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와인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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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똘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9 17:29
최근연재일 :
2024.09.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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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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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아버지는 일찐짱!

DUMMY

8화



서울로 오는 내내 디오니소스는 뭐에 충격이라도 받은 건지,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디오니소스는 와인을 연거푸 마셔대며, 쓰린 마음을 달랬다.


“···난 아버지가 저런 모습일 줄은 몰랐어.”

“예?”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천둥이 안녕’까지는 괜찮았는데, ‘좌로 댄스, 우로 댄스’까지는, 흡···!”


너무 진지한 얼굴로 말해서, 장난이나 거짓말 같지도 않았다.


명색이 아버지에, 신들의 왕이라는 양반이 동물원 사자의 모습으로 댄스나 추고 간식이나 받아먹고 있으니 어련할까.


“에휴, 힘내요.”


감정 없는 위로를 건네며 디오니소스 몰래 닭다리 하나를 더 주워먹었다.


“그나저나, 사자한테서 어떻게 단서를 찾지.”


T발놈 소리를 들어도 할 말 없다.

천둥이가 우리 아빠였어도 난 저런 반응 안 보였을 것 같은데.


혹시, 보기 드문 효자인가?


디오니소스는 말없이 맥주 500ml 캔 하나를 까고는 그 많은 걸 단번에 다 비웠다.

···저 남자는 목구멍이 일자야?


그때.


띵동, 띵동-


별안간 현관문 벨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겨, 새벽 한 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부모님은 호주 여행 중이라 지금 시간에 따로 올 만한 사람도 없었다.


“지금 시간에?”

“누구 초대라도 했나?”

“설마요. 제가 나가볼 테니까, 현관에서 비명이나 큰 소음이나 누구 죽어가는 소리 들리면 바로 저기 부엌에서 칼 뽑아 들고 뛰어오셔야 해요.”


혹시나 몰라 나는 디오니소스에게 두 번, 세 번 당부하며 다 마신 데킬라 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무적의 돈훌리오 1942, 출격이다.


그렇게 긴장한 채로 인터폰 화면을 보았는데.

인터폰 화면에는 아주 멀쩡해 보이는 외국인 중년 남성 한 명이 서 있었다.


“누구세요?”


만땅으로 취한 사람이 집을 잘못 찾았나.


무언가 어물어물 말하는 것도 같은데···

인터폰으로 목소리 입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양인지, 소리가 아주 아주 작게 들렸다.


내심 취객이 아니라 괴한일까, 걱정은 되었지만, 인터폰 속 남자는 양손에는 든 것도 없었고 나이도 50대 후반, 60대 초반으로 보였다. 나와 돈훌리오 1942 둘이서도 충분히 제압 가능한 상대였다.


나는 묵직한 돈훌리오의 병목을 고쳐잡으며 안전고리를 건 현관문을 조금 열어보았다.


인터폰으로 봤을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대면하니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 났다.


그러니까, 뭐랄까. 굉장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명화? 외국 배우였나?


아, 아니다.


이 얼굴은···


“···제우스?”

“디오니소스가 여기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버지?”


본인도 쫄았는지 덜덜 떨며 현관으로 뒤따라온 디오니소스가 말을 잇지 못했다.

양손에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으로 된 와인병을 든 채다.


아니 저 인간 아니 양반은 칼 들고 오랬더니, 뭔 저런 걸 들고 와.


“디오야!!”

“아빠!!”


남은 건 이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부자 상봉만 남은 건가.


“···이 웬수 같은 놈!!”


아, 아니구나.


눈물 없이도 볼 수 있는 부자 상봉이 한판 이루어졌다.



***



“나이를, 그렇게 처먹었으면! 의젓해야 할 것 아니냐! 중간에 아버지를 찾긴, 왜 찾아?! 누가 보면 네 애비 상이라도 치른 줄 알겠더구나!”


