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2회차 탑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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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뚜시
작품등록일 :
2024.09.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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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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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복자의 시간(8)

DUMMY

“누가, 누가 좀 도와줘요!”

“여보, 여보오-”


절규하는 아내와 딸.

하지만 누구도 그 절규에 화답하지 못했다.


“으으, 모, 몸이···.”


패기에 짓눌린 육신이 말을 듣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케헥, 케헤엑-”


목에 가하는 압박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숨이 희미해진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은 산소가 결핍되어 서서히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다.

당장에라도 터질 듯 충혈된 눈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향한다.


“아아-”


하지만 울부짖기만 할 뿐, 그들은 남편이자 아버지인 정동원을 구해주지 못했다.


“켁, 켁!”


두 눈에 의문이 깃든다.

남에게 도움만 청하지 말고 직접 나서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왜 바라보기만 하지,

설마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건가?

내가 형을 죽였기에?

패기에 짓눌린 상태에 대해 모르기에, 그리고 죽음이 임박해 주변 상황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노리던 바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음을 지켜보는 상황. 마치 자신의 죽음을 바라는 듯한.’


지금이야 정상인인 척하고 있지만, 놈은 지독한 피해망상에 빠진 짐승이었다.

일말의 의심에서 시작된 그건 놈에게 지워지지 않는 영혼의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끄, 끄윽-”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들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추욱.

늘어졌다.


“아악!”


놈의 죽음을 확인한 진수희가 급기야 혼절한다.


“엄마!”


그 광경을 짧게 응시하며.

저벅.

걸음을 옮겼다.

힘없이 흔들리고 있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정동원의 시체로.


“···.”


내가 만든 작품을 감상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두 눈에는 원망이 가득 차 있다.

항상 아버지를 향한 원망으로 가득했던 놈과 너무도 어울리는 최후가 아닌가.


“아빠, 아빠. 흐흐흐흑!”


정윤솔의 절규가 울려 퍼진다.

대미를 장식하는 오케스트라처럼, 내가 생각했던 무대가 완벽하게 재현된 것이다.


“너, 너···!”


분노한 정윤솔이 나를 매섭게 노려본다.

슬픔과 절망은 분노로 바뀌는 건 순식간.


“나를···원망하나?”

“···.”


말없이 노려본다.

비록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 대답을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죽이고 싶을 테지.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니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정당한 복수?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내 복수를 위해 선량한 이들을, 정동원의 가족을 이용했다.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건 안다.

그렇기에.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피는 피로서 갚는 법. 그 굴레를 강제로 끊을 생각은 없다.”


아버지의 복수를 완수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내가 정동원에게 복수한 것처럼 이번에는 그의 가족이 내게 복수할 차례다.

물론 여기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인다면 피의 굴레를 강제로 끊을 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생각은 없다.

아니, 그래선 안 된다.


‘나는 살육을 원하는 도살자가 아니다.’


그 혹독한 탑에서 살아남으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켰다.

자칫 잘못했다면 살인을 즐기는, 그것에 빠진 도살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며 나로서, 인간으로서 남을 수 있었다.

그 마지막 선을 넘을 생각은 없다.

물론.


“그럴 능력이 된다면 말이지.”


100층을 정복한, 현재 유일한 탑의 도전자인 나를 정윤솔이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복수도 힘이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법.

지금의 정윤솔이나 진수희에게 그 목적을 달성한 힘은 없었다.


“그럼.”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렸다.


“정한성!”


저주와 같은 정윤솔의 외침을 들으며 공장 밖으로 나왔다.


“···.”


고갤 들어 하늘을 본다.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이 나를 반긴다.


“날씨 한번 더럽게 좋네.”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하기엔 더럽게 좋은 날씨였다.


*


『지방의 선산』


인적이 드문 산속 깊은 곳 봉분에는.


『정대호

그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드릴게요』


비석이 놓여 있다.

정대호.

내 아버지.

온갖 세상의 부조리함에 정면으로 맞섰지만, 결국 친동생인 정동원의 손에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


한 차례 주변을 훑었다.

무성한 잡초가 자라 위치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면 무덤이 있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한심하군.’


지금을 말하는 게 아니다.

과거의 나.

모든 가족을 잃은 채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던 병신 같았던 나에 대한 혐오가 치밀어 올랐다

스윽.

미리 챙겨온 낫을 휘두른다.

그 궤적이 지나갈 때마다 자라나 잡초 한 무더기가 베어져 나갔다.

슥, 스윽-

아버지의 주변에서 피를 빨아대던 존재들을 베어 넘기듯 무덤 주변을 장식한 잡초를 모두 없앴다.


“오랜만에 찾아뵙네요.”


누나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땐 종종 찾아왔었다.

