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게임 속 해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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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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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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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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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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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추락

DUMMY

폰이 진동했다.


컴으로 뮤튜브를 보던 난 폰의 화면을 두어번 두드렸다.


21××년××월××일×요일. 잠금화면으로 뜬 알림 표시가 메시지로 되어 있다.


‘온 건가?’


확인해볼까.


분명 주문한 캡슐이 오는 건 오늘 날짜였다.


보던 영상을 일시정지하고 폰을 슬라이드했다.


잠금화면이 풀리면서 미리 터치해 놓았던 메시지 알림으로 화면이 전환됐다.


“와.”

나도 모르게 경탄이 나왔다.


메시지에는 정확하게 내 이름으로 상품이 배달되었다고 떠 있었다.


심드렁하게 있어보이는 것 같지만 속내는 이미 난리부르스를 추고 있다.


그 즉시 문밖으로 달려나갔다. 게이밍의자가 빙글빙글 돌았다.


애마의 비명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어젖혀 택배를 확인하는데 집중했다.


이 순간을 얼만큼 고대했는가!


갈색 네모난 박스가 보였다.


크기는 성인 절반만한 정도.


운송장엔 ‘이×’과 건물명 호수.


운송두께도 두 팔을 쫙 펴면 딱 들어맞는다.


얼른 안아 집안으로 들였다.


투룸이라 공간이 부족하진 않을 것이다.


애지중지 하며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 놔두었다.


“뜯어 보자∼.”


커터칼은 수납장에 있다.


들썩거리는 어깨로 수납장을 뒤져 커터칼을 찾았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개봉은 조심스러웠다.


혹여나 기체가 스크래치 날 까봐는 아니고 경건한 의식 행위에 가까웠다.


중요한 제사를 앞둔 명절 일가친척처럼.


다 되었다.


박스를 벗긴 캡슐이 광택이 난다.


매끈한 기체에 손을 얹었다.


살며시 어루만지니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이 달걀 같은 것에 얼마를 들이부웠지?


투룸따리 알바 전전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거액이다.


생활비와 사회생활 품위유지비를 제외하면 통장에 얼마 남지도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기껏해야 연기 알바인데, 당분간은 입에 풀칠만 해야 한다.


이조차도 게임시간에 일 시간을 빼앗기면 보릿고개는 길어진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런 걱정을 하려고 산 게 아니다.


뭣 때문에 큰 돈을 모았는데. 맘 먹고 질렀으면 즐겨야지.


스스로 그만, 하고 되뇌였다.


할 게임은 월스트리트, 통칭 월가.


최초의 캡슐형 가상현실인만큼 오래된 게임이다.


모드가 있다던데 그건 월가를 순정 100번째 재탕하려는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코드를 꼽고 전원을 켰다.


트랜스포머마냥 변신하려는 캡슐을 구경했다.


속으로 작게 응원을 넣었다.


달걀이 어느새 sf조종석으로 변했다.


개인 캡슐을 가진 건 처음이라서 솔직히 놀랍다.


그동안은 뮤튜브에서 보거나 캡슐방의 구식 캡슐을 이용해 왔었는데.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우주선 탑승이 앞에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비싼 게 다르긴 다르구나.”


값을 한다.


자동으로 열린 캡슐에 몸을 뉘였다.


시트가 푹신푹신하다.


쾌적하고 시원하고 게임에 최적화 돼 있다.


탑승자를 인식하곤 캡슐 뚜껑이 닫힌다.


닫히는 그 아래로 창문이 살짝 엿보였다.


‘맑지 않았던가? 원래 저렇게 우중충했나?’


하지만 금세 신경에서 껐다.


폭우가 오는 것도 아니고.


정전만 아니면 되었다.


뚜껑이 완전히 닫히고 내부는 LED로 일순 밝아졌다.


일곱 빛깔 화려한 빛이 나를 감쌌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가상현실 장치가 의식을 인도할 것이다.


캡슐 뚜껑의 일자 강화유리창을 검게 물들이는 조작을 한 난 눈에서 바깥빛이 차단되기를 기다렸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소음? 굉음? 언젠가 들었던 국군의 날 전투기 비행소리와 비슷하였다.


시트에서 등을 떼 뚜껑 유리창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검은색으로 덜 차단된 유리로 집 창문의 검은 물체가 보여왔다.


