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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므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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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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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중학교 09

DUMMY

개학을 하고 같은 반 친구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그래도 예솔이 반응만큼 재미있는 반응은 없다.


“간신히 공부로 전교 1등을 했더니 너는 축구로 전국 중학생 중에서 짱을 먹었냐?”


전교 1등도 대단한 거라고!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예솔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곱지만은 않다. 공부로 전교 1등이라고 생색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지라···. 그래도 예솔이 악명이 널리 퍼졌는지 입 밖으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친구는 없다.

예솔이에 대한 소문은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 중에서도 특히 3반 애들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건들거리던 남자애 하나가 예솔이한테 모질게 맞아서 그 이후로는 쭈그러져서 간신히 학교생활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다. 여자애한테 맞아서 친구도 안 생긴다고 했던가?

중학교 1학년 여자임에도 170㎝의 신장에 상체도 두툼하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는 전교 1등이다. 괜히 까불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얘는 왜 나에게 이렇게 투쟁심을 불태우는지 모르겠다.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도 처음에는 운동부이면서 성적이 잘 나온다고 시기하는 친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녀석들은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 친구들이 그냥 특이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만,


“우와, 재석이 너는 학원도 안 다니고 어떻게 성적이 그리 좋냐?”


“그래도 선행학습을 거의 안 하니까 학년이 올라가면 성적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오히려 성적이 괜찮은 아이들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글쎄, 너 영어회화 하는 것을 보거나 영어 단어 아는 것을 생각하면 영어 성적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 같고, 수학은 조금 미스터리이긴 하다. 그런데 국어는 왜 그래?”


“국어가 제일 어려운 것 모르냐?”


“어렵다는 과목도 90점은 훌쩍 넘으면서···.”


성적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도 생겼고, 운동을 잘 해서 부럽다면서 이야기를 거는 애들도 많아졌다. 물론 같은 반 여자아이들은 잘 접근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를 보면서 수근거리는 애들이 없는 것은 아니더라. 어느 정도 관심은 있는 것 같다.

대놓고 적개심을 발산하는 예솔이가 정말 특이한 케이스이기는 하지!


2학기가 되면서 다른 학교와 연습경기가 많아졌다. 대회는 9월에 열리는 대회 하나만 참가한다고 하셨고, 올해는 충분히 좋은 성적을 냈기에 3학년 주전은 대회를 뛰지 않을 것이라고 통지도 되어있다.


“축구 시작하고 몇 년인데 가을을 한가하게 보내기는 처음이네. 훈동이 너는 뭐 계획 있냐? 시간도 남는데 방과 후에 PC방 콜?”


“난 빼 줘. 금요일부터 일주일에 2번씩 암사동에 있는 아카데미 가기로 했어. 전직 프로 1군 선수가 운영하는 축구 아카데미에 가기로 했어.”


“그거 비싸지 않냐?”


“그래도 축구가 늘려면 어쩔 수 없지. 감독님과 상의해서 가는 거야. 추천해 주셨는데 이 시기에 실력이 늘어야 고등학교 가서도 빨리 시합에 뛸 수 있다고 하시더라.”


“그건 그렇지. 나도 아빠하고 상담하고 감독님 좀 만나보라고 해야지. PC방은 잊어라.”


3학년 선배들은 비교적 많아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했다. 우리 3학년 에이스 3명은 대회 BEST 11에 최소 한 번 이상 뽑혀서 진학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 시기가 아니지만 프로 구단에서 지원하는 고등학교에 가는 것도 문제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학기 첫 번째 연습시합은 홈에서 한다. 상대는 강서에 있는 ##중학교다.”


어? 동건이가 진학한 학교다. 왕중왕전에 1차전에 탈락하기는 했지만 왕중왕전까지 올라온 학교다. 시합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동건이 얼굴을 보지는 못했는데 이번에는 얼굴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연습시합을 하나요?”


“2학기 연습시합은 무조건 주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이번주 토요일에 시합을 하지. 그런데 재석이 네가 어쩐 일로 관심을 다 보이냐?”


“초등학교 때 친구가 ##중학교로 진학을 해서요. 지난 대회에서는 얼굴도 못 봤어요.”


