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가문의 후계자는 악마와 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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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4:42
최근연재일 :
2024.09.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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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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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4)

DUMMY

4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4)


“1황자 님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휘슬리가 자신의 앞자리를 가리켰다.


“언제까지 서 있을 거야?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여기 와서 앉도록 해. 너무 멀어서 잘 안 들리거든.”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연해 있었는데 마치 오랜만에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눈빛이었다.


너무나도 태평한 휘슬리의 모습에 마린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어쩔 수 없이 휘슬리의 말대로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라온과 약혼을 하기 전부터 자신을 줄곧 따라다니며 구애를 하던 것이 바로 휘슬리였으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느긋하게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는 휘슬리.


이미 마린이 무엇 때문에 직접 찾아왔는지 알고 있는 휘슬리였지만, 능구렁이같이 그녀에게 직접 듣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했다.


휘슬리는 잘 알고 있었다. 먼저 찾아가는 쪽이 아쉬운 쪽이고,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평소와 달리 오늘은 그 관계가 뒤바뀌었다.

이를 아는데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이미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무슨 말을···하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지.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을 해주었으면 하는데 마린 양?”

“1황자 님이 발레스타 가문을 제국에서 지우기 위해 수를 썼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두 주먹을 불끈 쥔 마린은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적지 않은 분노와 또, 적지 않은 공포였다.


이곳에 오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마린이 내린 답은 하나였다.


평소 그가 라온 발레스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마린은 알고 있었다.


발레스타 가문이 하루아침에 악마를 소환하려는 극악무도한 가문이 된 데에 휘슬리 레안데르가 힘이 작용했다는 것 또한.


“마린 양. 혹시 내가 누군지 잊어먹기라도 한 거야? 대놓고 황태자를 앞에 두고 그런 불경스러운 말을 입에 담다니 말이야.”


마린의 입에서 나온 말에 휘슬리는 피식 미소를 지은 채, 다시 한번 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마린의 입에서 나온 말이 꽤나 충격적인 말이었지만 휘슬리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원칙대로라면 아무리 귀족 집안의 여식이라도, 황자를 그것도 황태자의 앞에서 이러한 무례를 범한다면 그 자리에서 죽여도 뭐라 하지 못했다.


“마린 에고스트. 타릭 에고스트 황궁 마법사단 부단장의 여식이자 외동딸.”

“···.”


온화한 말투 안에 서려 있는 차가움.

마린은 휘슬리가 가문과 아버지를 언급하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마냥 입을 다물었다.


라온이 하루아침에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자 마린은 그저 라온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레안데르의 침실로 향했다.


마치 눈앞에 닥친 상황만 보고 그 뒤를 생각하지 않은 채, 사자 우리 안에 목을 들이민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황태자를 협박하여 발레스타 가문과 라온을 지키려 했지만, 마린은 아직 16살의 어린 소녀였다.


그녀가 모르고 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눈앞에 존재가 이미 황실 내부를 장악한 황태자라는 것이었다.


“마린 양이 모르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난 이미 황실을 장악했고, 황태자의 자리에 올랐어. 더 이상 그러한 협박은 내게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야.”


휘슬리의 무미건조한 말에 그제서야 상황판단이 된 마린의 꽉 쥔 주먹과 다리가 떨려왔다.

황족을 앞에 두고 해버린 황족 모독죄와 협박죄.


이 잘못된 판단 하나로 황실 마법사단의 부단장인 아버지는 물론, 가문 전체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정해. 아직 나는 화가 나지 않았으니까.”


마린이 당황하는 사이 휘슬리는 무언가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는 듯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좋은 생각이 났어. 마린 양은 발레스타 가문의 그 꼬맹이 그러니까···라온 발레스타였나? 그 녀석을 살리고 싶은 거지? 정말 아름다운 사랑이 아닐 수 없네.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가문 모두가 멸문당할 위기에 처하게 하다니 말이야.”


마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소설이나 만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과 가문을 받치는 뜨거운 사랑.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마린 역시 라온을 좋아하는 마음은 같지만 그렇다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린 양에게 특별히 한 번의 기회를 주도록 할게. 내일 있을 발레스타 가문의 사형식에 나와 함께 가는 거야. 그리고 라온 발레스타 앞에서 말하는 거지. 발레스타 가문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내가 꾸민 일이라고. 그래! 그 악마 소환 마법진을 그린 것이 나라고 말이야!”

“···!!”


휘슬리의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마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찌 분노에 사로잡혀 앞을 못지 못했는지, 마린은 후회했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그렇게 한다면 라온 발레스타는 살려주도록 할 테니까.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을 막는 것은 힘들더라도 꼬맹이 한 명 정도는 살려줄 수 있어. 대신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바로 나와 혼약을 하는 거지.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거래 아니야? 라온 발레스타도 살리고, 에고스트 가문의 멸문도 막고. 후후후.”


휘슬리는 마린이 꼬맹이 한명한테 눈이 멀어 이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문에 당장이라도 라온 발레스타를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히려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휘슬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달콤한 과일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그것도 다 차려진 밥상 앞으로.


직접 마린이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거래의 기회가 되었다.


라온 발레스타를 당장 죽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어차피 녀석은 어린 애송이에 불과했다.

녀석에게 굴욕감과 절망감을 안겨주기에 이만한 것도 없을 테니까.


그야말로 일석이조.


“···알겠어요.”

“잘 안 들리는데?”

“알겠다고요! 그렇게 하면 되잖아요······.”


부들부들 떨려오는 몸.

분노와 허무, 그리고 차가운 현실에 마린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애초부터 정해진 선택지에 불과했다.

