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흑마법사가 용사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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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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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이 살겠다.

DUMMY

“흠 이를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꼬···.”


나름 진지하게 폼을 잡았지만, 그래봤자 찍찍거리는 토실한 생쥐.


세현은 저것이 생사를 오가며 혈전을 벌인 존재라는 것이 아직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렇지! 네놈의 그 성검이 짐의 목을 치기 직전부터 얘기해야겠지.”


그러나 저 말투며 내용이며 말하는 것은 영락없는 마왕.


“후유 그래··· 얘기해봐.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 이반에게 뭔 짓을 했길래 내가 이렇게 된 건지···.”


그는 한숨을 쉬며 마왕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너를 선택한 것은 내가 아니다. 내가 선택한 건 어디까지나, 용사 무리의 흑마법사 녀석이었지. 갑자기 자기 영혼과 네 영혼을 바꾸어 네놈이 회귀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아직도 못마땅한 듯, 찍! 거리며 발을 구르는 마왕.


“사실 짐은 네놈과의 싸움이 끝에 달할 무렵, 이미 패배를 직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네놈들 중 이미 예전부터 오랜 시간 지켜봐 왔던 그 이반이라는 놈을 택해 내 기억과 최후의 비술을 전달했지.”


“비술···? 설마 그게···!”


세현의 뒷말을 예상하듯 마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래, 회귀 마법이다. 짐은 이반을 과거로 돌려보내서 여태껏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맡기려 했다.”


“아니, 잠깐!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차라리 마왕 네가 돌아가는 게 낫잖아? 왜 굳이 이반인 건데?”


이런 쥐새끼가 될 바에는, 본인이 직접 회귀해서 미리 용사건 뭐건 처리하면 되는 게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수염을 튕기었다.


“쯧, 짐이 그것을 안 해봤겠느냐? 이미 수백번, 수천번이고 시도해봤지만, 나로서는 그 빌어먹을 신이라는 작자들이 이 땅에 강림해 세상을 태우는 걸 도저히 막을 수 없더군.”


그리고 찍찍! 거리며 세현을 가리키는 짧은 팔.


“그래서 너희들 중에서 그나마 말이 통할 것 같은 흑마법사 놈을 택한 것이다. 그놈이라면 신들에게 이쁨받지 못할 천덕꾸러기 신세였을 테니까 말이다.”


저도 모르게 그 말에 세현은 납득해버렸다.


확실히 진영이 다를 뿐, 마족의 성질에 가까웠던 이반의 흑마력.


그 때문에 이반은 원정대원 사이에서도 겉돌았고, 그나마 유일하게 자신 정도만 말동무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게 흑마력이고 마력이고 성질만 다를 뿐 기원은 같다며, 마족과 이렇게 충돌할 필요가 있겠냐고 물은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때의 세현은 당장 본래의 세계에 돌아가는 것이 급했기에, 들은 채 만 체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이미 벌써 그는 그 원정에 회의를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기억을 받았다 해도, 그것을 허상이라 생각한 채 믿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는 진실을 알자마자 곧바로 자신에게 뛰어와 모든 것을 맡겼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근데 잠깐.’


문득 떠오른 한 생각.


“너, 너··· 그러면 신들이 나타날 걸 진작 알고 있었다는 거냐?!”


“당연한 말을 하는구나. 애초에 너희들의 그 원정은 짐을 처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계의 문’을 열어 영체인 신들을 이 세상에 불러내기 위함이었다.”


마왕과의 전투가 끝났을 때, 기진맥진한 자신을 내버려 두고 곧바로 마왕의 옥좌로 달려가 거대한 문부터 소환한 베로니카.


그리고 분명 그 신들은 문을 연 덕분에, 세상에 강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 그랬던 거였어.”


알려진 악명에 비해 유독 본진에서 직접 움직이지 않았던 마왕.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모든 것은 제 부하에게 일임한 채, 틀어박혔을 뿐이었다.


처음에 세현은 그저 조심성이 많은 마왕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되짚어 보니,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그 ‘영계의 문’이라는 것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던 거라면?


그 문이 신들의 소환 통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랬던 거라면?


“아니···그러면 그 기억전송인지 뭔지를 진작에 나한테 사용해서 알려줬으면 됐잖아! 그 지경이 될 줄 알았으면 나도 용사 때려치우고 네 편을 들었지!”


성을 내며 세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쥐를 노려봤다.