“##중학교? 아! 전반전에 한 점 이기고 있다가 전반 막판에 레드가 나와서 1차전에서 탈락했지? 원래 그 정도 전력은 아니었는데 완전 꼬였던 학교야.”


어쩐지! 운곡 초등학교 축구부 중에서 가장 좋은 중학교에 진학했던 사람이 동건이었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1차전에서 지뢰가 터져서 광탈 했었군!


“저쪽은 올해 그리 성적이 좋지 못해서 9월 대회에 3학년을 포함해서 전력으로 임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왕중왕전 우승학교인 우리와 연습시합을 추진한 것 같더라.”


오호! 원래 한 끝은 있다는 것 이구만!


“목요일에는 신체검사도 한다. 물론 체력 테스트도 한다.”


“우우우~.”


코치님은 선수들의 야유에도 그냥 미소로 답하셨다. 왕중왕전에 우승한 후에는 축구부 분위기가 무척 좋다. 평소에는 여유롭고 연습을 시작하면 집중해서 운동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팀이 강팀이 된다.


목요일 신체검사에서는 확실히 피지컬이 좋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년쯤 전보다 키가 4㎝이상 자라서 176.5㎝가 되었고 몸무게도 70㎏이 되었다. 몸무게야 운동여부나 식사에 따라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지만 키가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전생에서는 180㎝를 찍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180대 중반 키까지는 커주겠지?


“재석이 저거 체력 미친놈 아니냐?”


“15m셔틀런 130개가 넘는 놈이 있네. 나중에 20m셔틀런 하고도 120개 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우리나라 20m셔틀런 기록이 누구냐?”


“차두리 선배님이 150개 조금 넘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차두리 선배님 중학교 1학년 때 기록은?”


“모르지!”


다들 수근거리고 있지만 나는 내 기록에 만족하고 안주할 생각이 없다. 일단 내 목표는 20m셔틀런 160개다. 이 정도 되면 전후반 내내 상대 페널티 에리어에서 아군의 페널티 에리어까지 종횡무진 뛰어다닐 수 있을 체력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래야 내가 가장 원하는 스타일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내 목표는 네드베드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마테우스다.

그러고 보니 키는 네드베드나 마테우스보다 훨씬 커질 것 같다. 이미 마테우스 보다는 내가 크다!


토요일이 되고 ##중학교 축구부가 한강 중학교를 방문했다. ##중학교 입장에서는 처음 와보는 곳에서 시합을 한다는 부담감과 그래도 연습시합이라는 안도감이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강호 학교를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그래도 여름방학 때까지 좋은 성적을 내서 여유롭게 선수를 구성해서 연습시합에 임한다는 자세가 있다.



#


동건이는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5년동안 패배라는 것을 잘 몰랐다. 측면 공격수 겸 측면 수비수로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잘 수행했고, 운곡 초등학교는 동건이가 4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정규 시합에서는 단 4패만을 했다. 거기다 리그 경기가 아닌 경우에는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 덕분에 3년간 모은 우승 트로피가 11개나 되었다.

초등학교 때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고 팀 성적도 좋았던 덕분에 축구 명문 중학교에서 입학 제의를 받을 수 있었다.


“중학교 때는 상대팀으로 만나겠구나.”


가장 친했던 친구인 재석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는 조금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상대팀으로 만나면 멋진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2023년 초중고 전국리그 왕중왕전 중학부 MVP는 한강중학교 1학년 강재석군입니다.]


동건이도 재석이가 실력이 좋은 선수라는 것은 잘 안다. 재석이가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면 운곡 초등학교의 성적은 그 정도까지 압도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나 함께 훈련을 해본 친구 입장에서도 재석이의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저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아무리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각종 대회를 휩쓸기는 했지만 중학교에 올라가자 마자 대회를 쓸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무슨 중학교 1학년이 왕중왕전 MVP냐?”


“동건아 너 이 녀석과 같은 학교 출신 아니냐?”


“야! 너희 운곡 초등학교 강재석 몰라? 완전 미친놈이야. 그 녀석하고 초등학교 때 붙어서 이긴 기억이 없어. 우리 6학년 때 출전 대회에서 운곡초가 전 대회에서 우승했잖아.”


