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흑마법사가 용사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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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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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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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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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딸깍 한 번 이면 족하다.

DUMMY

텅 빈 새하얀 공간 속.


이반은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심상 세계임을 알았다.


분명 아까까지 자신은 성녀의 힘을 드레인하고 있었을 텐데.


“이런 미친 새끼, 진짜 성녀를 죽이려고 해?”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저편에서 분노한 얼굴로 이반을 노려보고 있는 한 남자.


그의 수염과 붉은 머리칼이 모두 꼿꼿이 곤두서 있는 것이 보통 화가 난 게 아닌 듯 하다.


전에도 이미 한번 보았던 얼굴이기에 이반은 반갑게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이그니우스님.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되니 되게 반갑네요~.”


“반갑기는 개뿔, 지금 네 아가리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더냐?"


아마도 자신의 성녀가 진짜 죽을 수도 이그니우스 본인이 직접 나선 것일 터.


“정말 제가 죽이려고 했겠습니까. 다 이게 당신을 보려고 그런 거 아닙니까.”


그저 천연덕스러운 이반의 웃음에 이그니우스는 더 성을 내며 발을 굴렀다.


“나를 본다고 뭐 떡이라도 하나 더 떨어질 줄 알았냐? 네놈은 이미 에레베스의 축복을 받은 놈이잖아!”


“에레베스요?”


아 어둠의 여신의 본명을 말하는 것인가.


“무려 빛의 누이 녀석에게 힘을 받아놓고 내 힘까지 욕심을 내? 감히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두 신을 한꺼번에 섬기려고 드는 거냐?”


“알아요 알아. 저도 당신의 사도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요?”


“뭐? 그럼 뭐 때문에 이 난리를 피운 거냐!”


이그니우스가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자, 이반은 되려 그의 손을 붙잡았다.


“당장 성녀의 몸에 강림하십쇼. 그럼 제가 강림한 당신의 힘을 먹어 치우겠습니다.”


그 당당한 강탈 선언에 도리어 이그니우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보는 눈이 많으니 이제 당신은 저를 사도로 삼는 퍼포먼스만 취해주셔야 하고요. 어때요 간단하죠?”


“간단하긴 이 새끼야! 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러면 이대로 불의 성녀가 죽는다고 해도?”


정곡을 찔린 듯, 흠칫하고 올라가는 이그니우스의 눈꼬리.


“내가 지금 당신에게 죄를 사면받지 못한 채 이대로 돌아가면, 나도 이단으로 몰려 죽겠지만 불의 성녀 또한 확실히 죽습니다. 그래도 좋아요?”


“······.”


잠시간 침묵한 채 턱을 쓰다듬다, 이그니우스는 이내 포기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베스페라···아니 베라는 내게 특별한 아이였다. 내가 인간과 외도를 벌여 낳은 자식이지.”


“요컨대 사고 쳐서 낳은 따님이라는 말씀이군요.”


“그 입 좀 닥치면 안 되나?”


이그니우스는 과거를 회상하듯 등을 돌려 어딘가 먼 곳에 시선을 두었다.


“세상의 멸망 따위는 내 알 바가 아니지만···나는 그 아이의 뜻을 존중했고, 계속 보호해주고 싶었지. 하지만 제 어미의 피가 더 진한 것인지, 그 아이는 나와 달리 인간을 너무 사랑했어.”


끝까지 휴거를 반대했고, 빛의 신의 뜻을 거스른 베스페라.


“최고신의 뜻을 거스른 이상, 이제 나라도 베라를 직접 보호해주지는 못한다. 네가 흡수하려 했던 그 가호는 내 마지막 발버둥이었어.”


결국 이것은 이그니우스와 연결을 끊는 시발점이 되었다.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그의 말에는 회한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그가 얼마나 자기 딸을 안타까워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반에게는 이것은 오히려 거래 품목.


“그럼 제가 따님을 보호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이 힘만 주신다면 말이죠.”


그 말에 잠시 놀란 듯 움찔했지만, 이내 이그니우스는 이반을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걸 나더러 믿으라고? 교황청을 뒷배로 둔 나머지 신들의 사도 놈들 전체랑 뭐 싸우기라도 할 생각이냐?”


사도는 곧 신의 분신, 신을 대리하는 성녀와 함께 신의 뜻을 함께 관철하는 자.


그렇기에,


“애초에 저는 그놈들을 깡그리 잡아 족칠 생각이었는데요?”


어차피 사도들을 포함한 휴거 찬성 측은 자기 손으로 모두 없애버릴 생각이었다.