아주 자연스럽게 사랑의 매로 사용할 만한 물건을 찾기에, 나는 돈훌리오 빈 병을 등 뒤로 스리슬쩍 숨겼다.


이걸로 맞다간···

그가 암만 신이라 해도, 분명 주님의 품으로 갈 테다.


나의 친구 1942는 그런 친구였다.


“아버지가 너무 반가워서 그만···! 우리 19세기 이후로 처음이잖아요!”

“한 번 더 그런 채신머리없는 행동했다간 평생 애벌레랜드 미니주에서 살 줄 알아! 그리고 그놈의 머리도 좀 자르고!”


애벌레랜드 미니주라면 그 토끼랑 염소랑 기니피그랑 있는 곳?

영원히 염소로 살게 해주겠다는 말씀을 이렇게 하시네.


제우스는 디오니소스와 똑닮은 금발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식탁에 앉아 디오니소스가 마시던 와인을 뺏어 마셨다.


“···풉!”


와인이 머금어진 것도 잠시, 그의 입에서 붉은 와인 분수가 흩뿌려졌다.


“이게 무슨 맛이냐?!”

“맛이 없으세요?”

“맛이 없다마다, 내 이렇게 맛이 없는 포도주는 처음이다! 디오야, 네가 만든 와인을 다오.”

“아시잖아요, 여기에는 없는 거.”


제우스는 남은 치킨 한 마리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는 제대로 된 와인을 달라며 주먹 쥔 손으로 바이킹마냥 식탁을 쾅쾅 두드렸다.


그러고 보니 이건 기회였다. 두 번째 열쇠를 찾을 수 있는 기회.


“디오니소스가 만든 와인은 얼마나 맛있길래···.”


나는 일부러 7세 아동마냥 의도 가득 섞인 혼잣말을 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제우스에게 부러 잘 보이기 위해 아끼고 아껴둔 샤또 오브리옹 1982 빈티지를 꺼냈다.


이게 바로 그 일 년간 적금을 때려 부어 구매한 와인이다.


제우스는 와인을 받아마시곤 눈썹을 씰룩였다.


“저 녀석이 만든 것도 아닌데, 맛있구나.”

“그러면 혹시 디오니소스가 만든 와인 맛이 어땠는지나, 어떤 종류였는지나, 아니면 디오니소스의 와인을 마신 다른 분이 있는지 등, 아무거나 알려주실 수 있나요···?”

“어허, 내가 순순히 알려줄쏘냐. 암만 웬수 같은 자식이어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지. 안 그래?”

“······.”


제우스는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명색이 최고 신이라고, 그는 내기의 내용까지 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하지.”


샤또 오브리옹 한 잔을 기쁘게 다 마신 제우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자네가 이 땅에서 와인을 만든다면, 꼭 거쳐 가야 할 사내가 있지. 그 남자의 합격점조차 못 받을 거면, 자네는 와인 만들 자격? 없어. 와인으로 성공한다는 꿈 깨는 것이 좋네.”

“아버지, 혹시-”

“그래. 하데스한테서 와인으로 합격점을 받아와 봐. 그럼 내, 너를 찾아가마.”


천둥이의 흔적은 온 데 간 데 찾아볼 수 없는 중년의 신사는 꼿꼿한 걸음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럼, 다시 보지.”



***



“큰아버지라니, 큰일났다. 아버지는 왜 하필 큰아버지를···.”


제우스가 떠나자마자 디오니소스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뭔 소리를 그렇게 중얼대나, 싶어 바라보니, 흰 얼굴이 겁에 질려 더더욱 희게 질려 있는 채였다.


“왜, 왜 그래요?”


덩달아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느낀 나머지, 목소리에서는 당혹감이 물씬 배어 나왔다.


“너, 우리 큰아버지 알아?”

“큰아버지요?”

“하데스.”

“그럼요. 죽음의 신 아니에요?”


