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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므스름
작품등록일 :
2024.09.02 18:12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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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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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전생(?) 비슷한 것이 떠올랐다.

DUMMY

“재석아! 오늘도 축구 하러 같이 안 가?”


매일같이 어울리던 친구인 것 같다. 머리가 그렇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5월의 화창한 날씨에 운동성이 좋아 보이는 복장을 하고 있는 친구 녀석은 오늘도 같이 축구를 하러 가자고 손을 이끌고 있다.


“동건아! 이 형님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 지금 축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랄하네! 너 없으면 2반한테 발린다고! 재석이 너는 오늘 꼭 축구를 해야 해! 1반의 명예를 위해서!”


이런 아름다운 새끼를? 형님이 특별히 자세한 설명을 해 줬건만 말머리를 못 잡고 있다. 더군다나 형님에게 ‘지랄하네?’저런 호로 자식에게는 이게 답이지!


“으악! 아파! 항복!”


나보다 머리가 절반 정도 작은 동건이는 나의 필살 해드락을 견디지 못하고 항복을 해버린다. 그러길래 덤빌 자리를 보고 덤벼야지!


“그런데, 재석이 너는 요즘 학교에서도 먼산만 바라보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동건아. 너는 지금 살고 있는 시간이 정말 현실이라고 생각해? 혹시 우리는 모두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통속의 뇌라는 소리는 들어 봤어?”


“미쳤냐? 그럴 생각을 할 시간이 있으면 이따가 2반 애들이나 이길 생각을 해!”


아무래도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애에게 한 질문으로는 너무 수준이 높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분명 70살이 넘은 노인이었다. 아니, 80살이 넘었었나? 하여간에! 확실한 것은 분명 1970년생이었다. 이름도 분명 같았다 강재석!

지금의 나도 강재석이다. 2010년에 태어난 강재석! 올해는 2017년이다. 지금 나는 2010년생 강재석이 1970년대 강재석의 꿈을 꾼 것인지. 1970년생 강재석이 다시 태어난 것인지조차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매일이 꿈결같다. 며칠 전부터 1970년생 강재석의 삶이 머리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1970년생 강재석도 나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와 축구는 하지 않을 거야?”


“2반 애들이 시합을 걸었다고?”


“그렇다니까! 그 키만 큰 녀석하고 촐랑거리면서 볼 걷어내는 여자애! 두 명이서 1반 정도는 박살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고!”


“퉁퉁이 닮은 애하고 예솔이?”


“주호는 왜 이름으로 안 부르냐?”


“퉁퉁이에게 그런 대접을 받고 있을 수는 없지! 오늘은 나도 뛴다!”


“예들아 오늘은 재석이도 축구 같이 한데!”


“““예~!”””


귀여운 녀석들! 좋냐? 어쩔 수 없지. 애들이 원한다면 이 형님이 오늘은 2반의 콧대를 눌러 줄 수밖에! 2반 녀석들 오늘은 한 차원 높은 실력을 보여주마! 절망하거라! ··· 노인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나의 모습은 가끔 몸서리가 처진다. 내가 이렇게까지 유치한 존재라니! 아니지. 원래의 내 모습이 이런 것이고 꿈에서 본 모습이 이질적이라고 해야 할까? 이질적? 무슨 뜻 이더라?


“야이 사기꾼들아! 재석이를 끼고 이기면 좋냐?”


저기서 바락바락 떼를 쓰는 여자애가 2반의 예솔이다. 2반 여자애들 중에서 가장 예쁘장하고 가장 기가 세다. 키도 어지간한 남자애들 정도는 된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같은 학년의 남자 아이들과 비교해도 작은 덩치가 아니다. 결정적으로 축구 아카데미를 다닌다고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몇 시간씩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배운다고 했다.


“재석이도 우리 1반의 일원이야. 억울하면 2반을 해!”


그리고 여기서 예솔이를 살살 약을 올리는 녀석은 동건이군. 역시 내 친구다.


“어떻게 혼자서 10골을 넘게 넣을 수 있냐고! 아카데미에서도 이렇게 축구를 잘 하는 애는 없었어! 3학년 오빠들도 이겨봤는데! 재석이는 사기야, 사기!”


“그건 사기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재능’이라고 하는 거야.”


