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2회차 탑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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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뚜시
작품등록일 :
2024.09.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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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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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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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복자의 시간(2)

DUMMY

“끄아아악!”


팔이 기괴하게 꺾인 채 바닥에 엎드린 놈이 울부짖는다.


“사, 상훈아!”

“이런 미친 새끼!”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패거리가 달려온다.


“썅!”


눈이 뒤집힌 놈들이 주먹을 휘두른다.

과거에 그건 분명 폭력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일격을.

스윽.

상체를 젖혀 가볍게 피한 후.

뻐억!

그대로 콧대를 가격했다.


“컥!”


아찔한 충격에 주춤 뒤로 물러난다.

힘을 조절해서 그렇지, 마음만 먹었다면 코가 아니라 머리가 부서졌을 거다.


“이 새끼!”

“씨발!”


하지만 놈들은 모른다.

내가 적당히 어울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수적 우위를 믿고 달려든다.

자신이 죽을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지금부터는 현실을 깨닫게 해줘야 할 때다.

휘이익!

쇄도하는 주먹.

피하지 않는다.

그대로 주먹을 뻗어 응수했다.

빠악!

마치 각목이 부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끄악!”


주먹을 내지른 녀석이 팔을 움켜쥐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손가락 뼈가 작살났으니 고통으로 인해 당분간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꽈악!

등 뒤, 어느새 내 허리를 양팔로 휘어감은 녀석.


“으아아압-”


힘을 주어 나를 바닥으로 내리꽂는, 흔히 수플렉스라 부르는 동작을 시도한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 레슬링부라고 했던가?


“어, 어?”


하지만 그 시도는 헛수고에 불과했다.

들리지 않을 거다.

힘을 주고 버티고 있으니까.

물론 보통은 들려는 게 맞다.

어딜 봐도 나 같은 멸치는 번쩍 들어올려 바닥에 내리꽂을 수 있는 체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을 쓰는 요령을 알면 체급에 상관없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으으으으-”


용을 쓰는 놈을 향해.

휘릭 허리를 비트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팔꿈치로.

뻐억!

놈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스르륵, 철퍽!

그대로 정신을 잃은 듯 오물로 가득한 지면에 대자로 뻗는다.


“···.”


아무리 머리가 없어도 이쯤 되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놈들의 앞에 있는 나는 과거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 새끼, 운동 좀 했냐?”


남은 건 셋.

다 익숙한 얼굴이긴 하다.

김상훈과 함께 나를 괴롭혔던 악마들.

소위 말하는 일진, 다들 운동부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하라는 운동은 안 하고 무리를 지어 약한 아이들을 괴롭힌 머저리들이었다.


“···.”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짐승 새끼들과 대화할 마음은 없었기에.


“씨발!”


무시 당했다고 생각한 건지 욕설을 입에 담으며.

드르륵!

주머니 속에 감춰두고 있었던 커터칼을 꺼냈다.

일반 사무용품이 아니라 공장에서 사용하는, 살점을 간단히 가를 수 있는 날카로운 칼.

그뿐만이 아니다.

골목에 방치되어 있던 각목과 철근 등을 손에 쥔다.

그래도 운동부라고 뻐기지 않고 연장을 드는 모양새가 아주 눈치가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늘···죽인다.”


놀랍게도 그 말에 살의가 담겨 있다.


‘···죽여봤군.’


수많은 전장을 경험했다.

그렇기에 기세만으로 살인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의 살의라면 누군가를 죽여본 경험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


‘막장 인생이로군.’


이제 갓 20살이 되었다.

나처럼 탑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살인의 경험이 있다라.


‘하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그곳에 몸을 담았다는 말을 들었다.

직업에 따라 사는 세계가 달라지니 그곳이라면 충분히 20살 된 애송이도 살인을 경험할 수 있긴 할 것이다.


“죽어!”


휙!

거침없이 칼을 휘두른다.

휙, 휘휙!

그래도 익숙한 모습은 아니다.

그럴 테지.

살인이라는 것에 익숙해지려면 적어도 수백 명을 베어 넘겨야 하니까.

놈은 아직 살인이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저벅.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고 있는 녀석을 향해 다가간다.

물론 그 궤적을 파악하여 단 한 번도 공격을 허용하지 않은 건 너무도 당연한 일.

하지만.


“씨이발-”

“뒈져!”


양옆으로 다가온 둘.

각기 못이 박힌 각목과 철근을 휘두르는 놈들의 공격은 나름 빈틈을 잘 포착한 회심의 일격이라 할 만했다.

퍼억!

길쭉한 철근이 옆구리를 강타했다.

빠악!

못이 박힌 각목이 정수리를 내리친다.