그의 말대로 꼼짝없이 가문과 함께 죽게 될 상황과 비교하면 좋은 거래라 할 수 있었으니까.


휘슬리야 양보를 많이 했다는 것 정도는 마린도 알 수 있었다.


“현명한 선택이야. 그럼 내일 발레스타 가문의 마지막을 함께 하자. 우리의 최고의 약혼식이 될 테니까.”


오늘따라 더 향긋한 차의 향기.

다시 찻잔을 들고 차를 홀짝이던 휘슬리의 눈이 반달을 그렸다.


* * *


입이 바싹 말라 떼지지 않았다.

어젯밤 내내 감옥의 철문을 두드리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결국 바뀌는 것은 없었다.


제발 황제 폐하를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했음에도 감옥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철저한 무시.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샌 라온은 꼼짝없이 병사들에게 사형장으로 끌려갔다.

마치 영혼이 빨려 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더 이상의 반항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깨달았지만, 어째서 이렇게 죽어야 하는지 억울했다.


라온에게는 꿈이 있었다.

비록 집안 대대로 펜을 잡는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라온은 검이 좋았다.

검의 감촉이 좋았고, 수련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우연히 검을 잡게 되어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스승 헥토를 만나게 되었고, 그 재능이 만개했다.

그게 불과 2년 전의 일이었다. 


언젠가는 대륙 최고의 소드마스터가 되겠다는 큰 꿈. 모든 것이 다 물 흐르듯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

딱 한 가지, 제국의 2황자 휘슬리 레안데르만 빼면.


언젠가부터 2황자가 약혼자인 마린에게 구애한다던가, 약속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한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아무리 제국의 2황자라지만 마린은 엄연히 가문과 가문 간의 약속으로 맺어진 약혼자가 있는 몸.

그럼에도 불구하고 2황자는 마린과 라온에게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일어났다.

평소 마린의 약혼자인 라온을 안 좋게 보던 휘슬리 레안데르가 라온을 근위 기사단의 훈련장으로 초대한 것이었다.


휘슬리 레안데르는 뛰어난 머리를 지녔지만 아쉽게도 훌륭한 검술 재능은 없었다.

다만 5년이란 긴 세월 동안 검술을 익혔기에 라온과의 검술 대련을 통해 라온에게 굴욕감을 줄 생각이었다.


휘슬리는 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수많은 근위 기사단과 마린까지 초대해 쪽팔림을 줄 생각이었지만 결과는 반대로였다.


당시 소드익스퍼트에 오르진 않았지만 이미 평범한 비기너 중에서는 최상급의 실력을 보유한 로안이었다.


아무리 5년 동안 검술을 익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기본기조차 갖추지 못한 휘슬리가 로안의 상대가 될 리 없었고, 결국 패하고 만 것이었다.


그때부터 자존심에 생채기가 간 휘슬리는 대놓고 로안에게 시비를 거는 등 로안을 견제하게 되었다.


로안 역시 휘슬리에게 견제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결국 이 사단이 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발레스타 가문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 역시 라온은 휘슬리가 벌인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휘슬리와의 관계 때문에 가문에 엄청난 해를 끼칠 줄 몰랐던 로안은 후회되었다.


만약 그때, 그 대련에서 일부러라도 휘슬레에게 졌다면 지금의 사단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이리 나와라.”

“···무슨···?”


이미 지나간 후회되는 순간들을 생각하던 순간, 로안의 몸을 거칠게 잡아끈 병사가 어딘가로 그를 끌고 갔다.


내성에서 돌출된 사형장이 훤하게 보이는 반대편 내성에 위치한 공간.


그곳에는 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 두 명의 남녀와 10명 정도의 기사가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


“마···린?”


가장 상석으로 보이는 곳에 앉아 있는 휘슬리 레안데르와 그 옆에 앉아 있는 마린.


로안은 휘슬리의 옆에 마린이 앉아있자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마린이 이곳에 있는지 로안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휘슬리가 씨익 미소를 지은 채 옆자리에 앉아 있는 마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 그러고 보니 둘이 약혼한 사이였나?”

“···이게 무슨 짓입니까···?”


대놓고 마린을 희롱하는 휘슬리의 행동에 로안이 이를 꽉 물었다.

곧 죽을 로안을 앞에 두고 그의 약혼자를 희롱하는 짓은 남부에 있는 약탈 민족들이나 벌일 파렴치한 행동이었다.


“이곳에 있으면 저기서 펼쳐질 파티가 잘 보이거든. 너도 이곳에서 같이 보는 것이 어때?”


휘슬리가 손을 들어 올리자 로안을 끌고 왔던 병사가 뻥 뚫린 공간 앞으로 로안을 다시 끌고 갔다.


억지로 끌려간 로안은 정면으로 보이는 사형장의 모습에 치를 떨었다.

어째서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인지 단번에 눈치챈 것이었다.


“이런 악마···.”


실로 악마가 존재한다면 휘슬리 레안데르, 이자일 것이 분명했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이러한 일을 벌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똑바로 봐라. 시선 돌리지 말고.”


아버지의 목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싶은 아들이 어디 있을까.


로안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자 휘슬리는 병사에게 손짓해 로안의 고개를 억지로 들게 했다.


고개는 물론이고 눈까지 억지로 뜨게 하자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종일 굶고, 잠도 안도 안 잤거니와 로안의 손을 속박하고 있는 것은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나 소드익스퍼트 이상의 기사들을 속박하는 데 사용하는 마법 도구였다.


작가의말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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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가문의 후계자는 악마와 계약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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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4) 24.09.16 6 0 12쪽
3 3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3) 24.09.14 11 0 12쪽
2 2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2) 24.09.12 20 0 12쪽
1 1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1) 24.09.10 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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