오! 꼬마 주제에 제대로 된 단어 선택이다. ‘재능’이라니!


“내일 또 해!”


“내일은 토요일이라 안 돼. 너도 아카데미 가는 날 아냐?”


다들 동건이와 예솔이를 놔두고 집으로 향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은 각자의 스케쥴이 있다. 집에도 가야 하고 일부 아이들은 학원도 간다. 그러니 이 시간까지 운동장 한쪽 구석에서 핏대를 세워가며 싸우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도 집으로 간다. 아직도 어색하기는 하지만 집에 가면 분명 엄마가 기다리고 있겠지?


“학교 다녀왔습니다!”


“아들! 어서 와. 학교는 재미있었어?”


밝은 얼굴로 나를 맞이해 주시는 저분이 엄마다. 노년의 기억이 있어서인지 엄마의 아들에 대한 관심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눈빛에서부터 무한한 사랑이 느껴진다!


“오늘은 같은 반 친구들과 축구까지 하고 왔어요. 2반을 상대했는데 혼자서 10골 정도 넣었어요!”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엄마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반응이 나온다. 언제나 학교에 다녀오면 어땠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을 하셨고, 나도 신나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말하곤 했다. 이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오는 반응이다.


“혼자서 10골이나 넣었어? 우리 재석이는 나중에 커서 축구선수가 되겠네?”


“당연하죠! 저는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거라구요!”


물론 이건 내 진심이다. 꿈속에서도 나는 축구 선수이고 축구 감독이었다. 아주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프로 1군을 경험했고, 프로 1군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실업팀과 고교팀의 감독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것은 축구다. 지금은 가족이 생겨서 가장 좋아하는 것의 순위가 뒤죽박죽이기는 하지만···.


“오!빠!”


저기서 나를 보고 맹렬하게 달려오는 꼬맹이는 내 여동생이다. 꿈속에서도 여동생이 있었던가? 그런 부분까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 꼬맹이는 세상 무해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서 달려오고 있다. 이제 5살인 귀여운 녀석이다!


“재은이 오늘 잘 놀고 있었어?”


“어~, 재은이는 오빠 학교 갔을 때, 엄마랑 밥도 먹고, 낮잠도 자고 테레비 유치원도 보고, 그래쩌!”


“어이구 재은이! 그랬쩌용!”


집에 와서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동생과 놀아주다가 숙제를 끝내니 아빠가 퇴근을 하셨다. 꿈속에서 강재석은 부모님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기억조차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부모님과 멀어졌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것 같은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형제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동생인지 형이었는지, 누나였는지도 가물가물 하다. 흐릿한 기억들이 조금씩 선명해지기도 하고, 더더욱 애매해지기도 하고 그런다.


“우리 아들! 오늘 축구를 했다면서? 완전 죽여줬어?”


“여보! 애가 배워 요! 바른 말!”


“아빠! 내가 축구는 좀 해! 오늘도 2반을 상대로 10골이나 넣었어!”


자연스럽게 아빠에게 안기면서 애교가 나온다. 꿈에서의 나를 생각하면 이런 모습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지만. 본능에 몸을 던지면 이런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와~! 10골이나? 그러면 재석이는 축구선수가 될 거야?”


“당연하죠! 전 월드클래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나중에는 유능한 감독도 하고 싶고요!”


“어이쿠! 재석이가 어려운 말을 알고 있구나. 월드클래스에 축구 감독이라. 멀리도 내다보고 있기도 하고.”


아버지는 언제나 내 이야기에 눈을 맞추고 들어주고 계신다. 꿈 속의 내가 축구 감독이었을 때, 이렇게 선수를 대했다면 더 많은 선수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었을까? 꿈속의 일이지만 사람이 반성을 하게 된다. 어린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버지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덕분에 축구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는 것 같기도 하다.



#


“여보, 요즘 재석이가 조금 이상해요.”


“이상하다니? 내가 보기에는 정상인 것 같은데?”


“학교를 다녀와서는 재은이도 잘 돌보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숙제도 척척 잘 해요. 그리고 무척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있어요. 전에는 재은이에게 시기도 많았고 숙제는 하기 싫다고 TV앞에만 앉아 있었는데···.”


