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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므스름
작품등록일 :
2024.09.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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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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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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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쪽

운곡 초등학교 03

DUMMY

“엄마~!”


먼저 시합을 끝내고 운동장 한쪽에서 겉옷을 입고 있던 저학년과 여자 축구부원들이 더욱 서둘러서 부모님에게 달려갔다. 두 번째 시합까지 함께 지켜본 학부모님들도 오늘 연습시합을 잘 마친 아이들을 반겨 주신다.


“아이고오~, 우리 아들 잘 했어. 정말 잘 했어!”


우리 엄마아빠도 경기에 출전한 나를 무척 반갑게 맞아 주셨다.


“재석아 수고 많았어.”


“우와~. 재석이 2학년인데도 3학년 형들보다 오래 뛰었네!”


재은이는 이미 엄마 품에 안겨서 꿈나라로 갔다. 운동장이 제법 시끄러웠는데 어디서든지 피곤하면 머리만 대주면 되는 아이다.


“응원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오늘 응원을 하러 오신다고 반차를 쓰셨고, 어머니도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재은이를 안고 운동장에 나오셨다. 집에서 멀지 않은 학교라 부모님이나 재은이도 학교 운동장이 무척 익숙하다. 아까 살짝 보니까 재은이는 아버지와 정글짐에서 놀기도 했다. 그리고는 인조잔디 구장의 한쪽에서 마음껏 뛰어놀다가 푹신한 바닥에 넘어지면서도 웃음을 지었다.


“우리집 아들이 축구 경기를 한다는데 아빠가 당연히 와야지!”


아버지는 핸드폰 스탠드까지 가져와서 내가 경기에 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저장해 놓으셨다. 오늘부터 집에서 아들이 시합을 뛰는 모습을 정리해야 한다고 의욕을 불태우기도 하셨다.


“재석아 오늘 열심히 했는데 먹고 싶은 것이 있어? 아빠가 다 사 줄게.”


“집도 가까운데 집에 가서 먹어요.”


라고 말했지만 어머니의 표정이 좋지 않다. 아!


“아니면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하고 탕수육을 먹어도 좋겠어요!”


메뉴를 정하자 어머니의 표정이 훨씬 좋아지셨다. 이 시간에 집에서 저녁밥을 차리려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못했다. 더군다나 오후 내내 나와 있었으니 준비할 시간도 없으셨겠지!

덕분에 오늘 저녁은 중국집으로 결정되었다. 원래 중국집에서는 짬뽕밥에 소주 한 잔이 최고인데 아직은 초등학교 2학년의 몸이다.



#


문윤종은 오늘의 결과가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코치를 하고 있는 이대욱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다만 윤미숙 선생님만이 아이들이 열심히 뛰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믿었다.


“이 코치. 이제 3개월 훈련해서 1년 넘게 훈련한 팀과 이 정도 시합을 하는 것이 말이 될까?”


“감독님, 저도 이런 경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저학년이나 여학생 시합의 경우에는 홈에서 한 경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조금 경험이 있는 여학생이 선전을 했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운동장에서 한 경기까지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풋살 경기부터 교장 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들까지 모두 나오셔서 응원을 해 주셨다. 몇몇 학생들도 집에 가기 전에 응원을 했다고 들었다. 그래, 학우들이나 선생님의 응원 버프까지 있다고 하면 풋살 경기에서 가까스로 승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 감독님, 제 잔도 한잔 받으세요.”


“아이쿠!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역시 프로 출신의 코치님들은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1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축구부에게도 밀리지 않는 경기를 보여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습니다.’


문윤종은 대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아직 분석조차 못하고 있었다. 오늘하루 안사람에게 부탁해서 경기 영상을 촬영한 것이 있으니 이후에 천천히 분석하기는 하겠지만 당장은 이유를 모르겠다.


“풋살 경기에서부터 좋은 흐름이 있었어요. 2, 3학년 부원들과 여자 부원들이 분투를 보여줬으니까요!”


윤미숙 선생님의 이야기에 뒷풀이에 참석한 선생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풋살에서 승리하면서 분위기가 올라오기는 했다.


“처음에는 축구부를 만들면서 불안한 부분이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축구부 아이들이 학업이나 품행이 타에 모범이 되고 있어요.”


교장선생님의 이야기에서 문윤종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축구부 아이들이 학업 측면에서 타의 모범이 된다고?


“축구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나요?”