“그렇게 많은 회차를 겪어봤으면, 적어도 내가 정의감이 넘치는 샌님이 아닌 것 정도는 알아야 되는 거 아니냐?!”


이반에 대해서는 뒷조사까지 감행했다면서.


아무리 용사라는 명함을 달고 있어도 한 번쯤은 자신에게 찔러볼 수 있는 게 아닌가.


“모른다. 짐은 너를 전혀 몰랐다. 지금도 그렇고, 말이지.”


“뭐···?”


마왕은 세현을 한 번 쓱 보더니, 고개를 젓는다.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네 녀석은 이전 회차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놈이었다. 뭐, 여러 명의 용사가 있었지만 적어도 너 같은 검은 머리 원숭이는 아니었지.”


자신이 용사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용사 육성 기관인 ‘칼리지’라는 곳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마왕이 말이 맞다면, 여태껏 그곳에서 용사를 뽑아 써먹었다는 말인가.


“갑자기 나타난 변수였던 네놈에게 접근하는 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 그래,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짐이야말로 네게 묻고 싶구나.”


턱을 매만지다 벌떡 일어나며 세현과 눈을 부릅뜨며 마주하는 마왕. 고작해야 콩알만 한 쥐의 눈동자였지만, 그녀의 감정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너는 도대체 뭐지? 너는···대체 어떻게 용사가 된 거지? 그리고 대체 무엇을 보여줬길래, 이반이 네게 모든 것을 맡기게 된 것이냐.”


바로 의문, 혼란스러움 그리고 아마도 약간의 원망.


마왕 입장에서도 이반은 수백 번 지켜보고 고심 끝에 내세운 자신의 후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 실낱같은 가능성을 생판 처음 본 용사에게 걸게 되었으니 황당할 터.


하지만 억울한 건 세현도 마찬가지였다.


“나라고 알겠냐. 애초에 눈 떠보니 이 세계였고, 돌아가고 싶으면 용사 짓을 하라는데 별수 있었겠어? 나도 강제로 떠맡은 거라고.”


자신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에, 갑자기 성녀에 의해 소환된 것이다.


“뭐라고···? 그럼 넌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란 말인가···! 이계의 용사···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어···!”


중요한 걸 깨달았는지 눈을 빛내며 주먹을 내려치는 마왕. 뭔가 싶어 물어보려는 그때.


“언제까지 퍼질러 잘 셈이냐!”


문 너머에서 누군가의 사자후가 쩌렁쩌렁 퍼졌다.


“찍?!”


당장이라도 들어올 것 같아 급한 대로 세현은 마왕을 발로 차 침대 밑으로 넣었다.


그리고 벌컥 열리는 문.


“또 술판을 벌였구나. 내 그리도 술을 마시지 말랬거늘. 가주의 말이 우습게 들리더냐?”


회색 머리칼과 정장을 맞춤으로 입은 중년의 사내였다. 언뜻 보면 자신과 닮았고, 자신을 하크우드의 가주라고 칭하는 것을 보면 분명···. 


“아버지?”


카이로스 하크우드. 바로 이반의 아버지일 것이다.


“네 이놈! 어딜 감히 아버지라고 부르느냐! 가주라고 부르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그 말에 카이로스는 잔뜩 성을 내며 그렇게 세현을 꾸짖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이반은 첩에게 태어난 서자 출신이라고 들었다. 분명 나중에 적자가 태어나 곧 찬밥신세가 되었다고 했었는데.


“아무리 서자라 하더라도 명색이 귀족인데 이제 네 몫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 어린 나이에 벌써 칼리지에 입학한 네 동생을 좀 본받는 게 어떠냐!”


그래, 맞아. 동생 놈이 바로 펠릭스 하크우드였지.


뿌득.


그 이름을 떠올리자, 세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성녀와 함께 자신을 배신한 개자식 중 한명이었고, 세현이 지쳐 나가떨어진 틈에 팔을 앗아간 장본인이기도 했다.


문을 향해 질질 기어가던 세현을 보고 벌레라고 조롱하며 비웃던 그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그래, 씨발 우선 너부터다.’


어차피 다 찢어 죽여 갈아 마셔도 모자랄 쓰레기 같은 놈들 중 하나.


막 회귀했을 때는 정신이 없어 생각을 못 했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이제 드디어 정하였다.