무인기.


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입이 떡 벌어지고 동공이 확장됐다.


비탑승자를 인식한 캡슐이 자동으로 뚜껑을 열었다.


바깥공기가 훅 들이닥쳤다.


무너진 집벽. 코앞까지 다가온 검은 무인기 머리.


아픔은 없었다.


가슴이 짓눌려지는 감만 빼면. 그저, 그저 귀에 들리는 이명만큼이나 머릿속이 새하얬다.


마지막 기억이었다.



***



“······.”


난 지금 고심에 잠겼다.


눈앞에 떠오른 상태창과 유리창에 비치는 모습이 어느 누구와 상황에 똑 닮았다.


발로 밀어 의자를 책상쪽으로 돌렸다.


책상에는 불에 타고 남은 달력 조각이 있었다.


검게 적힌 숫자는 1998.


‘1998년······.’


옆에는 50센트가 놓여 있었다.


내가 아는 게 맞다면 월스트리트, 월가의 상태창 일부와 티저 주인공, 또 초기자금이다.


아무래도.


“빙의한 것 같아. 월가의 티저 주인공에.”


그래. 이 장소는 게임 첫 시작시 눈을 뜨는 스타트 지점이다.


플레이어는 캐릭과 직업을 생성하고 해결사 컨셉으로 세계관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리고 차차 사건을 해결해서 의뢰(퀘스트)를 완수한다는 게 주된 내용.


‘하지만 난.’


티저 주인공이 돼버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많고 많은 플레이 회차 중에 하필 티저영상의 주인공.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식적이게 알려진 바가 전무한 무 직업 캐릭터.


거기에 더해 이 게임엔 캐릭 생성에 따른 외형 어드밴티지가 있어 평범하게 생긴 외형으로는 아무 득도 볼 수 없다.


‘다시 한번 세계관을 상기하자.’


이 세계는 월스트리트. 한국에선 월가라고 불리는 게임이었다.


죽기 전에 99번 플레이했던 게임이기도 하고.


이름에도 알 수 있다시피 과거에 일어난 현실의 일들을 차용한 배경들이 나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월스트리트)에서 무슨 대사건이 터졌었지? 세계적인 경제공항이 터졌다.


그 전에는 금주법, 광란의 20년대.


그 외에도 월가 세계관 내에는 월스트리트명 아래 각 주, 시들이 현실의 지명을 타고났다.


예시를 들어 음악의 삼각시 빈, 베를린, 뮌헨시. 학술로 유명한 프랑크프루트시.


초반 활동 지역 시칠리아주. 이렇게.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해결사가 되어 사무소를 거점으로 활동반경을 넓혀나간다.


초기자금 50센트. 싸구려 와인 2잔 마실 수 있는 가격.


범죄자와 대적하는 과정에서 캐릭과 직업으로 플레이 방향을 잡는다. 안타깝게 내가 해당 안 되지만.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게.


‘이것은 게임인 것일까 현실인 것일까. 목숨은 하나인 것인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 중 하나다.


현 시간대와 더불어.


본편 시간대는 1999년 1월 17일 금주법의 시행 날짜다.


우선은 오늘 날짜부터 확인하고 구체적인 계획안을 구상해야 한다.


어떠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사건이 예정돼 있는지, 할 일을 생각하고 대처 방안을 짜야 한다.


‘혼란스러워.’


급하게 한다고 안 좋을 건 없다.


오히려 총과 칼이 난무하는 환경에선 내 안전을 보장하려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할 테니까.


‘그 정도로 호락호락한 세계가 아니야.’


느긋하게 안주하는 순간 무능력자에 가까운 나는 한밤중의 밤거리에서 범죄자들 간의 전쟁에 휩쓸려 객사할 확률이 높아진다.


“스스로의 처지를 망각하지 말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사는 거다.


어찌 되었든 한 번 더 부여받은 인생이다.


게임이 됐든 현실이 됐든 변함없이 살아가는 건 마찬가지다.


“부모님, 자식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저 없다고 밥 안 챙겨드시지 마시고요.”


마지막으로 얼굴을 못 뵌 게 한이다.


비록 밥 사먹을 돈도 없지만 어머니 아버지 걱정케 안 해드리려면 뭐라도 사먹어야겠지.


