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게임 속 해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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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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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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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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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보스3

DUMMY

“뭔데, 뭔데. 무슨 볼일이길래 그래?”


여자는 궁금하다는 뉘앙스로 얼굴을 들이댔다.


손가락 사이에 낀 지궐련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훅, 하고 담배 냄새가 끼쳤다.


“콜록콜록.”

“아 담배 안 펴? 대마는 하는 주제에.”


뜸을 들인 난 미처 말을 아낄 이유가 있다는 듯 시선을 약간 내리깔고 말을 씹었다.


“그, 그 그건.”

“그건∼?”

“그건······.”


호기심를 빛내는 여자가 심심함을 달랠 장난감이라도 건진 눈빛이다.


“지, 지가······.”

“니가∼? 얼른 말해 봐. 얼른.”

“지 친구 찰스헌티 들었는디유··· 지가 예전에 봤던 여자 분이 거기서 일한다고 들었던 거 같아서유···.”

“대박.”


이번엔 여자쪽에서 손뼉을 짝! 하고 한 번 쳤다.


“연애 고민이잖아. 쩌는데∼? 더 이야기 해 봐. 그 풋내나는 사랑 이야기.”


장난스레 히죽 웃은 여자가 지궐련을 흡연하고 연기를 내 얼굴에 뱉었다.


묵묵부답인 날 쥐어 흔들어가며 재촉했다.


“아 빨리.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그러기야? 진짜 놀리거나 비웃지 않을 게. 우리가 만나서 얘길 나눈 지가 얼만데∼.”

“지, 진심이쥬? 놀리거나 비웃지 않을 거쥬?”


난 필사적으로 너드를 연기했다.


“그럼∼. 응원할게. 우리 마약쟁이씨. 이야기 들려주는 거다?”


여자는 폭소할 생각 만만이다.


“예 그럴게유.”

“좋았어∼!”


주먹을 불끈 쥔 여자를 꿋꿋히 마주보고 용기를 낸 시골청년과도 같이 머리말을 꺼내었다.


“지는 그녀를 좋아해유!”

“헉, 와우∼.”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마주쳤어유! 계기는 그때였어유! 본 순간 첫눈에 반해버렸슈! 몇 달 전 빵과 와인을 사고 돌아가는 때였어유. 지는 고개를 땅바닥에 숙이고 갔었어유.”

“응응.”

“항상 지는 고개를 땅바닥에 숙이고 가서 사람들을 잘 못 봤어유. 헌디 그날은 달랐어유. 나풀거리는 그녀의 머릿결이 지 눈까리를 이끌었어유.”


여자는 진진하게 들어줬다. 진지하게만.


일찍이도 웃는 리드미컬한 고음을 못 들은 척 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녀의 머릿결은 천사같았슈. 땅을 보는 지의 눈엔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슈. 그녀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슈. 유리같은 손목. 총총거리는 사슴과 같은 발걸음.”

“잠깐잠깐, 시 짓니? 아 배아파.”

“잠깐 본 그녀는 지의 천사였어유. 얼굴을 본 건 1초도 안 됐어유. 하지만 그거만으로 지의 마음이 뺏기긴 충분했어유. 그녀는 지의 천사예유. 멀찍이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어유. 지 인생의 빛 한줄기가 내려온 기분이었어유.”


몸을 말고 폭소를 하는 여자한테 끝말이 들렸는지나 모르겠다.


무릎을 치고 깔깔거리고 있었다.


웃긴 요소를 넣어 봤지만 그정도로 웃긴 거였으려나.


움찔움찔 떠는 기미가 가라앉질 않는다.


‘기다리자.’


웃음기가 적당히 덜어진 여자가 눈물방울을 훔치고 올려다봐왔다.


“코미디해?”

“지의 진심이에유!”

“가자. 알려줄게.”


어리바리 까는 척하자 날 당겨서 같이 일어선 여자가 주점거리로 술집 옆편을 빠졌다.


거리에 끌려가는 모양새로 허둥지둥 걷다가 걸음걸이를 따라붙으니 말문을 열였다.


“나 사실 거기서 일해. 루피노 패밀리가 경영하는 술집.”

“······.”

“안 놀라?”

“놀라서 입이 안 트였어유.”

“정말, 표정이 바보에서 더 바보같아졌어.”


한계까지 뜬 눈꺼풀을 제자리로 돌리고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까 거기 있었던 이유, 친구 만나러 놀러 온 거야. 저 가게에 내 친구가 있거든.”

“직장에는 친구 없어유?”


내 질문에 눈매를 뾰족하게 떴다.


“이 사람이. 여자한테 그게 뭐야? 배려가 부족하네. 원래 일자리에서는 친구 안 만드는 법이거든?”

“지는 찰스랑 친구인디···.”

“나도 동료는 있어. 확 버리고 간다?”


