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스승의 원수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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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서기
작품등록일 :
2024.09.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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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첫번째 수련

DUMMY

6화. 첫번째 수련


뭐가 적당하다는 건지 되묻고 싶었지만 나는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일단 하는걸 보아하니 내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대체 뭘 하려고 하는건지는 더더욱 짐작하기 어려워지고 있었고, 일단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유라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깐 이리 와봐."


그렇게 내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유라설이 나를 불렀고, 앞에 다가간 유라설이 나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들었다. 아무런 말도 없는 행동일 뿐이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와 똑같이 손을 펼쳐 들어 올렸다.


그러자 유라설이 싱긋 미소짓더니 펼쳐진 자신의 손바닥을 내 손바닥에 가져다 댔다. 당연히 유라설의 손 보다는 내 손이 조금 더 컸고, 유라설은 그 차이를 가늠해보듯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좋아."


보통 이 정도쯤 되면 이제 상대방이 뭘 하려는지 짐작 정도는 해야겠지만 나는 여전히 정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유라설은 내가 그러든가 말든가 다음 작업에 착수하고 있었다.


석순은 척 봐도 수백근은 되어 보이는 무게였지만 유라설은 석순으로 다가가 끝 부분을 어렵지 않게 잡더니 그대로 눕혔고, 부러져 평평한 석순의 아래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라설의 손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저건 강기..."


무형의 기운인 선기를 외부로 방출하는 것이 선공을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었지만 경지가 높아지면 이를 유형의 기운으로 방출할 수도 있으니 이를 강기라고 했다.


당연히 더 튼튼하고 더 위력적일 수밖에 없었고, 최소 선공의 제 4계인 영공기(永功基)에는 도달해야만 보여줄 수 있는 경지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째 강기로 인해 약간 커진 듯 해 보이는 유라설의 손 크기는 조금 전 맞닿아 있던 내 손 크기와 거의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거기까지 본 순간 뭔가가 번쩍이듯 떠오르는 것 같았다.


"왠지 불안한데..."


명확하게 그림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나는 왠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유라설은 그러거나 말거나 움직이고 있었고, 뾰족하게 손을 모아 강기의 관수를 만들더니 석순을 그대로 찔렀다.


당연히 돌덩어리나 다름 없는 석순을 향해 맨손을 찔러 넣는 것은 상식을 의심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은 일이었지만 강기에 휘감긴 관수는 상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쿠드드득...'


그리 요란하지도 않았다. 돌과 돌이 갈리는 소리가 나더니 유라설의 손이 그대로 석순 안을 파고들어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봤다면 놀라 뒤집어질만한 광경이었지만 나는 그 자체에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강기가 있다면 돌 정도는 모래를 쥐는 것이나 별다를 바가 없다. 유라설 정도의 고수라면 돌덩어리가 아니라 쇳덩어리에도 비슷한 짓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유라설의 모습을 보면서 내 불안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사실 전후관계를 따져보면 답이 나오기는 한다. 나는 지금 선공을 배우려고 하는 중이다. 그렇다는 것은...


<아마도 유라설 님은 수행 도구를 만드는 중인 것 같습니다.>


아사가 내가 생각한 것을 굳이 다시 알려주었고, 나는 그런 아사의 친절함에 눈가를 찌푸리면서 석순을 들고 다가오는 유라설을 쳐다보았다.


'쿵!'


석순을 내 앞에 내려둔 유라설이 아사의 말을 확인시켜주듯 말했다.


"처음에는 간단해. 이걸 양손에 끼고 정권 지르기를 하는 거지. 뭐... 일단 오늘은 가볍게 천번 정도? 손에 맞는지 끼고 있어봐. 금새 하나 더 만들어 줄테니까."


그리고 나는 당연하게도 그런 유라설을 잠시 붙잡았다.


"음... 일단 수련을 시켜달라고 한 이상 방법에 토 달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거 뭐랄까... 효율성 같은 부분에서 말이지."

"에음? 아하.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설마 내가 뭐 무식하게 근력 수련같은걸 하려고 이런걸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답도 찾기 힘들어 보여서."

"으음... 그래. 원래 같으면 이런 식으로 수련에 토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유라설이 눈가를 살짝 찌푸리기는 했지만 이내 표정을 펴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나도 앉으라는 듯한 손짓에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잡았다.