“아! 기억난다. 그 미드필더가 강재석이야?”


선배들도 이야기를 하다가 재석이를 기억해냈다. 다들 좋은 기억이 없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솔직히 동건이에게는 언제나 즐거운 기억이었다. 공식전에서 다 쓸고 다녔는데 나쁠 이유가 있을까?


‘씨발 혹시라도 시합에 뛰게 되면 재석이를 막아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생각해보니 젖같네. 그냥 재석이에게 배운 것을 확실하게 해야지. 한쪽 발만 잘 막고 나머지는 팀원들이 잘 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네.’


동건이는 재석이를 적으로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같은 팀일 때는 정말 좋았는데···. 나중에 연락도 하고 잘 지내면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는 재석이가 가는 학교로 같이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


##중학교와의 연습경기는 4:1로 우리가 이겼다. 우리는 주장을 포함해서 3학년 주요 포지션에서 3명이 결장을 했지만 상대방은 거의 전력으로 우리와 연습시합을 했다.

연습시합이라 부상을 당할 수 있을 정도의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특유의 압박수비가 잘 먹혀서 손쉽게 시합을 풀어갈 수 있었다. 다만 상대방도 날카로운 공격이 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상대적으로 수비에서 허점이 너무 많이 노출되었다.

후반전 초반이 지나고 왼쪽 수비수로 교체출장한 동건이도 좋은 수비를 보여주었다. 기초가 튼튼한 녀석이었는데 우리의 우측 공격수들의 공격 시도를 아예 무위로 돌리는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면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나랑 연습할 때 나에게 배운 수비법인데 체력만 받쳐주고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면 좋을 것 같다고 가르쳐준 것을 잊지 않은 모양이다.


“동건이 여전 하구나.”


“좀 더 올라가서 플레이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우리 학교 수비가 조금 문제가 있어서 말이지.”


그래도 1학년 주제에 출전시간을 받은 게 어딘데!


“재석이 너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건 여전하구나.”


“야 저기 예솔이 온다.”


예솔이가 토요일에 학교를 온 이유는 단 하나다.


“어이 동건이 오래간만이다. 중학교 들어가서 막내생활은 할 만하냐?”


실제 예솔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축구를 그만둔 이유도 이것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다시 막내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축구를 그만둔 이유라고 했는데, 사실은 공부를 너무 잘해서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셨던 것 같다. 실제로 전교 1등을 하는 딸을 공부를 시키고 싶지 운동을 시키고 싶은 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야, 여자축구는 풀이 좁아서 너 정도 실력이면 1학년 때부터 주전이라니까.”


“여자 축구가 아니라 남자 축구부에서 주전 먹을 정도였으면 내가 축구 계속 했을 거야. 요기 이 놈처럼.”


“요기 이 놈이 그렇게 보기 쉬운 줄 아냐? 몇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정도야.”


이 연놈들이!


“어, 재석이 빡쳤다. 나는 이만 집에 간다. 만나서 반가웠다.”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다니까.


2학기는 대회가 하나뿐이고 연습 시합 위주의 일정이라 확실히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이럴 때 개인 훈련에 힘을 쓰고 밀린 공부를 하기 좋은 시기다. 물론 다른 친구들도 모두 나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 훈련 끝나고 PC방 고?”


“그럴까? 운동은 확실히 했으니까 PC방에 가서 게임이나 좀 할까?”


다들 개인적인 훈련시간이 늘어나기는 했다. 코치님을 붙들고 훈련을 하는 선수도 있고 기초체력을 위해서 구슬땀을 흘리면서 달리기를 하는 선수도 있다. 그래도 남는 시간은 자신을 위해서 쓰면 된다. 저렇게 놀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다.


“재석이는 남는 시간에 공부냐?”


“몸은 쉬고 머리는 좀 쓰는 거지 뭐.”


“이번 중간고사도 잘 보겠네.”


“야, 모른다. 다른 애들 공부하는 것 보면 이제 절대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적어서 성적은 무조건 떨어지게 되어 있어.”


“그런 애가 1학기 기말고사 때 전교 2등이냐?”


“1등한테 놀림당하는 것 못 들었냐?”