“어, 어?!”


하지만 놈들의 입에서 나온 건 환호성이 아니라 의문, 그리고 경악성이었다.

옆구리 모양에 따라 둥글게 휜 철근, 그리고 부러진 각목.

그럴 수밖에.


【드래곤 비늘】


특성 중 하나인 드래곤 비늘로 인해 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능력치나 몸의 상태가 허약하기 짝이 없어 예전과 같은 절대의 방어력을 제공해주진 못할 테지만, 고작해야 애송이가 휘두른 철근 따위에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법이지.”


그 말에 따라.

퍽, 퍼억!

연속으로 내지른 주먹이 놈들의 안면을 가격했다


“컥!”

“커흑!”


조금 힘이 들어간 걸까.

코뼈가 부러진 놈들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오, 오지마!”


커터칼을 든 놈 단 하나.


“···.”


두려움에 젖은 놈을 응시했다.

나름 복싱부 유망주로 잘 나가던 놈은 김상훈이라는 친구 하나를 잘못 만난 죄로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그건 단순히 잘못된 길을 갔다는 수준을 벗어났다.

팔목, 그곳에 꽂힌 주사 자국을 보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환히 보인다.


“오지 말라고 새꺄!”


두려움에 젖은 채 커터칼을 휘두른다.

허공에 피어나는 그 궤적을 이리저리 피하며 품속에 진입.

퍼억!

그대로 복부에 일격을 가했다.


“꺼윽!”


한 차례 숨 넘어가는 비명을 토한 놈이.

털썩!

무릎을 꿇는다.

제대로 명치를 가격했으니 숨이 쉬어지지 않아 한 동안 운신하기가 힘들 것이다.


“···.”


주변을 훑는다.

사납게 덤벼대는 놈들은 모두 정리했지만.


“빠, 빨리 신고해.”

“알았어. 자, 잠깐만.”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뒤적이는 여자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익숙한 얼굴이다.

어떻게 보면 악연의 시작이었던 이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남연희.’


여자 무리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미모를 자랑하는 아이.

남몰래 짝사랑하던 마음이 들킨 그 날.


‘우웩! 찐따 새끼가 감히 누굴 넘봐. 아, 이 새끼 밤마다 내 생각하면서 자위 했을 거 생각하니까 토 나오네.’


당시 남자친구였던 김상훈과 무리들을 불러낸 녀석으로 인해 나는 나락에 떨어졌다.


“빨리, 빨리!”


떨리는 손으로 112를 누르려 하지만.

파앗-

곧바로 지면을 박차며 접근.


“꺄악!”


놀라는 녀석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그리고.

콰직!

손아귀에 힘을 주어 산산이 부숴버렸다.


“야, 야. 왜 그래. 무섭게. 우, 우리 친구잖아. 그렇지?”


항상 여왕님처럼 군림했던 남연희의 표정이 순하게 변했다.


“그, 그래. 친구!”

“그냥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왜 그래. 무섭다 야.”


장난.

참으로 편한 말이다.


“하긴.”


그리고 굳이 그것을 부정하진 않았다.


“친구끼리 장난 좀 칠 수 있지.”


내 말에.


“그, 그치?”


화색하는 남연희.


“그나저나 너 언제 이렇게 강해졌어? 이렇게 보니까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은근한 시선.

얼마나 몸을 굴리고 다녔으면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미끼로 빠져나갈 생각인 것 같다.


“나는 강한 남자가 좋거든.”


스윽.

은근 슬쩍 몸을 부딪쳐 온다.


“그러고 보니 너 예전에 나 좋아했었잖아. 나도 지금 네가 좋은데. 어때?”

“···.”


코 끝에 스치는 진한 향수.

마치 음식물 쓰레기 냄새를 맡은 것처럼 역겨움이 올라온다.

그렇기에.

꽈악.

달라붙은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꺅! 머, 뭐하는 거야!”


놀란 그녀가 그 손길을 뿌리치려 하지만.


“왜? 친구잖아. 나도 장난 좀 쳐 보려고.”


무심하다 못해 차가운 그 말에.


“하, 하지마. 내가 잘못···.”


뒤늦게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깨달은 녀석이 잘못을 빌려고 하지만.


“무슨 소리야. 친구끼리 장난 좀 치겠다는데.”


벽면, 그곳에 움켜진 그녀의 머리를 갈아버렸다.

드드드득!


“꺄아아아악!”


제대로 마감되지 않은 시멘트와 벽돌에 얼굴 살점이 갈린다.

훑고 지나간 그 자리에, 오돌토돌한 그곳에 남는 건 핏자국과 갈려나간 살점이었다.