이제 사교계든 공부든 뭐든 하라며 설교하는 가주에게 세현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가주님. 그럼 저도 펠릭스를 따라 칼리지에 가겠습니다.”


그 말에 당황한 듯, 꿈틀대는 카이로스의 일자 눈썹.


“그게 무슨 말이냐.”


“펠릭스를 따라 칼리지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준비만 해주신다면 바로 떠나겠습니다.”


“그 아이의 수행원으로 따라가겠다는 말이더냐···? 미안하지만, 그것만큼은 들어줄 수 없다. 네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를 줄 알고 보내주겠느냐.”


“아닙니다. 가주님. 펠릭스를 따라 저도, 칼리지에 입학하여 용사에게 입후보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뭐, 뭐···?”


잠시간 벙쪄 아무 말도 못 하는 카이로스. 그가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칼리지는 마국의 군세에 대항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교황청이 건립한 군사 육성 아카데미.


그렇기에 그곳에는 우수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많았다. 


훗날 마왕 원정대에 참가한 자기 동료인 ‘척’ 했던 가증스러운 원정대원들도 바로 그곳 출신.


‘놈들을 쳐 죽이기 위해서라도 꼭 칼리지에 입학한다.’


귀환이고 뭐고 이제 상관없었다. 꼭 놈들을 응징하고 복수하리라.


“허! 내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세례는커녕 교회도 다니지 않는 네가 무슨 수로 칼리지에 입학한다는 말이냐?”


어이가 없다는 듯, 카이로스는 콧방귀를 뀌며 대놓고 세현을 무시했다.


세례, 신들의 권속이 되었다는 증표 중 하나. 그것이 없으면 칼리지에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오히려 잘되었다.


“곧 영지의 대주교를 만나 세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억대로라면 하크우드 남작가의 영지에 불의 대주교가 머무는 교회, 즉 대성당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술 더 뜬 세현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는 카이로스.


“하도 술을 퍼마셨더니, 드디어 네가 미쳐 버린 게 아닌가 싶구나. 건방 그만 떨고 어서 나오기나 하거라.”


그렇게 말하며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버렸다.


“감히 짐을 그 더러운 발로 차다니! 무례한 놈 같으니라고!”


그러자 성을 내며 침대 밑에서 낑낑대며 기어 나오는 생쥐 한 마리. 마왕 생쥐는 조그마한 손가락으로 세현을 척 가리키며 그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더냐! 또다시 용사라도 될 생각이냐?”


“당연히 그래야지. 내가 용사가 돼야 다시 헛짓거리를 못하게 할 거 아냐.”


물론, 마왕과 함께 회귀한 걸 걸리지 않기 위해서 마왕을 숨겨야만 했다. 자신이 배신당한 전직 용사임을 들켜서도 안 되었고.


세현은 이제부터 철저히 이반으로 살아야만 했다.


‘좋아 나는 이제부터 이반 하크우드다.’


씩씩대며 따지는 마왕에게 이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게 네 마음대로 될 거라 생각하느냐! 세례를 받으면 영락없이 놈들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모르느냐 말이다!”


그녀의 추궁에 이반은 슬쩍 미소 지어 보였다.


“그러면 신 없이 세례만 받으면 되는 문제 아냐?”


“···뭐라?”


분명 세례는 신의 허락을 받는 거라지만, 최종적으로 대주교가 결정하는 형태다.


즉.


“그 세례라는 건 결국 사람이 내리는 거지. 신이 내리는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더냐?”


이반은 주먹을 꽉 쥐며, 정면을 향해 붕붕 휘둘러 보였다.


“그 대주교라는 놈을 죽을 때까지 패서 가짜 세례를 내리게 할 거라는 말이지.”


작가의말

항상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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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불의 신의 사도가 되다(뻥) 24.09.18 53 15 11쪽
8 8. 딸깍 한 번 이면 족하다. 24.09.17 70 20 12쪽
7 7. 신을 불러내다. 24.09.16 76 19 12쪽
6 6. 성녀를 구하다. 24.09.15 89 18 12쪽
5 5. 짐승들 쪽쪽 빨아먹기 24.09.14 91 19 12쪽
4 4. 성녀 어디 숨겼냐? 24.09.13 110 18 11쪽
3 3. 놈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기 위해. +1 24.09.12 124 17 12쪽
» 2. 새로이 살겠다. +1 24.09.11 163 19 12쪽
1 1. 몸이 바뀐 용사 +2 24.09.10 231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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