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가문의 후계자는 악마와 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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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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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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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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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1)

DUMMY

1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1)


“라온! 이 꽃의 이름이 뭔지 알아?“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정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정원을 장식하고 있었다.


연갈색 머리를 허리까지 곱게 땋아 내린 이제 막 1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그 꽃들 중 특유의 붉은색 꽃잎을 자랑하는 꽃 하나를 조심스럽게 꺾어 마찬가지로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 누워있는 잔디로 다가가 눈앞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잔디에 누운 채, 눈을 감고 있던 소년은 못마땅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지금과 같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순간은 소년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난 꽃에 관심이 없다고.”

“이 꽃, 너랑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 라이온이라고 하는 꽃인데 이 꽃의 꽃말이 잊히지 않는 영원이란 뜻이야. 그 때문인지 라이온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꺾거나, 자연에 의해서 피해를 입지 않는 이상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고 해.”

“알 게 뭐야.”


자신의 머리색과 닮은 듯한 붉은 꽃을 잠시 바라보던 소년은 이내 흥미가 영 생기지 않는지 다시 잔디에 몸을 뉘었다.


여자들이나 흥미를 느끼는 꽃 따위는 진정한 남자들의 관심사인 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소년은 몸 옆에 놓인 목검을 쓰다듬었다.

차가운 감촉, 이 느낌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검이라고는 인연조차 없는 가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펜과 글보단 이 검이 소년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레닌 발레스타 역시 태어날 때부터 검 한 번 쥐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발레스타 가문은 제국이 세워졌을 무렵부터 황제를 도와 국정을 살피던 관리 가문이었다.

그 탁월한 능력 덕분에 후대를 걸쳐 후작의 작위까지 오른, 제국의 발전과 함께했던 가문이라고 보면 되었다.


“그리고 이 꽃이 바로 내 이름과 비슷한 마이린이란 꽃이야.”


소년이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손에는 다른 꽃이 들려 있었다. 라이온이라고 불리는 붉은색 꽃과는 다른 분홍색의 아름다운 꽃.


봄의 향긋한 꽃내음 그 자체,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향긋한 냄새가 소년의 코를 자극했다.


“꽃말은 사랑. 우연치곤 재미있지 않아? 이 두 꽃의 꽃말을 합치면 잊히지 않는 영원한 사랑이야. 마치 우리들 같잖아.”

“마린, 넌 너무 옛날부터 쓸데없는 것에 관심이 많은 듯해.”


무심결에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에 소년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쓸데없다니!? 라온, 넌 정말 낭만이라고는 없는 남자구나. 흥!”


볼을 잔뜩 부풀리며 토라진 듯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는 마린.

그 모습에 라온은 이마를 짚으며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늘 당부했던 말이 떠올렸다.


‘여자는 그 무엇보다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대해야 한다고 했지.’


당시에는 아버지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마린과의 만남 이후로 라온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당장 마린의 삐진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선 영 내키지는 않지만 직접 행동으로 나서야 했다.

이대로 두면 며칠은 골치가 아파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줘. 빈 꽃병에 꽂아서 내 방에 두게.”

“정말? 남자가 치사하게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다!? 히히히!”


언제 삐졌냐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리는 마린을 보며 라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단순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 정확히는 결국 이렇게 될 것이란 것을 안 치밀한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상황을 다 예상하고 접근한 것이 분명하지만 가끔은 져줘야 할 때를 알고, 확실하게 지는 것도 중요한 법.

그 빈도수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자주 지금과 같은 비슷한 상황이 자주 있었던 것 같았다.


뜻하지 않게 마린에게서 받은 두 송이의 꽃과 함께 발레스타 가문의 저택에 도착한 라온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빈 꽃병에 꽃을 꽂고 물을 채운 다음 빛이 잘 드는 창가에 두었다.


