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흑마법사가 용사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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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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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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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녀 어디 숨겼냐?

DUMMY

현실 세계로 돌아온 이반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나.”


분명 한계치까지 올릴 수 있는 직업 등급인 EX 클래스. 과연 여신이 직접 내려준 특전답게 어마어마한 보정이었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마력 스탯이 고작 20.’


괴랄하게 높은 직업 등급과 달리 그것을 받쳐줄 기본적인 능력치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텅 비어 있는 기술창.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없습니다.


자신이 용사였을 때야 교관들이나 교황청에서 관련 서적들을 알아서 챙겨줬으니, 금방 배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지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


이래서야 당장은 잠재력이 뛰어난 새싹,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네게 어둠의 기운이 짙게 느껴지는 걸 보니 이제 꼴에 흑마법사라고 부를 수는 있겠구나. 그런데 이제 어쩔 셈이냐?”


그때 이반의 발치에서 킁킁 냄새를 맡더니 마왕은 어깨를 으쓱였다.


“지금 당장 네 녀석으로는 그 강대한 기운을 담지 못할 것이다. 그릇부터 우선 키워야 할 터.”


“그러게나 말이다. 여신의 사도가 됐으면, 당장 이반 급은 될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한숨을 쉬며 고민하는 이반에게 찍! 거리며 생각이 있다는 듯 팔을 번쩍 드는 생쥐.


“멍청한 녀석, 처음부터 강해지는 법이 어디겠느냐. 내 특별히 네게 기술을 전수해주마.”


“뭐?”


제딴에는 사악하다고 생각했는지, 마왕은 씩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 잊었느냐? 흑마법이라면 이 몸도 신의 경지에 달한 대마법사였음을! ”


그렇다. 생각해보니 그녀 또한 교황청에서 이반을 포함하여 긁어모은 인재들을, 혼자 상대한 당대 최강의 마왕.


“그래 네가 있었네! 지금 당장 가르쳐줘 마왕님!”


이 생쥐라면 자신을 흑마법사로 성장시킬 훌륭한 기술 셔틀이 될 수 있음을 이반은 깨달았다.


“진정하거라. 지금 네 상태로 짐의 비기를 전수하였다가는 몸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우선은 그 맥아리 없는 몸뚱이부터 빠르게 뜯어고칠 기술 하나를 알려주마.”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반 또한 찬찬히 자기 몸을 살펴봤다. 


마력뿐만 아니라 바닥에 가까운 스탯인 상황. 확실히 강대한 마법을 사용하려면 그것을 견뎌낼 강인한 육체가 필요했다.


“그게 뭐지? 뭐 영약이라도 만들 줄 아는가 봐?”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런 허접한 물건에 입도 대지 않는다. 짐은 회귀할 때마다 약해진 몸에 기운을 북돋게 하기 위해 좀 더 원초적인 것을 식사했지.”


마왕은 천천히 이반에게 다가와 그의 가슴을 척 가리켰다.


“바로 모든 생물의 목숨이자 원천, 생명력 말이다.”



***


다음 날, 칠대신 중 불의 신 이그나리온을 모시는 하크우드 영지의 대성당.


“이런 제기랄, 아직도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아직 좀 더 기다리라는 말 밖에···.”


불의 대주교 말코르 발레리우스는 아침부터 심기가 불편했다. 


아직도 교황청에서 불의 성녀 베스페라 애쉬와일드의 화형식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건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불의 성녀가 ‘이단’인 건 이제 명백하지 않은가.


그년은 성녀의 신분임에도 위대한 신들의 뜻에 찬동하지 않았고, 끝까지 저항했기에 응당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베스페라는 이그나리온이 아끼는 성녀.


아직 위대한 불의 신이 미련을 거두지 못했기에, 그녀에게는 아직 이그나리온의 가호가 남아있었다.


가호가 남아있는 이상, 불구덩이에 집어처넣어도 성녀는 불꽃에 털끝 하나 그을리지 않을 터.


“한 번 더 교황 성하께 불의 성녀의 가호를 거두는 것에 대해 재고해 보도록 요청하거라!”