“아!”


지우녀석이 금요일에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는 것을 보고는 말을 걸었다가 예솔이에게 내가 비웃음을 당한 것을 생각하고는 다 이해한다는 표정이다.


“솔직히 전교 2등한다고 깝치지 말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 3반 예솔인가 하는 애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까 네가 빡쳐 보이더라. 무슨 여자애가 키도 크고 덩치도 좋아서 건드릴 수도 없게 생겼는데 혀는 왜 그렇게 독한지 모르겠어!”


“오! 자세히도 관찰했네. 소개해 줄까?”


“야! 내 이상형은 작고 귀여운 애야. 아이브의 유진도 멀대같이 커서 별루야.”


“너 그러다가 아이브 펜에게 맞아 죽는다.”


“열심히 공부나 해라. 난 좀 더 뛸란다.”


그래도 축구부 선수들 대부분이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 기를 쓴다. 특히 3학년 선배들은 내년부터는 고등학교에서 선배들과 경쟁해야 한다. 아무래도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다가 가장 불리한 위치로 이동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경험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죽어라 뛰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나도 몸을 쉬는 중이다.

물론 몸을 쉬면서 공부를 하는 것뿐이다. 특히나 영어나 수학은 오랫동안 손을 놓으면 다시는 따라갈 수 없는 과목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틈틈히 공부를 하지만 이렇게 여유가 생겼을 때 공부를 조금 열심히 하면 몸도 쉬고 성적도 잡을 수 있다.


2학기 기말고사도 끝났다.

참고로 중학교 1학년의 최상위권 성적은 등수의 변화가 없다. 전교 1등부터 전교 10등까지 단 한 자리도 바뀌지 않았다. 성적을 확인한 예솔이는 두 시간에 한 번씩 내 앞에서 성적표를 흔들었다.


“아! 세상 상쾌하다. 자존감 뿜뿜뿌~움!”


한 두 번이 아니다. 덕분에 우리반 친구들도 예솔이를 별로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냥 너무 시끄러우니까 내 자리를 뒷문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저 여자애 3반이지? 너는 무슨 원수를 졌길래 성적표가 나오고 일주일 동안 찾아오냐?”


“나도 모르겠어. 네가 대신 물어봐 주면 안 될까?”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서 나도 무서운데···. 3반 폭군이라고 불리는 애 아니냐? 3반 애들 중에서 껄렁하게 있다가 대든 남자애를 묵사발 냈다고 하던데?”


예솔이는 대체 내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저러는 것인지 모르겠다.

옆자리 짝꿍도 예솔이가 무섭다고 했다. 일주일이나 저러고 다니는 것을 보면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데, 동감이다!


2학기에 참가한 전국 대회는 전주에서 열렸고 전국에서 51개 학교가 참가했다. 초중고 전국 주말리그 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학교가 참가했고, 한강 중학교는 왕중왕전 우승을 한 덕분에 시드 배정을 받을 수 있었다. 시드 배정을 받았다고 해도 한 경기를 덜 치르는 것이지만 그래도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


“남영이는 주장이니까 가끔 선발로 뛰고 올 한해 고생한 재현이, 훈동이, 철규, 효걸이는 이번 대회에 어지간하면 쉰다.”


“어떻게 하면 뜁니까?”


“결승 갔는데 경고 누적이랑 부상으로 뛸 사람 없으면 뛴다.”


전주에서 첫 시합을 준비하고 있을 때 감독님이 가볍게 몸을 푼 우리들을 모아놓고 3학년 선배들 절반은 대회에서 뺀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어지간하면 뛰는 일이 없을 거라는 말까지 더하셨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했다. 2023년도의 마지막 전국 대회에서도 우승을 했고, 감독님이 쉬라고 했던 3학년 선배들은 훈동 선배가 후반전에 두 번 교체출전을 했고, 남영 선배가 주장으로 2차전과 결승전에 뛰었을 뿐이다.

나는 5경기에 출장해서 6골 어시스트 4개를 기록했고 대회 MVP에 뽑히면서 두 대회 연속 중학교 1학년이 대회 MVP를 따냈다.

