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흑마법사가 용사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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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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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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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놈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기 위해.

DUMMY

흑마법사 이반.


인간의 몸으로 마족의 흑마력만을 다뤄 마법계의 최고봉에 달했던 사내.


다름 아닌 ‘마왕’원정대가 다른 이들을 두고 이반을 고용했으니 그 위상만큼은 정말로 대단했다.


그런데.


“대주교를 뭐 어떻게 한다고?! 지금 네놈의 그 비루한 몸뚱이를 보고도 그런 헛소리가 나오느냐!”


이반은 지금 이반의 몸에서 단 한 톨의 마력도 느낄 수 없었다.


그것을 뒤늦게 느꼈는지 찍찍! 성을 내며 따지는 마왕.


“그래도 전에 보았을 때는 마력만큼은 이 몸과 맞먹을 쓸만한 놈이라 생각했거늘···! 도대체 왜 이렇게 형편없어진 거냐! 설마 용사 네놈이 그 몸에 들어가서 그렇게 된 것이냐?!”


“아니, 그럴 리가 있겠냐. 보아하니 너는 몰랐던 모양인데, 이반은 갱생한 망나니로 유명했어. 뭐, 지금은 보다시피 술에 쩔은 폐인이고.”


“뭐, 뭐라고?! 그러면 지금 당장은 쓸모없다는 말이 아닌가!”


“너무하네.”


확실히 지금 이 꼴로는 대주교는커녕 그곳을 지키는 사제들의 옷깃도 건들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흑마법사 놈은 어떻게 갑자기 그런 경지까지 올라섰을 수 있었던 거냐!”


꼬리를 바짝 세우며 콩콩 발을 구르는 성난 생쥐.


마왕의 저런 반응도 이해가 갔다. 분명 그녀는 이반의 잠재력에 모든 것을 걸었을 테니까.


그런 모습이 퍽 귀여웠기에 이반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애초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어떻게 흑마법사인 이반이 신들이 직접 정한 원정대에 참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웃, 웃지 마라! 크흠···! 알게 무엇이냐. 마족 중에서도 신에게 빌붙은 배신자 놈들은 한가득했다. 인간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그렇다면 만약 신 중에서도 그런 배신자가 있었다면?”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떡 벌리는 마왕.


“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느냐···?”


짚이는 것이 있는지 경악하는 그녀에게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빛의 신의 누이인 어둠의 여신이야. 그녀가 이반과 ‘직접’ 계약한 후원자였지.”


그것이 바로 이반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언젠가 이반이 자신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때, 주워들었던 얘기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는 아무 짝에 쓸모없던 자신이 여신과 맺어진 계기 또한 밝혔다.


“우리는 오늘 이 집 어딘가에 처박힌, 그 여신과 직접 접신할 수 있는 성물이란 것을 찾아야 해.”



***


깊은 밤, 몰래 하크우드가의 서재에 잠입한 세현과 생쥐 한 마리.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빼곡히 늘어선 수많은 책장이 들어섰다.


“그 성물이라는 것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들었느냐?”


“나도 책이라는 것만 알아. 이제 어떤 건지 찾아봐야지.”


“이 많은 것들을 하나하나씩 뒤져서 찾겠다고?”


방 안을 가득 메운 책들은 족히 수천권은 가뿐히 넘어 보일 아득한 규모였다.


마왕 또한 이 광경에 아찔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설마. 이제 회귀자 답게 날로 먹어야지.”


여타 이세계물 처럼 자신이 갓 용사가 되었을 때, 성녀로부터 받은 특전.


분명 영혼에 새겨지는 능력이라 했으니 아직 사용할 수 있다면,


‘진실의 눈.’


분명히 이 말도 안 되는 탐색을 줄일 뿐 아니라 다시 강해지는 데도 큰 도움이 되리라.


마음속으로 그리 되뇌자, 이반의 눈 앞에 펼쳐진 반투명한 정보창.


[이반 하크우드]


-클래스: -


-근력: 10/100 민첩: 8/100, 지력: 14/100 마력: 20/100


-상태: 쇠약, 허약


바로 게임처럼 자신의 현재 능력치를 표시하는 상태창이었다.


이반은 이것으로 본인에게 필요한 스탯을 수련과 교황청에서 지원받은 성물을 적절히 섞어, 원하는 모양새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예상은 했다지만 너무 쓰레기인데.’