이대로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망할 고집불통 성녀 때문에 하크우드가의 적자에게도 이그나리온의 축복을 내리지 못했고, 그 때문에 기부금도 한 푼 못 받았다.


그 때문에 분통이 터진 말코르는 성녀에게 누명을 씌운 다음 심문이라는 명목하에 고문을 잔뜩 가한 것이다.


‘이 일이 들키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


그가 타들어 가는 속 때문에 잘근잘근 손톱을 씹을 때. 


“저···그리고 각하.”


“또 무엇이냐!”


사제는 이걸 말해야 하는 표정으로 꾸물거리다 결국 입을 뗐다.


“하크우드가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뜸을 것이냐. 어서 말해보거라!”


“그게 이반 하크우드 공자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 말에 말코르는 괴상망측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반이라면 분명 하크우드가의 떨거지가 아닌가.’


그 팔푼이가 자신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고 찾아왔는 건지 도무지 짚이지 않았다.


설마 동생이 축복을 못 받았으니까 본인한테도 기회가 있을까 봐 찾아온 건가?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어리석은 놈 같으니라고.


“적당히 없다고 둘러대고 쫓아내─”


“그게 기부금에 대해 다시 얘기하고 싶다고 지금 말씀하셔서···.”


“─당장 안으로 모시지 않고 뭐 하느냐!”


이러면 얘기가 다르지!



***


대주교 말코르의 집무실 안.


“누추하시지만 어서 들어오시지요.”


그 말과 다르게 그의 방은 매우 사치스러운 것이 한가득했다. 이반의 방과 비교해도 나무랄 것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반 또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하인에게 차를 내오라 했다.


“하크우드 영지의 명초로 달인 차입니다. 사양 말고 어서 드시지요.”


“이거, 제가 준비해드려도 모자란대 허허. 잘 마시겠습니다 공자님.”


말코르는 이반이 내온 차를 한 모금 홀짝이며 그를 은근슬쩍 관찰했다.


‘소문과는 매우 다르군.’


이반 하크우드라면 남작가의 망나니 서자로 유명한 사내가 아닌가.


하루하루 술에 찌든 폐인에 동생에 대한 열등감에 사무쳤다고 들었는데, 막상 지금 저 여유로운 태도를 보면 그건 또 아닌 듯 했다.


가지런히 정리한 흰 백발과 뚜렷한 이목구비에 단정한 옷매무새까지.


꽤 멀끔하게 생긴 미남이 아닌가. 소문이 와전된 게 분명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하크우드의 자식이 직접 이곳에 찾아왔다는 것.


전에 거액의 기부금을 대가로 가주의 적자 펠릭스에게 성녀의 축복을 몰래 약속했지만, 그 일은 틀어져 버렸다.


그로 인해 가주는 진작에 마음을 돌렸고, 이 밀약은 깨져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러면 다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건가?’


이렇게 그 문제를 논하기 위해 직접 아들을 보낸 이상, 가주도 생각을 바꿨을지도 모른다.


말코르는 내심 그렇게 기대를 품을 때, 한동안 말없이 차를 음미하던 이반이 입을 열었다.


“저번의 일은 참 안타깝게 됐습니다. 각하.”


“허허··· 그 문제라면 곧 해결될 것입니다. 이제 곧 성녀가 바뀔 테니까요.”


말코르 또한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이반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성녀··· 그렇군요. 그러면 곧 성녀의 축복도 머지않았겠군요.”


“그럼요! 머지않아 새로운 성녀가 펠릭스 공자께 축복을 내릴 것입니다. 그러니 기부금 문제도 원활히 풀릴 거라고 기대하겠습니다.”


새로운 성녀는 곧 자기 딸이 될 것이다.


있지도 않은 누명을 앞장서 성녀에게 씌우고, 화형을 목 높여 주장한 건 모두 이 때문이었다.


이반은 그 말을 듣자 잠깐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코르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였다.


“각하께서 두 가지 제안만 들어주신다면 가주님께서도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재고해보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암 뭐든 말씀하시지요. 무슨 제안입니까?”


“대주교에게 벌써 혼기에 찬 딸 하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주께서는 펠릭스와 따님의 혼례를 성사하고 싶어 합니다.”