한강 중학교는 두 대회 연속 우승을 해내면서 새로운 축구 명가의 탄생을 알렸다. 1년간 3개 대회에 출전해서 4강 한번과 우승 두 번을 일궈냈고 두 대회 연속 대회 MVP를 배출했으며 마지막 대회에서는 대회 득점왕도 배출했다.


“선수를 하면서도 우승한 경험이 없었는데 지도자를 하면서 1년에 두 개 대회를 우승하다니! 그 중에서 하나는 리그 왕중왕전 우승!”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코치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대회에 따라다니면서 응원해주시는 후원회 회장님과 학부모님들도 감사합니다. 선수들도 고생하지만 부모님들도 신경 많이 쓰고 계신 것 압니다. 올해는 그런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학 중간에도 아이들 잘 보살펴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아직 방학이 되려면 멀었다.

마지막 전국대회가 끝나면서 3학년 선배들은 진학 문제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고,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2학년은 내년이면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다. 올해 주전으로 뛰지는 못했지만 기회를 많이 받았던 선배들은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서 땀을 흘리고 상대적으로 출전이 적었던 선배들은 자리를 빼앗기 위해서 땀을 흘릴 시기다.

1학년 중에서는 대회에 많이 참가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문제다. 보통 이 시기에 축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1학년이나 2학년 겨울방학이 다가오면 부상 외의 문제로 출전을 하지 못하는 부원이 축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생긴다. 체력이 올라오지 못했거나 기본기에 문제가 있는 등 시합에 뛸 실력이 되지 못하는 경우에 축구를 그만둔다. 겨울동안 열심히 연습해서 기회를 받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생을 생각해보더라도 그런 경우는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경우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는 공부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끝내 겨울방학이 오기 전에 1학년 공격수 희망자였던 기석이와 오른쪽 수비수인 오용이가 축구를 그만두었다. 둘 다 연습경기에서 몇 번 기회가 있었지만 선수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1년간 함께 훈련을 해왔고 실력이 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선수로 뛰기에 부족했을 뿐이다.

다들 아쉬운 작별을 했다. 그리고 몇몇은 슬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너도 3반이지? 가서 재석이랑 원수 진 그 여자애한테 공부 좀 가르쳐 달라고 해봐. 어쩌면 친해질 수도 있지 않겠냐?”


“나보다 키도 크더라. 무서워서 말도 못 붙여봤어.”


예솔이 이야기가 여기서도 나오다니!

겨울방학이 다가오면서 축구부에도 변화가 생겼다. 3학년 선배들은 각자 진학하기로 한 학교로 훈련을 위해서 떠나갔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내년에 우리 학교에 입학하기로 한 축구부원들이 학교를 찾아와서 함께 훈련하게 된다.


“드디어 후배가 생기겠구나. 귀여워해주고 아껴줘야지!”


영중이 저 놈은 위험한 놈이다. 그래도 1학년 때 선배들의 뒤치다꺼리를 잘 해낸 녀석인데 후배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저런 마인드라니! 물론 나도 후배들이 들어오면 잘 챙겨줄 생각이기는 하다.


“야, 그래도 우리 학교는 1학년이라도 빨래를 하거나 세탁물을 정리할 때 1학년만 시키지는 않는 학교야. 다른 학교 말 들어보니까 장난 아니더라.”


나도 동건이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빨래도 하고 식사 준비도 다 1학년 몫이라고 했었다. 그래도 동건이네 학교 축구부는 학년마다 해야 할 일들이 나눠져 있는 정도라서 최악은 아니라고 했다. 3학년도 수건을 모아서 빨고 널고 정리를 한다고 했다.


“솔직히 우리는 후원회에서 어머니들이 오셔서 일을 많이 해주시기는 하지.”


“그래서 시합에 뛰면 더 죽어라 뛰게 된다니까. 어머니들이 와서 일을 해 주시는데 시합에 대충 뛸 수가 있어야지.”


기말고사 성적표는 전교 등수가 한 단계 내려갔다. 총점에서 1점 차이로 3등을 했고 예솔이는 나를 놀려야 하는데 2등을 대신해서 3등을 놀려야 한다는 명제 앞에서 사람 놀리는 것을 그만두는 판단을 내렸다.