"넌 정식 제자도 아니고 선공에 있어서도 무지한건 아니니까 수련 방향 정도는 설명해주고 시작하는 편이 낫겠지."

"그래주면 고맙긴 하지."


당연히 무작정 시키는대로 하는 것 보다는 유라설의 말대로 왜 시키는지 정도는 알고 하는 편이 당연히 났다. 물론 선공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그 의미도 알아차리기 힘들겠지만 나는 다르다.


내가 무슨 선공을 익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선공 그 자체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다. 선공에 대한 근본적인 이론 정도는 충분히 기억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간단히 말해 현재 내 상태는 원리는 알지만 그 원리를 뭐라고 부르는지를 잊어버린 그런 상태라고 보는 편이 옳았다.


"내가 익힌 선공, 파쇄원무공(破碎原無功)의 근본은 힘(力)에 있지. 존재하지 않는 것 조차도 부숴버릴 정도로 극한까지 힘을 추구하는 것이 파쇄원무공의 기본 골자야."


거기까지 말한 유라설은 앞에 놓인 석순에 다시 손을 집어 넣고는 그것을 들어 올리더니 가볍게 수평으로 휘두르며 다시 말했다.


"하지만 보통 힘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생각하곤 한단 말이지. 그저 무거운 것을 들고, 강하게 짓누르거나."


유라설이 들고 있는 석순은 수백근은 너끈해 보였지만 그것을 마치 목검이라도 되는 마냥 가볍게 휘두르고 내려치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힘이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틀린 말도 아니잖아? 실제로 강(强)을 추구하는 선공도 많으니까."

"힘과 강을 동일시하면 그렇지. 하지만 그뿐만이 아냐. 흔히들 유능제강이라고 해서 강을 제압하는 것은 유라고들 하지만 반대로 강능단유라고 해서 유를 끊어내는 것 또한 강이지."

"결국 사용자의 기량 차이라는 것쯤은 알아. 한쪽에만 치우치면 좋지 않다는 것도."


극은 서로 통한다고 한쪽에만 치우친다고 해도 충분히 다른 한쪽을 상대할 수는 있겠지만 거기까지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두가지 다 취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하지만 유라설은 그런 내 생각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피식 웃더니 석순을 들어 올려 아래로 천천히 내렸다.


"!!"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저 석순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는 것 같았지만 거기에는 전혀 빈틈이 없었다.


무변인 것 같으나 만변하는 것 같은, 그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부드러움이 그 한수에 섞여 있다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힘은 곧 강이나 유(柔)이기도 하지. 힘이 없다면 구부릴 수도 없는 법. 진정한 유는 힘에서부터 나오는 거야. 거기에..."


끝까지 아래로 내려간 석순이 이번에는 순식간에 그 모습을 감췄다. 핏핏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석순의 그림자만이 언뜻언뜻 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속(速) 또한 힘이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지. 즉 강유속출력(强柔速出力). 강함과 부드러움, 속도까지 모두 힘에서 나오는 법. 힘을 추구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으니. 이게 파쇄원무공의 기본 골자지. 이해하겠어?"


유라설이 마지막에는 슬쩍 웃음까지 흘리면서 도발하듯 되물었지만 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역시라고 해야 할까. 생각보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심오한 내용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유라설 정도의 고수가 그냥 단순한 선공을 익히고 있을리가 없다. 단순함 속에 복잡한 이치가 숨겨져 있거나, 복잡함 속에 단순한 이치가 숨겨져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둘다 똑같은 말이다.


"마냥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걸 보면 그래도 역시 배워본 놈이 더 낫기는 하네. 보통은 그냥 무작정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거든. 듣고 보면 당연한 소리기도 하고."

"그 듣고 보면 당연한 소리를 듣기 전까지 몰라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천하에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그리고 이해한다고 다 실현 가능한것도 아니고."

"흠. 역시 그렇지? 이걸 진짜 듣자마자 완벽히 깨달았다면 선공이 기억 나지 않는다는 말은 죄다 거짓말이겠지. 보아하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네."


나는 그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상대는 보통이 아니다. 단순무식해 보이는 유라설이었지만 때로 이렇게 날카롭게 파고드는 모습은 과연 무림에서 수십년간 굴러온 선각자라고 할만했다.


다행히 적대하거나 의심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쪽은 알아차리기가 힘들기도 했다.


"거짓말할 이유도 없고 거짓말 정도는 쉽게 들통날테니까. 너희 세명을 동시에 다 속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천하에 있을까?"