붉은색의 금방이라도 타오를 듯한 붉은 꽃과 아름다운 분홍색의 꽃이 서로를 마주한 채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뭐···나쁘지 않을지도.”


한참을 그렇게 꽃을 바라보던 라온이 오후에 있을 검술 수업을 듣기 위해 막 움직이려던 때, 다급한 표정으로 소년의 방문을 벌컥 열고 한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남들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키에 뿔테 안경을 착용한 젊은 남자의 정체는 바로 이 발레스타 가문의 주인인 레닌 발레스타의 아들 라온 발레스타의 개인 집사였다.


“라, 라온님! 큰일 났습니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렇게 다급하게 들어오는 거야. 아델?”


평소 예의와 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아델에게 있어 좀처럼 보기 힘든 다급함이었다. 어떠한 일에도 침착함과 차분함을 잃지 않던 그였지만 어째서인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시, 심판관입니다! 심판관을 대동한 채 황실의 근위 기사단과 근위병들이 가문의 저택을 포위하고 가문의 식솔들을 모조리 포박하고 있습니다!”


심판관은 포페라 대륙의 유일신 헬레나를 모시는 신성 제국에서 대륙 곳곳에 잔존하고 있는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과 그 세력을 잡아들이고 벌하기 위해 신성 제국에서 파견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러한 심판관이 움직였다는 것은 발레스타 가문에 악마와 관련된 존재가 있다거나, 혹은 악마와 관련된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데.


“심판관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심판관이 어째서······.”


어째서 갑자기? 물론,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느 쪽이든 발레스타 가문에게 득 될 것은 없었으니까.


* * *


“레닌 발레스타는 들어라! 여기 이 칙서는 신성 제국의 교황께서 직접 작성한 칙서다! 지금부터 칙서에 적힌 내용을 낭독하겠다!”


비록 이곳이 신성 제국이 아닌 레안데르 제국에, 그것도 제도라지만 신성 제국이 모시는 헬레나는 포페라 전 대륙의 유일신으로서, 레안데르 제국 황제의 권위가 닿는 곳이 제국령에 한정되어 있다면 교황의 권위는 포페라 전 대륙에 닿는다고 보면 되었다.


즉, 아무리 이곳이 제국의 수도고 발레스타 후작이라지만 교황의 칙서 앞에서는 결코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었다.


두 손으로 고급스러운 두루마리를 조심스럽게 펼친 심판관은 칙서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칙서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죄인 레닌 발레스타는 자신의 저택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몰래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 금기시되는 마법진이 발견된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었다. 이에 신을 대신하여 심판을 내린다! 이미 제국의 황제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순순히 죄를 실토하시지요. 발레스타 후작!“


심판관이 두루마리를 접는 그 순간, 기다리다 못한 레닌 발레스타가 얼굴을 붉히며 몸을 일으켰다.

이건 무언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칙서의 내용을 듣자 하니 저택에 악마 소환 마법진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교황이 칙서를 작성할 당시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 시기가 너무나도 절묘했다.


저택 지하에 있는 창고를 정리한 것이 불과 이틀 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분명 마법진 같은 것이 없었다. 


누군가가 그 짧은 시간에 마법진을 그린 것도 그린 것이지만, 그 정황을 포착해서 신성 제국에 있는 교황이 있는 신성 제국의 수도에까지 전달되었다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마치 잘 짜인 연극 같이 너무나도 딱딱 들어맞는 상황에 레닌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제 저택에서 저도 모르는 악마를 소환하는 마법진이라니요?”

“이미 그대도 직접 확인하지 않았던가.”


심판관의 단호한 말에 레닌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의 말대로 레닌 역시 자신의 저택 지하실에서 발견된 피로 그려진 마법진을 두 눈으로 조금 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확실한 증거. 이미 저택에서 악마를 소환하는 마법진이 발견된 이상 죄를 회피하기란 무리였다.


