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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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딩고
작품등록일 :
2024.09.10 20:02
최근연재일 :
2024.09.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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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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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던전의 천재 테이머(물리)

DUMMY

12.





나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일단 잡목림 안에서 싸울 생각은 없다.

나무가 녀석들의 움직임을 제한해 줄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저기는 쟤들 집이잖아.

알아도 나보다 더 잘 알겠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줄 생각은 없다.


하피들은 독수리의 그것과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며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덤벼라, 한방 능이 백숙들아!”


저것들이 인간의 말을 이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얼굴이 일그러진 걸 보니 도발이 통한 건가?

아마 본능적으로 내 말이 좋은 뜻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겠지.


하나하나가 부엌칼보다도 큰 발톱을 쭈욱 내밀며 하피들이 나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으앗찻차!”


나는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척’을 했다.

그 와중에 단검이 아니라 주먹으로 한 대씩 꿀밤도 때려주고.

녀석들에게 접근전이 불리하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되니까.


“삐이이이이잇!”


깃털이 어지럽게 날리고.

내 단검이 공기를 가르며 춤춘다.

하피들은 공격이 실패하는 걸로도 모자라 한 대씩 쥐어박힌 것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모양인지, 하늘로 날아오르지도 않고 지면에서 푸드덕거리면서 발톱을 긁어댔다.

싸움닭처럼.


“그것밖에 안 되냐!”


단검으로 발톱을 쳐내고 발길질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눈은 계속 하늘을 흘끔거렸다.

부하들의 격렬한 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는 하피 네임드.

여유롭게 활공하고 있다.


“쳇.”


전술 변경이다.

부하들만으로 어떻게든 될 것 같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오산이다.

내가 봐준 거라고.


[스킬 : 그림자 걸음]


그림자가 닿는 거리에의 초단거리 순간이동.


“삐익?”


당황하는 하피의 등 뒤에서 나타난 나는 하피의 양 날개를 양손의 단검으로 푹 찍었다.


“삐에에에에엑!”


순식간에 양 날개가 축 늘어진 하피가 비명을 질렀다.

빠르게 물러난 나는 몸을 빙글 돌려 달려나갔다.

계단 방향을 향해.


“치킨 레이스다, 자식들아!”


의미는 좀 다르지만.

알 게 뭐야.


동료의 부상.

빠르게 달아나는 사냥감.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삐이이이이이!”


괴성과 함께 지면을 달리다 날아오르는 하피들.

날개에 부상을 입은 한 마리만 빼고.


나는 하늘을 힐끔 바라봤다.

네임드의 얼굴에도 은은히 분노가 서려있다.

굴러들어 온 줄 알았던 먹잇감에 동료가 다쳤으니 그럴 법도 하지.


나는 계단 방향을 향해 달렸다.

물론 틈틈이 투척 나이프도 던져주고, 돌도 주워서 던지면서 화를 돋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갈 때는 30분 정도 걸렸던 거리를 단 5분 만에 주파했다.


손톱만하게 보였던 계단이 점점 커진다.

얼굴 옆으로 휙휙 하고 하피가 쏴대는 깃털이 지나간다.


- 준비!


나는 빠르게 바둑이에게 신호를 주고 손을 휙 내저었다.

계단을 막고 있던 비눗방울 빛 방어막이 사라졌다.


내가 후다닥 계단으로 달려 들어가고.

뒤를 보니.


“칫.”


따라 들어오질 않는다.

슬쩍 밖을 살펴보니 하피들은 괴성을 지르며 계단 주위를 돌고 있을 뿐, 쉽사리 안으로 날아들어 오질 않는다.


아무리 눈에 뵈는 게 없다고는 해도, 누가 봐도 이질적인 계단으로 따라 들어올 정도는 아닌가.


하지만 방법은 있다.


나는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하피 네임드의 등 뒤에 마법진이 생기며 그림자의 검이 낫처럼 불쑥 튀어나와.

네임드의 날개를 순식간에 베어들어갔다.


“삐삑!”


다급한 비명과 함께 네임드가 몸을 확 비틀었지만.

