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2회차 탑 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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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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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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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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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자의 시간(11)

DUMMY

대한민국 검찰청은 철저한 보안과 검색으로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한 장소 중 하나였다.

그런데.


“끄으으아아아악!”


그곳에서 울려 퍼지는 끔찍한 비명.

흡사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소리의 근원지는 부장 검사의 집무실이었다.


“여, 영감님!”


각자의 업무로 바쁘던 평검사, 그리고 수사관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하지만 그들이 볼 수 있었던 건.

휘이이이잉-

깨진 유리창과 그곳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


“···.”


그리고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피였다.


“뭐, 뭘 하고 있어. 얼른 신고해!”

“영감님이 납치됐다!”

“씨발, 이게 무슨!”


조용하던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

대한민국 검사가, 그것도 세간의 주목을 받는 부장 검사 하준원이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 것이었다.


*


페더 폴.

낙하할 때의 속도를 감속시키는 전혼.

사실 이 능력은 탑에서 그리 유용하진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고층 건물이나 높은 지형을 맞닥뜨릴 일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걸 얻었을 때는 이미 낙하라는 것에 피해받지 않을 정도의 능력치를 지닌 상태였던 터라 더 그랬다.

그런데 이게 현대에 오면서 달라졌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현대에서 페더 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특히 나와 같이 복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이건 무척 유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

고층 건물에 속하는 검찰청.

덕분에 전혀 탈출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그곳에서 손쉽게 탈출하여 하준원을 빼돌릴 수 있었다.

촤아악!

준비한 물을 놈의 몸에 쏟아부었다.


“으으-”


고환이 터지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있었던 놈이 깨어난다.


“너, 넌···? 여기는···?”


아직 완전히 의식이 깨어나지 않아 흐리멍덩한 모습이다.


“인적이 드문 곳.”


놈의 물음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개발 지역으로 선정되어 모두가 떠나버린 곳.

이곳은 집터와 폐가만으로 가득한, 인적이 드물다 못해 없는 곳으로, 특별히 녀석을 데려오기 위해 물색해 둔 장소 중 하나였다.


“자, 잠깐! 분명히 네 녀석이···.”


조금 정신이 돌아온 걸까?

의식을 잃기 전 있었던 일을 기억한 모양이다.

손발이 묶여 있었기 때문에 시선이 자신의 소중한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 보이는 건.


“으악, 으아악!”


새어 나온 피로 붉게 물든 바지였다.

그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떠올린 녀석이 비명을 질러댔다.


“너, 너 이 새끼. 죽여버릴 거야. 내가 널 가만히 둘 것 같아!”


그와 함께 저주를 내뱉는다.

자신을 고자로 만든 나에 대한 원망을 가득 담아서 말이다.


“이상하지 않아?”


하지만 놈의 저주 따위는 내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고환이 터졌는데도 고통이 없다는 게.”

“무, 무슨···?”


그제야 의식하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은 듯 의문 어린 눈빛을 보낸다.


“내가 특별히 치료를 해뒀거든.”


거짓말이 아니다.


【응급 치료】


비록 다른 치유 특성보다 치유라는 효과 자체는 약하지만, 고통을 덜어주는 마약성 진통제 효과를 겸하고 있다.

덕분에 놈은 고환이 터진, 그 끔찍한 충격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중이었다.

아니었다면 아무리 정신력이 대단해도 울고불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왜 그랬는지 알아?”

“···무슨 소릴 지껄이려는 거지?”

“네가 고통받길 원하거든.”

“···.”

“누나가 네 놈에게 당했던 그 치욕과 고통, 그것의 천 분, 만분의 일이라도 느껴야 하는데, 이렇게 쉽게 가면 곤란하잖아.”


놈은 쉽게 죽어선 안 된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누나가 느꼈을 고통의 일부라도 느끼기 전에는 절대 죽을 수 없다.


“너,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그건 뻔한 패턴이었다.


“나 대한민국의 부장 검사야. 공권력이, 그리고 우리 집안이 널 가만히 두지 않을 거다.”


그래.

충분히 이해한다.

배경이 배경인 만큼 자신감이 있겠지.

그러니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용서를 비는 것보다는 나를 협박하는,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확실히 대단한 배경이긴 해. 기업인과 정치인을 잡아들이는 스타 검사. 아버지는 야당의 대선 후보, 어머니는 새한그룹의 차녀이자 새한 백화점의 오너.”


대한민국에는 많은 금수저가 있다.

하지만 이자, 하준원은 다이아몬드 수저라 해도 과하지 않은 엄청난 배경을 자랑했다.


“그걸 알면 빨리 푸는 게 좋을 거야. 그나마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고 여기까지 한다면 눈 감아···.”

“그래서 생각해 봤거든.”


하지만 적어도 내게 놈의 배경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네 그 대단한 배경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개소리!”

“그래. 지금은 개소리 같겠지. 하지만 내가 계획을 실행한 뒤에도 네 입에서 똑같은 소리가 나올지, 한 번 지켜볼게.”

“미친 새끼! 빨리 이거나 풀어. 정말 일을 키우고 싶어서···.”


뒷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툭.

고개를 떨군 놈이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수면향】


수면 가스와 비슷한 성분을 뿜어내어 쥐도 새도 모르게 상대를 잠들 수 있게 해주는 특성 덕분.


‘아직은, 아직은 희망을 품어.’


그 희망이 클수록 내가 돌아왔을 때 느낄 참담함의 크기는 더욱더 커질 테니까.


*


『서울 전원주택단지』


드림 빌리지라 불리는 유명한 부촌.

