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2회차 탑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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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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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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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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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의 시간(1)

DUMMY

눈을 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지내고 자다 일어난 것처럼.


“···.”


무거운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본다.

둘러본다는 말이 조금 어색하긴 하다.

한 눈에 들어오는 광경.

그건 비좁은 고시원이었다.

책상 하나, 그리고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치익, 치이익-

작은 냉장고 위에 설치된 TV에서 시끄러운 신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TV를 끄지 않았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탑에서 십수 년을 지냈기 때문이다.

탑으로 초대되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에 남아 있는 게 없었다.


“···는 아니네.”


정정한다.

마치 어제 일처럼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었다.

왜 TV가 커져 있었는지.

그리고 왜 내가 이 정체 모를 탑의 초대에 응했는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군.’


죽어도 좋다는 마음에 탑의 초대에 응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죽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죽을 용기는 없고,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고는 싶고.

이 초대장이 우유부단한 나를 대신하여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죽고 싶다 할 때는 언제고 아득바득 살아남았네.’


죽고 싶어서 들어간 탑.

하지만 정작 죽음의 순간 생존본능이 깨어났다.

누구보다 살기 위해 노력했고, 어느 순간 내가 왜 탑의 초대에 응했는지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리고 이렇게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혹시 꿈을 꾼 거 아니냐고.

지금까지 본 모든 게 환상이 아니었냐고.

그럴 리가 없다.

오른쪽 위.

내 시야를 따라다니는 시계 모양의 아이콘.

그건 탑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축복’이었다.

그것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자.


『정복자의 시간 : 도전자의 탑이 등장하기까지 100시간(99시간 59분 30초)이 남았습니다. 탑이 등장하기 전까지 당신만이 유일한 도전자입니다! 자, 지금부터 유일한 존재의 실력을 뽐내보세요!』


내게 부여된 축복이 어떤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특전이로군.’


정복자의 시간이라는 게 왜 내게 주어졌는지, 이유는 빤했다.

엔딩을 본 이후 2회차 플레이에서 주어지는 특전, 그건 게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종종 느끼곤 했었다.

탑은 게임과 같은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음을.

물론 2회차 특전이라는 것까지 흉내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유일의 도전자라···.’


맞는 말이다.

탑이 있어야 사람들은 특성을 각성할 테고, 비로소 도전자가 될 수 있으니까.

탑이 등장하기까지 전이라면 내가 유일한 도전자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생각한 것보다 어마어마한 특전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능력치』

근력 : 10

체력 : 10

순발력 : 10

지력 : 10


능력치를 보고 싶다는 의지를 품기 무섭게 눈앞에 보이는 양피지 형태의 창.

그건 소위 말하는 상태창이라 말하는 것이었다.

능력을 수치화하여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형태.

그런데 그게.


“미친!”


나도 모르게 경악성을 토하고 말았다.

내가 처음 탑에 들어갔을 때 능력치는 전부 1에 불과했다.

심지어 지력은 0이었다.

그건 머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마법에 대한 소질이 없는 것.’


마법.

손에서 불과 물을 뿜어대는, 마치 초능력과도 같은 능력.

안타깝게도 나는 마법에 대한 재능이 없었다.

재능이 있는 이라면 상태창을 열었을 때부터 지력에 숫자가 표기되었을 테니까.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는 2.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건 3.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게 5.

그런데 나는.


‘10?’


10이다.

그것도 근력, 체력, 순발력, 지력 모든 게 10.

하나만 10이 되어도 세기의 천재라 불릴 마당에 모든 능력이 10?


‘···이래도 되나?’


물론 그게 2회차 특전이라는 걸 안다.

그런데 세기의 천재가 5 정도인데, 그걸 2배나 뛰어넘은 10이라니.

도대체 이놈의 몸뚱이가 어느 정도의 재능을 지녔는지 판가름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몸이 가볍다.

마치 구름 위를 걸어 다니는 것처럼,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단지 생각이 아니다.

실제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거다.

TV에서 보던 아크로바틱한 동작이라든지, 몸으로 할 수 있는 종류는 뭐든지.

10이라는 수치는 현재 인간의 기준으로는 ‘괴물’이라 부를 만한 잠재력을 가진 수치니까 말이다.

하지만 놀라기는 이르다.


“이건 또 뭔···.”


아마 내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그게 없었다면 감정의 동요를 보이고 말았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특성』

【역전】

【지혜의 눈】

【불굴의 의지】

【북부 대공】

【초월적인 재능】

【탑의 정복자】

【웨폰 마스터】

【방어구 마스터】

【도구 장인】

【전혼 수집가】

【진리의 서고】

【특성 포식자】

···


특성.

탑에 초대되면 반드시 한 가지 받게 되는 능력.

여기서 얻는 특성은 선천 특성이라고 해서 아직 탑에 적응하지 못한 도전자들에게는 한 줄기 빛이자 소금이 된다.

그런데 그 빛과 소금이 내게는.


‘99개.’


무려 99개나 존재했다.

특성이 99개?

일반적인 경우는 불가.

왜냐하면 도전자는 특성을 3개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성 포식자 : 99개의 특성을 가질 수 있다.】


특성 포식자는 그러한 제한을 풀어 99개의 특성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그걸 얻는다고 굉장히 노력하긴 했는데.


‘그게 여전히 남아 있을 줄이야.’


능력치는 초기화됐다.

물론 초월적인 재능 덕분에 모두 10으로 거정되어 있었지만, 어쨌든 탑을 정복했던 과거에 비하면 초라한 게 사실.