오른쪽으로 갔다고 왼쪽으로.

마치 지우개를 쓰는 것처럼 그녀의 얼굴을 벽면에 갈아버렸다.


“꺄, 꺄아악!”


고통?

아니, 유일한 무기인 얼굴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인지한 남연희는.

주르륵.

오줌을 지려버리며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내 장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드득, 드드득!

의식을 잃은 그녀의 얼굴이 완전히 갈릴 때까지, 붉은 살점이 드러나 본래의 얼굴 형체를 잃을 때서야 멈췄다.

털썩.

움켜쥔 머리채를 풀어주자 힘없이 스러지는 육신.

물론.


“꺄아악!”

“하지 마, 제발, 제발···.”


두 년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하지 말라니. 너희도 내가 그렇게 사정하며 빌 때도 계속 장난쳤잖아. 친구끼리 장난 좀 치겠다는 데 왜 그렇게 정색을 하고 그래.”


과거, 내가 얼마나 빌었던가.

하지만 놈들은 그 말을 모두 무시했다.

똑같다.

나도 놈들이 그랬던 것처럼.

드드드득!


“꺄아아악!”


똑같이 되갚아 줄 뿐이다.


“이 씨발 새끼야!”


그렇게 두 년의 얼굴을 갈아버렸을 때 들리는 외침.


“너, 너 이 새끼. 누굴 건드렸는지 알아!”


팔이 꺾여 고통에 울부짖던 김상훈.

정신을 차린 녀석이 나를 노려보며 말을 내뱉고 있었다.


“우리 아빠가 씨발···.”

“알아. 대성 건설. 건달 두목이라는 거.”


김상훈이 다른 놈들에 비해 싸움을 잘하지도 못하면서 패거리의 리더인 이유는 오로지 녀석의 배경 때문이었다.

대성 건설.

멀쩡히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건달이 운영 중인 회사.

그것도 음지의 양아치 정도가 아니라 정재계에도 발을 걸치고 있어 경찰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조직이었다.


“이러고 네가 무사할 줄 알아. 씨발, 우리 아빠가 너를 갈아···.”


하지만 놈은 그 말을 마저 내뱉지 못했다.

퍼억!

복부에 꽂히는 주먹.


“켁, 케헥!”


명치를 가격당한 놈이 가쁜 숨을 내뱉는다.

복부를 움켜쥔 채 고통스러워하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놈은 내가 다가오는 사실도 모른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덕분에 멀쩡한 왼팔을 잡아 채는 건 무척 쉬운 일이었다.


“으, 으어-”


낌새를 눈치챈 걸까?

뭐라고 말하려 하지만 타액만 흘러나올 뿐, 녀석의 입에서 제대로 된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뿌드득!


“끄어어어어어!”


오른팔과 마찬가지로 반대 방향으로 꺾인 팔.

털썩.

주저앉는 놈의 오른쪽 정강이에 발을 얹었다.

그리고.

빠득!

힘을 주어 내리 눌러 정강이 뼈를 박살냈다.


“끄으윽!”


당장 피가 쏟아져 나올 듯 충혈된 눈과 돋아난 힘줄이 흡사 악귀와 같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뿌득, 뿌드득!

나머지 왼쪽 다리는 물론 양팔의 뼈라는 뼈는 모조리 부숴버렸다.


“네가 그토록 혐오하던 약자로 살아가는 기분. 앞으로 평생 느껴 봐.”


학창 시절 놈은 약자를 혐오했다.

마치 바퀴벌레를 바라보는 듯, 혐오하는 종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

하지만 이제는 다를 거다.

팔과 다리가 부러진, 현대의 의학으로 고치는 게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은 녀석은 앞으로 사지 불구의 병신으로 살아가게 될 테니까.

그 말인즉 자기가 그토록 혐오하던 약자로 평생을 살아가게 될 거라는 말이다.

물론.


“끄악!”


나머지 녀석들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자랑하던 복싱부의 양팔을 부쉈다.

레슬링부의 갈비뼈와 장기를 망가뜨렸다.

놈들이 자랑하는 팔과 다리, 그리고 몸,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평생을 병신으로 살도록 만들었다.

꿈틀, 꿈틀.

진즉에 의식은 잃었다.

하지만 신경에 전해지는 끔찍한 고통으로 인해 몸이 꿈틀대고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그 지옥도를 짧게 감상하며.


“대성이라.”


수천 명에 달하는 휘하 조직원을 거느린 조직.

사사로이 김상훈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것과 더불어.


“놈들도 피해 갈 순 없지.”


과거의 끔찍한 악연.

그중에는 대성이라는 조직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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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 혼자 탑 정복! 24.09.11 856 2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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