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2회차 탑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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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뚜시
작품등록일 :
2024.09.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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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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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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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복자의 시간(10)

DUMMY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뚜벅.

길게 이어진 복도.

지면과 부딪치는 구두 굽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이가 있다.

청색 계열의 정장과 깔끔하게 포마드로 정리한 머리칼, 그리고 준수한 외모.


“안녕하십니까.”


지나가는 사내를 향한 인사.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내를 바라보는 눈에 동경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럴 수밖에.

하준원 부장 검사.

고작해야 32살의 젊은 나이에 부장 검사직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

유수의 기업인과 정치인 등이 연루된 사건을 통쾌하게 해결하며 정의라는 기준 앞에서 예외는 없다는 명언을 탄생 시켰다.

흔히 말하는 스타 검사의 탄생이었다.

물론 그 성공에 배경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현 야당 대표인 하성재 국회의원이며 어머니는 새한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대한민국을 장악한 기업인 새한그룹의 차녀 김여정이었다.

그야말로 정계와 재계의 합일.

그 배경을 등에 업은, 그리고 배경을 따로 놓고 봐도 실적을 쌓고 있는 젊은 부장 검사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끼익.

모두의 인사를 반갑게 받아주며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온 젊은 부장 검사.


“어우 씨, 어제 너무 무리했나.”


냉철하며 지적이다.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걸쭉한 욕설을 입에 담는다.


“그래도 그년, 끝내주던데. 시위녀 이후 두 번 한 건 처음인가?”


어젯밤, 그간의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건 성관계.

성관계라는 게 금기도 아니고, 얼마든지 스트레스의 분출구가 될 만한 건전한 행위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르다.

하준원의 그건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강제적인 관계였다.

그건 누구도 모르는 비밀.

이 젊은 검사는 보통의 상황에서는 발기가 되지 않는 이상 성욕자라는 것이었다.

강간.

강제적인 관계에서만 성욕을 느끼는 그는 지금껏 수많은 범죄를 저질러왔다.

그 시작은 초등학생 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사춘기와 함께 시작된 성욕의 분출구를 위해 동급생 여자 아이를 강간했다.

보통은 거기서 인생을 종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법의 심판을 받는 일은 없었다.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며 어머니는 새한그룹의 차녀였다.

그 잔혹한 행동은 아무것도 모르는 치기어린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둔갑되었다.

그리고 영악한 아이는 깨달았다.

이 세상이, 법과 질서라는 게 자신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물론 그 이상 성욕을 외부로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은밀히, 그리고 돈과 배경, 권력을 이용하여 그 뒤처리도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그가 행했던 강간 중 손에 꼽을 만한 쾌락을 느낀 게 상대가 있다면.


‘정유라라고 했던가?’


수년 전, 과거에 묻어두었던 이름을 떠올렸다.

이번에 관계한 여인도 괜찮았지만, 정유라와 비교하는 건 실례였다.


‘흠. 그러고 보니 녀석이 나올 때가 됐던가?’


일 처리를 맡긴 노숙자.

이름도 기억도 나지 않는 그가 슬슬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벌써?

보통의 범죄도 아니고 중범죄 중 하나인 강간살인이다.

물론 그건 하준원의 힘이었다.

애초에 약속했던 대로 자백한 노숙자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수를 쓴 것.

전관예우 변호사에 법망을 이리저리 피해갈 수 있는 온갖 조항까지.

그렇게 노숙자는 자백과 초범, 심신미양 등의 이유로 고작해야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아마 그는 감옥에서 나와 통장에 꽂혀 있는 1억을 쓸 생각에 신이 날 테지만.


‘그럴 일은 없지.’


하준원은 철저한 인물이다.

처음에야 약속했던 대로 모든 걸 지키는 척했지만, 언제든 입을 열 수 있는 증인을 남겨둘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띠리리리-

스마트폰에 기록된 날짜를 확인한 이후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나야.”


익숙한 듯 바로 튀어나오는 하대.


“어. 저번에 말했던 거. 바로 실행해.”


그렇게 용무만 전한 채 곧바로 통화를 끊었다.

길게 통화해봐야 좋을 게 없는 인물.

그간 그가 저질렀던 범죄, 그 뒤처리를 도맡아 한 흥신소였던 것.