하지만 소중한 이들을 모두 잃은 후 나는 폐인이 되었다.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아가는, 똥만 만드는 기계처럼 하루하루 의미 없는 생활을 이어나갔다.

어쩌면 신이란 작자는 그런 내가 못마땅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탑의 초대권을 보냈고, 이를 통해 아버지의 복수를 완수할 수 있었다.

쪼르륵-

봉분 위에 준비한 소주를 뿌렸다.

충분히 좋은 술을 드실 수 있음에도 아버지는 이 싸구려 소주만을 마셨다.

고단한 하루, 싸한 소주 한 잔이면 피로가 풀린다면서.


“어쩌면 아버지는 지금의 제가 못마땅할 수도 있겠네요.”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한성아, 약자를 도우며 살아가거라. 힘이 있다고 약자를 짓밟는 건 짐승만도 못한 자가 하는 일이다.’


약자를 도우라고.

의인이 되어 세상을 좀 더 평화롭게 만드는 데 일조하라고.

당시에는 그러겠노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아버지의 생각은 틀렸습니다. 약자를 돕는 것보다는 힘을 가진, 약자를 짓밟으려 하는 짐승을 힘으로 억압하는 것. 그것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길입니다.”


물론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거창한 목적은 없다.

지금의 내 목적은 나를, 내 소중한 가족을 무참히 짓밟은 짐승을 심판하는 것.

그렇기에 1차적으로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짐승을 모두 처리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누나···.”


선산에 마련된 건 아버지의 묘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무성한 잡초가 뒤덮고 있는 봉분에는.


『정유라

그곳에서는 편히 쉴 수 있기를』


손에 든 낫을 바라본다.


“···.”


하지만 아버지의 묘와 같이 제초를 하진 않았다.

제초는, 누나에게 인사하는 건 복수를 완수한 뒤다.


“조금만 기다려 누나.”


누나와 죽음과 관련된, 그 더러운 짓거리로 누나를 더럽힌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뒤에 다시 찾아올 테니까.


*


보수를 품었을 때 결심한 게 있다.


‘설령 만인의 지탄을 받는 한이 있어도 복수는 가장 확실하게, 상대가 가장 끔찍한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복수에 이용할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무엇이든지 상관없었다.

물론 선량한 다수를 희생시키는 일은 지양하겠지만, 그것도 확실한 건 아니다.

그런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게 상대에게 가장 끔찍한 형태의 고통이라고 판단된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에 비하면 정동원의 가족을 이용하는 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였다.

그들이 느낄 고통?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내가 느꼈던 만큼, 내 가족이 느꼈던 영혼의 상처만큼 놈에게 확실한 방법으로 보복할 뿐.

그건 지금부터 행할 일도 마찬가지다.


“···.”


고갤 들어 정면의 거대한 시설물을 바라본다.


『개화改化 교도소』


마치 성벽처럼 높은 벽이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건물은 교도소였다.

평범한 사람은 좀처럼 볼 일이 없는 범죄자들의 집합소.

하지만 이제 내겐.


‘익숙해져야 할 곳.’


대성그룹 내 조직원들을 대량으로 학살했다.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김도윤과 아들 김상훈, 그리고 친족인 정동원마저 처리했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아무리 포장한들 그건 살인이라는 금기를 범한 것.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교도소에 감금되어야 할 극악한 범죄자였다.

그러나 이번 교도소 방문 목적은 일반적인 감금이 아니라 은밀한 만남이었다.

그렇기에 야심한 밤을 이용했다.


【어둠의 동화同化】


시간 대가 밤이라면 발휘할 수 있는 특성.

어둠에 몸을 동화시켜 인기척을 지우는, 일종의 은신 능력이었다.

비록 반드시 밤이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지만.

스르륵.

이렇게.


‘모습을 완벽하게 감출 수 있지.’


단, 소리는 예외.

그래서 필수로 준비해야 할 게 있다.

바로.


『바람 걸음』


바람 걸음이라는 전혼이었다.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에 부여한 바람 걸음은 바람, 주위의 대기를 조절하여 1m 내가 아니라면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막아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타앗!

지면을 박차며 도약, 무려 5m에 달하는 외벽을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바람 걸음은 말 그대로 바람, 대기를 이용ㅎ는 능력.

10에 달하는 순발력과 함께 무게를 가볍게 하여 도약력을 한층 상승시켰다.

덕분에 5m에 달하는 외벽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었다.


“···.”


주변, 밤이 찾아온 교정은 무척 어둡다.

소등마저 이루어진 그곳의 감시망은 CCTV가 전부, 지휘실을 지키는 당직을 제외한 대부분은 퇴근한 상태였다.

물론 그게 감시망이 허술하다는 뜻은 아니다.

교도소는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는 범죄자들을 분리하는 곳.

당연하게도 이중, 삼중의 경비망이 형성되어 있었다.