날개에 그림자 검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떨어지는 네임드.

그에 맞춰서 다급히 날아오르는 하피들.

받아내려는 걸까?


그렇다면.

이번에는 스킬이다.


[스킬 : 그림자 결박]


내 그림자가 쭉 늘어나고.

떨어지는 하피 네임드의 그림자에 얽혀들었다.


“······!”


네임드가 몸을 뒤틀었지만 마치 그물에라도 얽힌 것처럼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속절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하피.


“으랏차!”


나는 계단에서 뛰어나가 네임드의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삐!”


하피들은 날아오르던 것에 역동작이 걸려서 순간적으로 반응이 느려졌다.


그 사이에 나는 네임드를 계단으로 질질 끌고 들어갔다.


“치킨 받아라!”


계단 안으로 네임드를 휙 던지며 내가 외치자.


“머엉!”


계단을 달려 내려온 바둑이가 네임드의 날갯죽지를 물고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삐이이이이이이!”


하피들이 난리가 났다.

순식간에 그들의 보스가 납치당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닭대가리들아! 니들 대장이 튀겨질 위기에 처했는데 보고만 있을래?”


나는 바둑이 뒤를 따라 계단을 달려 오르며 외쳤다.


내 말이 통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내 하피들이 우르르 계단으로 몰려들었다.

계단은 나름 넓지만 날 수 있을 정도는 아닌지라 새 발로 뒤뚱뒤뚱 달려오는 게 뭔가 귀엽다.


그래도 보스에 대한 충성심 같은 건 있나보지?


마지막 하피까지 따라들어온 뒤, 내가 다시 손을 젖자 방어막이 재생되었다.


“삐이이익!”


최후미에 있던 하피가 갇혔다는 것을 깨닫고 구슬픈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너희들은 덫에 걸려버린 것이여.”


영화톤으로 말한 나는 계단을 마저 올랐고.

5층에는 바둑이의 입에 물려 축 늘어진 네임드와.

수많은 마법진을 공중에 띄운 노예 1호.

영문도 모른 채 눈을 굴리고 있는 라일라.


장관이었다.


“이제부터 날 던켓몬 마스터라고 불러라!”


이것이 바로 몬스터 테이밍(물리)!

네임드!

넌 내꺼야!


나는 자랑스럽게 외쳤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의 문화를 아는 놈들이 없다.

마족 둘에 짐승 새끼 하나라서.


“던켓몬 마스터.”


노예 1호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죽기 싫어서 명령에 따랐고.

나는 짜게 식었다.





남은 하피를 제압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차피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을 정돈데 나보다 쬐끔 약한 놈들이 둘이나 더 있으니까.

축 늘어진 보스를 본 순간 전의를 잃기도 했고.


“라일라. 이제 얘들 내 거 맞지?”

“음,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라일라는 던전 마스터 메뉴를 띄웠다.

나에게도 보이게.



[라일라의 세계 정복(예정) 대던전]


던전 레벨 : 1

던전 계층 : 5

운용 마물 : 464

- 슬라임 x 457

- 헬하운드(네임드) x 1

- 하피 x 5

- 하피(네임드) x 1

운영 코스트 : 550

여유 마력 : 13362




“오.”

“말도 안 돼······.”


하피, 제대로 등록되어 있잖아?

역시 가설이 맞았군.

야생의 포켓······. 아니, 몬스터라도 일단 던전 마스터의 영향력 아래로 데려오면 제대로 던전의 생물 취급을 하는 모양이다.


라일라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던전 메뉴를 보고 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믿지 못했던 모양이다.


“어, 근데 이거 이상하네.”


나는 메뉴를 자세히 살폈다.


“우리 노예 1호가 없는데?”


라일라는 뭔가 김빠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예 1호, 아니, 아니지. 말이 옮았네. 아이작은 이 세계로 현신할 때 라르스의 게이트를 썼으니까. 그쪽 소속 아니겠나.”

“아, 그런가.”


어?

그럼 더 좋은 거잖아?

우리 던전 유지 코스트도 안 먹는다고?

