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가문의 후계자는 악마와 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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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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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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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2)

DUMMY

2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2)


“거기 너무 접근하지 마라!”


-퍽!


근처에 있던 근위병이 거칠게 발로 밀치자 라온의 몸이 옆으로 손쉽게 쓰러졌다.


“!!”


근위병의 거친 행동에 몸이 쓰러졌음에도 라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평소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 


어찌 일개 근위병이 고위 귀족인 후작과 그 후계자를 이렇게 대할 수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포함한 발레스타 가문의 식솔들이 단체로 포박되어 저택의 입구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근위병들 역시 말투와 행동은 차가웠다.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상태였다. 다만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


끝까지 아무런 말이 없는 아버지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던 라온의 시야에 한 기사가 들어왔다.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4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기사였는데 라온 역시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스승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라온···좋지 못한 상황이구나.”


라온은 곧장 기사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가 따지듯이 물었다.


멀찍이 떨어진 뒤에서 상황을 바라만 보던 헥토는 라온이 다가오자 얕은 신음을 흘렸다.

당장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스승과 제자였던 사이.


하지만 지금은 악마 소환을 꾀한 악마 숭배자를 잡아드리는 중대한 일을 맡은 근위 기사단의 부단장과 범죄자 아들과의 관계였다.


아무리 스승과 제자의 연이 깊고 끈끈하다 하지만 헥토는 엄연히 황실을 지키는 근위 기사단에 속한, 그것도 부단장의 자리에 있는 인물이었다.


“제대로 말씀해주세요!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

“보는 그대로다. 라온. 네 아버지는 악마와 계약하기 위해 소환 마법진을 저택 지하에 몰래 만들었다. 범죄를 저질렀으니 죄를 벌하는 것은 당연한 것.”

“말도 안 됩니다! 스승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을요!”

“···.”


헥토는 긴 침묵을 유지했다.

라온의 말처럼 헥토 역시 처음 들었을 당시에는 믿기지 않았다.


레닌과의 관계는 황실을 지키는 근위 기사단의 부단장이기 전에 어렸을 적부터 형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20년을 넘게 그를 지켜보았기 때문에 그의 성격과 심성이 얼마나 착한지 아니, 착했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 헥토였다.


“라온, 아무리 내가 네 아버지의 친한 친구이자 네 스승이라고 할지라도 이번 사건은 중대한 문제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할지라도 범죄를 저질렀으면 엄벌에 처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더는 할 말이 없구나.”


헥토의 일관되고 강직한 대답에 라온은 더 이상 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헥토의 말대로였다. 아무리 옛정이 있다지만 그것과 지금의 일은 별개였으니까. 

그는 근위 기사단의 부단장,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사천리로 저택 안에 있는 모든 식솔의 포박이 완료되자 병사 한 명이 헥토에게 다가왔다.


“발레스타 가문의 저택에 있던 모든 식솔을 포박했습니다.”

“좋다. 우린 지금부터 죄인들을 이끌고 황성으로 돌아간다!”


라온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새 다가온 한 명의 병사가 멍하니 서 있는 라온의 팔을 붙잡아 수갑을 채웠고 라온은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악마와 관련되는 순간 심판관에 의해 보통은 즉결 처형이 행해지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 아버지의 억울함을 밝혀낼 기회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

라온은 어떻게 해서든 황실에 있는 황제에게 아버지의 억울함을 밝혀 이 상황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발레스타 가문은 대대로 제국의 황제를 보필하던 충성스러운 가문으로 현 레안데르 제국의 황제 요네프 폰 레안데르 역시 레닌 발레스타를 신임했다.


제국의 황제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자 마지막 희망이라고 보면 되었다.


근위병들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발레스타 가문의 사람들을 줄줄이 포박되어 도시 한복판의 큰길을 통해 황실로 움직였다. 


마치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이 양쪽으로 쭉 늘어져 있는 제국의 수도 레니아의 시민들.


정말 죄를 지은 것만 같은 부끄러움과 굴욕이 몰려온 라온은 고개를 숙인 채 그저 앞사람만을 보며 이동했다. 


“발레스타 가문이잖아? 이게 무슨 일이야?”

“소식 못 들었어? 발레스타 가문의 주인이 글쎄 악마를 소환하려 했다잖아요.”

“뭐라고!? 천하의 몹쓸 놈들이었네!”


애써 주변에 시선을 두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라온의 가슴을 후벼팠다.


언제 벌써 소문이 퍼진 것인지 이미 시민들 역시 발레스타 가문에 대한 소식이 퍼진 듯했다.


돌만 안 던졌지, 모두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을 것은 자명한 사실.

그만큼 이 대륙에서 악마에 관한 인식은 좋지 못했다.


제국의 황제라고 할지라도 악마와 엮이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바로 지금의 포페라 대륙이었다.


거칠게 끌려가다시피 움직이던 행렬이 황실의 입구인 내성을 통과했고, 머지않아 넓은 공터에 멈추어 섰다.


“모두 정지!”


헥토의 명령에 근위 기사들과 병사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발레스타 가문의 사람들을 한곳으로 몰아 무릎을 꿇린 채 앉힌 후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병사 몇 명만을 둔 채 거리를 벌리고 물러났다.


“어찌 직접 오셨습니까.”

“당연히 제가 직접 와야지요. 우리 제국에서, 그것도 후작위라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 악마를 소환하려 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황태자인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막 20대 초반 정도 되었을까? 금발 머리의 미남자가 미소를 지은 채, 헥토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레닌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국의 2황자인 휘슬리 레안데르인가?’


