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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므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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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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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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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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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U-17 월드컵 03

DUMMY

괜찮은 숙소에서 하루를 잘 쉬었더니 선수들 얼굴에도 피로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 어리다는 점이 최고구만. 하루 쉬었다고 애들 얼굴에 피로가 다 가셨네.”


감독님도 우리들이 괜찮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안심하시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다들 몸이 100%는 아니겠지만 일단 가볍게 몸부터 풀자. 당장 내일 모레가 첫 시합이다. 컨디션 정도는 정상으로 돌려놔야 시합도 할 만하지 않겠냐?”


“네! 알겠습니다.”


이번 대회의 주장을 맡게 된 제주 J고의 변섭주 선배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약간 긴 스포츠 머리를 하고 있는 이 선배는 몇 번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아주 호감이 가는 선배다. 다만 다른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합이 시작되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잔인한 중앙수비수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몇 가지 변동사항이 있다. 우리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대회 규정상 연령별 인증을 해야 하는데, 너희는 모두 선수촌에 있을 때 성장판 검사들 했지?”


“네.”


“그런데 그 성장판 검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선수들이 모두 대회에서 쫓겨났다. 나라별로 보면 이란에서 하나 중국에서 두 선수가 대회에서 퇴출된 모양이다. 몇몇 나라에서는 성장판 검사를 할 수가 없어서 이곳에서 검사를 하고 있는데 만약 시합에 뛴 선수 중 부정 선수가 나오면 패전 처리를 하게 된다고 알려왔다.”


“그러면 아저씨 같은 선수는 없겠네요.”


“과연 그럴까?”


중동 선수들은 17세라고 믿기 힘든 외모를 가지고 있기도 했었다. 특히나 수염을 기르기 시작하면 인상이 더더욱 아름답게 변한다.


“여기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더워서 운동장 못 쓴다고 하더라. 다들 조금씩 서두르자.”


“네!”


다행히 운동장 컨디션도 좋았고, 아직 햇빛도 강하지 않을 때 기초훈련을 할 수 있었다. 확실히 몸을 움직이니 컨디션이 더욱 빠르게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뛰면서 더욱 몸놀림이 좋아졌다.


“이렇게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면 숙소로 돌아와서 주차장에서 운동을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평상시보다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어쩔 수 없지. 주차장 말고 잔디밭을 이용할 수는 없겠지?”


“야. 한국에서도 잔디가 얼마나 비싼데. 여기 사막 한 가운데다. 잔디밭까지는 사용하지 못할 것 같지 않냐?”


“확실히 그렇겠지?”


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다들 머리 돌아가는 것이 비상하다.

아침 훈련 시간이 예상보다 일찍부터 있어서 오히려 훈련을 간단하게 하고 다시 호텔에 돌아와서 조식을 먹게 되었다.


“다들 저녁에 매점에서 간단한 간식이라도 사 둬라. 아침을 먹지 못하고 운동하는 것이 어색한 친구들은 이동하는 중간에 가볍게 음식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우리 주장은 여러 면에서 참 꼼꼼하다. 이런 것까지 확인하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점심을 먹고 몸을 움직이고 싶은 선수들은 호텔 지하 2층에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 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수영장도 있다고 하는데 수영장을 이용할 사람은 그쪽으로 가도록.”


확실히 한국에 있을 때보다 운동량이 많이 줄었다. 이렇게 며칠만 지나더라도 컨디션이나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나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선수가 점심식사를 한 후 잠깐 휴식을 취하고는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로 이동했다. 몇 명은 수영장으로 간다고 하더라.


“먹기는 잘 먹고 운동량이 부족하면 바로 그라운드에 들어서는 순간 너희 몸이 신호를 보낸다. 너 이제 맛탱이 갔다고.”


코치님의 무서운 말씀이 있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대회가 끝나거나 장기간의 훈련이 끝난 후 적절히 몸을 움직이지 않고 며칠을 무작정 쉬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면 우리 몸이 정말 저렇게 말하곤 한다. 여기 있는 전원은 최소 한 번 이상 그런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큰 거부반응 없이 다들 알아서 운동을 시작했다.


“아씨. 내 루틴은 저녁 먹고 웨이트인데!”