‘이 녀석들도 처리해야겠어.’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한동안 자신의 뒤처리를 맡은 그들 또한 처리 대상 중 하나일 뿐.

물갈이를 위해 적당한 다른 흥신소를 알아본 이후 놈들도 처리할 것이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조심해야지.’


사실 이번 취미(?)도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이었다.

당분간은 몸을 조심해야 했기에.

차기 대권 후보로 그의 아버지 하성재가 낙점되었다.

국민 여론도 여당을 향한 심판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만큼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트집을 잡기 위한 조사가 있을 테니까.’


무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일.

후보 선정을 넘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큰 산은 여당의 집중포화, 특히 후보 흠집 내기에서 살아남는 것이었다.

아무리 철저하게 감췄다고 해도 어디에 눈이 있을지 모르니 당분간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자, 그럼···.”


우선은 눈앞에 직면한 업무부터 처리할 차례.

대선이 다가오니만큼 중앙지방검찰청 또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부장 검사인 만큼 업무의 강도가 높다.

산더미처럼 쌓인 검토 서류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을 때였다.

띠리리리-

내선으로 연결된 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네, 하준원입니다.”


조금 전 통화와는 음성의 톤부터 다르다.

어떻게 보면 공과 사가 분명하고, 어떻게 보면 이중인격자와 같이 소름이 돋는다.

그만큼 철저한 그가.


“···뭐?!”


감정의 동요를 숨기지 못한다.


“지, 지금 누구라고?”


검찰청 입구, 출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경비팀에서 온 전화였다.

자신과 약속이 되어 있다는 누군가.

하지만 그의 일정에 누군가의 약속이 잡혀 있진 않았다.

평소라면 약속이 없다며 단칼에 끊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유라?”


우연일까?

그도 잊고 있었던, 조금 전에야 떠올린 그 이름을 언급하는 이가 나타났다.


“···아. 내가 약속이 있었던 걸 깜빡했군요.”


순식간이었다.

놀란 마음을 다잡으며 평소의 부장 검사로 돌아왔다.


“올려보내세요. 제 손님입니다.”


뚝-

그렇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후.


‘정한성. 정유라.’


겹치는 성씨.

물론 대한민국에 정씨가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4년 전, 취미로 보던 한 커뮤니티에서 검찰청 시위녀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자신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욕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조사했다.

정유라에 관한 모든 것을.

그리고 그녀가 시위하고 있는 그 내용에 대해.

흔히 있는 일이었다.

양아치 기업의 작업과 인수, 그리고 권력을 이용한 뒤집어씌우기까지.

그리고 그 가족 관계 중에는.


‘동생이 있었지. 이름이 분명 정한성이었고.’


오래전, 스쳐 지나가듯이 본 이름이지만,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인 그는 그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째서?’


설마 그 노숙자가 입을 놀린 건가?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이제 나갈 때도 되었고, 자신과 피해자, 두 곳에서 돈을 뜯어낼 수도 있을 테니까.

아니면.


‘흥신소? 그것도 아니면 어디서 증거를 확보한 건가?’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골치가 아프다.

하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이번에 확실히 끝내야겠군.’


감방에서 나올 노숙자, 흥신소, 그리고 정유라의 남은 잔재까지 모두 말이다.


*


“그럼.”


안내를 맡은 이가 인사를 하며 물러난다.


“···.”


사라지는 그 모습을 짧게 응시하며.

똑똑.

정면에 보이는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그 음성을 듣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북부 대공이라는 감정의 절제를 뚫고 내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음을.

하지만 애써 표정을 숨겼다.

최대한 무심을 유지한 채.

끼익.

문을 열었다.

드러난 공간.

부장 검사에게 따로 배정된 집무실이니만큼 여러 사람의 손님을 응대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넓다.


“···.”

“···.”


자연스레 허공에서 얽히는 시선.

놈의 시선은, 뭐랄까.

마치 범죄자를 심문하는 듯한, 내 전신을 샅샅이 훑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일단 앉으시죠.”


탐색을 마친 놈이 자리를 권한다.

권한 자리, 왼쪽 소파에 앉았다.

조금 느릿하게 맞은 편 소파에 앉은 그가.


