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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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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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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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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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못 들어가면 죽는 병 걸림

DUMMY

3.




공무원은 느려터졌다는 편견은 언제나 들어맞지는 않는 모양이다.

국가 헌터가 왔다 간 이후.

대규모의 주변 철거 작업이 진행되었다.


원래 주민들의 반대는 없었다.

그야,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금과 게이트 보험으로 달달하게 땡겼을 테니까.


요컨대 그거다.

다른 지역의 집값은 그대로인데 우리 집만 1.5배는 올라버린 상황.

양쪽에서 받은 돈으로 더 좋은 곳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이사하면 그만인 거다.


원래 집에 애착이 있었다 하더라도 게이트 주변에 살고 싶어 하는 괴짜는 없고.

당연한 게, 지원금과 보험금을 포기하면 남는 건 게이트 주변이라 똥값이 된 집만 남게 되니까.

제대로 된 정신머리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럴 리 없다.

요즘 세상에 나처럼 게이트 보험도 안 든 멍청이가 또 있을 리 있겠어.

하하하하하하.


그런 결과.

내 빌딩 주변 100미터는 공터가 되고 말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360도 뻥 뚫린 뷰를 가지게 된 거고.

현실적으로는 황량해져 버렸다.


텅 빈 공터에 불쑥 솟아있는 빌딩 하나.

그리고 그 빌딩 위에는 불길한 붉은 빛 게이트.

남들이 보면 그걸 떠올릴 거다.

모 반지 영화의 악당의 눈.

그게 지금 내 상황이다.


빌딩 1층.

원래는 편의점이 들어섰어야 했을 곳.

간이책상과 의자만 놓은 채 나는 손님을 맞이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재난과의 정지혁 주무관이다.

어지간히도 바빴던 모양이다.

핼쑥해진 걸 보니.

아마도 우리 건물 주변 철거 건으로 일이 많았겠지.


“네. 안녕하세요. 여기 앉으시죠.”


난 건너편의 파이프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본래라면 나의 최상층 스위트홈으로 모셔도 됐겠지만.

굳이 불편한 자리로 안내한 건 이유가 있다.

정지혁 주무관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꾸밈말 할 에너지도 없는 모양이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국가에서 건물 사용료를 지급하고자 합니다만 워낙에 전례가 없던 일이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예산에서 딱 잘라서 무려 한 달에 오백······.”

“아, 그거 말인데요.”


나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자, 딱 잘랐다.

오백?

들을 것도 없다.

은행 원리금만 월 2천이 나가는데, 오백으로 뭘 하라고.


“건물 사용료, 안 받겠습니다.”

“네?”


정지혁 주무관의 손이 딱 멈췄다.

마침 가방에서 서류 같은 걸 꺼내려던 찰나에.

주무관의 얼굴에 쓰여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라고.

멍해진 정지혁 주무관에게 말을 던졌다.


“생각해 보니 국민의 혈세를 이런 식으로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에는 분명히 생각해 보신다고······.”

“네. 생각해 본 결과, 안 하기로 한 거죠.”

“아, 이것 참.”


보조금 받는 거?

그거야 내가 던전 마스터가 되기 전에나 고려해 볼 일이지.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내 마음대로 커스텀 할 수 있는 던전이 있는데 뭐 하러 나라에 주도권을 줘?


“그러시면······.”


정 주무관은 미심쩍은 표정을 했다.

아마도 머리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을 거다.


“무상으로 건물을 오픈하시겠다는 뜻입니까?”

“에이, 그건 아니죠. 내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그러면요?”

“건물 이용료를 따로 받으려고요. 헌터들에게서요.”



*



정지혁은 어이가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눈앞의 남자, 유호연 헌터는 빙글빙글 웃고 있다.

아무래도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돈을 받는다고? 헌터들에게서?’


현존하는 모든 게이트는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물론 게이트 관리관에 의해 위험도와 등급에 따른 입장 통제 같은 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짜다.

그런데.


‘나라에서 거저 주겠다는 보조금을 거절하고 입장료를 받는다고? 진심인가?’


정지혁은 눈을 몇 번 깜빡여봤지만 아무것도 변하질 않는다.

꿈은 아니다.


“크흠!”


괜히 헛기침을 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여기서 이렇게 예산이 세이빙 된다고?’


자랑은 아니지만 재난과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다른 과에 비해서는 풍족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 나갈 때 왕창 깎여나가기에 아낄 수 있는 곳에서는 최대한 아끼는 게 좋다.