단단한 철창, 그건 죄수들이 모여 있는 감방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자동 개폐 장치였다.

통제실의 장치를 조작하지 않는 이상 이 철창이 열릴 일은 없다.

설령 운 좋게 조작한다고 해도 비상 신호가 울리기에 사실상 장치를 건드리게 되면 침입자가 있다는 것을 방송하는 셈.

그러나.


【유체화】


스으으-

몸에 느껴지는 기이한 감각.

뭐랄까.

마치 신경 하나하나가 흐릿해지는, 경계가 사라지는 느낌이랄까?

그와 함께.

스륵.

앞을 막고 있는 철창을 가볍게 통과했다.

마치 유령이 된 것처럼.


【유체화 : 일순간 몸을 유체화하여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육신이라는 존재하는 것을 다른 차원에 잠시 옮겨 존재의 경계를 흐리는 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우리가 아는 유령과 비슷한 상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유체화 특성을 가진 내게 철창은 있으나 마나 한 장애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3번을 통과한 후에야 수감자들이 모인 감방을 볼 수 있었다.

1, 2, 3층,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기형적 건물 사이사이에 호수가 적힌 문이 자리하고 있다.


‘22번 방.’


이미 사전 조사를 마쳤다.

우연을 가장한 교도소장과의 만남을 통해 목표가 수감되어 있는 호수를 확인했다.

스륵-

그렇게 유령이 되어 굳게 닫힌 문의 호실을 확인한다.


『22』


2층, 가장 오른쪽 방에서.

스으윽.

다시금 유체화를 사용하여 안으로 진입했다.

5~6평 정도 되는 공간.

10명의 죄수가 일렬로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사실 칠흑과도 같은 어둠으로 인해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예외다.


【고양이의 눈】


칠흑을 꿰꿇어 볼 수 있는, 어둠 속에서도 대낮과 같이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특성 덕분이다.

덕분에 손쉽게 원하는 인물을 찾을 수 있었다.

수인번호 5,221.

그리고 그 얼굴은 내게 무척 익숙한 얼굴일 수밖에 없었다.


‘제가, 제가 정유라를 강간하고 그녀를 죽였습니다.’


누나를 강간하고 죽였다며 자백한 범인.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녀석이 범인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김도윤을 심문하여 그 정보를 빼내려 했지만.


‘허세였을 뿐.’


놈은 누나의 죽음과 관련이 없었다.

안다고 말했던 건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발악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곳을, 개화 교도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누나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이 자에게서 정보를 얻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놈을 교도소 밖으로 끄집어 내는 건 불가능하다.

아니, 가능은 하겠지만, 소란이 일게 된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해결을 봐야만 한다.


【침묵의 장막】


스으으으-

나를 중심으로 주변이 회색의 공간으로 물들었다.

마치 공간 자체가 빛이 바래는 듯한 그 현상은 침묵의 장막이라는 특성을 발현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


【침묵의 장막 : 공간을 뒤틀어 외부에선 전혀 들을 수 없는 침묵의 공간을 형성한다.】


일종의 결계.

그 범위에 들어온 22번 방에서 어떠한 소란이 일어도 외부에 소리가 새어 나갈 일은 없다.


“쿠우우-”


깊은 잠에 빠져든 5,211번을 응시하다가.

번쩍!

곧바로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컥, 커헉!”


갑작스레 느껴지는 충격과 압력에 정신을 차린 놈이 눈을 떠 나를 바라본다.


“오랜만이지?”

“끄, 끄윽?!”


눈가에 깃드는 건 의문.

나를 모르는 눈치다.

그럴 테지.

법정에서 몇 번 마주치긴 했지만, 스쳐지나가는 만남이었을 뿐이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나기도 했으니 나를 기억할 턱이 없었다.

물론 나를 알아보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잠시, 기억을 좀 살펴봐야겠어.”


질문?

그런 건 없다.

놈이 거짓 자백을 했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누나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뜻이고, 나는 그 죽음과 연관된 놈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세뇌】


그렇기에 곧장 최면술사 특성을 발휘.

놈이 지니고 있던 비밀을, 그날의 진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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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정복자의 시간(11) +3 24.09.19 308 18 11쪽
11 정복자의 시간(10) +5 24.09.19 375 18 13쪽
10 정복자의 시간(9) +2 24.09.18 450 17 12쪽
» 정복자의 시간(8) +4 24.09.18 497 21 13쪽
8 정복자의 시간(7) +4 24.09.17 510 23 13쪽
7 정복자의 시간(6) +2 24.09.16 565 19 12쪽
6 정복자의 시간(5) +1 24.09.15 587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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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복자의 시간(1) +1 24.09.13 717 21 11쪽
1 나 혼자 탑 정복! 24.09.11 838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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