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가문의 후계자는 악마와 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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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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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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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3)

DUMMY

3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3)


“내일 제도의 모든 시민이 보는 앞에서 사형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네? 모두 앞에서 말입니까···?”


헥토의 눈이 커졌다.

제국의 후작이라는 작위가 있는 레닌이기에 즉결 처형이 아닌 황성 내에서 사형시킬 것이란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사형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저자는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입니다. 제국의 모든 이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경고를 하기에 이만한 좋은 타이밍도 없지요.”


발레스타 분명 가문이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은 맞으나 100년이 넘게 제국이 지금의 제국이 되기까지 큰 공헌을 한 가문이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사형을 시킨다는 것은 발레스타 가문의 지금까지 업적과 공헌을 모두 무로 만들어버리는 것과 같은 처사였다.


말 그대로 가문의 멸망과 더불어 기록 말살.

헥토는 침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애써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눈앞에 있는 이 존재는 최연소의 나이로 황제의 자리에 오를 인물. 

그때부턴 정식적으로 모셔야 할 존재였으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휘슬리가 떠나자 헥토는 병사들을 시켜 발레스타 가문의 식솔들을 황성 내에 있는 감옥에 가뒀다.


“···마지막 식사다. 내일 날이 밝아 아침이 되면 곧바로 사형당하게 될 거야.”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내가 이렇게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


독방에 갇혀있는 레닌의 방에 들어선 헥토는 직접 가져온 수프를 레닌에게 내밀었다.


막 끓인 듯한 따끈따끈한 수프에는 찍어 먹을 수 있는 빵 한조각이 놓여 있었다.

오늘 이 식사가 레닌의 마지막 식사였다.


원래라면 중죄인에게는 물 한 모금 허용되지 않았지만, 헥토가 직접 힘을 써서 직접 가져온 것이었다.


레닌은 헥토에게 받은 수프를 거절하지 않고 받은 다음 수갑을 찬 채로 불편하지만, 마지막 식사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식사라고 생각하니 맛있군.”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레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내일 당장 죽을 자로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매우 평온한 모습이었다.


“나에게 할 말 없나?”

“할 말? 음···그렇군.”


조용한 침묵을 끝으로 헥토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분명히 일어나서는 안 될 범죄를 저지른 레닌이었지만 20년 지기 친구이기도 했다.


원망을 받는다고 해도 헥토는 할 말이 없었다. 


방의 높은 곳에 뚫려 있는 작은 틈 사이로 비치는 아름다운 달빛을 바라보던 레닌이 헥토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난 원망하지 않아. 헥토 자네는 자네의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


레닌은 헥토에게 어떠한 감정도 없었다.

그는 제국의 근위 기사단 부단장이었다.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


지금 발레스타 가문에 벌어진 모든 일들이 설령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한다 해도 말이다.


지금까지의 헥토의 행동을 보아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보였으니 그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이렇게 죽는 것이 억울하지 않다면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쯤은 레닌도 알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내가 죽는 것은 아쉽지만 받아들일 수 있어. 다만···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세상 밖에 빛을 보지 못한 16살밖에 되지 않은 내 아들이 죽어야 한다는 거야.”


바로 이제 막 16살이 된 앞으로 살날이 창창한 아들 라온까지 같이 사형을 당해여 한다는 것이었다.


제국 법령에도 적혀 있듯이 악마와 관련된 범죄는 극악의 범죄에 속했기에 가족과 가문 모두가 처형당했다.


발레스타 가문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문의 식솔들 모두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레닌이었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발레스타 가문의 저택에서 일한 죄밖에 없었다.

모두가 뜻하지 않게 제국 황실의 힘 싸움에 휘말려 억울하게 죽게 되었으니 어찌 미안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미안한 존재는 라온이었다. 

라온은 정말 재능이 많은 아이였다. 평생 펜과 종이만 끼고 사는 발레스타 가문의 돌연변이.


검 한번 잡아보지 않은 레닌 역시 그의 아들인 라온을 평범하게 키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라온의 재능이 너무나도 출중했다.


“그래. 라온은 정말 대륙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엄청난 재능을 가진 아이야. 그 때문에 내가 직접 녀석을 가르친 것이니까. 자네가 부탁하지 않았어도 내가 꼭 가르쳐보고 싶었을 재능이지.”


헥토는 제국 근위 기사단의 부단장이었다.

대륙에 7명 밖에 없는 소드마스터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아마 10년 안에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을 만한 훌륭한 실력을 보유한 자이기도 했다.


그런 헥토가 인정하는 재능을 가진 아이가 바로 라온이었다.

처음 레닌에게서 아들을 봐줄 수 있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속으로 별생각을 다 했었다.


발레스타 가문이 검이라니, 어찌 황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오랜 친구의 부탁이었기에 그냥 한두 번 정도 봐줄 생각으로 라온을 만난 헥토였지만 직접 라온을 보게 되니 헥토는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신이 축복을 내린 천재.’


검을 잡은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라온은 이미 익스퍼트 초급에 다다른 엄청난 발전을 보였다.


검을 다루는 자들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두 번의 시기가 있다면 이제 막 검을 잡는 단계인 비기너 단계에서 마나를 느끼게 되는 익스퍼트의 단계, 그리고 익스퍼트 최상급에서 깨달음을 얻고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었다.


헥토 역시 그 최상급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었고 마스터가 되기에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몸소 느끼고 있었다.


헥토는 비기너의 단계에서 익스퍼트 단계에 오르기까지 무려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나름 천재 소리 듣던 헥토도 5년이 걸린 것을 라온은 무려 2년이 채 걸리지 않았기에 천재라는 칭호를 붙이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레닌의 말대로 헥토 역시 정말 아쉬웠다.