그리고.

눈앞의 유호연 헌터는 주는 돈도 안 받겠단다.


‘참자, 참자! 도장 찍을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


저절로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은 정지혁은 억지로 표정을 관리했다.

최대한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겠어요? 현재 유료 공개된 게이트들이 하나도 없는데 여기만 유료라면 아무도 안 오지 않겠습니까?”

“그건 제가 알아서 해야죠.”


유호연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정지혁은 속으로 주먹을 꽉 움켜줬다.


‘좋아!’


본인 스스로 말했다.

이렇게 한 달에만 오백만 원이 아껴지다니.

그야말로 굴러들어 온 떡이었다.


“저희야 예산을 아낄 수 있으니 좋습니다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정지혁은 결국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말았다.

높으신 분들도 좋아할 거다.


‘실적이 이렇게 굴러들어 오네?’


하지만 그때.

유호연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는데요.”

“조건······ 말입니까?”


정지혁의 웃음이 멈췄다.


‘그럼 그렇지.’


역시나.

거저는 없는 법이다.

정지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예산을 안 받는 대신 무슨 억지를 부리려고?’


이런 일은 한두 번 겪는 게 아니다.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정지혁은 마음에 단단한 방패를 세웠다.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멘탈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리고 드디어.

유호연이 입을 열었다.


“게이트의 관리 말인데요. 그거 제가 직접하면 안 되나요?”

“네? 게이트의······ 관리 말입니까?”


정지혁은 자신이 들은 걸 믿을 수 없었다.


‘겨우 그거야?’


게이트 관리관은 기본적으로 하급 헌터가 맡는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이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보통 게이트 관리관은 민간 외주다.

그리고 유호연은 이미 A급 헌터.

게이트 관리관 외주 조건은 넘치도록 만족하고 있는 셈이다.


‘아하. 이제야 알겠네. 건물 이용료 대신 게이트 관리관 월급을 받고 싶다는 거군?’


확실히 둘을 비교하자면 관리관 월급 쪽이 약간 높다.

약 백만 원 정도?

하지만 이쪽에서 보자면 원래 나가야 할 돈이 하나 없어지고 어차피 관리관 월급으로 나갈 돈이 저쪽으로 가는 것뿐이다.


‘머리를 썼구만.’


정지혁은 속으로 미소 짓고는.

손을 내밀었다.


“원칙적으로는 게이트 관리관의 선정은 회의를 거쳐야 합니다만, 지금은 특별한 상황인 만큼, 제 재량으로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계약서를 작성할까요?”


정지혁은 미리 작성해 온 계약서를 수정해 서명받았다.


“그럼 게이트 관리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면으로 부쳐드리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정지혁은 유호연의 마음이 바뀔라 후다닥 건물을 빠져나갔다.

온 얼굴에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억누르며.



*



나는 정지혁 주무관이 거의 달리듯 멀어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봤다.

정지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니.

저절로 혼잣말이 나온다.


“걸려들었구만.”


난 웃음을 참지 않았다.


“하하하하하!”


하는 꼴을 보아하니 자기가 유리한 계약을 맺은 줄 아는 모양이다.

저렇게 허겁지겁 달아나는 걸 보니.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느냐?”


몰래 숨어서 훔쳐보고 있던 라일라가 툭 튀어나와 물었다.

나는 웃음을 거두고 어깨를 으쓱했다.


“방금 게이트를 내 것으로 만들었거든. 국가 공인으로.”

“그게 무슨 뜻인가? 애초에 이 게이트는 내 것이 아닌가? 내가 만들었는데.”

“그건 네 생각이고요.”


라일라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공식적으로는 게이트에는 소유권이라는 개념이 없다.

애초에 누가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고.

국가 안전과 편의상 나라에서 게이트의 관리를 할 뿐이다.


방금 공무원과의 공방으로 내가 따낸 것은 두 개다.

건물 이용료를 받지 않음으로 인해 내 건물이 사유재산이며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음을 확실히 했고.

게이트 관리 권한을 얻음으로 인해 타인이 게이트에 필요 이상으로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즉, 내 허가가 없으면 게이트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이지.


“건물 이용료 몇 푼 정도는 안 받아도 괜찮아. 어차피 그 이상으로 뜯어낼 수 있거든.”


내가 헌터 짬밥만 몇 년인데.

헌터놈들의 생리는 아주 꿰고 있다.

게이트 입장료가 유료라서 안 와?

