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2회차 탑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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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뚜시
작품등록일 :
2024.09.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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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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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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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정복자의 시간(4)

DUMMY

『30분 전, 대성그룹 25층』


띠잉!

도착했다는 알림음과 함께.

스르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25층.

엘리베이터로 갈 수 있는 최고층이다.

하지만.


‘밖에서 봤을 때는 분명 30층이었다.’


그 말인즉.


‘최고층, 회장실이 있는 곳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겠지.’


아마도 그건 철두철미한 김도윤이 마련한 경비 시스템일 것이다.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남의 등을 처먹고 살았던 그가 오죽 원수가 많을까.

전국에 나 같은 가족만 수십, 수백은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 칼이 찔릴지 알 수 없는, 그렇기에 더욱더 자신의 신변을 챙길 수밖에 없는 처지란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중함이 만든 게 바로 이러한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올라가야 하는 5층에 있는 건.


“잠깐!”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가려던 나를 막아서는 이들.


“···.”


잠깐 멈춰 서 그들을 응시했다.

검은 정장에 빠른 인이어, 척 보기에도 위압적인 덩치를 자랑하는 건장한 사내 둘이었다.

놈들만이 아니다.

25층부터 30층까지, 경비원을 가장한 놈의 조직원들이 지키고 있는 곳을 지나쳐야 할 것이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건 없지.’


맨손으로 충분하겠지만, 아무래도 주먹은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좋은 수단은 아니다.

그렇기에.

스윽.

허리춤에 감추고 있던 식칼 한쌍을 꺼냈다.

근처 다있소에서 구매한 3,000원짜리 식칼.


“이 새끼!”


흉기를 본 건달의 인상이 일그러진다.

척.

곧장 대응을 위해 꺼낸 건 삼단봉.

경찰이 범죄자를 제압하기 위해 쓰는 무기 중 하나다.

하긴.

아무리 건달 조직이라 해도 겉으로는 멀쩡한 기업 행세를 하고 있으니 해머나 도끼, 사시미 같은 흉기를 소지할 순 없겠지.


“어디서 핏덩어리 새끼···.”


하지만 놈은 그 말을 다 내뱉지 못했다.

서걱!

살과 뼈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쿵!

바닥에 떨어진 건 조금 전까지 입을 털던 놈의 머리였다.


“이, 이런 미친!”


아무리 칼밥을 먹고 사는 조폭이라 해도 머리가 잘리는 일은 흔치 않은 경험일 것이다.

기껏해야 폐나 심장을 쑤시는 게 대부분이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무리 날카로운 칼이라 해도 뼈를 가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

10에 달하는 근력도 근력이지만.


【웨폰 마스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특성 덕분이다.

남은 하나.

당황하는 녀석을 향해.

팟-

지면을 박차며 빠르게 접근.


“씨-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직종(?)답게 거친 욕설과 함께 삼단봉을 휘두른다.

물론.

휙!

속도를 급감하여 거리를 조절한 후 그대로.

서걱!

조금 전 녀석과 마찬가지로 목을 베었다.


“끄륵, 끄르륵-”


괴이한 신음을 터뜨린 놈의 육신이.

털썩.

허물어졌다.


“···.”


순식간에 일어난 살인.

하지만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일지 않는다.

탑에서의 생활도 그렇고 죽일 놈을 죽인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영향은.


【북부 대공】


특성의 힘이었다.

일생을 혹한의 날씨와 침략해 오는 오랑캐를 막아내는 데 보내는 북부 대공의 냉혹한 정신.

이 특성은 외부, 내부의 감정 변화로부터 대상을 보호한다.

쉽게 말해 감정의 조절이 힘든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특성만큼 위기에서 나를 구해준 특성은 손에 꼽을 정도다.

덕분에 살인, 그리고 피를 보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빠르게 가자.’


인이어로 서로 연락을 할 게 빤하니 보이는 적은 단숨에 처리한다.

그렇게.

저벅-

26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향해 몸을 실었다.