딱 빵 한 덩이와 와인 반 잔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가격이 있다.


거기서 날짜를 확실시 할 수 있을 거다.


―해결사[이든]. 의뢰함에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50센트 동전을 들고 일어난 난 그대로 굳었다.


―상태창을 확인하세요. 잠금 기능이 해제되었습니다.


“뭐······라고.”


―의뢰를 완수하세요. 당신의 생존이 걸려 있습니다.


게임에선 이런 말을 거는 존재는 없었다.


눈앞에 강제로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든]

[0pt]

[마켓]

[공용기술 0]

[심리]


“월가 상태창이잖아······.”


보이지 않았던 기능들이 표시되고 있었다.


딱 포인트와 마켓, 공용기술.


이든은 내 이름.


포인트는 마켓 이용과 기술 뽑기를 할 수 있는 재화.


마켓은 월가 내 물건을 어디서나 무조건 살 수 있는 상점.


공용기술은 전 직업의 공통기술.


심리는 상대 심리상태의 관찰을 할 수 있다.


의뢰함으로 발걸음을 돌린 난 우편함처럼 생긴 것에서 멈춰섰다.


그 안에 의뢰지가 있다.


꿀꺽, 침을 삼켰다.


―의뢰에는 제한시간이 있습니다. 의뢰자가 사망할 경우 의뢰는 취소되며 해결사[이든]에게 접수되는 의뢰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뭐!?”


의뢰함을 열어서 의뢰지를 확 낚아챘다.


월가에선 없던 일이다.


아니, 있으나마나 한 설정이었다.


어떤 게임사가 유저한테 ‘**님은 의뢰를 실패하셨으니까 의뢰를 못 줘요’이러겠나.


그런데 현실이 됐다.


나에게 말을 건 존재도 잊고 서둘러서 의뢰지를 펼쳐들었다.


< 다락방 아이 >

○의뢰내용: 아빠가 마피아를 배신하고 간둿어요. 그거때문에 칼튼 크루 자식들이 우리 가족을 죽이려해요. 부모님은 이미 죽엇어요. 남은 절 노리고잇구요. 다락방에 숨어있어요. 위치는 시칠리아주 코를레오네시 1번 달동네 23번재 가구에요. 빨간 지붕이 인상적이에요. 저를 구해서 보호소까지 데려다주새요. 재발 부탁이애요. 해결사님. 밋에 쿵쿵거리는 소리가 업어지질 안아요.

□보상. [1pt]


―해결사[이든]. 의뢰 수주로 알려드립니다. 의뢰 발생 시각 13시 01분. 현재 시각 13시 15분. 의뢰자 생존 확률 73% 이하. 가급적 신속한 해결을 권고합니다.


“시칠리아주 코를레오네시 달동네라면 사무소에서 역마차로 50분 거리. 뛰어선 안 돼. 역마차를 타는 건, 설령 탄 다 해도 늦어.”


이미 14분이나 지연됐다.


표준적인 해결책으로는 제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한다.


적어도 10분 내. 그렇다면.


“지름길로, 차를 몰고 간다.”


이 시대 배경은 얼추 1800년대, 1900년대 서구권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다.


예외로 더 과거나 현대가 섞여있기도 하지만 중축은 그렇다는 거다.


포드 모델 T. 그게 내가 몰고 갈 차종의 이름이다.


클래식하지 않나.


“마침 저기 보이네.”


사무소 유리창 아래로 한 욜로족 신사가 거리에 차를 세운다.


무방비하게 차를 등지고 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보니깐 내가 처한 상황에 제격이다.


포드 모델 T의 로드스터. 포드 모델 T의 1인승 스포츠카다.


더 빠른 덜덜이는 환영이다.


“가보도록 할까.”


정장 윗도리를 재빨에 머리에 감으면서 사무소 문을 박차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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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직 보스 24.09.12 12 0 14쪽
7 공장 노동자2 24.09.11 11 0 15쪽
6 공장 노동자 24.09.10 11 0 14쪽
5 펍 3 24.09.09 12 0 17쪽
4 펍2 24.09.08 14 0 12쪽
3 24.09.07 16 0 14쪽
2 다락방 아이 +1 24.09.07 20 2 15쪽
» 무인기 추락 24.09.06 2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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