보잘것없는 능력치의 향연.


그나마 마력 수치가 조금 높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디 가서 마법사라 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당연히 당장 성물을 찾기 위한 마력 감응도 형편없을 터.


하지만 ‘진실의 눈’의 진가는 본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자 저기에 한번 가보자고. 뭐가 있는 거 같으니.”


저 너머 오른쪽 방구석 끝에서 은은히 새어 나오는 보랏빛 기운.


마왕은 이반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보았으나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뭐가 있다는 것이냐? 짐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만?”


이는 이반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었다.


‘진실의 눈’은 사물의 숨겨진 힘도 간파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기에, 이를 통해 이반은 순조롭게 자신에게 필요한 숨겨진 기연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따로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찍?!”


이반은 생쥐를 집어 들고 얼른 그쪽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힘의 색채. 이반은 그곳의 책장 중 하나에 멈춰서 유심히 바라보다 책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자 여기 이것 좀 봐봐.”


“놓, 놓아라! 짐을 감히 짐짝처럼 집어 들다니! 이런 무례···응?”


마왕은 잠시간 이반이 건넨 책을 뚫어져라 보더니 이내 깜짝 놀란다.


“정말로··· 미약하지만, 섬세한 흑마력이 느껴진다···. 이는 마도서가 틀림없다!”


“빙고.”


그 말을 듣자마자 주저 없이 차르륵 마도서를 펼치는 이반.


“뭐 하는 것이냐! 이 책에 어떤 것이 잠들어 있을지 알고!”


마왕은 경악하며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신성한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 조금 더 집중하면 책에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책의 페이지가 중반을 넘어서 끌을 달리고 있을 즈음에, 다시금 반응하는 진실의 눈.


이반은 주저 없이 그 기운을 따라 눈을 감고 잠시간 집중했다.


시야는 온통 깜깜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너머에는 이반의 심상 세계가 잠들어 있었고,


“제 부름에 응답해 주소서. 어둠의 여신이시여.”


이미 마도서의 어둠과 연결되어 공명했을 터.


“왜 나를 불렀느냐. 하크우드의 아이야.”


잠시간 기다리자, 곧 청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여인이 심상 세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빛의 신과 분명 닮은 외모지만, 먹을 칠한 듯 온통 새카만 여자.


그러나 그 기품은 진짜배기였다.


긴 비단결의 흑발과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흑수정과 닮은 눈동자는, 한눈에 봐도 비범했다.


그녀가 바로 전에 이반이 말했던 어둠의 여신.


이반 또한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내심 바짝 긴장했다.


“흠? 신기한 일이구나. 분명 생긴 건 하크우드의 것이 맞는데 느껴지는 건 낯선 기운이구나.”


“당신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당신의 말대로 저는 유감스럽게도 하크우드의 자식이 아닙니다.”


“호오···그럼 너는 대체 뭐 하는 자인 것이더냐. 궁금하구나 너의 정체가···응? 거기 너는···!”


신기하게 이반을 바라보다 곁의 무언가를 보고 여신은 격하게 반응한다.


그 또한 뭔가 싶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정, 정말로 여, 여신···?!”


언제 자신의 영혼과 공명했는지, 마찬가지로 심상 세계에 들어와 까무러치게 놀라고 있는 마왕이 있었다.


“너는 마족의 왕이 아니더냐! 마계에 있어야 할 네가 어찌 이런 꼴로 지금 저자와 함께 있는 것이더냐!”


평정을 무너뜨리고 마왕에게 달려들어 타박하는 여신. 이건 이반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었다.


“진정하십시오. 나의 신이시여. 휴···안 되겠군. 실례지만 제 기억을 진상해도 괜찮나이까?”


그 말에 여신은 마왕의 머리 잠시 손을 올렸고, 이내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게 된 것이더냐··· 어쩐지 분명히 느껴져야 할 너의 기운이 갑자기 사라졌다 싶었더니··· 이런 참극이···.”


세상이 멸망했던 회차를 읽었는지 비통한 표정을 짓는 여신.


이반은 그 말에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사라지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면 지금 마계에서 마왕이 죽기라도 했다는 말입니까?”


“지금 여기 내가 있으니 이쪽의 나는 자연스레 사라진 것이지.”