그것만은! 하고 쩔쩔매자 피식 웃은 여자가 지궐련을 내 입에 물리고 뺨을 톡톡 쳤다.


“조심하자? 마약쟁이씨. 그거 물고 입 닫고 있어?”

“움움”


눈짓과 고개를 끄덕였다.


빵 터진 여자에 한동안 웃음소리가 지나고 나서야 진척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거기서 니가 말한 년 찾는 거 도와줄게. 이야기에 감동받아서 해주는 거다? 딴 데선 이런 서비스 안 해줘. 운 좋은 줄 알아.”

“움움.”

“그 대신 나랑 사이 안 좋은 년이면 파토야? 얄짤없을 줄 알아. 거기서 니가 찾는 년 인상착의 제대로 말해 봐.”


그건 떼어줄게, 하면서 지궐련을 빼여갔다.


“갈색빛이 돈 천사의 금발이었유.”

“이상한 수식어는 빼고.”

“갈색빛이 돈 고운 머릿결의 금발이었유. 피부는 하얬고 팔이 가늘었어유. 손가락도 늘씬했어유. 얼굴이 무척 예뻤어유.”

“애매한데. 너무 못 말하는 거 아니야?”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다.


여자를 그 주점의 구성원이라고 감안치 못한 나의 실수였다.


되는대로 지껄인 나는 흔한 인상착의를 지껄여 상황을 무마시켰다.


“저 앞이야. 모퉁이를 돌면 우리 가게가 나와. 신사들이 끝장나는 꽐라가 돼서 네 발로 기어나가는 곳이지.”


나무라는 여자에게 혼나긴 했어도 별 탈 없이 주제를 스킵할 수 있었다.


“무, 무섭구만유. 인간이 짐승이 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에유.”

“신성모독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 배짱 맘에 들어. 들어와. 마약쟁씨.”

“아, 아, 알겠슈. 긴장되네유.”


주점거리의 앵간한 건물보다 단연 컸다.


출입구부터가 낮임에도 독보적인 화려함으로 눈길이 끌었다.


산타 마르게리타에서 화려함으론 탑10안에는 들 듯 싶다.


복도를 거닐어 가게 뒤편의 직원 휴식공간이 있다는 장소를 따라갔다.


지금은 뿔뿔히 흩어져 다 있지 않을 거라니, 개인시간으로 보내고 있어 만나기 힘들 거라니.


여자가 주저리주저리하는 새에 직원 휴식공간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휴식공간은 그들이 손수 만든 핸메이드 휴게처였다.


“환영해. 이곳이 우리들의 휴게실이야.”

“오오, 빈티지하구만유. 잘 꾸며놨어유.”

“칭찬 고마워.”


소파에 앉아 떠드는 한 무리로 날 데려갔었다.


“얘들아, 새로 사귄 친구 데려왔어. 어떤 앤지 봐봐.”


소파 커버에 팔꿈치를 얹히면서 자연스럽게 이목을 끄는 여자로 나한테 다수의 주목이 꽂혔다.


“오올∼, 니가 남자를?”

“야 근데 좀 바보같이 생겼다?”

“어디서 데려온 애야? 벗겨먹으려고 데꼬온 거 아니지? 니가 남자 끼고 온 건 처음 본다. 야.”

“하하하! 표정 왜 저렇게 웃겨? 코미디언해도 되겠다. 하하하하! 대∼박.”


하나같이 여자와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평들이었다.


중지를 치켜세우고 꺼져란 대사를 빼면.


나는 심리를 활성화시켰다.


이들의 흘러들어오는 심리상태를 읽었다.


[:진짜 남자? 얘가 무슨 바람이 불었대.] [:바보같이 생겼는데 남친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돈 많은 남잔가? 그래 보이진 않는데.] [:남쪽 외곽에서 코미디언 같았던 남자를 얼핏 본 게 기억나네. 그 사람인가?]


끝의 인물. 소파 끝자락에 발목을 걸치고 있는 인물.


‘갈색빛의 금발.’


흔한 인상착의. 이건 끼워맞출 수 있다.


남쪽 외곽을 들먹였다.


“지, 지의 천사!”


뭐래는 거야, 같은 웅성거림이 퍼졌다.


“또 만났네유!”


심리를 활성화시켜둔 끝의 인물로부터 심리가 흘러들어왔다.


[:뭐라는 거야? 것보다 나를 보네? 뭐지?]


“지예유! 지! 그날 만났던 운명적인 만남!”

“나···?”

“지의 천사! 그대의 나풀거리는 머릿결에 지 눈이 돌아갔어유!”


기겁하는 인물로부터 나를 중재하려는 여자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서 소파 끝자락에 발목을 걸치고 있는 인물의 손가락 네 마디를 감싸쥐었다.