“정유라 씨 사건과 관련해서 할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놈의 역겨운 입에서 누나의 이름이 나왔다.

참지 못하고 손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만약 들어야 할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북부 대공이라는 특성이 없었다면 놈의 숨은 이미 끊어져 있었을 테지.


“하하! 많이 긴장한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사건에 대해 말할 게 있다면 얼마든지 하십시오.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는 것 또한 검사의 본분 중 하나이니 말입니다.”


말이 없는 건 긴장해서 그렇다고 생각한 모양.


“게다가 정유라 씨는 길을 오가다 몇 번 이야기를 나눠 봤던 사람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던 그 의연한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왜.”


아무래도 안 되겠다.

놈의 입에서 누나의 이름이 나오는 걸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예?”

“···왜 그랬지?”


그래서 말문을 열었다.


“···무슨?”


갑작스러운 하대에 표정이 굳는다.


“젊고, 잘생기고, 배경도 좋고. 손짓만 해도 네 더러운 성욕을 해소해 줄 사람들이 줄을 섰을 텐데.”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누나였을까.

미인이라서?

물론 누나가 빼어난 외모를 가진 건 맞다.

그러나 하준원은 누나 이상의 미인을 거느릴 수 있을 만한 능력자였다.

성욕을 풀 생각이라면 얼마든지 주위에 널려 있을 텐데 왜 위험을 감수하고서 누나를 범하려고 했을까.


“···갑자기···.”

“설마, 이상 성욕이 있나?”

“말도 안 되는 소릴!”


감이 말한다.

끼릭.

진실의 저울이 말한다.

거짓이라고.

놈은 강제로 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이상 성욕이 있는 정신병자라고.


“그렇군. 그래서 누나를 건드렸군. 어차피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자기 삶을 포기한 이. 누구 하나 지켜줄 사람 없이 외로운 싸움을 하는 누나라면 혹 일이 잘 못 되어도 얼마든지 사건을 덮어버릴 수 있을 테니까.”


이상 성욕을 가진 놈에게 있어서 누나는 손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가족은 물론 배경조차 없는, 홀로 외로운 싸움 중인 누나라면 건드려서 탈 날 확률이 낮으니까 말이다.


“···정유라 씨 사건과 관련해서 할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계속 이상한 소릴 할 생각이라면 그만···.”

“너는 네가 똑똑한 줄 알지.”


불쾌감을 표시하는 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신의 지위와 배경을 믿고, 누구도 나를 함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차기 대선 후보가 아버지이며, 심지어 굴지의 대기업을 외가로 두고 있다.

심지어 본인 또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부장 검사 아닌가.

세상의 그 누가 있어서 하준원을, 이 놀라운 배경을 가진 이를 함부로 건드릴 수 있을까.

하지만.


“세상이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단순한 구조가 아니야. 변수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지를 수 있는 이들이 존재하거든.”

“···.”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예의를 차렸다.


“···네가 그런 비상식적인 사람이라 말하고 싶은 거냐?”


조금은 본색을 드러낸다.

신중하게 나를 바라보며 언제든 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따로 격투기나 호신술을 배운 것 같은데, 우습기만 하다.


“아니. 상식 밖은 아니지.”


비상식?

그건 그저 객기를 부리는 일부 돌아이들을 말하는 것.

나를 그러한 범주에 포함시킬 순 없다.


“논외. 너 같은 변태 새끼를 심판하는 논외의 존재라 할 수 있겠지.”

“미친···.”


놈의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기 직전.

꽈악.

놈이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 내 손아귀는 놈의 낭심을 움켜쥐었다.


“뭐, 뭐?!”

“살인을 한 자 살인으로 다스리고, 고추를 함부로 놀린 놈은···.”

“미친! 아, 아니 그만···!”


하지만 놈의 말이 끝나기 전.

퍼억!

바위조차 간단히 으스러뜨릴 수 있는 악력으로 연약하기 그지없는 놈의 불알 두 쪽을 터뜨렸다.


“끄으으아아아악!”


그리고 놈의 입에선 흡사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고추를 잘라버려야지.”


그래.

짐승의 입에선 말이 아니라 짐승의 울음이 나와야 하는 법.

지금, 고통에 젖어 울부짖는 그 모습이야말로 녀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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