“감독님은 모르셨나 봅니다. 축구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숙제를 미리 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숙제를 받은 즉시 하면 숙제를 하기 쉽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숙제는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인데 미리미리 끝내면 축구부 연습을 하거나 집에 가서도 부담이 줄어든다고 했어요.”


축구부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초등학교 학생이 학교에서 자투리 시간에 공부를 한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게 축구부 학생들이 먼저 시작한 일이라는 것도 놀라웠다. 아무리 초등학교 운동부가 학교 수업을 모두 마친 상태에서 축구부 활동을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축구부 부원이 학습 측면에서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 코치, 초중고때도 운동부였지?”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아! 그럼 그렇다고 치고, 학창시절에 운동부 애들이 학업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그런 친구는 본 적도 없고, 지금처럼 축구부원들이 학습태도로 타의 모범이 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학교가 강남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 축구부에 선배가 있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나도 그렇기는 해.”


문윤종 감독과 이대욱 코치의 의문은 다음 해에도 이어졌다. 특별히 축구부 부원들의 평상시 학습태도가 무척 좋다는 칭찬이 많았다. 외국인 강사의 영어회화 시간에는 축구부 부원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참다 못한 문윤종 감독은 축구부원에게 이유를 물었다.


“너희들이 영어회화 시간에 공부를 무척 열심히 한다면서?”


“네! 감독님 당연하죠.”


당연하다고?


“이유를 들려줄 수 있을까?”


“나중에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면 외국으로 나가서 활약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영어는 기본이라고 했어요. 만약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와 소통을 잘 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어요!”


아! 그러니까 축구선수가 되어서 프로가 되는 것을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것 이구만!



#


재은이가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빠에게 학교 운동장에 가자고 졸랐다.


“아빠! 저기 뛰어놀러 가자, 밥 먹고!”


순간 버퍼링이 있었던 아버지는 엄마의 해석이 필요했다.


“재은이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빠와 놀았던 것이 좋았던 것 같아요. 점심 먹고 오빠가 학교 운동장 갈 때 아빠하고 같이 가고 싶다고 하네요.”


“아이고오~, 우리 딸! 알았쩌용! 점심 먹고 아빠하고 오빠하고 같이 놀러가자!”


“예~."


올 겨울에 우리 축구부는 따로 전지훈련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설 이후에 실내훈련장을 빌려서 체력훈련과 기본기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역시 겨울 훈련은 체력과 기본기 훈련이지!


“엄마. 설이 지나고 나서 10일간 축구부 훈련이 있어요. 여기 통신문이요.”


“방학을 하고 나서도 일주일에 4번씩 축구부가 모인다고 하지 않았니?”


“그거에 더해서 특별 훈련이 또 있는 것 같아요.”


엄마는 연습시합 이후로 내 축구부 활동에 관심이 늘었다. 잠깐 시합에 나오는 줄 알았던 내가 출전시간이 길었던 것이 그 이유라고 하신다.


“이 시간이라면 재은이 어린이집 시간하고 겹치지 않기는 하네. 어떻게 가면 되니?”


“학교 운동장에서 시간을 맞춰서 기다리면 버스가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아! 집에 올때는?”


“학교 운동장까지는 축구부원들이 함께 와요.”


“엄마가 챙겨줄 것들이 있을까?”


“음, 빨래가 조금 많아진다는 것 정도가 달라질 것 같아요.”


“아이고, 우리 아들이 그게 걱정이었어요?”


엄마는 걱정 말라면서 웃으셨다.


“축구부 고학년 형이나 누나들이 잘 해주니?”


아버지의 관심사는 운동부 선배들에 관한 것이 많았다.


“여자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고학년 언니들이 샤워를 할 때나 샤워를 다 하고 나와서 도움을 많이 준다고 들었어요. 남자아이들 같은 경우에도 머리를 감겨줄 때 형들이 도와주곤 해요.”


“그것 참 다행이구나!”


“덕분에 축구부 부원들은 3학년 정도 되면 혼자서 샤워도 잘 하고 물도 잘 닦아요.”


“우와!”


‘우와’라니요 아버지!


“그럼 우리 아들이랑 같이 목욕탕을 가면 아빠 등에 있는 때도 밀어줄 수 있겠네!”


아!

덕분에 아빠와 일요일에는 목욕탕을 가는 일정이 추가되었다. 점심을 먹고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 연습을 한 이후에는 아빠와 목욕탕을 가게 되었다.