레닌도 알고 있는 인물인 제국의 2황자인 휘슬리 레안데르에게는 수많은 수식어가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이 들리는 것이 바로 그의 평소 심성이 잔인하고 차갑다고 해서 붙여진 냉혈 황자였다.


또한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어야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파괴해버리는 극악무도한 자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1황자인 듀고 레안데르와 함께 황태자 자리를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최근 들어 1황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정보가 있었다.


‘자신을 황태자라고 자칭하다니.’


레닌은 휘슬리의 입에서 직접 황태자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나오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황태자라는 호칭은 다음 대 황제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즉 계승권이 가장 높은 자만이 쓸 수 있었다.


1황자인 듀고 레안데르가 살아있는 상황에서 황태자의 칭호는 당연히 그의 것이어야 마땅했는데 어째서인지 휘슬리 레안데르는 자신을 황태자라고 자칭했다.


‘어쩐지 최근 2주 동안 황실에 가지 못하고 있었어.’


불현듯 레닌의 머릿속으로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레닌이 맡은 일은 황제를 도와 제국의 국정을 관리하는 최고의 관리.


그 때문에 아무리 저택이 제도 안에 있어도 업무는 황실에 있는 집무실에서 자주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집에도 자주 못 돌아가 아내에게 구박받은 세월만 10년이었다.

그렇게 황실에서 살다시피 하던 레닌이였는데 어째서인지 2주일 전부터 황실의 출입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황제의 병이 악화하였다는 것인데 레닌은 갑작스러운 황제의 병 약화에 의아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지병이 있어 몸이 허약했던 황제였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많았다.


우선 황제는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자유롭게 의사소통하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병이 호전되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병세가 악화하고 호전되고를 반복했던 황제였기에 갑작스러운 병 악화 소식에도 불구하고 쉽게 수긍했지만, 그 기간이 고작 2주일도 안 된다는 것이 이상했다.


또한 황제의 병 악화와 제국의 국정을 돌보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황제가 병석에 누워 있다면 더욱더 레닌이 황실에 입성해 업무를 보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그렇게 불길한 생각에 잠긴 순간.


“오랜만입니다. 발레스타 후작.”


어느새 레닌의 앞으로 다가온 휘슬리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레닌의 눈을 바라보았다.


찬란한 금발과 더불어 연녹색의 눈은 분명 자애로운 성인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영혼은 악마보다 더한 악마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후작과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이렇게 2황자 님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휘슬리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보며 레닌은 점점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을 꾸민 존재가 바로 2황자 휘슬리 레안데르라는 것을.


레닌의 눈빛이 날카로워지자 휘슬리는 금방이라도 배를 잡고 웃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지금 이곳은 보는 눈이 많았다.


“2황자라니요. 이제 제가 황태자입니다. 황태자라고 부르셔야지요.”

“그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엄연히 듀고 레안데르님이 살아계시는데 어찌···.”

“하하하. 재미있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재미있다는 듯이 레닌의 옆으로 고개를 들이민 휘슬리가 조용하게 속삭였다.


“이미 다 눈치채신 것 같은데 아닌가요? 뭐, 황태자라고 부르든 안 부르든 이제 상관없겠군요. 어차피 곧 죽을 분이시니까요.”

“······.”


얼음장처럼 차가운 휘슬리의 목소리에 레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했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1황자를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미 황실의 권력을 잡고 있는 쪽은 2황자인 휘슬리 레안데르가 분명했다.


본래 발레스타 가문은 황제를 도와 황실의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 역할. 

황실의 권력 구도나 힘 싸움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는 절대로 황제가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안 된다. 안 돼···.”


멀어져가는 휘슬리의 뒷모습을 보며 레닌이 중얼거렸다.


* * *


10년 전. 


전대 발레스타 가문의 가주가 살아 있을 시절, 아버지를 따라 황실에서 업무를 보던 레닌은 고된 업무에 지쳐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황궁 뒤편에 마련된 커다란 정원을 거닐었다.


황궁에 딸린 정원의 크기는 일개 산과 맘먹을 정도로 거대했는데 그 안에는 온갖 동물들이 서식할 정도로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 넓은 곳을 어떻게 다 관리하나 몰라.”


드넓은 정원을 거닐던 레닌은 멀지 않은 곳에서 금발 머리의 소년이 보이자 황급히 몸을 숙였다.


굳이 몸을 숨길 이유는 없었지만, 황궁 정원에 있는 금발 머리라면 황제의 피가 분명했기에 껄끄러운 것은 당연했다.


더군다나 이제 막 10대에 들어선 것 같은 소년이라면 제국의 2황자가 유일했는데 2황자는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황실 내에 좋지 못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었으니, 괜히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2황자 혼자 쭈그리고 앉아 무엇을 하는지는 못내 궁금했다.


“뭘 하는 거지?”


얼마 안 가 무언가에 몰두하던 2황자가 몸을 일으켰고, 레닌은 그 처참한 광경에 황급히 입을 막았다.


“읍···!”


작고 귀여운 토끼로 보이는 덩어리가 바닥에 여러 조각으로 처참하게 죽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토끼의 피를 뒤집어쓴 2황자 휘슬리 레안데르가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레닌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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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4) 24.09.16 5 0 12쪽
3 3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3) 24.09.14 10 0 12쪽
» 2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2) 24.09.12 20 0 12쪽
1 1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1) 24.09.10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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