“대부분 그렇지 않겠냐? 저녁식사 전까지는 팀 훈련이 보통이지?”


“이런 부분까지 중동 원정이 힘든 부분일까?”


오! 제법 날카로운 의견이 나왔다. 나도 전생을 포함해서 선수로 중동에 와본 것은 처음이다. 아! 지도자로도 와본 기억은 없구나, 그냥 제자가 중동에 자리를 잡으면서 한 번 올 기회가 있었던 기억은 있는데 이렇게 선수로 와서 저런 생각을 해본 기억은 없다.


“저녁식사 이후에 훈련시간이 짧으니 달리기나 몸풀기는 여기서 완벽하게 해야 할 것 같지 않냐?”


“그러게, 저녁 훈련도 3시간 정도라 꼭 그라운드에서 해야 할 훈련 아니면 실내에서 최대한 하는 편이 좋겠지?”


코치님들도 이런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신다. 내가 지도자라도 저렇게 선수들이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찾아가면 보람이 느껴질 것 같다.


“근데 주장님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재작년에 연령별 대표팀에 차출되었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가 개인적으로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어. 그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막상 내가 여기에 오니까 그 선배가 해준 이야기가 쏙쏙 떠오르네.”


“아하!”


이래서 축구부도 명문팀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선배가 있어야 떠오르기라도 할 것 아닌가. 경험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실패가 누적될 것이고 그만큼 선수들의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경험을 나눠주는 선배가 있는 팀이 명문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조별예선 첫 경기는 저녁밥을 먹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호텔 식당에 부탁해서 선수들이 먹을 샌드위치를 큰 바구니로 받아놓았다가 운동장에 마련된 장소에서 음료수와 함께 먹었다.


“시합 전이니까 이 정도로 만족하고 시합이 끝나면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더라.”


“네.”


다들 첫 시합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과식을 하는 선수는 없었다. 원래 시합 직전에는 많이 먹을 수도 없다. 시합 직전이 식사 시간이라고 평상시처럼 먹고 뛰면 한참을 뛰다가 운동장 한쪽 구석에서 먹은 음식을 확인하게 된다. 당연히 대부분의 선수들은 몸이 풀리는 시점에서 소화가 다 될 정도만 먹는다. 부족하다면 스포츠 음료를 마시거나 바나나 같은 과일을 소량 섭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야. 식사 부족한 사람들 과일이라도 좀 먹어. 호텔에서 딸기하고 바나나 싸줬는데?”


“딸기?”


관심이 가더라도 진짜로 먹는 선수는 몇 안된다. 먹더라도 진짜 입 안에 향이 남을 정도로 소량만 섭취하고 있다.


“딸기는 전 세계에 맛이 이런 거겠지? 한국에서 먹는 딸기 맛 그대로인데?”


“그럼 바나나도 한국에서 먹는 바나나하고 다른 나라에서 먹는 바나나가 맛이 다르겠냐? 생김새가 비슷하면 맛도 비슷하겠지.”


누차 생각나는 것이지만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무척 똑똑하다.

시합을 시작할 시간이 되어가면서 선수들이 자신의 루틴을 따르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걷는 것을 시작으로 몸을 예열한다. 나도 한번에 몸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걸음을 걷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볍게 뛰면서 몸을 준비한다.

오늘 상대하게 될 캄보디아가 우리보다 확실히 약체이기는 하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기본적으로 더운 지역이다. 우리보다는 기온이 높은 경기장에 더 적응이 잘 되어있을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거기에 첫 경기라 상대도 첫 경기부터 지고 시작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이런 경우에는 초반에 상대방의 매서운 공격을 잘 막아내야 한다.


“상대방도 리그 첫 경기부터 지고 시작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경기 초반을 공격 일변도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네!”


“좋아. 주장!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이 공격에 더 많은 수를 투입할 때까지 수비를 하다가 역습을 해서 선취골을 넣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상황은?”


“상대방에게 선취골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다른 설명이 더 필요할까?”


“아닙니다!”


“초반에 역습 기회가 나오더라도 절대 부상당하지 않게 조심해서 플레이해라. 이상!”