다행이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내년부터 함께 뛰게 될 후배들이 팀에 합류했다. 한강 중학교 축구부는 2023년 전국의 모든 축구부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강 중학교는 올 한해 내내 미드필더 부족에 시달렸다. 시합을 뛸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서 주 포지션이 미드필더인 선수의 수가 6명이 끝이었다.


“솔직히 작년에 훈동이나 재석이 중에 한 명이 부상을 당했으면 이런 성적은 꿈도 못 꾸었을 거다.”


새해 이후에 모인 자리에서 감독님이 우리에게 한 말씀이셨다. 다행히 이번 신입생들 중에서 주 포지션이 미드필더인 선수가 4명이나 되었다. 그 중에서는 작년 초중고 전국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4강에 올라갔던 팀의 주장도 있다. 작년에 한강 중학교 성적이 좋았고 학교의 지원이 많다는 것이 어필이 되어서 우리 학교로 와주었다.

올해 우리 학교의 주장은 3학년 측면 공격수인 오선기 선배로 정해졌다.

작년 우리의 성적이 좋았던 덕분인지 우리는 한파를 피해서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가기도 했고 실내 훈령장을 섭외해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중학교 레벨에서 전지훈련이나 실내 훈련장에서 겨울에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고 많은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는 당장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강 중학교처럼 바로 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주장인 선기 선배가 실내 연습장에서 각성을 해버렸다. 우리 나이대의 선수는 정말 순간에 레벨업을 하듯이 각성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눈앞에서 주장님이 각성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우리가 훈련하고 있는 실내 훈련장은 성남에 있는 훈련장으로 주인은 2012년까지 프로 1군에서 미드필더로 뛰던 선배님 이시다. 국가개표 경험은 몇 경기 되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드리블을 하다가 폭발적으로 뛰어나가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분이시다. 그런데 그 드리블 자체가 호흡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따라하는 후배가 없었는데 선기 선배가 몇 번 연습으로 그 드리블을 카피했고, 미드필더가 아닌 사이드 공격수의 폭발적인 드리블은 선수의 단계를 바꾸기에 충분한 것이다.


“와! 재석이 네가 평소에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공을 가지고 있다가 치고 나가는 드리블이 완전히 업그레이드된 선기 선배는 중학교 최고 수준의 윙 공격수에서 갑자기 탈 중학생 급 윙 공격수가 되어있었다.


“이거야. 이거지! 평생 나 혼자만 할 수 있는 기술인 줄 알았는데, 중학생이 이걸 하네! 지금까지 수백명에게 이 기술 가르쳤는데 너 혼자만 해냈어!”


기술을 가르쳐준 선배님이 몇 배는 기뻐하셨다. 그럭저럭 선기 선배의 돌파를 막아내던 수비수들도 선기 선배의 새로운 드리블에 수비를 놓치곤 했고, 나 조차도 초반에는 박자를 맞추지 못했다. 그래도 며칠간 죽어라 막기만 하니까 막을 수는 있었다.


“저건 또 뭔 괴물이냐?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수비가 저렇게 좋다고? 아까 보니까 킥도 좋던데?”


“선배님 재석이 드리블이나 패스도 수준급입니다.”


“중학생 중에서?”


“아니요, 축구선수 중에서 요.”


“하긴 저 드리블을 저 속도로 하는데 몇 번 봤다고 막는 수비수는 우리나라 프로에는 없었어. 국가대표 경기를 할 때 몇몇 외국 수비수들이 몇 번 보고 막기는 했는데, 그 녀석들도 알고 막은 것이 아니라 피지컬로 막더라. 그런데 재석이? 재는 피지컬로 막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제가 지금까지 가르친 선수들 중에서 재석이가 최고입니다. 아마 박지성이나 손흥민이라고 해도 재석이 정도의 재능은 아닐 것 같습니다. 실제로 훈련도 재석이가 가장 열심히 합니다. 우리 또래라고 하더라도 훈련이 과하다고 할 정도로 훈련을 합니다.”


“천재가 훈련 중독이라고? 그런 경우가 있었냐?”


“거기다 따른 짓도 안하고 쉴 때는 몸만 쉰다고 공부를 합니다. 실제로 전교 2~3등 정도입니다.”