입장료 이상으로 얻어갈 수 있으면 뜯어말려도 오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내 눈앞에 있지.

아직도 어리둥절해하는 라일라라는 아주 좋은 미끼가.


라일라가 만드는 포션은 경쟁력이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보통 포션은 던전에서 랜덤 드랍하는 드랍템이다.

랜덤인 시점에서 이미 희소성이 있다.

게다가 포션은 즉시 회복이라는 속성이 있어서 급박한 상황에서 목숨을 구해준다.

괜히 포션을 추가 목숨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지.

그렇기에 시장에 잘 나오지도 않지만 나온다고 해도 최하급 정도다.

그런데 라일라가 판매하는 포션은 하급.


심지어 더 등급 높은 것도 만들 수 있는데 못 하게 했다.

아슬아슬하게 판매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레벨이니까.


그런 포션을 라일라가 무제한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게다가 원료는 헌터 놈들이 소모하는 마력이니까 결국은 자기 마력으로 자기 포션을 돈 주고 사가는 셈이다.

이것이 유호연식 무한동력 3!


라일라······.

처음에 게이트를 열었을 때는 쳐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지만.

이제는 그야말로 복덩이다.

던전도 주고, 포션도 만들어주고.

아주 헌신적이야.


“뭐냐.”

“귀여워서.”


라일라가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징그러.”

“말이 그렇다는 거다. 거, 사람이 칭찬을 해줘도 난리야.”

“그게 어디가 칭찬이냐? 탐욕스러운 표정이었는데.”

“아, 들켰냐? 눈치만 빨라서는.”


그걸 그새 느꼈나.

아무튼 이걸로 나라의 간섭은 다 끊어냈고.

본격적으로 던전을 운영할 때가 됐다.

기대되는구만.

이제부터 내 목표는 헌터들이······.



3화. 던전 못 들어가면 죽는 병 걸림.





며칠 후.

일반 헌터들에게 게이트가 공개되었다.


[문래동 던전- 등급 B. 위험도: 낮음]


그리고 그날 밤.

인증받은 헌터들만 접속할 수 있는 사냥 동반자.

헌터넷의 익명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익명] 신규 던전의 인간형 몬스터가 너무 강하다

- 익명의 OP : 나는 B급 헌터인데 1층조차 돌파 못 했다.

- 익명의 헌터 : 진짜? 1층부터 그럴 정도면 혹시 대단한 보상이 나오는 던전인 것은 아닐까?

- 익명의 헌터 : 심지어 우호적인 몬스터라 생명을 빼앗지도 않는다던데.

- 익명의 헌터 : 그런데가 있어? 당장간다

- 익명의 헌터 : 각성 3일차인데 도전해도 되나요

- 익명의 헌터 : 던전 도전자에게 한정 수량으로 입구에서 포션을 파는데 성능이 미쳤음. 난 아파도 참고 다른 던전 가서 쓸 생각임

- 익명의 헌터 : 어? 포션을 팔아? 돈으로? 드랍템이 아니고?

- 익명의 헌터 : ㅇㅇ 그러니까 미친 거


제목에 어그로가 끌렸는지 빠르게 조회수를 획득했고.

댓글 또한 빠르게 늘어났다.


“캬, 주렁주렁 낚이는구만.”


당연하게도 글쓴이는 물론이고 댓글 1,2,3도 나였지만.

지금까지 (물리적으로) 없었던 유형.

여론 조작하는 던전 마스터.

그게 바로 나, 유호연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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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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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던전의 천재 테이머(물리) NEW 5시간 전 31 1 13쪽
11 던전 속 전사가 되었다 +1 24.09.19 65 3 12쪽
10 던전에 위장취업당했다 +2 24.09.18 91 10 15쪽
9 치터는 웃고있다 +1 24.09.17 125 8 13쪽
8 어그로와 함께하는 던전 생활 +2 24.09.16 124 10 14쪽
7 어두운 던전의 등불이 되어 +2 24.09.15 142 10 12쪽
6 블랙 기업 던전 +1 24.09.14 166 9 12쪽
5 명문가 EX급 멍멍이의 리플레이 +1 24.09.13 189 10 13쪽
4 전지적 던마 시점 +1 24.09.12 211 11 13쪽
» 던전 못 들어가면 죽는 병 걸림 +1 24.09.11 239 15 12쪽
2 주인공이 정체를 숨김 +1 24.09.11 285 18 14쪽
1 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1 24.09.10 346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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