우리는 흰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캄보디아 선수들도 붉은색 바탕에 파란 무늬를 가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와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번 대한민국 u-17대표팀은 아시아 월드컵에서 가장 평균신장이 큰 팀이다 평균신장이 무려 178㎝나 된다. 반면 상대하는 캄보디아 선수들 중에서는 180㎝가 넘어가는 선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야 저기 골키퍼 키가 175는 되겠냐?”


“조금 더 크지 않을까요? 그런데 연습하는 것 보니 만만치 않겠는데요.”


미리 몸을 많이 풀어서 상대방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는데 상대 골키퍼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탄력도 좋고 반응 속도가 예상 밖이다.


“재석이 너 저런 골키퍼는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아냐? 아마 너라면 어렵지 않게 상대하는 방법을 알 것 같은데?”


“일반론이죠. 반응속도가 너무 빠른 골키퍼는 1대1 상황에서 슈팅을 하기 전에 페인트를 섞으면 알아서 속아주게 되어 있습니다.”


“야! 너 몇 살이야? 너 15살 아니지? 어떻게 그걸 다 아냐?”


“선배님, 그런 것들은 축구 좀 했다는 선수들 자서전 읽으면 다 나와요.”


“아, 그래?”


우리 주장님이 나에게 말을 걸고는 개그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 덕분에 주변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수들이 모두 웃음이 터지면서 긴장감이 날아갔다.


“아무리 주장이라고 하지만 재석이를 이겨먹으려고 하다니. 그래도 이번에는 나도 처음 듣는 방법이었는데? 재석이가 머리가 좋기는 좋은갑다.”


“야. 저 녀석 성적이 전교 등수 한 자리였어. 책도 많이 읽더라.”


“훈동이 너 재작년부터 잡혀 살았구나?”


“재석이나 내 마누라냐? 잡혀 살기는! 그냥 기 좀 못 피고, 눈치 좀 보고 그런 것뿐이야.”


“초반에는 훈동이하고 재석이가 투볼란치를 본다고 했지? 잘 부탁한다.”


“재석이랑 투볼란치면 골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수비수들 할 일 없다고 태만하지 말고 죽어라 뛰어. 알았어?”


덕분에 선수들 입이 풀렸다. 시합에 들어가기 전에 입이 안 풀리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은 정말 다행이다.


‘삑!’


약속된 시간이 모두 지나고 양 팀이 정렬했다.

감독님과 코치님 말씀으로는 모집한 26명의 선수는 최소 조별 리그에서는 한 번 이상 출전을 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국가 랭킹이나 상성을 생각했을 때도 딱히 문제가 될만한 대진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출전 기회를 스스로 쟁취하라는 말씀도 해 주셨다. 다시 말해서 더 출전하고 싶으면 실력을 보이라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파이팅!”


“““파이팅!”””


선공을 가져온 주장이 수비 자리로 돌아가면서 커다란 목소리로 기합을 넣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그라운드와 벤치의 선수들 모두가 받아주었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팀 스피릿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된다.

감독님은 초반에 상대팀의 공격이나 거친 수비를 조심하라고 하셨다. 일단 수비는 우리가 공을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없고 거친 수비는 지금처럼 하면 된다.


“여기!”


“바로 뒤에서 접근한다 조심해.”


“여기 공 받아!”


선수들이 빠른 템포의 패스 플레이를 시작했다. 상대보다 덩치가 큰데도 불구하고 아주 정교한 패스가 공격진과 미드필더 사이에서 오갔다. 거의 20번이 넘는 패스가 원터치나 투터치로 이어지니 상대의 수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찔러줘!”


측면에서부터 빈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고, 주전 우측 공격수인 수덕 선배가 빈 공간으로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공이 라인을 넘지 않도록 정성스러운 패스를!


“나이스 볼! 패스 죽인다.”


그런 말 하기 전에 달리라고! 아 벌써 우리 공격수들이 달려 나가고 있다. 몇 번 호흡을 맞춰봤다고 이런 패스를 찌르자마자 가운데와 반대편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달려나가고 있다. 이럴 때 패스 좀 괜찮게 했다고 먼 곳에서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으면 선수 값어치가 떨어진다. 뒤지지 않게 죽어라 뛰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


“나도!”