출입 카드가 없으면 접근조차 불가능한 부자 단지에서도 가장 거대한 크기의 저택을 자랑하는 집 안.


“대체 이게 무슨···.”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모를 잃지 않은, 어딜 봐도 사모님 소리를 들을 법한 우아한 모습의 여인이 거실을 서성이고 있었다.


“정신 사납게, 앉아.”


그런 여인을 나무라는 이.

머리가 하얗게 세 조금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중년인의 말에.


“당신!”


신경질적으로 중년인을 바라본다.


“지금 내가 제정신이겠어요? 아들이, 준원이가 납치됐다고요!”


여인은 새한그룹 회장의 차녀이자 새한 백화점의 오너인 김여정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녀의 맞은편에 있는 건 현 야당 대표이자 대선 후보로 낙점된 하성태 국회의원.


“알아.”

“아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냐고요!”

“잡을 거니까.”

“···.”

“놈이 어떤 놈이든, 무엇을 원하든 준원이를 되찾고 반드시 놈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셈이니까.”


조금 전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슬하의 유일한 아들인 하준원이 괴한에게 납치되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말이다.

멀쩡히 검찰청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아들의 납치 소식에 어머니 김여정은 걱정과 근심을, 아버지 하성태는 조용한 분노를 발산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분노는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반드시 아들을 납치한 괴한을 잡을 거라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사냥개들을 풀었으니 조만간 소식이 오겠지.”


모름지기 정·재계의 인물이라면 휘하에 별도의 세력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특히 이 집안에는 새한그룹과 하성태가 합작하여 만든 사냥개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추적꾼.

그들이 움직인 이상 아들을 납치한 범인은 조만간 그들의 앞에 나타날 것이다.

개처럼 엎드려 살려달라며 빌면서 말이다.

띠리리리리-

확신을 담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려 퍼지는 벨소리.

그건 웬만한 이는 알지 못하는 집의 전화가 울리는 소리였다.

덜컥.

수화기를 든 하성태.


“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음성.

그리고 다음 순간.


“뭐?!”


깜짝 놀란다.


“놈이, 준원이를 납치한 범인이 왔다고?”


잡았다가 아니라 왔다.

범인이 제 발로 호랑이의 굴로 찾아왔다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


“···데려와.”


잠깐 생각하는 듯하던 그가 명령을 내린 후 통화를 끊었다.


“범인이 제 발로 왔다는 건가요?”


아내의 말에.


“그렇다는군.”

“목적이 뭘까요?”


보통은 아들이 무사한지, 왜 납치했는지, 그런 부분을 궁금해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상위 0.1%.

아무리 집안과 배경 탓이라 해도 이 자리에 오를 정도의 사람들은 생각하는 구조 자체가 일반인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모르지. 다만, 어떤 수작을 부리던 놈은 여기서 얌전히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


이미 저택 주변에 개인 경호원들과 사냥개들을 풀어두었다.

어떤 식으로든 범인이 도망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만 할 거다.’


그건 공개적인 처형이 될 예정이었다.

놀랍게도 하성태는 지금, 아들이 납치된 상황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대선 출마를 앞두고 왜?

그건 자신과 아들이 그간 신념으로 삼아온 ‘정의’를 보여줄 기회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위기에도 타협하지 않는, 그리고 정의를 실천하는 지도자!’


이번 납치 사건을 계기로 아들을 납치한 괴한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정의로운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터였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영악한 자.

정치판에서 10년 이상 구른 능구렁이는 벌써 대선에서 승리한 것처럼 기쁨에 취해 있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


범인이 집 안에 발을 들였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저택의 경호를 맡고 있는 경호원 10명이 옴짝달싹 못 하게 제압한 채였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범인을 바라본다.


“자네인가? 내 아들을, 준원이를 납치한 범인이?”


기껏해야 20대 초반.

게다가 범죄를 행하기에는 체격이나 인상도 평범하다.

오히려 유약한, 소위 말하는 범생이 이미지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질문에 이어지는 짧은 답.

스스로 왔다곤 하지만, 주위에 위압감을 조성하는 경비가 있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리고 하성태는 이러한 객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이게!”

“감히!”


그 성격을 알고 있는 경비원들이 힘을 주어 무릎을 꿇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퍼퍽!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인간이, 그것도 덩치가 큰 사내들이 허공을 나는 놀라운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쿵, 쿠웅!

굉음을 내며 지면에 나동그라진 이들.


“의원님!”

“뒤로!”


위기 상황에 나선 건 하성태 의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던 두 사람.

철컥!

그리고 그들은 품속에 넣어두고 있던 총을 장전했다.

대한민국은 총기 소지가 불법이었지만, 하성태 의원은 그러한 법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권력자였다.

푸슝!

소음기로 인해 확연히 줄어든 소음과 함께 발사된 총알.

그 순간 대부분은 직감했다.

주제도 모르고 덤벼든 범인은, 이 젊은 사내가 피를 흘리며 쓰러질 것이라고.

그러나 그러한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팟!

무언가 선이 움직이는 듯했다.

그 기이한 느낌과 함께.

퍼억, 퍽!

다시금 들려온 타격음.

그건 분명 총알이 살점과 내장을 꿰뚫는 소리가 아니었다.

턱.

어깨에 올려지는 손.


“···.”


강심장을 가진 하성태 의원도 이 순간만큼은 긴장을,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뻣뻣한 기계처럼 돌아간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시간을 끄는 건 좋아하지 않으니, 단도직입으로 말하지.”


처음처럼 무표정을 유지한 사내가.


“하성태 의원, 당신 아들을 버려줘야겠어.”


메마른 음성으로 충격적인 내용을 전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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