이 무슨 경사스러운 말인가!


말코르는 저도 모르게 입을 씰룩였다. 넘치는 행복감에 저도 모르게 저도 모르게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벌써 들었나 보군.’


저번에는 자신의 혼사를 시원하게 차버린 하크우드 남작.


그 콧대 높은 귀족이 먼저 자신에게 결혼 제안을 해오다니! 분명 자기 딸이 곧 성녀가 된다는 소식을 미리 접수한 게 틀림없었다.


“흠흠···저야말로 환영이고 영광입니다. 그럼 한가지는 또 무슨 제안입니까?”


“······.”


갑자기 입을 또 다물고 찻잔을 기울이는 이반.


“허허···공자님께서는 자꾸 이 사람을 애달프게 하시는군요. 어서 말씀해주시지요.”


그렇게 자꾸 뜸을 들이자, 말코르는 저도 모르게 애가 타 그를 재촉했다.


“아. 두 번째 제안 말씀입니까?”


이반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마주치며 씩 웃는다.


“그건 그냥 당신이 마신 그 차 안의 마비 독이 다 돌 때까지 시간 끌기 위한 핑계였습니다. 한창 기분 좋으셨을 텐데 이거 죄송하군요.”


“······예?”


“뭐 굳이 말씀드리자면 당신의 힘을 모조리 저한테 주시면 됩니다. 결혼이고 자시고 알아서 하시죠?”


갑작스러운 그 말에 잠시간 일어난 경적.


말코르는 사태 파악이 안된 듯 벌떡 일어나 이반에게 따지려는 차였다.


“그게 무슨 말 ─어?!”


다리에 힘이 스르륵 풀리며 저도 모르게, 그는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야 독효가 도는군요.”


“이, 이게 무슨! 공자!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오!”


“자자 하나씩 천천히 알려드릴 테니 차분히 앉아서 들으시지요.”


이반은 텅 빈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코르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첫째는 하크우드에 명초따위는 없습니다. 각하께서 마신 차는 그냥 집 앞 뜰에서 나는 적당한 독버섯으로 제가 손수 달인 차입니다. 맛은 어떻게 괜찮으셨습니까?”


실실 웃으며 그렇게 조롱하지만, 말코르는 그런 이반을 털끝 하나 건들 수 없었다.


“둘째는 이미 버려진 자식인 제게 가주가 기부금이나 축복 같은 중요한 얘기를 하겠습니까? 저는 그저 당신을 떠봤을 뿐입니다.”


하지만 분명 전회차에서 하크우드 가문은 불의 대주교에게 막대한 기부금을 주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혹시나 대주교와 만날 건덕지가 없나 싶어 세현이 가주의 서재를 뒤져봤을 때, 발견한 기부금을 책정했다 취소한 서류.


“그래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이걸 구실 삼아 무작정 찾아간 건데, 각하께서 이 미끼를 덥석 물어주신 게 아니겠습니까!”


이반은 희희낙락거리며 말코르의 얼굴을 붙잡고 눈을 마주했다.


“그런데 각하와 대화하다 뜻밖의 수확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러면 아직 성녀가 바뀌지 않았다는 말씀이지요?”


말코르의 눈에 비치는 사내는 더 이상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 않았다.


그것은 흡사 사악한 악마.


“성녀를 어디 보관하셨는지 저한테 전부 알려주셔야겠습니다?”


그 말에 최대한 표독스럽게 눈을 부릅뜨며 말코르는 이반을 노려보았다.


“내, 내가 그걸 알려줄 거 같으냐!”


죽는 한이 있어도 이것만큼은 알려줄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불의 성녀에게 한 짓이 밝혀진다면 오히려 신성모독 죄로 되려 자신이 사형당할 테니까.


“어이구 무서워라, 눈으로 사람 잡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천천히, 차분히 대화가 필요할 거 같군요.”


순간 이반이 주먹이 말코르의 명치를 가격했다.


“컥?! 이, 이건?!”


말코르가 놀란 것은 가슴의 충격 때문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운이 급속도로 이반에게 모조리 빨려가고 있는 게 아닌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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