원래도 공짜 노예였는데 심지어는 밥까지도 안 먹이고 있었다고?


“야, 노예 1호. 너 같은 놈들 몇 명 더 없냐?”

“······.”


아이작은 눈을 피해버렸다.

혀를 차는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이지?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네임드 하피가 눈을 떴다.


“삐이?”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네임드.

반쯤 잘린 날개가 아픈지 혀로 몇 번 날개를 핥더니.

나에게로 뒤뚱뒤뚱 날아와 얼굴을 부빈다.


“어, 얘 왜 이래?”

“던전 마스터의 기운을 느낀 모양이다.”


방금까지 칼을 나눴던 상대라 그런데 좀 껄끄러운데.

네임드의 번쩍이는 발톱이 눈에 들어오니까 더더욱.


“으으······. 내가 근접전을 잘하긴 하지만 몬스터에게 이 정도까지 퍼스널 스페이스를 내준 적은 없는데.”


눈치를 보더니 내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하피 부하들.

나는 진저리를 쳤다.


“아, 좀 가라고! 없던 새털 알러지 생기겠네!”

“던전의 생물에게 있어서 던전 마스터는 부모나 다름없으니까. 유호연이 참거라.”

“그럼 왜 너한테는 안 가는데?”

“······!”


라일라는 충격 받은 표정으로 어깨를 떨어트렸다.


“부모라도 강한 쪽이 인기가 많은 걸까······.”


몬스터는 몬스터인 모양이다.

본능적으로 강약을 아는 거겠지.


한참 하피들과 투닥거리던 나는 겨우 녀석들을 벗어날 수 있었다.


뭔가 아쉽다는 듯 날 바라보는 네임드.

녀석의 다친 날개에 포션을 뿌려 치료해줬다.

부하가 된 이상 잘 해줘야지.


“응?”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네임드가 발목에 차고 있는 은색 발찌.


“이건 뭐야?”


라일라에게 묻자.

아이작이 대신 답한다.


“아무래도 공동 작업장 출신인 모양입니다.”

“그건 뭔데?”

“네임드 하피 같은 정신 계열 몬스터는 종종 노동자들의 반란 진압용으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아마 그 일환이 아닐는지.”

“반란이라.”


즉, 강제 노역을 시키는 곳이라 이거지?

그쪽 동네도 빡세구만.


그때.

나에게 의문 하나가 스쳐갔다.


“작업장 소속 하피가 있다는 건 누군가를 통제하고 있었다는 말이고.”

“그렇겠지요.”

“그럼 노동자도 어딘가 있겠네?”

“그럴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진짜로 운이 없어서 네임드 하피만 홀로 던전의 차원 분리에 휘말렸을 가능성보다는.

작업장 인원 전체가 같이 왔을 가능성이 크지 않나?


“이건 또 군침이 싹 도네.”


던전 6층, 이거 보물 창고 아냐?

조만간 또 내려가 봐야겠다.

홀로 떨어진 하피 한 마리도 회수할 겸 말이지.






던전 3층은 하피들을 위해 꾸며줬다.

필드는 들판.

속성은 바람.

앉아서 쉴 수 있게 나무도 듬성듬성 배치했다.


“삐약아, 이리 온!”

“삐이이!”


내가 부르자 무지갯빛 하피가 날아와 내 어깨 위에 앉았다.

어지간한 인간보다 큰 새가 앉으니 허리가 휘청한다.

새라서 그런지 그다지 무겁지는 않지만.


하피 네임드에게는 ‘억제기 4호’라는 비인간적인 이름이 붙어있었기에 내가 새로운 이름을 붙여줬다.

라일라가 작명 센스가 그게 뭐냐며 항의했지만 부르기 편한 게 좋은 거지.


“네가 할 일은 헌터 놈들이 3층으로 내려오면 홀려서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밖으로 쫓아 보내는 거야.”

“삐삐?”

“······ 알아들은 거 맞지?”


바둑이를 뚫고 내려올 정도면 일정 이상의 공격력을 갖췄다는 뜻이니까.

