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의사는 영원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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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무나
작품등록일 :
2024.09.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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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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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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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 발을 담그다 (7)

DUMMY

“누구냐!”


성으로 다가가자 병사가 창을 들이밀며 나에게 소리쳤다. 거리가 꽤 먼데도 이렇게 경계하다니. 긴장했을 뿐만 아니라 경계를 서고 있는 인원도 상당하다. 성문 위쪽에서도 몇 명이 나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다. 성으로 오면서 봤던 교회의 상황을 떠올리니 이해는 간다.


교회는 폐허라는 말이 어울리는 수준으로 박살이 나있었다. 칼란이 지금 휘두르고 있는 무력의 수준은 마법사라고해도 쉽게 낼 수 없는 수준. 물론 내가 많은 마법사를 본건 아니지만 바타르나 졸타르갈에게 시켜도 이 정도의 파괴행위는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제 유노다. 시장께 안내하도록.”


나는 후드를 벗고 정체를 드러냈다. 성에 온 적도 있고 기도를 드리며 내 얼굴을 본 사람들이 꽤 많을테니 당연히 나를 알고 있겠지.


“너가 누군데! 사제인데 뭐 어쩌라고!”


나는 한숨을 쉰 뒤 신성력을 발현했다.


-----


“오, 유노 사제!”


내가 왔다는 소식에 카림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여기에 계속 숨어있을 수도 없으니 나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겠지.


“잘 왔네. 정말 잘 왔어. 자네를 칼스타드로 보내는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다 자네를 위해서였네.”


이런 상황에서까지 자기 변호를 하는게 역겹지만 사건의 해결을 우선시 하기로 했다.


“주교님. 제가 주교님을 이 공포로부터 구원해드리겠습니다. 지금부터 저를 믿고 행동해주십시오.”

“그래. 당연하지. 자네가 그리 말하는데 당연히 들어야지.”

“그럼 묻겠습니다. 이 곳에 칼란의 동생들이 있습니까?”

“아···그렇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칼란이란 저주받은 놈이 그 가족들을 헤칠지. 내가 보호중이었네.”


역시 인질로 데리고 있었군. 상황이 안좋게 돌아가면 당연히 방패로 삼았겠지.


“잘하셨습니다. 주교님께서 잘 대처해주셔서 피를 보지 않고 해결할 수 있겠군요.”


그 때 내가 온 소식을 들었는지 시장이 다가왔다. 시장도 울 듯한 얼굴이다. 유목민의 침입이 있던것도 아닌데 갑자기 사람들이 날아가고 교회가 박살날지 누가 알았겠는가. 시장은 횡설수설하며 내게 해결법이 있는지 물었다.


“시장님. 저에게 해결할 방도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이야! 칼란이라는 유목민 놈이 저주받은 힘을 휘두른다는 소식 들었지? 자네의 힘으로 얼마든지 심판이 가능하겠지? 그렇지?”


시장은 정신이 나갔는지 이야기책에나 나올 법한 말을 지껄였다. 어둠을 물리치는 신성한 빛 뭐 그런거. 어? 여기는 그런 세계니까 가능하려나? 내가 당연히 가능하다고 대답하니 시장이 껄껄 웃는다.


“역시! 신성력을 가진 자는 뭔가 다르구만! 그대만 믿겠네! 다만··· 해결하는 것은 좋으나 성 밖에서 해주게. 꼭이네!"


성 밖에서 해결하라는건 이곳에서 나가라는 뜻. 그 말을 듣자마자 카림의 얼굴이 시꺼매진다. 황제의 관리인 시장의 입장에서는 병사들이나 성의 피해 없이 일만 마무리되면 된다. 일의 과정은 자신이 잘 포장해서 무마가능하다는 계산일 것이다. 나에게는 잘 됐다. 안 그래도 칼란을 끌어내려면 카림이 성 밖으로 나가야했는데.


“알겠습니다. 어찌 시장님께 폐를 끼칠 수가 있겠습니까. 최대한 성에 해가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카림이 뭐라고 하기 전에 나가겠다고 냉큼 말해버렸다. 시장은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린 뒤 빠르게 자리를 떴다. 시장이 떠나자 카림이 바로 나에게 불평을 쏟아낸다.


“아니, 어떻게 이곳을 떠나겠다고 말한건가! 이 곳이 가장 안전한 곳임을 알지 않는가!”

"그럼 칼란을 성 안으로 불러들이자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들으셨겠지만 칼란은 어둠과 관련된 힘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방금 시장님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제 빛으로 칼란을 제압할 수 있을겁니다."