겨울방학이 되고 학교 운동장에 모이는 축구부들은 서로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재석아! 빨리 와. 먼저 몸 풀고 있었어.”


동견이 녀석은 은근히 부지런하다. 수다스러움에 가려져서 그렇지 축구부 연습에 늦는 경우가 없다.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달리기를 하곤 한다. 물론 예솔이는 조용하면서 성실하다.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원 중에서 가장 진지하게 연습을 하는 부원 중 한명이다.


“추운데 다들 옷 잘 입었지?”


겨울철에 대비한 운동복을 입고 연습을 하기 시작하면 온 몸에서 열기가 올라온다. 몸에 열이 올라오면서 추위도 잊어버리게 된다. 다만 무리하면 부상의 위험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그런지 방학 전에 하던 훈련에 비해서 강도가 낮아졌다.


“겨울 방학에 하는 축구부 훈련은 힘들지 않을 거라고 감독님이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


“아무래도 겨울에 하는 훈련은 부상을 피해야 하니까.”


“아! 그런 걸까?”


“그러니까 날씨가 추울 때는 몸을 충분히 풀고 슬라이딩이나 몸을 날리는 것은 주의해야 해.”


“골키퍼를 하는 주호는 몸을 많이 날리고 있는데?”


“골키퍼니까.”


여전히 동건이는 훈련을 하거나 대기를 할 때 말이 많다. 축구부 안에서는 동건이하고 나를 합쳐서 축구부의 서라운드 스피커라고 하는데 억울하다. 동건이가 말을 걸지 않으면 나도 조용히 하고 있을 수 있는데!


동건이의 수다는 해가 넘어가고 설날이 지나서 실내 체육관으로 훈련 장소가 바뀌면서 더욱 심해졌다.


“우와! 이렇게 넓은 실내 운동장이 있다니. 여기서는 춥지 않아서 마음껏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밖에서는 입이 추워서 말을 많이 못했단 말이지.”


“그게 추워서 말이 줄어든 거라고?”


올해 주장을 하기로 한 5학년 형이 무척 놀랐다. 물론 나도 옆에서 놀랬다. 추워서 그런지 동건이 녀석이 말투가 조금 떨리는 감은 있었지만 나에게 말을 걸다가 내가 잘 대꾸를 안해주면 다른 친구들을 찾아가고 결국은 여자애들 에게도 말을 걸던 동건이 였는데!


실내 연습장에서의 훈련은 매우 즐거운 것이었다. 축구부원들도 모두 따뜻한 곳에서 몸을 풀고 몸을 움직이면서 겨우내 해왔던 훈련들 덕분에 체력과 기본기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스스로도 가벼운 몸놀림에 놀라는 것 같았다.


“우리가 축구를 열심히 하기는 한 것 같지?”


다가오는 봄에 6학년이 되는 한 선배는 축구실력이 좋아진 것이 체감이 될 정도라고 한다. 스피드가 있고 볼 컨트롤이 좋아진 선배는 올해 축구부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겨우내 찬 운동장에서 강도가 낮은 훈련을 해오다가 따뜻한 실내 훈련장에서 전력을 다해서 뛰어보니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거기에 꾸준히 해온 기본기 훈련도 자신감을 많이 붙여준 것 같다.


“두성이형, 정말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응. 전에는 축구공을 가지고 달리면 속도가 팍 죽었는데 여기서 달려보니까 축구공을 가지고 달려나가도 속도가 많이 죽지 않는 것이 느껴져.”


3월이 시작되고 새로운 학년이 되었다. 동건이와는 반이 떨어졌지만 예솔이가 같은 반이 되었고, 우리 학년에서 가장 골키퍼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는 주호와도 같은 반이 되었다.


“재석아, 나랑 반이 떨어졌다고 예솔이나 주호하고 너무 친해지면 안돼!”


“이동건! 무슨 개소리야?”


덕분에 동건이는 매일 예솔이에게 털리고 있다. 2학년에서 새로운 축구부원들이 보충되기도 했다. 예솔이와 동건이는 축구부에 동생이 생겼다는 것이 무척 기쁜 모양이다. 우리 학년에서는 예솔이와 동건이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도 2학년 아이들은 일방적으로 예솔이를 잘 따른다. 말이 많은 동건이 보다는 솔선수범하는 예솔이가 훨씬 믿음직스럽기는 하지. 물론 이런 3학년을 6학년 형이나 누나들은 귀엽게 바라보고 있다.