“그 또래의 애들이 다 그렇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나도 어렸을 때 갑자기 어른인 척했다고 그러셨어.”


“누가 그러는데요? 어머님이?”


“아니, 어른들 모두가.”


요즘 아들이 이상하다. TV를 켜면 만화를 보기 바빠서 숙제를 하라고 혼을 내고 소리를 지르고 했던 시간이 꿈만 같다. 더군다나 아들녀석은 이제 TV를 켜면 뉴스를 본다. 애 아빠가 뉴스를 보고 있으면 슬며시 다가와서 뉴스를 한참 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가끔은 아빠 컴퓨터를 능숙하게 사용하기도 하는데, 뭐를 하나 지켜보니 축구선수를 찾아보고 축구에 관한 동영상을 본다. 정말 축구선수가 되려고 그러나?


“그리고 당신 컴퓨터를 쓰기도 해요.”


“그래? 컴퓨터로 뭐를 하는데?”


“축구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선수를 검색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데 컴퓨터를 그렇게 잘 해?”


왠지 뜨끔한 표정의 남편이 아들의 행동에 놀란 것 같다.


“요즘은 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쳐 주니까요. 검색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걸까? 하기는 나도 친척 형들의 어깨 너머로 컴퓨터를 배웠어. 내가 컴퓨터를 쓰는 모습을 보고 배운 것 일수도 있지. 아무튼 컴퓨터를 잘 쓰는 것은 좋은 일이지.”


“그런데 좋아하던 만화를 보는 것도 아니고 축고 동영상을 보더라구요.”


“정말 재석이가 축구 선수가 되고 싶은가?”


그렇지 않아도 운동 선수의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님들의 후기를 많이 찾아보기는 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하던데, 그래도 아이가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하면 열심히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 맞겠지? 아직 남편은 이런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무척 착한 사람이기는 한데, 이런 부분에서는 둔한 남자다.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도 왕년에는 ···”


착한 남자라 다행이다.


“남자애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고 했어. 당신도 마음 놓고 재석이를 봐주면 되지 않을까? 응원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면 더 좋겠지?”


나름 합리적인 판단인 것 같기도 하고, 부모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럴 때 보면 참 듬직한 남자인데 대부분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


꿈을 꾼 것만 같다. 과거처럼 느껴지는 그 때의 내가 진짜인지, 초등학교 2학년의 내가 진짜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는다. 어떤 부분은 선명히 기억이 나고 어떤 부분은 흐릿하게 잔상만 남은 느낌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꿈과 같던 일이 떠오른 이후로 지금의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치고는 무척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재은이를 조금 질투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재은이랑 놀아주는 일조차 즐겁고 TV에서 하는 만화영화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꿈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던 축구선수들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역시 마테우스나 발락은 뛰어난 평가를 받는 미드필더 구나. 스램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내가 보기에는 영국 미드필더 중에 최고는 제라드지. 지단이나 프티, 비에이라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특히 지단은 발롱도르까지 수상을 했지.”


꿈과 같은 곳에서 알고 있던 선수들과 현실의 선수들은 크게 다르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대다수의 선수들도 존재하고 있었고, 비슷한 평가를 받거나 업적을 이루고 있었다. 꿈에서 나는 미드필더였다. 그것도 수비형 미드필더. 크지 않은 사이즈에 비해서 뛰어난 체력으로 한국의 프로리그 1군에서 준 주전으로 활약하기도 했었고, 2부 리그에서 주전으로 오랫동안 뛰었다.


“오빠! 오빠~, 오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꼬물이는 내가 조금이라도 진지한 생각을 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재은아! 오빠가 보고 싶었어용?”


“오빠! 아부~ 아부부, 부부부붑!”


“같이 놀자고? 이리와! 오빠가 안아 줄께!”


본능에 따라 행동하니 여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오빠가 되어버렸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동생을 안고서 뽀뽀세례를 해주고 있다.


“까아~! 그마~ 그마~~~안!”


어림도 없지! 이 사랑스러운 꼬맹이!

오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뽀뽀 100연타의 맛이 어떠냐!


“우애애애앵~. 엄~~~~마!”


결국은 재은이가 울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재은이의 우는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었는 걸!