주교는 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진짜로 내가 어둠을 이길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진다고 해도 잃을건 카림 주교의 목숨 뿐이잖아?


“주교님. 칼란이 늙어죽을 때 까지 이곳에 계실 수는 없지 않습니까. 신께 맹세코 칼란이 주교님의 목숨을 가져가지 못하게 제가 막겠습니다.”

“후. 일단 알겠네. 일단 나는 쉬고 있을 테니···”

“아니오. 주교님. 바로 아랫마을로 가주셔야합니다.”


나는 냉큼 숨으려는 주교를 막아섰다. 카림 주교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다 알고있다. 말은 알겠다고 했지만 여기서 뭉개려는 속셈이겠지. 설마했지만 신성력을 쓰게 될 줄이야.


“아이들까지 데리고 정오까지 아랫마을로 와주십시오.”


말하는 동시에 슬쩍 신성력을 발산하여 카림 주교에게 압박감을 준다. 원리는 약간 다르지만 바타르나 졸타르갈이 마나를 뿜을 때의 느낌을 재현한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일반인이 버틸 수 있을만한 성질의 기술이 아니다. 기세에 눌렸는지 결국 카림 주교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간다면 또 뒤통수를 맞을수도 있다. 나는 쐐기를 박았다.


“미트리님도 아랫마을로 온다고 하였습니다. 칼란을 제압하는 걸 직접 보고싶다는군요.”


거짓말이다. 하지만 거짓말인지 알 수 없겠지. 판의 크기가 커지니 발을 빼기도 어려울 거고. 미트리는 주교와 담판을 지은 뒤 협상을 하면 된다.


“미트리까지··· 알겠네. 크흠. 내 자네를 봐서 가는 것이네! 그러니 항상 내 옆에 붙어서 나를 호위해야할 것이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도 준비할 것이 있으니 잠시 쉬시면서 이 곳에 계셔주십시오. 시간이 되면 모시러 오겠습니다.”


카림은 쿵쿵거리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정말 다행이다. 나를 의심할 법도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크게 문제 없이 지나갔다. 나는 카림을 수행하는 부제들을 불러모아 벽보를 사방에 붙이게 했다. 내용은 정오에 아랫마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것. 칼란이 어디에 숨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림을 죽이기 위해서라도 시간에 맞춰서 아랫마을로 올 것이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다. 나는 성을 나와 미트리의 저택으로 향했다.


-----


“아, 유노 사제님. 다시 뵙는군요.”

“약속도 없이 이렇게 찾아와 죄송합니다. 잠시 시간이 되실지요?”

“그럼요. 사제님을 만나는건데 없던 시간이라도 내야죠.”


미트리는 예상외로 흔쾌히 나를 맞아주었다. 사업에 지장이 있어 신경이 날카로울텐데 그런 티는 전혀 내지 않는다. 상인은 상인이라는건가.


“어제 칼스타드로 떠나셨다고 들었는데 아닌가보군요.”


미트리는 나를 응접실로 안내한 뒤 차를 내왔다.


“그래서 이런 시국에 어떤 일로 이 곳에 오셨습니까. 혹시나해서 하는 말씀이지만 저는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랫마을 사람들의 고용주시죠. 저는 이 사태 이후에도 아랫마을 사람들이 지금과 같이 이 곳에서 안전하게 살길 바랍니다. 칼란의 동생들의 미래가 보장되면 더 좋구요.”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저에겐 이 일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군요.”


사실이다. 내가 이 사태를 해결하던, 칼란이 카림 주교를 죽이던, 아니면 칼란이 성으로 생각없이 돌진했다가 죽던 아랫마을에 바뀌는건 없다. 카림 주교가 죽으면 새로운 주교에게 줄을 대면 그만이고 칼란이 죽는다면 달라지는 것 없이 하던대로 하면 된다.


“예. 하지만 미트리님은 상인이시죠. 제가 나서는게 미트리님께 이득이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결국 이득이란거지. 미트리가 찻잔을 입에 가져간다.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한 모금을 마시더니 찻잔을 내려놓는다. 약 15초. 충분히 계산이 섰겠지.


“제게 어떻게 이득이 된단 말입니까? 이미 작업이 멈춰서 시시각각 손해를 보고 있는데요?”


내가 어떤 말을 할지 추측했음에도 한 번 더 떠보는 미트리. 결국 내 입으로 들어야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미트리님께서 교회에 정기적으로 기부하시던 헌금의 양이 상당하더군요. 제가 줄여드리지요."


사실 얼마를 내고있는지는 모르지만 카림에게 꽂아주는 뒷돈이 상당하다는건 확실하다. 그걸 없애주겠다는 말에 미트리는 미끼를 물었다.