"동시에... 는 모르겠지만 같은 놈에게 물먹은 적이 있기는 하지."


유라설이 이를 뿌득 갈면서 말했고, 거기에 대해 조금 더 묻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싶어 나는 좌우를 둘러보며 말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다른 둘은 없네?"

"각자의 볼일을 보러 갔겠지. 앞으로 너를 가르칠때 다른 두명은 자리를 비울거야. 아무리 그래도 가르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그러니까."

"이해는 가지만... 너희 셋은 사이가 좋은지 나쁜건지 도무지 모르겠단 말이지."

"안 좋아. 서로 협력할 관계는 아니고, 어찌하지 못하기 때문에 같이 지내고 있는 것 뿐이지."


유라설의 말에 나는 다시 슬쩍 되물었다.


"어찌하지 못한다고? 내가 보기에 세명의 실력은 비등비등해 보이는데?"

"칫. 둘이 있을 때는 내가 더 나아보인다고 말해주면 안 되나? 그 정도 아부도 못해서야 여자한테 인기 얻기 힘들어."

"뭐... 거짓말은 적당히 하는 주의라서."


유라설이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나는 애매모호하게 말을 돌렸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많이 양보해준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주여령과 채주선의 실력은 거의 비슷해 보였지만 유라설은 그보다는 한수 정도 떨어져 보인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담긴 진의를 알아차린 것인지 유라설이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그래. 뭐 그 정도면 양념 잘 쳤네. 네 말이 맞아. 그 둘에 비해 나는 좀 약하지. 아마 싸우면 승패를 알 수 없는 둘과는 달리 나는 확실히 질거야."


그리고 유라설은 그런 내 말에도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정했다.


상대와의 역량 차이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도 강자의 조건 중 하나니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당사자인대다가 훨씬 오래 두 사람을 봤을 유라설이 알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현 시점에서는 그렇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다시 의미심장하게 유라설에게 되물었고, 내 그런 물음에 유라설이 또 다시 그 특유의 입가를 올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몇번 보니 저 미소가 긍정의 웃음이라는 것 정도는 나도 이제 알것 같았다.


"회귀자인 나는 시작점부터가 다르니까. 너도 비슷한 처지니까 대충 이해하겠지? 애초에 만전인 저 둘과는 달리 나는 하나하나 선공을 되찾아야 했다고.

뭐... 물론 다 알던 거니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또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라서. 선공이라는 게 지식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니까."


유라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다. 귀환자인 주여령은 시공을 넘나들었을 뿐, 환생자인 채주선은 단지 몸이 어러졌을 뿐 두 사람 다 일신에 지니고 있던 능력은 그대로다.


하지만 회귀자인 유라설은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 자신의 과거 몸으로 돌아간 것이니 선공을 새로 익혀야만 한다. 당연히 처음보다는 쉽겠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쉬운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세명이라 다행인건가."

"그렇지. 둘이었으면 진작 사생결단을 내도 냈을걸? 세명이니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느라 눈치만 보고 있는 거지."


본디 세명의 힘이 비슷하다면 서로를 공격하기가 꺼려지는 것은 당연한 법이다. 한명을 제압할 자신이 있다고 해도 실력이 비등한 이상 이긴 쪽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만전인 나머지 한명만 좋은 일 시켜주는 꼴이다.


즉, 세명이 대립하고 있는 균형을 깨기 위해서는 한명의 힘이 두명을 더한 것보다 강하거나 아니면 외부의 개입이 있어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봐도 삼국의 균형이 무너질때는 그러하기도 하다.


"그래도 상관없어. 그것도 이제 곧..."


하지만 유라설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면서 말하다가 말을 흐렸고,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을 분명히 들었지만 일부러 듣지 못한 척 했다.


'대충 짐작이 가는데... 결국 구천회옥 여기에 완전한 힘을 얻을 수 있는 편린이 있다는 거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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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비정기 연재입니다. 24.09.10 14 0 -
» 6화. 첫번째 수련 24.09.14 12 0 13쪽
5 5화. 세명의 스승 24.09.13 18 0 13쪽
4 4화. 귀환자, 회귀자, 환생자 24.09.12 24 0 12쪽
3 3화. 중재자 24.09.11 25 0 12쪽
2 2화. 구천회옥(舊千回獄) 24.09.10 36 1 14쪽
1 1화. 부활 24.09.10 5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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