“재석아! 재은이 좀 그만 울려! 재은아, 오빠가 네 우는 얼굴 보려고 더 그러는 거야. 너 그렇게 계속 울면 오빠가 뽀뽀 계속 할 것 같은데?”


엄마의 통찰력이란!

그래도 너무 사랑스러운 동생이다. 일단 컴퓨터는 뒤로 하고 재은이하고 놀아줘야지!


“재석아 주말이라고 너무 놀기만 하는 것 아니니?”


“숙제는 어제 다 끝냈어요. 이따가 점심 먹고 학교에 가서 공을 차려고요!”


학교 운동장은 가운데가 인조잔디로 되어있다. 축구를 하거나 연습하기에 최고의 조건은 아니지만 꽤나 질이 좋은 인조잔디다. 쭉쭉 미끄러지거나 굴러도 화상을 입지 않는다. 거기다 운동장을 관리해주시는 분이 적절하게 물을 뿌려주고 계신다. 덕분에 상당히 좋은 그라운드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 애들은 뛰어 놀아야지. 여보! 토요일인데 아이들 좀 데리고 학교 운동장에 같이 가 주세요.”


“알았어! 점심 먹고 내가 애들 데리고 갈게!”


재은이에게 뽀뽀 폭격을 하고 있다가 오후의 일정이 잡혔다. 역시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공을 발에서 떼며 안된다. 점심을 먹고서는 가족 나들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엄마도 늘 함께 하곤 했다.


“오~~~빠!”


가족이 모두 나온 학교 운동장에서 재은이가 신났다. 인조잔디가 깔린 학교 운동장은 재은이가 마음껏 뛰어 놀다가 넘어지더라도 푹신하기 때문에 엄마나 아빠도 재은이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이고 우리 재은이 잘한다!”


물론 나도 신나서 재은이와 놀아주었다. 쑥쑥 크기 위해서는 어릴 때 마음껏 뛰고 놀아야 하는 법이지!


“재은아 오빠 잡아봐!”


이렇게 이야기하고는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재은이와 놀아주고 있다. 물론 발 아래는 축구공이 있다. 재은이와 놀아주면서 기본기 훈련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훈련은 생각하기 힘들다.




#


“재석이가 재은이를 너무 좋아하네!”


“몇 일 전부터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재은이 우는 얼굴 본다고 재은이가 울 때까지 뽀뽀를 하곤 해요.”


“그리 좋을까?”


재은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동생이 예쁘다고 난리를 피우던 오빠다. 요즘은 그 정도가 더 심해진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동생을 시샘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손 위의 오빠가 여동생을 시샘하면 동생이 다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뽀뽀해서 울리는 것 말고는 얼마나 동생을 애지중지하는지 모른다.


“그나저나 우리 아들이 축구 신동인지도 모르겠네···.”


“재석이가요? 어디를 보면 신동이 되는데요?”


“저것 좀 봐. 재은이랑 술래잡기를 하면서 공을 보지도 않고 드리블을 하고 있어. 프로선수 중에서도 발 아래 있는 공을 보지 않고 드리블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그런데 우리 아들은 8살 짜리가 공을 보지도 않고 드리블을 하고 있어.”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어렵지. 발은 손하고 달라서 저렇게 감각적인 운동을 하기 어려워.”


“아! 그러면 그건 재석이가 공을 많이 가지고 놀아서 그런 것인지도 몰라요. 저 축구공이 벌써 3개째 축구공이에요.”


“3개째?”


“다 닳은 축구공을 가지고 다녀서 새것으로 사주곤 했어요. 축구공이 너무 잘 해져서 문제인 줄 알았는데, 너무 자주 가지고 놀아서 그러는 거였네요.”


“허! 저 어린 나이에 공을 저렇게 가지고 다닌다고? 진짜 축구선수가 되려고 하나?”


