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2회차 탑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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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뚜시
작품등록일 :
2024.09.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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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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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의 시간(3)

DUMMY

처음부터 우리 집이 가난했던 건 아니다.

능력 있고 성실한 아버지는 가난했던 가정을 자수성가하여 중견이라 할 수 있는 기업의 사장이 되었다.

어머니 또한 사치하는 것 하나 없이 아버지가 벌어들인 돈을 차곡차곡 모았고, 아버지가 가정에 신경 쓰지 않고 밖의 일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셨다.

그렇게 부촌이라 부를 만한 곳에 얻은 전원주택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김도윤, 그와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사업차 이사 왔다는 그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대성이라는 중견 기업을 이끄는 사장이었고, 김상훈이라는 또래 아들이 있었다.

원래 인간은 공통 분모가 있을 때 급속도로 친해진다.

사업가라는 것과 또래의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김도윤과 금방 친해졌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는 그냥 이웃사촌간의 만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남이 잦아졌다.

만남이 잦아지는 만큼 아버지는 피폐하게 변해갔다.

평소 보이던 여유로운 미소는 사라졌고, 어딘가 초조한, 그리고 신경질적인 모습.

그로 인해 결혼 생활 도중 한 번도 다툰 적 없던 부모님은 매일을 다투셨고, 이건 비단 가정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장의 부재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건실했던 사업은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고, 여유롭던 삶은 궁핍해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아버지를 원망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와 나는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마약.

술자리에서 김도윤이 몰래 탄 마약에 중독된 아버지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심신 미약에 환각, 심지어 금단 증세까지 보이는 아버지는 그렇게 망가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김도윤의 접근이 우연이 아닌 의도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라는 건 건실한 중견 기업에 작업치고, 망해가고 있을 때를 노려 인수하는, 전형적인 양아치 인수 기업이라는 사실도.

금단 증세 속에서도 김도윤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버지는 그 사실을 우리에게 밝혔다.

하지만 이미 많은 게 바뀐 뒤였다.

아버지가 공을 들여 성장시켜 놓은 기업은 이미 인수당한 뒤였고, 건실한 사장이었던 아버지는 마약에 여자까지 손을 댄 파렴치한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지만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인수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불법적인 협박과 강요가 있었고, 이에 무효 소송을 위한 대응을 시작했다.

마약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상당한 양의 증거를 모을 수 있었도, 이를 토대로 반격을 준비했다.

아버지 혼자가 아니었다.

가족 모두 힘을 모았다.

독립했던 누나는 소송 비용을 대기 위하여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했고.

어머니 또한 자금 마련을 위하여 그간 모아두었던 대학 등록금, 누나의 결혼 자금을 모두 털었다.

그렇게 소송을 위한 준비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무렵.

학교를 마치고 좁은 단칸방에 들어온 나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집 안, 빨래를 널기 위한 빨랫줄에 스스로 목을 맨 채 자살한 아버지의 시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믿을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번 소송, 가능성 있다고 의지를 불태우지 않았던가.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목숨을 끊는다고?

그것도 인수 무효 처분을 위한 첫 공판이 열리는 날?

아버지를 잃은, 흡사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지만, 우리는 주저앉지 않았다.

여기서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아버지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

타살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증거를 모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증거와 증인도 확보했다.

하지만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일은 없었다.

마치 무언가 지시라도 내려온 것처럼 황급히 자살로 수사를 마무리 지은 건 물론 짜맞춘 것처럼 검찰에서도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대성이 단순한 양아치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찰과 검찰은 물론 정계에 깊게 발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날, 나의 세상은 무너졌다.

아버지의 죽음을 밝히지 못한 건 물론 인수 무효 소송에서도 패소하여 그간의 소송 비용은 물론 명예 훼손 등의 이유로 오히려 역으로 고소를 당했다.

가진 걸 전부 털어 소송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패하게 되자 우리에게 남은 건 엄청난 빚더미뿐이었다.

독촉과 협박, 그렇게 궁핍한 생활을 이어나가던 어느 날.

김도윤이 우리를 찾아왔다.

어머니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 그는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었고, 비열한 미소와 함께 집을 떠났다.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던, 비열한 김도윤의 행위를 밝히겠다고 말하던 어머니의 죽어버린 눈빛을.

후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죽일 김도윤과 협상을 했었다.

소송 비용과 앞으로 진행될 일을 무마해 줄 테니 이쯤에서 그만두라는.

어차피 해봐야 승산이 없는 싸움이니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그만하라고.

만약 여기서 그만하면 소송 비용과 명예 훼손 등, 진행하고 있는 건에 대해서는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고 말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나마 살아갈 길이 있다면 여기서 그만두는 것뿐.

그렇게 어머니는 누나와 나를 위한, 자식을 위해서 더러운 협상에 손을 내밀고 말았다.

그로 인해 우리의 형편은 조금 나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일로 단단히 화가 난 누나는 혼자서라도 아버지의 죽음을 발히겠다며 집을 나갔고, 어머니의 세계는 무너졌으며 덩달아 우리 학교로 전학 온 김상훈으로 인해 나 또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김상훈이 내 개인의 지옥을 만든 이라면 그의 아비인 김도윤은 우리 가족 전체를 나락으로 이끈 이.

그렇기에 이곳에 왔다.


『대성 그룹』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등을 처먹으며 성장하여 어느새 수십 층에 달하는 빌딩을 올린 그룹 본사 앞에 말이다.


*


“···읊어봐. 누가 그랬다고?”