“3학년에 재석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역시 형이나 누나들의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 누가 가장 믿음직스러운지 알고 있다.

3학년이 되어서도 축구부의 훈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4,5,6 학년 같은 경우에는 자신들의 포지션이 정해지고 전술적인 훈련이나 작전 훈련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훈련 양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2,3 학년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축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훈련이 조정되어 있었고, 모든 부원들이 골고루 여러 포지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고 있다.


“으아! 역시 재석이랑 같은 편을 해야 축구하기 편해.”


“동건이 너! 불만을 늘어놓지 말고 더 열심히 뛰어!”


동건이와 예솔이가 새로운 콤비가 되었다. 운곡 초등학교의 새로운 만담 콤비는 운동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저 둘은 한시도 쉬지 않고 티격대면서 운동을 한다. 가장 운동을 열심히 하는 축에 속하면서도 쉬지도 않고 입으로 싸운다. 저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5월이 들어서면서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다른 학교와의 연습시합도 잡혔고, 6월에는 대회에도 출전하기로 했다. 방학중인 7월에도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는데 올해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의 목표는 공식 대회에서 1승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출범한지 1년도 지나지 않는 초등학교 축구부가 공식 대회에서 1승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식대회에 나오는 다른 학교들은 대부분 경기 출전 경험이 많은 축구부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관중이 많지는 않더라도 커다란 경기장에서 시합을 하는 것은 무경험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의 목표가 공식 대회에서 1승을 하는 것이지만 축구부 부원들의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 그리고 축구부의 감독과 코치의 관심사는 축구부 아이들의 성적이다.


“역시 축구부 아이들이 가장 공부를 잘 하는군요.”


“일단 학습 태도가 눈에 띄게 좋아요. 거기에 급식을 먹을 때도 남녀 부원을 가리지 않고 밥을 많이 먹고 깨끗하게 식판을 비우곤 해요. 다른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어요.”


“고무적인 부분은 영어 회화 수업에서 축구부 아이들이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축구부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회화 선생님 두 분이 모두 축구부 아이들을 칭찬해 주셨어요.”


“옛날처럼 시험을 보고 아이들 성적을 매긴다면 축구부 아이들의 평균 성적이 학년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올 것 같더군요.”


선생님들은 축구부 아이들의 학습태도 뿐만 아니라 평소 품행에 대해서도 칭찬을 무척 많이 하고 계신다. 실제로 축구부 부원 같은 경우에는 동생들은 상급생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면서 따르고, 상습생은 동생들을 알뜰히 보살핀다. 운동이 끝나고 학교 샤워실에서 언니나 형들은 언제나 2학년 아이들을 가장 먼저 챙기곤 한다. 지도하는 선생님이 다 뿌듯한 광경이다.


“축구부 아이들이 학급 분위기도 많이 바꾸고 있어요. 특히 숙제를 학교에서 하면서 쉬는 시간이 때로는 공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해요.”


“원래 운동부 애들이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나요?”


“글쎄요. 강남이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공부를 잘 하던 아이들 중에 몇 명이 축구부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더군요.”


“부모님들도 무척 만족하시는 것 같았어요. 단체 메시지를 통해서 알게 된 것들도 있는데, 집에서도 숙제를 후다닥 해치우고 학원도 가고 혼자서 운동도 한다고 하셨어요.”


“2학년 축구부 부모님 같은 경우에는 씻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가 축구부에 들어가면서 혼자서 씻는 것도 잘하고 화장실도 혼자서 잘 간다고 좋아하셨어요.”


확실히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는 조금 이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축구부 부원들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고 행동거지가 타의 모범이 된 다나?


“이번에 축구부 부원을 추가로 모집하는데 경쟁률이 무척 높았다고 하더라.”


“얼마나 높았길래?”


“학년별로 3~4명 정도를 추가로 모집했는데 각 학년별로 20명이 넘는 애들이 지원했다고 했어.”


“오!”


“그런데 운동을 못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추가로 뽑힌 애들은 몇 명 안된다고 하더라.”


“축구를 하려고 하는데 운동을 못하는 애들이 많았어?”


“축구부 애들이 공부를 잘 하니까 부모님들이 축구부에 들어가라고 했다는데?”


“우리가?”