"들어볼까요?"


-----


어느새 준비가 끝났다. 조금만 더 있다 가겠다고 카림 주교가 떼를 쓰는 바람에 시간이 약간 지체되었지만 어떻게든 끌고나와서 아랫마을 중앙에 세워뒀다. 카림 주교의 옆에는 미안하지만 칼란의 동생 세명과 올도가 주루룩 서있다.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듯 둥글게 교회 사람들이 서있다. 손에 작대기 하나씩은 들고있지만 멀리서도 다리가 덜덜 떨리는게 보일 정도다. 칼란이 교회 건물을 어떻게 해놨는지 직접 봤을테니 무섭겠지. 나는 혹시 있을 불상사를 막기 위해 다른 교회사람들과 섞여서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 낮이지만 북부의 차가운 바람이 몸을 떨리게 한다. 과연 올까. 오지 않으면 낭패다.


“이봐. 유노 사제. 이러다가 녀석이 안오면···”

“칼란입니다!”


덜덜 떨던 카림이 입을 여는 순간 나와 반대 방향을 보고있던 부제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왔다. 칼란이다.


거리가 있지만 공기가 떨리는게 느껴진다. 마법사가 마나를 사용할때 느껴지는 특유의 감각. 사람이 호랑이 앞에 섰을때 처럼 오금이 저리게 만든다. 칼란이 다가올수록 압박감이 심해진다.


“으,으아아악!”


부제들이 하나 둘 지팡이를 내던진다. 그러나 그 자리에 주저앉을 뿐 도망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으아아악! 왜 다리가 안움직이는거야!”


카림이 소리를 지른다. 왜 안움직이냐고? 내가 신성력으로 다리를 마비시켰기 때문이지. 카림과 칼란의 동생들, 올도는 주저앉아서 벌벌 떨고만 있다. 아, 마비를 잘못 시켜서 카림이 바지에 지려버린 것 같지만 넘어가자.


표정이 보일 정도의 거리가 되자 칼란이 멈춰섰다. 이 쪽을 주시하던 칼란이 카림을 발견했다. 칼란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주위의 공기가 터져나간다.


"카아아리이이임!"


칼란의 그림자에서 어둠이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온다. 어둠이 주변 몇 미터의 땅을 잠식하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오징어의 다리같은 촉수들이 솟아올랐다. 한 눈에 봐도 꽤나 위력적인 모습.


이 정도의 위력은 예상을 못했는데. 흉포함 만큼은 바타르나 졸타르갈을 뛰어넘었다. 분명히 무리를 하고있는게 분명했다. 여기서 막지 않으면 칼란도 위험에 처할게 분명했다.


생각할 틈도 없이 칼란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카림을 향해 촉수를 쏘아낸다.


“죽어!”


간신히 타이밍을 맞춰 신성력을 끌어올렸다. 내 몸에서 나온 황금빛의 구체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뒤덮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촉수와 돔이 부딪혔다. 엄청난 압력. 직접 맞은 것이 아님에도 뼈가 저려온다. 직감적으로 두 세번 이상은 막을 수 없다는게 느껴졌다. 나는 황급히 후드를 벗었다.


“칼란 부제. 이제 그만 멈춰.”


작가의말

연휴가 이틀 남았네요. 푹 쉬세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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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유노, 세우다 (1) NEW 9시간 전 8 0 13쪽
15 유노, 발을 담그다 (8) 24.09.18 7 0 13쪽
» 유노, 발을 담그다 (7) 24.09.17 11 0 11쪽
13 유노, 발을 담그다 (6) 24.09.16 13 0 12쪽
12 유노, 발을 담그다 (5) 24.09.14 15 0 12쪽
11 유노, 발을 담그다 (4) 24.09.13 15 0 11쪽
10 유노, 발을 담그다 (3) 24.09.12 16 0 11쪽
9 유노, 발을 담그다 (2) 24.09.11 18 0 12쪽
8 유노, 발을 담그다 (1) 24.09.10 27 0 11쪽
7 유노, 전염병을 마주하다 (5) 24.09.09 23 0 12쪽
6 유노, 전염병을 마주하다 (4) 24.09.07 23 0 12쪽
5 유노, 전염병을 마주하다 (3) 24.09.06 23 0 12쪽
4 유노, 전염병을 마주하다 (2) 24.09.05 27 0 12쪽
3 유노, 전염병을 마주하다 (1) 24.09.05 26 0 13쪽
2 은호, 유노가 되다 (2) 24.09.04 26 0 12쪽
1 은호, 유노가 되다 (1) 24.09.03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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