“놈들은 단 한명도 살려둘 생각 따위는 없습니다. 설령 나중에 가서 생각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여태껏 장난스러운 분위기와는 달리, 단호하면서도 칼 같은 이반의 담백한 맹세.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이그니우스는 이반을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에레베스가 왜 너를 선택한 지 이제야 알겠구나. 너는 그 여자와 마찬가지로 북수귀였어.”


그는 천천히 이반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좋다. 너의 각오는 잘 알겠다. 내 힘을 네게 주지. 어디 한 번 길들여보거라.”


“길들여 보라고요? 대충 흡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 녀석아. 신력이 그리 간단한 힘인 거 같아? 네 힘은 나의 힘과 상충하여 서로 잡아먹으려고 날뛸 게 분명하다.”


이그니우스는 이반의 가슴을 척 가리켰다.


“이미 이곳에 어둠의 원천이 완전히 자리 잡았기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말이다. 네 몸은 아마 거부반응을 세게 일으킬 거다.”


“아. 그런 말이었군요. 그럼 간단하네요.”


“뭐? 아니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니까?”


“아뇨 그러니까. 힘이 날뛰는 게 문제라면.”


이반은 씩 웃으며 주먹을 콱 쥐어 보였다.


“대충 쥐어패서 말 듣게 하면 되는 문제잖아요. 당신이 준 힘을 말이죠.”


그 자신감에 저도 모르게 이그니우스는 못 말린다는 듯, 이마를 잡고 한껏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거 참 웃긴 녀석일세. 만약 네가 주도권을 잃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면 무조건 목숨을 잃을 텐데도?”


“그런 건 진작에 잃었는걸요.”


“좋아! 사내라면 그런 패기는 있어야지! 그래야 내 딸을 맡길 수 있지!


자신은 패기나 각오가 아니라 전회차를 말하는 거였다만.




***


그렇게 시작된 주도권 싸움.


심상 세계는 곧 이반의 내면이었기에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었다.


“시작한다.”


붉은 눈을 빛내며 이그니우스가 신성력을 불어넣자, 곧 새빨간 빛이 시야를 뒤덮는다.


그리고.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라의 x신룡이냐? 진짜 겁나 크네.”


그의 힘은 형상화되어 곧 거대한 불사조로 변했다.


미친 듯한 고온의 열기가 이반의 폐부를 찔러온다.


불사조가 날개를 펼치자 순식간에 주위가 불바다가 되었다. 녀석의 괴성은 공간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리고 양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높이 비상하는 화염의 괴조.


“와라 치킨 대가리야.”


비가 쏟아지듯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이반도 준비를 했다.


저만치 떨어져 그 싸움을 지켜보던 이그니우스는 내심 기대하였다.


분명 아무리 봐도 그에게 승산이 없는 싸움.


보통 인간이라면 절대 가능성이 없었겠지만, 저자는 그 에레베스가 직접 선택한 자가 아닌가.


“자 보여다오! 너의 싸움을!”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갈지 이그니우스는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제가 안 싸울 건데요?”


“···뭐?”


그런 이그니우스의 응원에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반.


“저도 댁이랑 같이 관전이나 하렵니다.”


여긴 현실이 아닌 심상 세계. 즉 이 공간이라면, 이반이 상상하는 그대로를 펼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은 지금 용사가 아닌 흑마법사였고, 여신과 계약한 탓에 신체 또한 흑마법에 최적화 되어 있었지만.


“자 나와라. 이제 밥값 할 시간이다.”


또 흑마법사가 한명 있지 않은가.


“짐을 감히 이런 식으로 써먹다니! 이 일은 꼭 빚으로 달아 두겠노라!”


그것도 전직 최강이었던 녀석 말이다.


지금은 비록 자신의 영혼에 더부살이하는 신세지만, 이전에 그녀는 최강의 마왕이었다.


그리고 마왕의 잔류 사념이 남아있는 이 심상 세계라면 그녀 또한 힘을 낼 수 있었다.


찍찍 툴툴대며, 생쥐는 자신의 가슴에 파고들었고.


“자 딸깍전 시작이다.”


마왕의 힘이 이반에게 발현되기 시작했다.


전생에 어마어마하게 강했던 용사인 시절의 자신.


교황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몰려온 인재들이 수련시킨 결과물이었고, 온갖 성물로 도배를 한 용사였다.


그런 대적자였음에도 일 대 일이었다면, 마왕에게는 대결조차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천외천이었던 힘을 자신이 직접 휘두를 수 있다니, 이건 좋은 기회다.


이반의 주위로 몰아치는 거대한 흑마력의 폭풍.