“재석아, 주변에서 하는 말을 좀 들어. 우리 축구부 부원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한데, 특히 네가 성적이 빼어나.”


“내가?”


“재석이 네가 우리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숙제도 하고 외국인 선생님하고 대화도 열심히 하고 시험을 보면 점수도 높아.”


“그래?”


“아니다. 그냥 재석이 너는 그렇게 자라 다오.”


“야! 이동건! 재석이 그만 괴롭히고 연습이나 해!”



#


4월과 5월에도 몇 차례 연습시합이 있었다. 두 번은 상대 학교로 원정을 가기도 했는데, 꽤 많은 학부모님들이 따라와서 응원을 해주시곤 했다. 그리고 그런 응원 덕분인지 몇 번의 연습 시합에서는 승리를 하기도 했다. 우리 홈에서 치러지는 경기에서 승리가 나왔다.


“확실히 맨날 운동하던 운동장에서 시합하는 것이 유리하기는 해.”


“맞아. 그래서 홈이 유리하다는 거지. 익숙한 환경도 환경이지만 거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홈이야.”


“‘홈’이 뭐냐?”


“우리 안방이라고 생각해.”


“아! 운곡 초등학교 운동장?”


동건이 녀석에서 홈의 개념을 간신히 설명했다. 옆에서 다른 애들도 나랑 동건이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들이 많았다. 2학년 중에서도 그런 애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이번에 들어온 2학년 애들은 축구를 좋아하는 애들이 많아서 다행이다.


6월에 참가한 대회에서는 1차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상대 학교는 작년 4강을 이뤄낸 학교라고 한다. 그래도 3골을 먹고 1골을 넣는 선전을 펼쳤다. 윙어로 나온 6학년 형의 질주에 이은 크로스가 아주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고 미드필더들이 수비 가담을 열심히 해준 덕에 경험이 풍부한 상대에게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모두들 고생 많았다. 다음 대회는 조별리그로 치러지게 될 거야. 그 대회에서는 더 많은 축구부원들이 활약을 해줘야 한다. 다들 다음 대회를 준비하자!”


이렇게 이야기 해주시는 감독님의 표정에는 대견함과 불안함이 공존하고 있다. 조별 예선을 치른다면 최소 4개 팀이 조를 이루어서 각각의 팀과 시합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 축구부에게는 상당히 힘든 일정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 축구부는 4,5,6 학년 인원이 40명도 되지 않는다. 거기다 누나들을 빼면 30명 정도다. 3경기를 치르기에 충분한 수는 아니다. 주전이나 준 주전의 부상이 생긴다면 다음 경기에 참담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번 대회는 너무 아까웠어. 1차전부터 작년 4강이라니!”


예솔이는 우리 학교가 1차전에서 떨어진 것이 너무나도 분하다고 한다.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 중에서 가장 승부욕이 강한 예솔이답다.


“다음은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인가? 거기서 성적이 좋으면 왕중왕전도 나간다고 했지?”


언제나 정보를 잘 물어오는 동건이가 이번에 우리가 나가게 된 대회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아! 단순한 전국대회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초중고 축구리그에 나가게 된 것인가? 그러면 6월로 들어서는 지금부터 주말 리그를 하겠네.


“리그에 나가려면 우리학교 축구부 인원으로는 힘들 수도 있겠는데?”


“재석이가 날카롭다니까. 그러면 3학년들 중에서도 후보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재석이나 주호는 후보가 될 수도 있겠네!”


언제나 열심히 운동하는 유나가 3학년 중에서도 시합에 나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여자아이들 중에서는 예솔이와 함께 가장 열심히 운동을 하는 아이다. 저렇게 운동을 하다 보면 중학교에 올라가서 여자 축구부에 들어가도 꽤 활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외국에 나가서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한다. 덕분에 영어회화 수업에 열정적이기도 하다.


“다음주 주말부터 우리도 리그에 참가하게 된다. 우리는 서울 경기지역 C조에 속해서 다른 5개 초등학교 축구부와 경기를 갖게 되었다.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7월 중순까지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자세한 일정은 축구부실 앞과 학교 홈페이지, 축구부 채팅방에 올려두었다.”


코치님의 선언과 함께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도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에 참가하게 되었다. 여기서 성적이 잘 나온다면 왕중왕전에도 출전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리그에 참가하게 되면서 축구부원의 부모님들도 무척 바쁜 일정이 시작되었다.