“그건···그렇지만, 이건 무언가 이상합니다. 억울함을 풀 기회를 주십시오. 제대로 된 조사를 부탁드립니다. 창고를 청소한 것이 불과 이틀 전입니다! 저는 정식으로 재판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억울하게 당할 수는 없었다. 레닌은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대로 된 조사를 원했다.


신성 제국의 심판관 파견 절차는 각 도시에 있는 신전에 보고 되는 무수히 많은 악마와 관련된 정황 중 타당하거나, 직접 확인해볼 필요성이 있는 보고를 추리고 추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각 신전에서 일차적으로 추린 후 신성 제국으로 전한다고는 하나 억울하게 누명을 당하는 존재들도 역시 존재했다. 


누군가에게 앙심을 품거나 질투, 혹은 모종의 계략으로 사람을 처리하기 위해 악마 보고가 악용되다 보니 신성 제국 역시 심판관에 의해 즉결 처형을 당하기 전, 마지막 기회인 신성 재판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아니, 재판은 없다. 자네처럼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경우 재판은 불필요하지.”


레닌은 어째서 자신의 가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그 해답을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휘슬리 레안데르. 레안데르 제국의 둘째로서 탐욕스러운 인물이자 욕심쟁이였지만, 그의 머리는 굉장히 비상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것도 마다하지 않고,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행할 인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 역시 그가 움직였을지도 몰랐다.


어떻게 된 일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었지만, 레닌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2 황자가 모든 일을 꾸몄다고 말하기에는 증거도 없을뿐더러, 지금 황실을 장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말하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까웠다.


“설령 그대가 직접 마법진을 그린 것이 아니라도 그대의 저택에서 발견된 순간 죄에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심판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뒤에 서 있던 근위 기사 한 명이 단단한 쇠로 만들어진 수갑을 들어 무릎을 꿇은 채, 허망하게 앉아 있는 레닌의 양쪽 손을 채웠다.


악마와 관련된 죄인이라면 심판관이 파견된 순간 즉결 처형을 하는 것이 맞으나 이번 일은 예외였다.


“험험. 제국의 후작이기도 하니, 나는 이만 물러가 보겠소. 뒷일은 확실하게 부탁하오.”

“예.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럼 먼저 가보도록 하겠소.”


연신 헛기침하며 수염을 쓰다듬던 심판관은 이내 흰색의 신관 복을 펄럭이며 몸을 돌렸고, 그와 동시에 저택 내부에 있는 발레스타 가문의 식솔들 모두가 병사들에 의해 줄줄이 결박당한 채 끌려 나왔다.

다만 예외가 한 명 있었으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라, 라온?”


아델에게 소식을 전해 듣고 허겁지겁 방에서 뛰쳐나온 라온은 저택을 이 잡듯이 뒤지며 식솔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고 있는 근위병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 달갑지 않은 손님들의 모습에 라온은 애써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찾아 정문으로 향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라온이 할 수 있는 것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다만 의아한 점이 있다면 다른 식솔들은 모조리 잡아들이면서 정작 근위병들이 라온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저택의 정문으로 향한 라온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수갑을 차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악마라니요!?”

“···미안하다···그저 미안하단 말밖에 할 수 없구나. 이 못난 아빠의 잘못이다. 그래. 다 내 잘못이야······.”


한눈에 봐도 당황한 듯한 라온의 목소리에 레닌은 차마 아들을 볼 수 없어 시선을 돌렸다.


제국법은 물론이고 신성 제국의 강력한 법률에 따르면 발레스타 가문은 오늘 이후로 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마 머지않아 제국의 역사에서 그 이름 자체가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악마와 관련되면 그 존재뿐 아니라 그 존재의 가족까지 모두 죽게 되는데, 어찌 라온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멸망한 가문의 후계자는 악마와 계약한다를 연재하게 된 상공이라고 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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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4) 24.09.16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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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2) 24.09.12 20 0 12쪽
» 1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1) 24.09.10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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