“무슨··· 말이야?”


침묵하는 여신을 대신하여 마왕은 이반에게 설명했다.


“한 세계에 두 영혼이 존재하는 건 세계의 법칙에 거스르는 일이지. 보통 내가 회귀했을 때는 과거의 내 몸으로 돌아오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마왕은 자조하듯 한숨을 쉬며 생쥐의 몸을 쓰다듬는다.


“이렇게 네 영혼에 달라붙어 빌붙는 신세가 되면서, 과거의 내 영혼은 세계에 부정당하고 모순으로 취급되어 자연스레 사라진 것이다.”


즉 과거의 마왕은 이제 완전히 세계에서 존재가 지워졌다는 뜻.


그렇다면···이제 영계의 문을 열리는 것을 막을 자는 자신밖에 없다는 말이 아닌가.


“큰일이구나. 이제 누구한테 이 대업을 맡겨야 하는 것이냐.”


어둠의 여신 또한 이 심각한 상황을 깨달았는지 한탄했다.


“이 자가 정말 흑마법사의 자질을 타고난 하크우드의 아이였다면 내 기꺼이 도움을 아끼지 않겠지만, 그 증오스러운 오라비의 용사였던 자가 아닌가···.”


크게 상심한 여신과 그에 따라 자신도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축 숙이는 마왕.


그러나.


“저는 이제 용사가 아닙니다. 여신이시여. 당신의 신도가 되어 그 가증스러운 놈들을 처단할 자신이 있나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반은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반드시 과거의 이반처럼 그녀의 신도가 되어야 했다.


“한때나마 그들에게 기도했던 너를···뭘 보고 믿으라는 말이냐.”


“저 또한 신이라는 작자들에게 배신당했으며 그들의 만행을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애초에 그들의 신도조차 아니었습니다.”


“···신도가 아니었다고? 그럼 너는 대체 무슨···?”


“나의 신이시여. 그는 이계에서 온 자입니다!”


좋은 타이밍에 찍! 하고 끼어들며 이반의 정체를 보증하는 마왕.


“이계···! 그렇다면 너는 오라비의 신도 녀석들에게 소환된 자라는 말이더냐?!”


마왕은 직접 말하라는 투로 이반에게 눈치를 줬다.


그는 크게 심호흡하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여신에게 말했다.


“오직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저는 원치도 않은 용사직을 계속해서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저는 그들에게 복수할 겁니다.”


최대한의 증오심을 담아.


“신들과 관련된 이들을 단 한명도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그들을 모조리 찢어발겨 살아 숨 쉬지 않게 한다고 맹세하겠나이다.”


그들을 죄다 몰살시킬 거라고.


그런 그의 진심을 알아보듯, 여신은 잠시간 물끄러미 바라봤다.


“네 그 복수심만큼은 진심이구나···. 그래 알겠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그녀는 이반의 손을 불현듯 덥석 잡았다.


“그래, 네가 정말 하크우드의 아이가 본인 대신 모든 걸 맡기고 내게 보내준 자라면 한번 믿어 보겠다.”


그러자 이반의 몸을 통해 흘러가는 검은 에너지. 그것은 무척이나 어두웠지만,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졌다.


“너에게 방금 흑마법의 정수를 전달했다. 이를 어떻게 키울지는 앞으로 너의 몫이다.”


힘을 주자, 점차 옅어지며 사라져가는 어둠의 여신. 그러나 그녀는 붙잡은 이반의 손을 절대 놓지 않았다.


“부디 그들이 세상을 짓밟고 아이들의 삶을 앗아가는 것을 막아다오. 부탁한다. 나의 아이야.”


그 당부를 남기고 어둠의 여신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흑마법사(EX)가 되었습니다.]


작가의말

항상 사랑합니다 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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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딸깍 한 번 이면 족하다. 24.09.17 70 20 12쪽
7 7. 신을 불러내다. 24.09.16 7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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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짐승들 쪽쪽 빨아먹기 24.09.14 91 19 12쪽
4 4. 성녀 어디 숨겼냐? 24.09.13 110 18 11쪽
» 3. 놈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기 위해. +1 24.09.12 125 17 12쪽
2 2. 새로이 살겠다. +1 24.09.11 163 19 12쪽
1 1. 몸이 바뀐 용사 +2 24.09.10 231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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