소싯적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탐독한 사람으로서, 하데스가 뭐 하는 신인지는 모를 리 없었다.


“우리 큰아버지는 죽음을 관장하기도 하지만, 재물··· 재물을 관장하기도 한다고.”


하데스와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저 뻔뻔한 양반이 저런 행동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런데, 죽음이랑 재물을 관장하는 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


“그게 왜요?”

“큰아버지가 현재 뭐 하시는 줄 알아? 네놈, 그거 알면 큰아버지한테 간다고 말도 못 할 거다.”

“뭐, 상조회사나 장례식장, 이런 거 운영하시는 거 아녜요? 얘기나 해봐요. 난 이제 더 놀랄 것도 없어요.”


차기 미국 대통령의 눈을 피해 애벌레랜드 사파리로 들어간 제우스를 보고 나니, 그 어떤 걸 들어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다.


“아디스 그룹, 알지?”

“당연하죠. 우리나라 재계 서열 2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인데.”

“그 아디스 그룹이 어떤 사업 기반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

“거기 호텔로 시작한 곳 아녜요? 조폭이 운영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우리나라 거대 기업 중 하나인 아디스 그룹은 호텔, 리조트 쪽을 주력으로 밀고 있는 회사였다.

이 밖에도 카지노나, 금융, 보험 등 다양한 사업을 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사업이 하나같이 약간은 음습하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맞아, 아디스 그룹의 임원진들은 여전히 명계회 인원들로 이루어졌지.”

“명계회요···?”


국내영업팀에서 일하는 동기에게 들었던 그 이름, ‘명계회’.


국내 주류 기업 영업팀에서 일을 하다 보면, 종종 클럽 사장님과 같은 분들과 친분을 쌓게 된다.

현시대에 클럽을 운영한다? 당연히 어둠의 세계에 반 이상 걸쳐 있거나, 어둠에 세계에 속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비록 국내영업팀은 아니라 그럴 일은 없었지만, 동기와 술자리를 가지며 이야기하다 보면 그쪽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꼭 나왔다.


그 중 명계회에 대한 이야기는 딱 한 번 들었는데도, 뇌리에 남아 사라지지가 않았다.


짧게 축약하자면 이야기는 이랬다.


신제품 영업을 위해 거래처에 갔더니, 클럽 내부는 완전히 피떡이 되어있었고, 오로지 명계회 조직원 딱 한 명만이 멀쩡한 모습으로 피칠갑이 된 회칼을 들고 서늘하게 동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는 이야기였다.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고, 여전히 국내영업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는 동기 녀석이 너무나 대단하게만 보였다.


“명계회가 아디스 그룹의 배후라니···.”

“···그리고 그 회사 총수가 우리 큰아버지야.”


아?


순간 ‘내가 뭘 들은 거지?’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아디스 그룹은 명계회가 운영하는 회사인데, 그 아디스 그룹의 임원진들은 아직도 조폭이고··· 디오니소스의 큰아버지 하데스는 ‘그 아디스 그룹’의 총수라는 얘기지?


“잠깐, 그러면 그쪽 큰아버지가 명계회 회장인 거예요?”


디오니소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즉, 나는 하데스를 만나기 위해 미친 조직폭력배 소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고?”


끄덕, 끄덕.

죽음의 신이라기에, 단순히 상조회사, 장례식장 이딴 걸 상상한 내가 바보지.

올림포스의 어둠을 담당하고 있었던 하데스는 현재 대한민국 어둠의 세계 1짱을 먹고 있었다.


“···돌겠네, 진짜.”


하지만, 어쩌나.

그래도 가야지···.


작가의말


Premium Tequila 'Don Julio 1942' Officially Lands/></p><div><br/></div><div><img src=


와인아트피아 [모젤 크리스마스 리슬링]

크리스마스 와인병도 맞으면 많이 아플 것 같긴 합니다. ^^
남은 명절 연휴도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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