“재석아! 토요일에는 홈 경기이고 일요일은 어디로 간다고?”


“제가 아직 3학년 밖에 안 되었는데도 오시려고요?”


“그럼! 만약 3학년에서 한 명이 출전하게 된다면 너 아니면 주호라면서? 혹시 알아? 아빠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마!”


아직 축구부원의 실력이나 수가 모자란 우리 축구부는 3학년 중에서도 때에 따라서 출전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감독님이 직접 말씀하셨고, 같은 말을 공지에 올리기도 하셨다. 덕분에 미드필더와 골키퍼가 부족한 우리 학교 축구부는 3학년 중에서 나와 주호가 출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덕분에 아버지가 축구부를 악착같이 따라다니신다.


“오~! 빠~! 오빠도 시합에 나가?”


말하는 것이 부쩍 좋아진 재은이는 언제나 대화에 끼고 싶어한다. 아직 단어의 뜻은 잘 모르지만 눈치코치로 가족들이 대화할 때는 알아서 잘 끼어든다. 아이고 예쁜 것!


“오빠가 시합에 나갈 수도 있고, 못 나갈 수도 있어~.”


“오빠가 시합에 나가면 좋겠어!”


“왜?”


“엄마아빠가 오빠가 시합에 나가면 좋겠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다. 뽀뽀를 천만번쯤 해줘야지.


전국 초중고 축구리그가 시작되었다. 첫 경기는 **초등학교와의 홈 경기이다. 금요일 오후에 시합이 치러지게 되었다. 그래도 리그의 첫 시작을 홈에서 하는 것은 상당히 유리한 일정이다. 아무래도 첫 출전 학교라서 이런 일정이 잡힌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초등하교 축구부는 작년까지 3년 연속 왕중왕전에 참가했다고 한다. 서울 경기지역 강팀이라고 한다.


“오늘부터 리그가 시작이네. 오빠들이 잘 해줬으면 좋겠어.”


예솔이는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걱정이 커졌다. 상대 학교가 너무 강하다고 불만이다.


“우리 학교도 열심히 훈련했으니까 잘 할 수 있을 거야.”


키도 크고 의젓한 주호가 안절부절 못하는 예솔이를 달래는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다. 주호도 축구부 활동을 무척 열심히 한다. 코치님 말씀으로는 나중에 주호가 골문은 지키면 안정감이 더할 것 같다고 하신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침착하면서도 꾸준히 훈련을 하는 주호는 꼭 결과를 만들어낼 친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예솔이의 승부욕은 정말 대단하다. 자신이 뛰는 것도 아니고 같은 축구부라는 것 만으로 승리를 갈망한다. 저런 점은 꼭 배워야 하는데, 승부욕이라는 것이 재능만큼이나 개개인의 격차가 강해서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의 첫 번째 전국대회의 성적은 1승 3무 6패로 마감되어 6개팀이 겨루는 리그의 맨 뒷자리에 위치했다. 하지만 축구부가 생기고 1년되 되지 않은 시점에서 참가한 전국대회에서 1승을 거두었고 축구부 부원들의 학교내 평가가 좋아서 교장선생님이나 학부모님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아들! 이제 여름방학인데 뭐 하고싶은 것 있어? 가보고 싶은 장소는 있어? 아니면 우리 아들의 축구부 데뷔를 축하하는 파티를 할까?”


더불어 나도 처음으로 정식 시합에 출전할 수 있었다. 나만 아니라 3학년 남자애들은 전원이 시합에 출전했다. 6주에 걸친 리그 일정에 10경기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주말에 2경기를 치르는 일정이 있었는데 이런 경기 중 홈에서 열리는 경기에는 3학년까지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나도 공식 경기에 3번 출전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고 한 번 지고 한번은 비기는 경기를 만들어냈다. 골도 2골을 넣었고 도움도 3개를 기록했다. 다른 학교들도 한 주에 두 번의 경기가 있을 때는 5,6 학년 위주의 구성을 할 수 없어서 3학년이나 4학년이 참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름방학에 축구부에서 전지훈련을 갈 수도 있다고 했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합숙훈련은 할 예정이라고 했어요.”


“어머, 재석이 엄마아빠가 없어도 며칠밤을 잘 수 있을까?”


“오~! 빠~! 어디 가? 재은이도 데꼬가고, 아빠하고 엄마도 같이 가!”


이 천사를 어찌하여야 할까요?