*


어떤 식으로든 내게 무기가 주어진 순간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 없었다.

조직원 수백 명이 지키는 조직 내부?

탑도 아니고, 도전자라 부를 만한 존재도 없는 곳은 산책로에 불과할 뿐이었다.


“으아아-”


비명과 같은 기합성을 내지르며 달려오는 건달들을.

서걱, 서걱!

베어 넘긴다.

그 누구도 내 일합을 버텨내지 못했다.

덕분에 인이어로 연락도하지 못했고, 다수의 건달이 들이닥치는 사태를 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쾅!

회장실의 문을 박살내며 목적한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 멀리, 놈이 보인다.


‘김도윤.’


우리 가족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인.

사업을 집어삼킨 것으로도 모자라 아버지를, 그리고 우리 가족을 모두 진창으로 던져버린 원수가.

보통은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부 대공으로 인해 평정심이 무너질 일은 없었다.


“네가 여길 어떻게···?”


나를 확인한 놈이 의문을 전한다.

어떻게 별다른 소란도 없이 이 층에 도달할 수 있었느냐 묻는 것이다.

그 말에.

스윽.

손에 쥔 식칼을 보여주었다.

붉은 피가 묻은 식칼은 내가 어떻게 올라왔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하!”


어이가 없는지 콧방귀를 낀다.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는군. 이제 갓 20살 된 애송이 녀석이 조직을 헤집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경비 시스템이 뚫렸지만, 여전히 여유롭다.

놈이 대인배라서?

아니.

저러한 부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놈은 자신의 목숨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소인배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건 뭔가 수를 숨기고 있음을 뜻하는 것.

하지만 놈은 모른다.


‘내 공격권. 단숨에 멱을 딸 수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멱을 딸 수 있다는걸.

하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게 아니다.

조금 전의 조직원들과 달리 고통 없는 죽음은 놈과 어울리지 않기에.

북부 대공의 냉혈을 뚫고 올라오는 살심을 내리눌렀다.


“올라온다고 수고가 많았지만, 여기가 네 종착점이다.”


그 말과 함께.

지이이잉-

벽면이 돌아간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것과 같이 숨겨진 공간이 있었고, 그곳을 지키고 있던 다수의 인원이 드러났다.


“나를 위협하는 게 오죽 많아야 말이지. 그래서 따로 경호원을 두었거든. 네게 당한 그 머저리 같은 건달 새끼들과는 차원이 다른.”


확실히 과장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떡대만 좋은 조직원들과 달리 균형 잡힌 몸, 그리고 흑인과 백인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었다.

용병이다.

자신의 경호를 위하여 특별히 고용한 용병.

게다가.


‘방검복에 특수 제작한 무기까지.’


아마 각자가 연마한 고유의 무기술이 있는 듯 단검과 체인, 너클까지, 다양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놈을 잡아. 생포하는 자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얹어주지.」


나름 엘리트 건달이라는 걸까.

유창한 영어로 명령을 내린다.


「뭐야? 고작해야 동양의 애송이?」

「고작 이런 녀석이 설치도록 내버려두는 여기도 참 한심하군.」

「뭐 어때. 이런 간단한 일로 인센도 받고, 완전 꿀이지.」


성큼 걸어오는 놈들의 영어가, 그 원어민이 명확하게 해석된다.


【언어의 마술사】


영어만이 아니다.

이 언어의 마술사 특성을 통해 그게 어느 나라의 언어든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전쟁 용병인가.’


사람을 제압하고 납치하는 것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다.

아마도 전쟁 용병과 같이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살아온 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럼···.」


그리고 먼저 나선 건.


「···내 차지다, 이 멍청이들아!」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흑인이었다.


「베이비, 내가 사랑해 줄 테니 어서 와서 안기렴.」


마치 전차처럼 저돌적으로 달려온다.

칼을 들고 있음에도 망설임이 없는 건 충분히 제압할 자신이 있다는 뜻.

그러나.


「네 변태 성욕은 지옥에나 가서 즐겨.」


언어의 마술사를 통해 유창한 영어를 내뱉으며.