수덕 선배가 페널티 에리어 근처에서 볼을 잡았을 때는 이미 한국 선수들이 몇 명이나 뛰어들어오고 있었고 상대 수비수는 두 명이 전부다. 평상시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선배이기에 한 명 정도 개인기로 뚫어내고 슈팅을 할 줄 알았는데 처음으로 온 한국팀의 기회라서 그런지 의외의 선택을 했다.


“뚫었다. 슛 해!”


바로 따라온 우리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호영 선배가 슛을 하라고 외쳤음에도 수덕 선배는 한 명을 멋지게 뚫어내고 시선도 주지 않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멋진 패스를 날렸다.


“우와!”


“골이다.”


호영 선배는 슛을 하라고 크게 외쳤지만 자신의 발 아래로 떨어진 환상적인 패스를 어리버리 하다가 놓칠 만큼 실력이 없는 선수가 아니다. 수비가 돌아보기도 전에 이미 슛을 날렸고 우리가 경계하고 있던 캄보디아의 골키퍼도 완전 노마크 상태에서 날린 슛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취점이다!”


그리고 이 점수로 캄보디아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들 공격할 의사가 없는 것 같은데?”


“버스 세우려고 그러나?”


캄보디아는 공격을 할 때는 스피드가 괜찮아 보이는 측면 공격수 한 명과 스트라이커로 보이는 선수 한 명이 우리 진영을 넘어올 뿐 미드필더조차 중앙선 근처에서 역습만을 대비하고 있었다. 한 수 아래의 팀이 큰 점수차로 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왼쪽! 왼쪽으로 돌아간다. 빠르다!”


한 선수가 우리의 우측 싸이드 라인을 타고 드리블을 해오고 있지만 이미 수비수가 붙었고 다른 한 선수가 왼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되면서 대비가 되었다. 결국 우측으로 침투하던 선수도 내가 도움수비를 들어가자 공을 빼앗기고 말았고 거의 전력으로 수비에 합류하는 것이 보였다.


“다시 하나 만들자.”


“하나 더, 하나 더!”


이렇게 수비를 하는 팀을 상대하는 방법은 단순한 작전을 확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단순히 우리가 강하고 상대가 약한 부분을 확실하게 후비면 기회가 온다.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신장이 가장 큰 팀이다. 보통 키가 크면 무게가 많이 나가고 그렇다면 상대방에 비해서 힘이 강하다.


“여기로!”


팀 공격수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수덕 선배가 가운데로 들어가서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상대방 중앙 공격수보다 크고 강해 보이는 수덕 선배를 마크하기 위해서 미드필더가 한 명 더 붙었다. 당연히 공은 수덕 선배에게 가지 않고 수비수가 빠져서 공간이 드러난 훈동 선배에게 이어졌다.


“나이스 패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발 밑이 좋은 훈동 선배가 노마크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다시 우리에게 코너킥이 주어졌다.


“좋아. 계속 밀어붙여!”


코너킥 상황이 되자 우리 팀에서 키가 180㎝가 넘는 선수들은 모두 상대 골문 앞에 정렬했다. 나도 코너킥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골키퍼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신의 골대 앞으로 키가 큰 선수들이 6명이나 포진하자 키퍼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삑!’


당연히 공은 우리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상대 키퍼보다 우리가 키는 더 크지만 골키퍼는 손을 사용할 수 있다. 간신히 밖으로 밀어낸 공을 왼쪽 측면 수비수인 현근 선배가 잡아서 바로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 위로 조금 뜨고 말았다.


“아! 아까비. 그래도 좋은 슛이었다.”


“현근이 나이스 슛!”


공이 골대를 넘어가준 덕에 우리 수비진이 급하지 않게 수비로 복귀할 수 있었고 미드필더들도 이미 자리를 잡았다.

수비만 하는 팀에게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두들기면 언젠가는 골대가 열리게 되어있다. 만약 후반이 끝날 때까지 골대가 열리지 않더라도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승점 3점을 획득할 수 있다.


“현근아, 현근아!”


원래는 이렇게 슛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경기 운영인데 우리 감독님의 생각은 조금 다르신 것 같다. 갑자기 현근 선배를 부르셨다.