여름방학이 지나면 우리 축구부도 다른 대회에 한 번 정도 더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전국 리그전 경험으로 4,5,6 학년 형들도 경험이 많이 쌓였고, 부족한 부분이 확실히 드러났다. 덕분에 올 여름방학의 축구부 훈련은 체력 훈련이 아주 많을 것 같다.


“여름에도 축구부가 모여서 훈련을 해야 하니까 시간이 나면 가족끼리 가까운 곳에 다녀오는 정도면 좋겠어요.”


“가까운 곳? 그러면 어디 계곡이라도 갈까?”


계곡에 가서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백숙을 먹어도 좋겠다!


“나중에 휴가 일정이 나오면 먼저 말씀드리면 되죠?”


“그래, 아빠에게 꼭 말해줘.”


여름방학은 운동부에게는 또다른 기회다. 학교 일정에 맞춰서 운동시간을 조절할 필요 없이 한계가 올때까지 운동할 수 있다. 특히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는 시작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초보 축구부다. 시험삼아 참가했던 축구 리그에서도 부원들이 체력적으로 얼마나 많이 모자란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이번 여름방학은 체력 훈련에 매진할 것이라는 코치님의 말씀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오늘부터는 본 운동을 하기 전에 운동장을 뛸 때, 몇 바퀴를 정하고 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뛸 수 있을 만큼 뛴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다시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도 한 번 뛰고, 훈련을 모두 마무리하고도 한 번 더 뛴다.”


“리그에 참가해보니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지? 체력을 키워야 상대와 맞설 수 있다. 3,4학년도 모두 교체멤버 이상으로 시합에 뛰어보니 연습과는 달랐지? 다들 체력 단련에 힘쓰자!”


“2학년이나 3학년 학생들은 무리하면서까지 운동장을 뛰지 마세요. 힘들면 그 자리에 멈추고 쉴 수 있도록 합니다. 4,5,6학년도 죽을 때까지 달리면 안되는 것 알죠?”


체력 증진에 중점을 둔 훈련을 하면서도 코치님이나 선생님은 언제나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요즘 학교 분위기를 보면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축구부에 못 집어넣어서 안달이다. 공부를 떠나서 혼자서 씻거나 빨래감을 챙기는 등 일상 생활에서 자립심도 강해지고 위아래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축구부 만한 곳이 없다는 소문이 퍼졌다. 형이나 누나들은 이게 다 나와 동건이 덕분이라고 하는데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솔직히 우리 축구부 누나나 형들이 동생들을 잘 챙기는 것은 인정한다. 저기 보이는 것처럼 운동장을 열심히 돌다가 2학년이 힘들어서 한쪽으로 빠지면 당번 누나가 아이들에게 시원한 물도 챙겨주고 수건도 챙겨준다. 그리고 다른 누나나 형들이 솔선해서 다 쓴 수건들을 모아서 세탁기를 돌리고 건조대에 건조도 한다. 형이나 누나들 덕분이면 몰라도 나나 동건이라니!


“그래, 맞아. 어쨌든 나는 재석이가 축구부여서 너무 좋다.”


“나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구오구 예쁜 것!”


형님들 누님들 왜 그러시죠?

여름방학을 충실하게 보낸 덕분인지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는 11월에 열린 작은 대회에서 2라운드까지 진출하는 결과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를 포함해서 3학년은 출전하지 못했지만 축구부 형들의 분전은 눈에 띄었다. 특히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감독님의 전술을 선수들이 잘 따라가고 있었다. 특히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운반된 공이 뒤따라온 동료들에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골이 들어가는 모습은 연습을 했던 그대로였다.


“좋았어! 여름 내내 연습한 보람이 있구만!”


“우와아아아! 골이다! 우리가 역전했다!”


1차전에서 초중고 전국리그 지역예선 2승을 거둔 팀을 상대로 선취골을 주고도 두 골을 넣어서 역전승을 했을 때는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했다. 비록 다음에 상대하게 될 팀의 측면 수비수들이 적절히 대처를 하고 있어서 다음 경기에서는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괜찮은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정도라면 조금만 더 다듬으면 다른 학교와 충분히 좋은 승부를 할 수 있는 축구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4학년의 기대를 안고 겨울방학에 돌입했지만 중국에서 시작된 유행병은 모든 단체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겨울 방학에도 열심히 연습을 하던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는 학교마저 무기한 정지된 상태에서 단체활동이 금지되어 버렸다.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를 격리하고 있다.

