 옆으로 떨어졌다.


-왜? 같이 먹을려고?

-아니, 접근해오는 사람이 있어. 어떻게 해?


식사를 방해하는 타이밍이 끝내주는군. 나는 고기를 내려놓고 말했다.


-위험해?

-내 상대가 되진 않을 것 같아.

-음, 적대적일 것 같아?

-경계하고 있는 느낌이야.


돌러는 어둠 너머로 시선을 고정한 채 말하고 있었다. 아마 그쪽 방향에서 다가오는 거겠지. 나는 보이지도, 느낄 수도 없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 참모라는 생각을 하며, 위치를 바꿔 앉았다. 수수께끼의 방문자를 정면으로 맞을 수 있는 각도로.


-숨어있다가 내가 공격당할 것 같거나, 아니면 내가 신호할 때 나와서 처리해줘.

-알았어, 대장.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해.


알겠다고 대답할 새도 없이, 돌러는 또 다시 사라졌다. 고양이같은 움직임이였다. 아니, 저 덩치로 고양이는 좀 그런가? 표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마침내 내 눈에도 불청객의 얼굴이 보였다. 그들의 두 손은 모두 비어있었지만, 그래도 무장병들이였다. 무리의 리더로 보이는 자가 웃는 낯으로 다가와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법사님 같군요?


이 시간에 어두운 숲을 무장한 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라. 나는 미소와 목례로 가볍게 답했다. 그리고 용무를 기다린다는 듯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아, 저희는 용병 나부랭이들입니다. 이 인근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지금은 순찰 시간이거든요. 멀리서 불빛이 보이길래 혹시 조난을 당하거나 하신 건 아닌가 해서 왔습니다.


용병대장이라기보다는 마을 이장에 가까울 정도로 푸근한 인상의 사내였다. 적어도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맞아요, 조난 당한 상태였어요. 안 그래도 어떻게 하면 숲을 빠져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아이고, 그러시군요. 많이 무서우셨겠네요. 인근에 저희 초소가 있는데 날이 밝을 때까지는 거기서 머무르시는 게 어떨지요? 근무가 끝나면 가까운 마을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그래주시면 고맙겠네요.

-좋습니다, 바로 가시죠.

-아, 그 전에 잠깐만요.


용병은 등을 돌려 가다가 말고 멈칫했다. 그는 무슨 일 있냐는 듯한 얼굴로 돌아봤다. 참 나, 무슨 일이 있는지 보면 모르나?


-구워놓은 고기는 다 먹고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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