회의실 안.

정자세로 앉은 사내가 맞은 편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 CCTV와 상훈 군, 그리고 친구들의 증언을 통해 확보한 바에 의하면···.”

“뜸들이지 말고.”

“네, 네! 그런까 이번 일을 벌인 건 정한성입니다.”


낯익은 이름.


“한성. 정한성. 설마 정대호···?”

“네. 짐작하신 대로 대호스틸의 사장인 정대호의 아들입니다. 상훈 군과 함께 고등학교를 다녔던.”


본래라면 잊어버렸을 이름이다.

하지만 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덕분에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더욱이.


‘분명 끝장을 내놨을 텐데?’


회사를 집어삼킨 걸 말하는 게 아니다.

마지막 협상 이후, 그는 아들인 김상훈을 정한성이 있는 고등학교로 전학을 보냈다.

왜?

주제도 모르고 자신에게 대든 대가를 받아내기 위해.

여타의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이 가족은 끈질기게 자신을 물고 늘어졌다.

덕분에 윗선에 보고가 되어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에 불같이 화가 난 그는 사업 뿐만 아니라 그들 가족 전체를 망가뜨릴 계획을 짰다.

그 대상은 정한성만이 아니었다.

어미인 서수연, 누나인 정유라까지.

수시로 가족을 괴롭혔고, 마침내 모든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가를 치르게 한 이후 기억 속에서 지웠다.

다시는 그 이름을 듣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웬걸?

잊고 있었던 정한성이라는 이름이 언급된 것이다.


“다 망가진 것 아니었나?”


물었지만, 사실 그건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들에게 어떤 식으로 괴롭힐지, 그리고 어떻게 인간을 망가뜨리는 것인지 가르친 게 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왜 이제 와서 그 이름이 들리는 거지?


“내가 알기로 녀석은 별다른 운동을 배운 적도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체격이 좋다거나 그런 쪽에 재능이 있는 편도 아니고.”

“분명히 그랬습니다.”

“그랬었다? 그럼 지금은 다르다는 건가?”

“예. 증거로 확보한 CCTV를 보자면···.”


미리 준비한 CCTV 영상이 스마트폰으로 출력되었다.


「개새끼!」

「죽어!」


터져 나오는 고성.

하지만 요란한 말과는 별개로.


「퍽, 퍼억!」


순식간에 싸움은 끝이 났다.


“···.”


건달 출신으로 여러 싸움터를 전전했던 그다.

하지만 이런 영상은 처음이었다.


“···이게 실제라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장면.

주인공이 된 것처럼 거침없이 아들이 포함된 무리를 쓰러뜨리는 정한성은 과거의 그 나약한 애송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였다.


“조작되지 않은 CCTV 원본입니다.”

“···.”


상당히 놀란 듯 김도윤은 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다.


“···그러니까 종합해 보자면, 망가진 장난감이었던 대호스틸의 아들내미가 내 아들을 병신으로 만들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겠지?”

“예.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추이는 무슨.”


지켜볼 추이가 있는가.

지금 상황은 명백했다.


“애들한테 연장 챙기라고 해.”


믿기지 않는 싸움 영상을 본 뒤지만, 거리낌이 없다.

그도 그럴 게 어차피 싸움도 할 줄 모르는 애송이들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휘하의 조직원들은 달랐다.

주먹은 물론 연장 쓰는 법, 사람을 죽이는 법에 대해 통달한 이들이다.

고작해야 싸움 좀 하는 애송이 하나 다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예. 특별히 쓸만한 애들로 추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

“살려서 데려와.”


흡사 악귀처럼 표정이 일그러진다.

비록 내놓은 자식이라곤 하나 그래도 아들이다.

자신의 소유물을 건드렸다는 사실에 분노하였고.


“내가 직접 회를 쳐버릴 라니까.”


그 분노는 곧 잡혀 들어올 정한성을 향한 분풀이로 이어질 것이다.


“예.”


가학적인 회장의 취미를 알고 있던 비서는 곧장 알겠다고 답한 후 그곳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삐리리리리-

내선으로 연결된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뭐야?”


기운이 가라앉아 있었던 김도윤의 음성은 냉막하기 그지없었다.

보통은 그 음성에 다급히 전화를 끊었어야 할 테지만.


「크, 큰일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음성이 전해졌다.


“뭐, 무슨 일이야?”


익숙한 음성.

그건 김도윤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전수철 전무의 것이었다.

좀처럼 감정의 변화가 없어 냉혈한이라 불리는 그가 이토록 당황하다니.


「지금 회장실을 향해 놈이···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뚜, 뚜-」


통화가 끊겼다.


“뭐···?”


일련의 사태에 당황한 김도윤이 막 회장실을 빠져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콰앙!

고급 목재로 만든 회장실의 문이 박살 나며 그 잔해가 허공에 비상했다.

그리고 잔해 너머로 보이는 존재.


“정···한성?”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장 보고 싶었던 장본인.

아들을 병신으로 만든 주범이 놀랍도록 무심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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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6 vel
    작성일
    24.09.14 23:52
    No. 1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몽환이월영
    작성일
    24.09.18 22:10
    No. 2

    와...기껏 돌아와서 하는 처음이 건달부수는 80년대 스토리에 백번은 본거같은 전개...심지어 관심도 없는 클리셰 덩어리를 자세히 설명하느라 너댓편은 날려먹는 분량...1편으로 그나마 흥미를 챙겼으면 내용을 이어나가야지 보다 졸거같은 내용을 몇편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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