나는 축구선수다. 그것도 6월에 10살이 되는 유소년 축구선수다. 당연히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학교 수업도 인터넷으로 하고 친구들과 인터넷으로 만날 수밖에 없지만 이 나이의 축구선수는 단 하루만 개인훈련을 하지 않아도 실력이 후퇴한다. 그래서 집안이나 주차장이나 학교 운동장 한쪽 구석에서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잠깐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마스크 꼭 끼고 친구들과 너무 가까이하지 않도록 조심 하렴.”


“네, 조심하면서 운동하면 되겠죠.”


엄마는 밖에서 운동을 하고 온다고 하면 수건과 음료수를 챙겨 주신다. 대신 개인 물품을 타인과 공유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셨다.


“수건이나 물은 꼭 자기 것만 쓰도록 하렴.”


“수건을 몇 장 가져가도 되니까. 다른 사람 수건은 쓰지 않도록 조심해.”


학교에 나와보면 축구부 선배들도 눈인사 정도만 나누고 거리를 벌려서 개인 운동을 하곤 한다. 각자 공을 가지고 와서 공도 공유하지 않고 훈련을 하곤 했다. 덕분에 운동 효율은 별로 좋지 못하다. 축구는 엄연히 단체 스포츠라 서로 합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축구부 훈련조차 개인훈련 위주가 되니 썩 반가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훈련 양을 늘렸다. 평상시보다 런닝도 많이 하고 드리블 훈련이나 볼 컨트롤 훈련도 하루에 여러 차례 반복을 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어야 하는데 시대가 나를 돕지 않는구나!


동건이는 채팅으로 거창한 헛소리를 했다. 덕분에 다른 축구부원들에게 된서리를 맞곤 했다. 특히 예솔이의 대답은 얄짤 없다.


-뭔 헛소리냐? 뜨신 밥 먹고 밥기운이 아깝지도 않냐?


역시 예솔이는 날카롭다.


-다들 운동을 열심히 하기는 어렵겠지만 달리기를 충분히 하고 개인 훈련도 할 수 있을 때마다 해야 한다. 여러분 나이때는 기본기를 확실히 익혀야 하는데 함께 운동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감독님과 코치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개인 훈련을 많이 하라고 응원해 주셨다.


-패스 훈련은 혼자서 하기 참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패스 훈련 같은 경우에는 멀리 있는 기둥을 향해서 공을 차는 연습을 하거나 어느 정도 떨어진 동그라미 안에 공을 멈추는 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지


그리고 축구부원이 훈련을 하다가 모자라는 것을 상담하면 최대한 혼자서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주시기도 하셨다. 축구부원 모두는 이 유행병이 빨리 종식되기만을 기도했다. 사실 축구부원들만 기도한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유행병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했다.

유행병은 겨울방학 무렵 백신이 만들어지면서 그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축구부도 백신을 접종하고 열이 없는 학생에 한해서 단체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5학년이 되자 학교가 다시 열렸다. 다만 급식이 제한되었고 체육시간이나 음악시간 등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다시 학교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는 다시 축구부가 되었다.


“얼마만에 함께 하는 운동인지 모르겠어!”


동건이의 수다를 들으니 확실히 더 그렇게 느껴졌다. 오늘만큼은 예솔이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게 얼마만에 직접 듣는 동건이의 수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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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한강 중학교 09 24.09.09 32 0 28쪽
14 한강 중학교 08 24.09.06 34 0 28쪽
13 한강 중학교 07 24.09.05 33 1 28쪽
12 한강 중학교 06 24.09.04 33 0 29쪽
11 한강 중학교 05 24.09.03 40 0 29쪽
10 한강 중학교 04 24.09.02 48 0 28쪽
9 한강 중학교 03 24.09.02 45 0 28쪽
8 한강 중학교 02 24.09.02 43 0 30쪽
7 한강 중학교 01 24.09.02 47 0 29쪽
6 운곡 초등학교 05 24.09.02 49 0 32쪽
5 운곡 초등학교 04 24.09.02 39 0 29쪽
» 운곡 초등학교 03 24.09.02 44 2 33쪽
3 운곡 초등학교 02 24.09.02 54 2 30쪽
2 운곡 초등학교 01 24.09.02 59 3 28쪽
1 전생(?) 비슷한 것이 떠올랐다. +2 24.09.02 91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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