지쳤을 헌터 놈들에게 정신 공격의 세례는 만만치 않을걸?


홀려서 마력이나 펑펑 쏟아내다 게이트 밖으로 꺼지거라.


하피들은 원래 던전에 존재하던 애들이라 그런지 유지 코스트를 소모하지는 않지만.

그 대신 먹을 게 필요한 모양이다.

생긴 것과 다르게 육식인 애들이라, 혹시나 헌터들을 잡아먹지 않도록 먹잇감을 3층에 잔뜩 뿌렸다.

고블린, 토끼 그런 것들 말이지.


삐약이를 잔뜩 귀여워해 준 나는 하피들과 함께 3층을 돌아보고는 미세 조정을 거쳤다.


이걸로 3층도 대강 완성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점점 던전이 형태를 갖춰간다.


나 혼자서 가면 쓰고 1인 2역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나름대로 내 시간도 생겼다.


이제 어느 정도 준비도 되었고.

우리 던전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다.




***




던전 6층.

하피가 떠난 황량한 땅에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유호연이 깃털을 주웠던 돌밭.

그중 넓적하고 큰 돌이 흔들흔들 움직이더니.


스르륵!


어딜 봐도 그냥 자연석이었던 돌이 옆으로 치워졌다.

바위 아래는 아래로 길게 뚫린 수직 동굴이 있었다.

동굴에서 무언가가 뽈록 솟아 나왔다.


가죽 모자.

유리 고글.

거친 수염.


구멍에서 솟아난 머리는 주위, 특히 하늘을 유심히 살피더니 혼잣말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빌어먹을 하피 놈들이 안 보이잖아?”


조심스레 동굴에서 나온 누군가는 짧은 발을 열심히 놀려 주위를 살폈지만 하피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살았나?”


그는 수직 동굴로 달려가 구멍에 머리를 박고 아래를 향해 외쳤다.


“동지들! 빌어먹을 하피가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이야! 망을 보는 놈이 없어!”


그리고 동굴 안에서 되돌아오는 외침.


“우오오오오!”


그들은 환호를 질렀다.

천적인 하피가 사라졌음을 기뻐하며.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몰랐다.


그들에게 하피보다 더한 위험이 닥치고 있음을.

자신을 던켓몬 마스터라고 선언한 누군가가.




***




오늘은 수확이 많은 하루였다.

헌터 장비를 툭툭 풀어 잘 정리하던 나에게.


- 부우우우웅!


스마트폰의 진동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나는 폰을 들어 화면을 확인했고.


“엑.”


그다지 기쁘지 않은 소리를 내고 말았다.

화면에는 발신자의 정보가 찍혀있었다.


[중앙은행 여신과 곽범수 과장]


좋게 말하면 돈 빌려준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빚쟁이다.


“여보세요.”


나는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 안녕하세요. 중앙은행 곽범수 과장입니다. 재해로 융자금을 갚기 힘들어졌다는 소문이 들려서 확인 차 방문하고자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아.

역시나.

슬픈 예감은 빗나가질 않는다.


작가의말

앗... 연재 걸어놓고 확인 안 눌러서 연재 안 됐네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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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던전의 천재 테이머(물리) NEW 4시간 전 28 1 13쪽
11 던전 속 전사가 되었다 +1 24.09.19 65 3 12쪽
10 던전에 위장취업당했다 +2 24.09.18 88 9 15쪽
9 치터는 웃고있다 +1 24.09.17 124 7 13쪽
8 어그로와 함께하는 던전 생활 +2 24.09.16 123 9 14쪽
7 어두운 던전의 등불이 되어 +2 24.09.15 140 9 12쪽
6 블랙 기업 던전 +1 24.09.14 165 8 12쪽
5 명문가 EX급 멍멍이의 리플레이 +1 24.09.13 189 10 13쪽
4 전지적 던마 시점 +1 24.09.12 211 11 13쪽
3 던전 못 들어가면 죽는 병 걸림 +1 24.09.11 238 15 12쪽
2 주인공이 정체를 숨김 +1 24.09.11 284 18 14쪽
1 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1 24.09.10 342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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