10년 후, 어쩌면 대륙 전체를 떠들썩하게 할 존재가 탄생할지도 모르는데 그 싹이 채 꽃을 피우기 전에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법은 법이니까.”


레닌에게 있어 2년 전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이제 남은 혈육인 라온은 인생의 전부였다.


녀석만을 바라보고 지금껏 살아왔지만, 아비를 잘못 만난 죄로 빛을 보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헥토의 무거운 대답에 레닌은 고개를 끄덕였다.

헥토가 아들을 몰래 빼줄 것이라는 기대보단 그저 마지막 푸념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레닌은 헥토에게 할 마지막 부탁이 남아 있었다.


“사실 진짜 마지막 부탁은 따로 있어. 2황자인 휘슬리 레안데르를 조심해.”

“그 무슨 소린가?”


레닌이 헥토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휘슬리 레안데르를 조심하라는 것.


헥토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황태자인 휘슬리 레안데르의 이름이 레닌의 입에서 거론되었기 때문이었다.


황태자인 휘슬리를 2황자로 부르고, 그것도 모자라 조심하라고 경고를 날리는 레닌의 모습에 헥토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는 위험한 인물이야. 그가 황제가 된다면 이 제국의 미래는 어두워질 걸세.”

“···! 그 무슨 막말인가! 레닌, 자네가 아무리 내 친구라지만 지금의 말은 두고 볼 수 없는 경거망동한 말이네!”


헥토가 목소리를 높이자 레닌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호통을 쳤음에도 레닌이 되려 미소를 짓자 헥토는 정말로 헷갈렸다.


이 친구가 죽을 되가 되어서 갑자기 미쳐 버린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황태자인 휘슬리 레안데르에게 무언가가 있는지 헷갈렸다.


“나이게 일어난 일, 모두 다 휘슬리 레안데르가 꾸민 짓이야. 믿고 안 믿고는 자네의 몫이지만, 아마 중립을 지키고 있는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을 거야. 빨리 황제가 되어야 할 2황자에게 있어 난 눈엣가시였을 테니까.”

“!!”


헥토의 입이 달싹거렸다.

레닌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닌의 생각일 뿐이었다.


“이상한 생각 마라. 모든 것이 계획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최근 들어 듀고 레안데르 황태자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나?”

“그것은······.”

“없겠지.”


헥토는 말문이 막혔다.

레닌의 말대로였다. 헥토는 요 2주 동안 전 황태자였던 1황자 듀고 레안데르에 대한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불과 1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2황자였던 휘슬리 레안데르가 황실 전체에 자신이 황태자임을 공표했을 당시, 헥토도 이상한 생각이 들긴 했었다.


1황자가 그렇게 쉽게 황태자 자리를 동생에게 순순히 내줄 장본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듀고 레안데르의 도장이 찍힌 문서를 휘슬리가 내밀었기 때문에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이후로 1황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설마······.”

“그래. 그 설마다. 휘슬리 레안데르가 무슨 짓을 했겠지.”

“너무 억측이다.”

“네 말대로 증거는 없지. 그래서 경고와 동시에 부탁하는 거다. 나는 이대로 죽지만 헥토, 네가 황실에 일어난 일을 조사해 주었으면 해서 말이야. 친구로서···제국을 위해서.”


친구로서 아니, 제국을 위해서 황실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과 더불어 휘슬리 레안데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했다.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혹은 앞으로 무슨 짓을 꾸밀지도 말이다.


비록 레닌은 죽더라도 근위 기사단의 부단장인 헥토라면 휘슬리 레안데르가 알지 못하게 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만 가보겠네. 내일 아침에 보지.”

“내 말을 명심하게.”

“잘 자게나.”


-끼이익.


낡은 철문을 닫고 감옥을 빠져나온 헥토는 이미 해가 진 어둑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에는 그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레닌의 억측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레닌의 말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이상한 구석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황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일단 심증일 뿐이지만 1황자 님에 대한 조사는 해봐야겠어.”


그저 레닌의 심증으로 억측일 뿐이라지만 1황자에 행방에 대한 것은 조사해야 마땅했다.


***


다음 날 아침.


이른 아침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제도의 황궁이 있는 내성에 모여들었다.


“공개 사형이 있다고?”

“그렇다는데?”

“하긴, 악마를 소환하려 했던 극악무도한 놈들이잖아! 죽어 마땅하지.”

“저기 식당 주인 딸이 발레스타 가문에서 일을 했었나 봐. 가주 때문에 그들만 불쌍하게 됐어. 쯧쯧.”


-기기기기긱. 쿵!


시간이 되자 내성의 중간에 뚫린 문을 열고 수십 명의 사람들이 포박된 그대로 줄줄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 모두가 이미 낯빛이 어두운 상태였는데,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니만큼 당연했다.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헥토는 이번 발레스타 가문의 사건에 대해 읊기 시작했고, 헥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조용!!”


얼마 안 가 헥토가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 외치자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윽고, 사형을 담당하는 병사 한 명이 맨 앞에 있는 레닌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부터 사형을 집행하겠습니다.”


헥토에게 고개를 숙인 후 병사는 자세를 취하자 레닌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음만 같으면 이 자리에서 휘슬리 레안데르의 모든 것을 폭로하고 싶었지만, 그의 성격으로 보아 까딱 잘못하면 이곳에 있는 모든 시민을 죽일지도 몰랐다.


그는 그러고도 남을 인물.

그렇게 되면 죽어서도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았기에 레닌은 조용히 떠날 생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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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4) 24.09.16 5 0 12쪽
» 3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3) 24.09.14 11 0 12쪽
2 2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2) 24.09.12 20 0 12쪽
1 1화 발레스타 가문의 멸망(1) 24.09.10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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