“그냥 날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골대를 노려!”


“네, 알겠습니다!”


우리 감독님은 첫 경기부터 다득점을 하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감독님 그래도 첫 경기인데!


상대의 공격이 다시 한 번 무위로 돌아가고 캄보디아와 공수가 바뀌게 되었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을 경계하는지 수비진영이 페널티 박스 바깥쪽으로 형성되었다. 수덕 선배가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자리잡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또다시 수덕 선배가 자리를 잡고 나에게 공을 달라고 소리를 쳤다.


“여기!”


저기서 수덕 선배의 등지고 팍팍을 기대해도 좋겠지만! 내 선택은 페널티박스 왼쪽 끝에 있다가 안쪽으로 돌아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호영 선배의 호흡에 맞추어서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로 공을 떨어트리는 것이다.


“나이스 패스!”


나이스 할 시간에 슈팅을 하시라구요!


“골이다!”


다행히 호영 선배는 나의 로빙 패스를 받아서 한 번 공을 컨트롤하고 수비수가 붙기 전에 골키퍼와 1:1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을 성공시켰다. 슈팅을 하기 전에 작은 속임 동작을 썼는데 상대 골키퍼가 먼저 반응하는 것이 보였고 호영 선배는 여유롭게 슈팅을 골로 만들었다.


“재석이 나이스 패스! 왜 애들이 재석이, 재석이 노래를 부르는 지 알겠네! 패스가 바로 발 앞에 떨어지더라! 킬 패스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되냐?”


“야! 순서 좀 지켜. 하나 먹었으면 다음 순서까지 기다려!”


“나도, 나도 패스 한방만!”


골은 언제 들어가도 좋다. 아직 전반전이 끝나려면 시간도 제법 많이 남았다. 다들 줄을 서세요!

두 번째 골이 들어가고 나서는 상당히 지루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상대도 자신의 진영에서 공이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 듯 공을 가지고 있을 때 하프라인을 넘는 인원이 늘어났다. 그래봐야 두 명 정도는 하프라인에서 몇 발자국 앞쪽에 포진해 있고 한 명 정도가 더 넘어와서 패스를 받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덕분에 캄보디아도 어느 정도 공격전개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반쯤 엉덩이를 빼고 공격을 하고 있어서 위험한 순간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도 상대의 버스를 부수거나 넘어가야 하는데 이미 두 번을 당하고 나서는 대비가 상당히 단단하다.


“전반전 마무리 잘 하자.”


전반전이 끝나가는 시간에 감독님이 우리에게 주문하신 것이다. 남은 시간에 무리하게 골을 노리다가 역습에 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런 주문이 나온 것이다.

감독님이 작두를 타셨다. 전반전이 끝나기 2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캄보디아가 한번에 공격숫자를 확 늘려서 공격을 시도해 봤지만 이미 우리도 수비를 잘 잠근 상태라 유효슈팅을 하나 내준 것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마시키고 전반전이 끝났다.


“다들 전반전에 수고했다. 첫 경기임에도 침착하게 잘 풀어나갔어.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에 상대의 공격에 대처도 훌륭했다.”


스코어가 경기 내용을 다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캄보디아를 상대로 침착하게 경기를 잘 풀어간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이 베스트 멤버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 예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따라서 16강에 뛰는 선수가 바뀐다는 것을 명심해라. 알겠나?”


“네!”


우리 감독님의 선수 조련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경기를 잘 하고 하프타임에 들어온 선수들의 긴장감을 다시 붙잡으셨다. 지금 잘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렇게 박력 넘치게 말씀하신다.

이후에도 코치님들이나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 보지 못했던 것들을 이야기해주거나 여러가지 요구를 하면서 선수들의 휴식을 도왔다. 전반전에는 딱히 심한 충돌도 없어서 팀 닥터님은 한가한 모습이다. 몸싸움을 많이 했던 수덕 선배만이 마사지를 받고 있다.


“후반전에는 더욱 창의적인 플레이를 해봐! 아니면 확실한 플레이를 보여줘도 좋다.”


“첫 번째 골과 같은 도전을 계속 해. 상대 최종수비의 뒤를 노려!”