흑마법에 대한 감각이 향상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 자체만으로 이미 자신의 성장은 가속화되리라.


“저, 저게 무엇이냐!”


이그니우스 또한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기운은··· 마족? 아니, 설마 마족의 왕···?!”


곧 이반의 등 뒤로 펼쳐지는 거대한 검은 날개. 그것은 불사조의 것보다 두 배는 긴 흑익이었다. 


[·········!]


불사조 또한 그의 힘을 경계하는 듯, 뒤로 물러날 정도.


“새끼 쫄기는.”


[······키에에에에엑!]


짧은 도발에 불사조는 괴성을 지르며 이반에게 날갯짓을 하였다.


불의 날개는 날갯짓만으로 아주 긴 불길을 만들었고, 그것은 곧 수만 갈래로 뻗어나간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꽃의 비는 전회차에서 봤기에, 이반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라도 닿으면 순식간에 주위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버릴 수준의 화력.


하지만.


“딸깍.”


자신을 덮쳐오는 저 재앙은 이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러자 이반의 앞에 생성되는 자그마한 검은 구멍.


그러나 그 작은 크기와 달리 구멍은 모조리 불꽃의 화살을 흡수해 먹어 치웠다.


그런데도 구멍은 그것만으로 모자랐는지, 세찬 바람으로 주위 모든 것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


불사조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자기 몸이 서서히 빨려 들어가자 위기를 느끼고, 불사조는 필사적인 날갯짓으로 간신히 그 범위에서 빠져나왔다.


겨우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한 불사조는 이번에는 브레스를 뿜으려 입을 쩍 벌렸지만.


“누가 끝이래? 내 턴 아직 안 끝났어 이놈아.”


[?!]


“이거 원격 조종이거든.”


검은 구멍이 서서히 움직이며 불사조를 따라오는 게 아닌가.


불사조는 또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길고 긴 추격전은 끝이 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떤 공격을 해도 저 구멍은 모조리 흡수해버렸기에.


“이야, 아주 파닥이며 도망가는 게 진짜 닭인걸?”


[캬아!]


낄낄거리며 비웃는 이반에게 불사조는 제대로 열받은 듯, 미친 듯이 광분했다.


결국 불사조는 이대로면 끝이 안 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저 빌어먹을 놈을 죽이려면, 여기서 끝장을 봐야 한다.


[캬오오오오오오!]


“오?”


거리를 벌리고 자신을 둘러싼 화염의 크기를 최대한 부풀리기 시작하는 불사조.


그것은 점점 거대해져 갔고, 이윽고 작은 태양처럼 완성되었다.


“이 한 방에 모든 걸 걸어보시겠다?”


확실히 이 블랙홀의 공략법은 빨아들일 수 있는 용량보다 더 큰 화력으로 넘치게 만들어, 붕괴시키면 되긴 했다.


불사조가 그렇게 발사한 태양 구는 빠르게 구멍으로 흡수되었고.


쩌적.


블랙홀은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불사조 또한 힘을 많이 썼는지, 그 크기는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그 공로를 치하한다는 듯, 이반은 손뼉을 짝짝 쳐주며 해맑게 미소 지었다.


“참 잘했어요~ 그런데 치킨군? 자고로 보스전은 3페이즈까지인거 아시죠?”


이어서 그의 가슴팍에서부터 또 만들어지는 똑같은 작은 블랙홀.


“그럼 자 2페이즈는 어떻게 뚫어낼 건가요? 기대할게요~. 딸깍!”


어쩐지 불사조의 표정이 절망적으로 물든 것처럼 보인 건 기분 탓이리라.


작가의말

즐거운 한가위 날입니다. 여러분 남은 연휴 잘보내시길!




오늘은 이번에 낮에 일이 있어 빨리 업로드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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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새로운 초월 마법을 배워보자. NEW 3시간 전 10 3 11쪽
9 9. 불의 신의 사도가 되다(뻥) 24.09.18 54 15 11쪽
» 8. 딸깍 한 번 이면 족하다. 24.09.17 71 20 12쪽
7 7. 신을 불러내다. 24.09.16 76 19 12쪽
6 6. 성녀를 구하다. 24.09.15 89 18 12쪽
5 5. 짐승들 쪽쪽 빨아먹기 24.09.14 91 19 12쪽
4 4. 성녀 어디 숨겼냐? 24.09.13 111 18 11쪽
3 3. 놈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기 위해. +1 24.09.12 125 17 12쪽
2 2. 새로이 살겠다. +1 24.09.11 163 19 12쪽
1 1. 몸이 바뀐 용사 +2 24.09.10 231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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