파앗.

지면을 박찼다.

그 순간 놈이 다가오는 것보다 더욱더 빠른, 놈이 인지하기 힘든 속도로 나아가.

서걱!

그대로 목을 그었다.


「잡았···.」


곁에 있는 날 보고 양팔로 끌어 안으려 하지만.


「···어?」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반전과 함께.

쿵!

놈의 머리가 지면에 떨어졌다.


「뭐, 뭐야?!」

「지금 무슨 일이···?」


그 일련의 동작에 당황하는 전쟁 용병들.


‘순발력 10은 현재 인류의 수준으로선 재앙과 다를 바 없지.’


순발력 10.

그 수준은 빠르다는 영역을 넘어선 것.

내가 전력을 발휘한다면 놈들의 육안으로 내 움직임을 파악하는 건 불가.

그건 지금 죽은 흑인만이 아니다.

팟!

다시금 지면을 박찼다.


「조, 조심해!」


그제야 위기의식을 느낀 걸까?

경호성을 발하며 자세를 잡는다.

하지만 그것도 늦었다.

체구가 작아 보이는 동양인의 뒤를 점한 후.

푸욱!

방검복이 무색하게 그의 심장 부근을 꿰뚫었다.


「커헉!」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사내.


「이런, 씨발-」


위급한 상황에서 욕설을 내뱉는 건 만국 공통인 듯하다.

거친 욕설을 내뱉은 놈들이.

타타탓-

달려든다.

과연 실전 경험이 풍부한 듯 사방의 방위를 점하며 달려오는 게 어디로든 도망치지 못하도록 방비한 것 같다.

그런데.


「죽는 게 그렇게 소원이라면.」


굳이 내가 갈 필요 없이 알아서 달려든다?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죽음으로 인도해 줘야겠지.

슥, 스스슥!

허공에 그려지는 궤적.

뭐, 대단한 검법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웨폰 마스터, 무기의 달인이 되는 특성을 통한 끄적거림은 그것을 절세의 검법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바로.

서걱, 서걱!

지금처럼.


「끅!」

「꺼억!」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용병들.

예외는 없다.

나를 향해 달려들던 십수 명이 싸늘한 주검이 된 채 지면을 구르고 있었다.


“···.”


믿기지 않는 상황에 넋을 놓은 김도윤.


“네가 가진 패는 이게 전부인가?”


그래서 물었다.


“···.”


하지만 답이 없다.

다만 놈의 눈알이 전후좌우, 사방으로 굴러간다.

적어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귀를 기울였다.


【육감六感】


그건 인간이 지니고 있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그 어느 것에도 포함되지 않는 초인적인 힘.

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이 건물을 둘러싼 대량의 인원을.

아마도 그건.


“경찰을 불렀군.”


신속하게 출동한 것으로 봐서는 테러를 진압하는 특수팀인 특공대인 듯하다.

사사로이 경찰 특공대를 5분 대기조로 부를 수 있을 정도라.

과연 평범한 기업인이 아니라 어딘가 높은 곳과 연이 닿은 이 답다고 해야 할까.


‘조금 귀찮아 지겠는데.’


총기로 무장한 특공대가 무서운 건 아니다.

다만 여기 건달과 용병과는 달리 그들은 죄 없는 이들이다.

아무리 복수에 미쳤다고 해도 선량한 이를 학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고민을 마친 후 놈을 응시했다.


“괜한 짓을 벌이지 않는 게 좋을···.”


눈을 부라리며 나를 향해 경고한다.

하지만.

탓!

망설이지 않았다.

곧장 녀석을 향해 몸을 튕겨.

와락.

끌어안았다.

그 순간.


“꼼짝 마!”

“움직이면···.”


나를 제압하기 위해 진입한 경찰 특공대.

하지만 그들과 마주할 일은 없었다.

쨍그랑!

김도윤을 안은 내 육신이 그대로 통유리 벽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으아아아아아-”


그로 인해 30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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