여러가지 요구사항을 전달받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후반 10분 정도가 지나면 공격수가 2명 이상 교체될 예정이라고 하셨다. 멤버들 중에 공격수가 많아서 모든 선수가 예선을 뛰려면 첫 경기부터 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캄보디아의 공격을 막아내고 역습을 한다. 알겠지?”


“오케이. 주장, 잘 부탁해.”


예상대로 캄보디아는 후반적이 시작되자 공격 숫자를 많이 늘려서 우리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스피드나 파워, 스킬 등 어느 한 가지도 우리를 압도하지 못하면서 위력적인 공격을 펼치지는 못했다.


“나이스 수비. 재석이 땡큐다. 땡큐!”


수비의 정석은 아니지만 가운데로 몰린 상대의 수가 많기에 어쩔 수 없이 적극적인 대인수비 보다는 상대방의 주 발을 막는 수비에 집중했다. 보통 이런 경우에 상대는 공을 돌리게 마련인데 한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그런지 무리하게 슛을 하다가 공격권을 허무하게 날렸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서 가만히 주저앉을 우리가 아니다.


“올라가!”


수비에 치중하던 우리가 단숨에 공격 기어를 높여서 상대 진영으로 뛰어가자 캄보디아 수비진도 부랴부랴 수비로 돌아왔다. 우리도 속도를 높인 공격이라 섬세함이 떨어지지만 상대 수비도 진영을 완전히 갖추지는 못했다.


“여기!”


그런 상황에서 전반전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수덕 선배가 자리를 잡았고 나는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수덕선배에게 공을 패스했다.


‘삑~~~!’


수덕 선배를 막기에 사이즈가 너무 작았던 수비수가 몸싸움에서 나가 떨어지면서 수덕 선배의 유니폼을 잡아채면서 넘어트렸다. 그리고 눈앞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심판은 당연히 휘슬을 불었다.


“아! 돌아 들어가는 애들이 뻔히 보였는데 공을 주기도 전에 확 끌어버리네!”


그만큼 좋았던 상황에서 상대의 파울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야, 재석이 네가 차라고 벤치에서 오더 나왔다. 어느 발로 찰래?”


“역으로 가서 여기서 오른발로 차겠습니다.”


“오케이 그러면 누가 왼발로 페이크 좀 쳐줘라.”


잠깐의 논의를 끝내고 프리킥을 찰 공 앞에 섰다. 정면에서 약간 우측으로 치우쳐 있어서 왼발로 감아 차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럴 때는 한 번 틀어줘야지!


‘삑!’


심판의 짧은 호각과 함께 왼발이 주 발인 선배가 달려나가면서 공 앞의 사람벽을 살짝 움찔하게 만들어 주셨다. 이럴 때 멀뚱히 지켜만 보면 선배가 한 일을 무위로 돌리는 일이다. 바로 뛰어나가서 공을 찼고 공은 골키퍼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가면서 골키퍼가 움직이지도 못하고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우와! 미친놈! 이게 우리의 대회 첫 프리킥이야! 진짜로 꽂아 버렸네!”


“나이스 골!”


벌써 경기 3번째 골이라 조금은 차분한 축하를 받았다. 대신 상대방은 전의를 많이 상실했다. 적지 않은 공격을 펼치면서 단 한 번도 골을 만들지 못하고 3골을 모두 다른 방법으로 먹혔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를 포함해서 3명의 선수가 한번에 바뀌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점수가 3:0으로 벌어지면서 감독님은 다양한 공격옵션을 가동하기 시작하셨다.


“그래, 그 거 좋았다. 다시 한 번 더 시도해. 그런 공격은 계속 해도 돼!”


한국은 할 수 있는 공격방법이 더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다양하게 캄보디아를 두들겼고 결과적으로 두 골을 더 넣어서 5:0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통하지 않는 공격도 있었는데 그 공격이 통할 때까지 시도해 보기도 했고 전반전에 썼던 작전을 사람만 바꿔서 시도해 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듯한 공격을 시도했다.