나와 남편이 놀라는 중에도 재석이는 재은이랑 놀아주면서 공을 가지고 요리조리 잘도 가지고 놀고 있다. 남편 말로는 저게 어려운 거라고 하는데, 재능인가? 그래도 나나 남편의 운동신경을 생각하면 유전적 요인은 콩알만큼도 없을 것 같은데? 나는 줄넘기도 연속으로 10개를 못한다. 남편도 자기가 어렸을 때는 운동을 아주 잘 했다고 하는데, 어머님 말로는 어림도 없다. 학교를 다닐 때 체육이 성적 평균을 내리는 과목이었다고 하셨다. 어디서 저런 아들이 나왔을꼬. 그러고 보니 남편의 판단도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아들이 천재이거나 할 가능성은 없고, 그냥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공을 자주 가지고 놀아서 그냥 공을 조금 잘 다루는 정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


주말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 등교했다. 아무래도 나는 환생을 한 것 같다.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고 지금의 나도 꿈속의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나는 한 번 죽었던 몸이다. 어떻게 다시 이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 같다.


“재석아. 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동건이 녀석이 끊임없이 말을 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친구 덕분에 심각한 생각을 계속 할 수가 없다.

“이 형님은 생각할 것이 많다고 했냐? 안 했냐?”


“지랄하지 말라고도 내가 그랬지. 그러지 말고 내 이야기를 좀 들어봐. 이번에 우리 학교에 축구부가 생긴다는 소문이 있어. 정식으로 대회에 나가는 그런 축구부!”


오! 이런 소식은 아무리 지금의 나라고 해도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축구부?”


“재석이 너도 구미가 당기는 소식이지? 일단 4학년이 되어야 정식 부원이 된다고 했어. 그 전에는 축구부에 들어가더라도 시합에는 나가지 못하는 것 같아.”


어디서 저런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온 거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우리 엄마가 학교 운영위원회 하고 계셔. 내가 축구를 좋아하니까 먼저 알려주신 거야.”


아주 유용한 정보를 물어오는 친구다. 귀여운 녀석!


“그러면 너는 축구부에 들어가려고?”


“당연하지! 재석아, 너도 같이 축구 할거지?”


여기서 뒤도 안 돌아보고 YES를 하면 하수다.


“일단 봐서. 엄마 아빠하고 이야기도 해 보고.”


“내가 같이 가서 너희 엄마한테 같이 말 해줄까? 네가 우리 학교에서 축구를 제일 잘 한다고.”


동건이 이 녀석이 뭐를 좀 알기는 하나보다. 내가 축구를 좀 하기는 하지. 그래도 이런 종류의 지원사격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


“괜찮아. 이 형아가 다 알아서 하마.”


“네가 형 아니라고!”


얼마 전부터 전생과 같은 미래이면서도 과거가 머리에 계속 떠올랐다. 덕분에 지금의 초등학교 교과과정 정도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이고, 여러가지 지식들이 머리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꿈같고 과거이면서 미래와 같은 것들이 생각나는 이 상황에서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꿈속의 나는 꽤 유명한 축구 코치였다. 하지만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축구를 가르치는 것 보다는 뛰어난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꿈속의 나도 현역 시절에 더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축구부는 언제 생기는 거야?”


“아마 2학기가 되어야 할 것 같아. 벌써 5월이라고! 축구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 보니까 재석이 너도 축구를 할 마음이 있지?”


“축구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일단 두고 보자.”


“꼭 같이 하자. 예솔이도 축구부 들어온다고 했어.”


“예솔이가 축구부에 들어온다는 것은 어떻게 알아?”


“예솔이가 우리 아파트 살아. 예솔이 엄마하고 우리 엄마가 친하기도 해.”


동건이 이 녀석 마당발이었구나.


“알았어. 일단 엄마 아빠하고 이야기해 보고.”


“응원 필요하면 말해! 내가 같이 가준다니까!”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도 엄마에게 축구부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나중에 선생님이 축구부가 생겼다고 말씀해 주시고 사람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비슷한 광고를 교내에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먼저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 천천히 해도 되는 이야기를 먼저 꺼낼 필요가 딱히 없다.


아직 축구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2학년 1학기가 끝났다. 엄마는 내가 학습 태도도 좋고 숙제도 잘 하는 아이라는 선생님의 보고서가 무척 마음에 드신 것 같다. 특히 체육과 산수에 큰 강점이 있다는 선생님의 보고서가 무척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세상에 엄마나 아빠는 몸을 쓰는 것에는 소질이 없는데 어디서 이란 장한 아들이 튀어나왔지? 거기다 수학도 잘 한다고 하던데? 특별히 학원도 보내지 않았는데···, 어디서 이런 귀한 아들이 나왔지?”