그런데 99개의 특성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


아니다.

남아 있는 건 특성만이 아니었다.


『전혼』

【늙은 권사의 의지】

【기도하는 어머니의 가호】

【절름발이의 꿈】

【아버지의 복수】

···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 전혼.

이건 아이템에 부여할 수 있는 특수 능력을 말한다.

희귀도에 따라서 부여할 수 있는 전혼이 나뉘기는 하지만, 많아서 나쁠 건 없다.


“음.”


특성에 전혼까지.

이 정도 특전이면 사장님이 미쳤어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즐기라고 줬다.

그렇다면 즐기는 것이 인지상정.

어떻게 즐길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남아 있었지만.

띠리리리리-

기본 벨소리로 설정해 놓은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집었다.


『김상훈』


LED 화면에 뜨는 발신자.


‘그러고 보니···.’


과거의 나는 죽고 싶어서 탑의 초대에 응했었다.

당시 이곳은, 내가 살던 현실은 지옥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리고 발신자에 뜬 이 김상훈이란 이름은 그 지옥을 만든 악마 중 하나.


“100시간이란 말이지.”


도전자의 탑이 등장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100시간.

지금도 계속 시간이 흘러 99시간 50분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과거의 악몽을 끊어내고도 충분할 만큼의 시간이었다.


*


북적북적.

고막을 때리는 음악이 흘러 나오는 유흥가.

골목골목마다 늘어선 술집과 음식점의 조명으로 인해 마치 대낮과도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대학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

청춘이라는 건 낭만과도 일맥상통하지만, 그 속에는 어리석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골목 귀퉁이, 으슥한 곳.

철퍽.

물인지 오줌인지, 아니면 음식점에서 흘러나온 오수인지 알 수 없는 끈적한 액체가 발길을 붙잡는다.


“···가져왔냐?”


그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일단의 무리.

호주머니에 넣은 손, 짝다리, 그리고 사람 면전에 뿜는 담배 연기까지.

양아치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사내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의 맞은편에는.


“···.”


내가 서 있다.

스윽, 주변을 둘러본다.


“낄낄.”

“곧 돈 생긴다니까. 그러니까 이거 끝나고 좋은 데 가자.”


각자 여자 한 명씩을 낀 그들은 아주 익숙한 얼굴이다.

탑이 무슨 짓을 해놨는지 모르겠지만, 수십 년 전의 과거에 불과한 놈들이 너무도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 하지 마. 잘못,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할게. 시키는 거 다 할테니까 제발···흐윽.’


그리고 악몽 같았던 과거도.


“야! 내 말 씹냐?”


찍 침을 뱉으며 꽁초를 버리는 이.

185cm에 달하는 신장에 100kg에 달하는 몸, 그리고 양팔과 허벅지를 장식한 문신까지.

전형적인 양아치인 놈은 김상훈이다.

고등학교서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나를 괴롭힌 주범.

고등학교만 벗어나면 이 지긋지긋한 학폭에서 벗어날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김상훈, 놈과 패거리는 생각보다 집요했다.

과거 놈들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찍었던 성관계 영상은 물론 범죄 영상까지, 그걸로 놈들은 협박을 시작했다.

예전과 같이 주기적인 상납금을 바치지 않으면 대학교는 물론 앞으로 다닐 회사와 가족에게까지 영상을 퍼뜨리겠다고.

덕분에 내 인생은 나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부모님이 힘들게 마련해주신 대학 등록금은 물론 편의점, 공장, 야간 상하차까지.

지금까지 번 돈은 모두 놈들의 유흥으로 사라졌다.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보다 놈들은 영악했다.

놈들을 잡아들이기엔 증거는 열악했고, 경찰에게 신고한 이후로 놈들의 폭행과 상납금은 더욱더 올라가게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경찰은 힘없는 자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가진 것 하나 없는 일개 대학생에 불과한 내 처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귀찮은 일이라고 판단해 대충 수사를 뭉갰다.

지옥은 나를 괴롭히는 이들만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도움 요청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한 주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새끼 봐라?”


한쪽 팔을 든 놈이 다가온다.

과거의 나라면 이미 그때부터 몸을 움츠리고 폭력을 맞이할 준비를 했을 거다.

그리고 예정된 것처럼.

쉬이익!

활짝 핀 손바닥이 뺨을 향해 날아온다.

그런데.


‘느려.’


일본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말.

하지만 실제로 그러했다.

과거에는 너무 빨라 보이지도 않았던 놈의 손이, 활짝 핀 손바닥의 궤적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건 뭐랄까.

마치 서로의 시간이 어긋난 듯한 기이한 느낌.

물론 정말 시간이 어긋났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순발력으로 인한 인지의 차이.

현재 내 순발력은 10이다.

이 10의 수치라는 건 웬만큼 단련한 프로 복서조차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

아마 지금 당장 프로 복서가 되어 경기를 뛰면 8체급 석권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을 거다.

일반인과 프로의 차이만 해도 현격한데, 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차이라면 동작이 느리게 보일 수밖에.


“···.”


다가오는 놈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

다만.

꽈악.

그대로 손목을 낚아채 움켜쥔 후 그대로 반대쪽으로 꺾어버렸다.

그 순간.

으드득!

탈골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끄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지금까지는 내 입에서만 나와야만 했던 게 놈의 입술을 비집고 터져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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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복자의 시간(2) +2 24.09.14 667 20 12쪽
» 정복자의 시간(1) +1 24.09.13 738 22 11쪽
1 나 혼자 탑 정복! 24.09.11 858 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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