“무슨 그런 만화책 주인공이라고 해도 재미없을 인간이 다 있다냐?”


감독님, 다 들려요!


올해 우리 학교는 작년과 같은 4-3-3 형태를 기본으로 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작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존재감을 나타냈던 선배는 없지만 3학년 일형 선배와 2학년인 나와 정현이가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예정이다. 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타입이고 일형 선배는 공격이 강한 스타일이고 정현이는 훈동 선배와 비슷하게 수비가 강한 스타일이다. 상대에 따라서 일형 선배가 혼자 조금 앞에 서던가 정현이가 혼자 뒤에서 받쳐주는 스타일의 미드필더 진영이 기본이 될 거라고 알려주셨다.


“올해까지는 미드필더들이 고생을 많이 해야 한다. 내년 정도 되어서 신입생들이 경험을 좀 쌓으면 사정이 좋아지겠지.”


감독님은 이렇게 말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곧 올해 우리 축구부의 목표를 말씀해 주셨다.


“작년보다 공격진은 많이 좋아졌고 수비진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미드필더는 비슷하니까 작년정도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년에 우리는 우승 두 번에 4강에 한 번 들어갔다. 현실적으로 그게 목표로 삼을만한 수치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작년이면 우승만 두 번 하자고 하신 거지?”


“목표가 전국대회 복수 우승이 말이 되냐?”


2학년 선배들이나 같은 학년 선수들은 수근대기도 한다. 하지만 예비 1학년 애들은 아예 넋이 나갔다. 신년 목표가 전국대회 2회 우승이라는 소리를 들은 선수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그나마 전국대회 우승이 있는 선수들이나 투덜거릴 정도다.


“올해 목표가 우승이라고?”


“감독님 목표가 올해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거라고 하신 것 맞지?”


정신을 차린 예비 신입생들이 혼란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작년에 우승했다고 올해도 우승한다는 목표가 말이 되는 걸까?”


지우 녀석이 옆에서 개구진 표정을 지으면서 다가왔다.


“재석이 네가 보기에 우리 학교 전력이 작년에 비하면 어떻다고 생각하냐?”


“포지션별로?”


“응!”


“수비는 작년보다 확실히 강하지. 미드필더는 비슷할 것 같고, 공격은 작년보다 강한 정도가 아니라고 봐. 아마 탈 중학교 급 공격력 아니겠냐?”


“네가 보기에도 선기 선배가 엄청 기대되지?”


“그러게, 올해 대회에서는 득점왕은 못 딸 것 같다.”


“작년에 네가 미드필더로 득점왕을 한 것이 이상한 일이지!”


감독님도 우승을 거론하셨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최소 한 번 이상은 우승권에 다다를 것 같다. 확실히 작년 이맘때보다 팀 분위기도 좋고 실력들도 작년 이상으로 출중한 것 같다. 감독님이 우승을 이야기하신 근거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미드필더가 작년과 비슷하다고 하셨는데, 내가 더 발전했다면 미드필더도 작년보다 더 듬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재본 셔틀런에서는 작년보다 발전한 모습이기는 했는데 키가 커지면서 벨런스가 크게 발전한 것 같지 않은 부분이 걸린다. 하지만 확실히 체력이나 탄력은 작년보다 좋아졌다.

올해도 일 좀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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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25년 U-17 월드컵 01 24.09.10 32 0 28쪽
» 한강 중학교 09 24.09.09 32 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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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한강 중학교 07 24.09.05 33 1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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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한강 중학교 03 24.09.02 45 0 28쪽
8 한강 중학교 02 24.09.02 43 0 30쪽
7 한강 중학교 01 24.09.02 47 0 29쪽
6 운곡 초등학교 05 24.09.02 49 0 32쪽
5 운곡 초등학교 04 24.09.02 39 0 29쪽
4 운곡 초등학교 03 24.09.02 43 2 33쪽
3 운곡 초등학교 02 24.09.02 54 2 30쪽
2 운곡 초등학교 01 24.09.02 59 3 28쪽
1 전생(?) 비슷한 것이 떠올랐다. +2 24.09.02 91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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