“아니 여보, 내가 어렸을 때는 산수는 좀 했다니까! 그리고 내가 소싯적에 공도 좀 차고 그랬어!”


“어머님 말로는 체육시간에는 주전자 당번이었고, 수학 때문에 대학에 못 갈 뻔했다고 들었는데요?”


아버지는 내가 학습 태도도 좋고 운동도 잘하는 것이 다 자기 피를 이어받아서 그렇다고 주장하고 계셨지만 여전히 엄마한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것 같다.


“그나저나 우리 장남이 이렇게 공부를 잘 할 줄 몰랐는데? 칭찬이 아주 자자해!”


“그러게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어른스럽게 아이들을 잘 이끈다.’라니. 얼마 전부터 부쩍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은 했는데, 학교에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재석아, 재석이는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축구선수!”


“응? 축구 선수?”


“네!”


“그래! 우리 아들은 나중에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수 있어!”


아빠는 내가 축구선수가 된다고 하니까 무척 좋아하셨다. 그런데 우리 아빠 야구를 좋아하신다. 부산 팬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나중에 일은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아들은 운동을 잘 하니까 축구 말고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어. 야구도 참 재미있는 운동이야. 특히 부산의 야구팀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꿈에서 부산의 야구팀이 우승했다는 이야기는 지난 생에서 젊었을 때 한두 번 듣고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아들한테 야구라니!”


“아니! 그래도 기왕이면 부산팀의 안경 에이스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말이지···”


역시 엄마가 최고다. 엄마한테 찰싹 붙어야지.

하지만 아빠의 말도 쉽게 넘어갈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도 꿈과 같던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이는 분명히 신이 나에게 준 또 한번의 기회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기회와 같은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의 몸에 70년을 넘게 산 기억이 들어온 것이다. 더군다나 꽤 많은 기억들 덕분에 앞으로 몇 년 동안 공부를 한다면 영재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계속한 영어공부 덕분에 영어 공부를 조금만 더 하면 언어 신동이라고 불릴 수도 있다. 거기다 독일어도 어느 정도 공부를 한 기억이 난다. 아마도 외국어 신동이라고 유명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다. 꿈속의 강재석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꽤 많은 후회를 했다. 어렸을 때 의미없이 보냈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들도 많았다. 기본기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던 자신이나 편식을 했던 자신에 대한 후회도 있었고 조금 더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강재석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는 내가 스스로 잘 하면 된다.


“오빠~. 오빠!”


문제는 이 생물이다.


“재은이가 오빠를 불렀어? 재은아 오빠가 그리웠어?”


“같이~ 놀자!”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예쁜 이 생물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일단은 축구 보다는 재은이와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지! 암! 그렇고 말고.


“아들! 동생 볼 좀 그만 괴롭혀! 하루에 뽀뽀를 몇 번이나 하는 거니?”


“이렇게 예쁜데? 그리고 울면 더 예뻐!”


“그러다가 재은이 볼이 달아 없어진다.”


“안돼!”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것들은 조금씩 기억이 점점 정확해지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여전히 흐릿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더 흐른다면 더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도 있겠지. 지금은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현재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이 될 것 같다.

일단 축구를 열심히 해서 그 때의 강재석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보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 능력을 기르고 이번에는 후회가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오빠~, 오빠!”


하지만 지금은 재은이가 문제다! 눈을 뗄 수가 없다. 너무 예쁘고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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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25년 U-17 월드컵 01 24.09.10 32 0 28쪽
15 한강 중학교 09 24.09.09 32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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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강 중학교 04 24.09.02 49 0 28쪽
9 한강 중학교 03 24.09.02 46 0 28쪽
8 한강 중학교 02 24.09.02 44 0 30쪽
7 한강 중학교 01 24.09.02 48 0 29쪽
6 운곡 초등학교 05 24.09.02 50 0 32쪽
5 운곡 초등학교 04 24.09.02 39 0 29쪽
4 운곡 초등학교 03 24.09.02 44 2 33쪽
3 운곡 초등학교 02 24.09.02 54 2 30쪽
2 운곡 초등학교 01 24.09.02 60 3 28쪽
» 전생(?) 비슷한 것이 떠올랐다. +2 24.09.02 92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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