“뭐, 뭐, 뭐하는 거야?”

“지는 알아유. 그대의 눈부신이 빛이 지를 향한 적이 있다는 걸. 그날 남쪽 외곽에서 지와 만났지 않나유?”

“어, 혹시······?”

“맞아유! 지예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내었다.


“지는 처음부터 그대를 알아봤어유! 지의 천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를 어떻게 잊어유.”

“코, 미디언 같던 남자가 당신이었어?”


이쯤되니 다들 폭소하는 현장에서 얼탱이가 없어하던 여자도 기어코 실소를 내 입가를 떨어댔다.


“지의 천사. 부디 지와 시간을 내주슈. 지의 매력을 어필할 기회를 줘유.”


다리를 팍팍 치고 웃던 이들이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푸하, 하하! 그래∼ 기회 좀 줘봐∼. 좀 달라잖아∼.”

“갖다 와봐∼. 웃기네. 푸하하하! 말이 되냐∼.”

“아, 웃겨. 숨 막혀. 숨. 그만 웃겨∼!”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여자는 그 인물에게 한 번만 시간을 내줘라고 부탁을 하고서 날 퍽퍽 쳐 손을 놓게 했다.


“아주 꼴값을 떨어요. 나가 봐. 한 번만 시간 내준데.”

“고맙슈! 이 은혜는 꼭!”

“필요 없거든.”


동료들의 등살에 떠밀려 소파에서 쫓겨난 인물을 에스코트하고 술집 앞편으로 이끌었다.


정보를 캐낼 타임이다.


‘허투루 쓰면 안 돼.’


일주일이 경과했으니 수술은 끝마치고 은신처나 병원에서 쉬고 있을 거다.


의뢰내용에 의하면 루피노 보스는 음경에 절단상을 입고 거동에 제약을 지니고 있다.


보스의 제약은 패밀리의 제약.


패밀리의 행동이 굼떠져 있을 때 일사천리로 끝내야 한다.


‘의뢰자의 생존도 희망적인 시기가 이때 뿐이야.’


패밀리의 취약이 맞물리는 시기를 놓치면 생존 확률이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노후된 육체론 조직적인 폭력을 감당해 낼 수 없다.


본편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둘 다 공멸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신빙성있다.


‘내가 도운 것으로 결과는 달라지게 되겠지만.’


그래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을 때 몰아붙여야 한다.


밝은 군데로 건물 그림자를 한 발짝 비켜서 에스코트를 중지했다.


“저기유.”


인물은 눈만 껌뻑였다.


“네, 네.”

“지는 천사를 좋아해유.”


한 바퀴를 돌았다.


한 바퀴가 안 되게 멈춰선 난 그림자에 속했다.


“지는 음지예유. 마피아가 필요로 하는 마약을 공급하는 사람이쥬.”

“네에···.”

“덜미가 잡혔어유. 곧 감옥에 잡혀갈 거예유.”

“네!?”


인물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음지에 발을 담근 인간에겐 필연적이에유. 지 말고도 연루된 친구들이 있어유.”

“······저, 그건.”

“패밀리에선 감싸줄지 않을지도 모르쥬. 아마도 버릴지도 몰라유.”


인물은 입만 뻥끗였다.


“배심원을 매수한 보스는 무죄로 풀려날 것이에유.”

“그, 그런 큰 일은!”

“쉿. 지의 천사.”


나는 인물의 입술을 막았다.


“지는 마지막으로 지의 천사를 보러 온 거에유.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유.”

“······당신은.”

“음지의 인간은 햇살에 있는 천사를 붙잡을 수 없는 법이쥬. 천사는 천사인 그대로 남아 주세유.”

“······.”

“지의 최후를 보는 건 지의 천사가 돼서 다행이구만유.”


해맑은 웃음의 눈물을 닦아준 인물은 날 살포시 안아줬다.


“고마워유.”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작별인사 정돈 할게요.”

“고마워유···.”

“당신, 이름은 뭔가요?”

“찰스 스미슨. 스미슨이에유.”


스미슨, 하고 그녀가 내 가명을 나직히 읊조렸다.


“스미슨. 당신을 위해 눈물을 흘릴게요. 당신의 기도가 하나님께 닿길 바래요.”

“참말로··· 고마워유.”


나의 훌쩍임이 심해졌다.


눈시울이 방울방울져 닭똥같은 눈물을 뚝 뚝 흘렸다.


“포기하지 말아요. 빛이 올 날은 올 거예요. 스미슨.”

“지의 천사···, 아름답구만유.”


빛을 갈구하듯 저 태양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 내게 동조하듯 따스히 머리통을 쓰다듬어왔다.


“근디··· 패밀리가 있는 장소는 알아유?”

“알고 있어요. 스미슨.”

“위치를 알려줄 수 있어유?”

“위치는.”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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