“아! 중거리 슛을 더 시도하라고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다양한 공격을 시도해 보시고도 아직도 못한 공격이 있었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내는 감독님을 보고 질린 선수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그런데 우리 감독님은 원래 수비형 전술을 추구하시는 분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첫 경기부터 나와 훈동 선배를 동시에 출격하도록 하시면서 투볼란치를 가동하셨던 분인데?


“첫 경기가 중요한데 다들 고생 많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스코어는 5:0 이지만 골 점유율도 6.5:3,5 정도로 압도적이고 슈팅 숫자도 우리는 20개가 넘어갔다. 캄보디아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이 없었으면 두 자릿수 득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을 경기다. 아무리 골키퍼가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어도 수비수가 공격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노마크 찬스를 이렇게 내주면 골키퍼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다.


“그 키퍼가 잘 막기는 잘 막더라.”:


“야. 나는 막을 기회조차 몇 번 없었다. 오늘 시합 내내 몇 발자국 뛰지도 않았던 것 같아.”


우리 주전 골키퍼인 서울 A고등학교 선수인 홍두영 선배가 맥이 빠지는 목소리로 경기가 지루했다고 농담을 했다.


“진짜 우리 헐머니가 골키퍼를 하셨어도 우리가 이겼을 지도 몰라.”


“우와~! 17살 밖에 안 먹은 새끼가 드립은 할머니 급이네.”


“뭐라고?”


첫 경기부터 대승을 했는데 선수단 분위기가 나쁠 이유가 없다. 다음 경기는 3일 뒤에 열리는 말레이시아 전이다. 캄보디아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스피드와 개인기는 나쁘지 않다고 한다.


“다음 경시 선발들은 준비 다 했냐?”


“뭔 3일 뒤 경기를 벌써부터 준비해? 지금부터 루틴대로 해야지!”


“그렇기는 하지,”


경기가 끝나고 마무리 훈련을 하면서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우리 경기 이후에 한 경기가 더 치러져야 하기 때문에 경기장 옆에 마련된 보조 그라운드에서 확실하게 마무리 훈련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 마무리 훈련이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그러면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에서 남은 운동을 해야지. 우리 시합 많이 남았다. 몸 관리 확실하게 해.”


한국에서 시합을 할 때보다 마무리 훈련이 부족하기는 했다. 팀당 보조 그라운드를 쓸 수 있는 시간이 30분 정도라서 확실하게 훈련을 끝내지 못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코치님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 쓸 수 있을까요?”


“대회 기간에는 24시간 개방해 준다고 하더라. 우리도 내려가서 지켜보게 애들 단속해서 내려와라.”


코치진에서도 마무리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경기에 뛰지 못해서 운동이 부족한 선수들까지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시설을 사용하기 위해서 호텔 지하로 향했고 그 이후에 밥까지 먹고는 하루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시합도 이기고 골도 넣었고 하루의 마무리도 제법 괜찮은 하루다. 이번 대회 내내 이렇게 괜찮은 하루만 계속되면 참 좋은데!


“재석이 다 끝났냐? 이제 그만 자자.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운동장 쓰지.”


“네, 선배님. 재석이 일과 끝났습니다. 불 끄겠습니다. 전화는 나가서 써야겠죠?”


선배님들이 내가 공부하는 것을 조금 기다려 주셨다. 그래도 그렇지 자는 시간까지 챙겨주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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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2025년 U-17 월드컵 01 24.09.10 32 0 28쪽
15 한강 중학교 09 24.09.09 32 0 28쪽
14 한강 중학교 08 24.09.06 34 0 28쪽
13 한강 중학교 07 24.09.05 33 1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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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강 중학교 04 24.09.02 48 0 28쪽
9 한강 중학교 03 24.09.02 45 0 28쪽
8 한강 중학교 02 24.09.02 43 0 30쪽
7 한강 중학교 01 24.09.02 48 0 29쪽
6 운곡 초등학교 05 24.09.02 50 0 32쪽
5 운곡 초등학교 04 24.09.02 39 0 29쪽
4 운곡 초등학교 03 24.09.02 44 2 33쪽
3 운곡 초등학교 02 24.09.02 54 2 30쪽
2 운곡 초등학교 01 24.09.02 59 3 28쪽
1 전생(?) 비슷한 것이 떠올랐다. +2 24.09.02 91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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