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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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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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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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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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DUMMY

1.



“드디어 이 날이 오고야 말았군.”


길었다.

지난 10년간의 고생이 머리를 스쳐 갔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게이트 너머에서의 삶.

이제 그것도 끝이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지상 5층, 지하 4층(주차장 포함)의 소형 빌딩.

1층은 약국.

그 위로 치과와 정형외과 등등이 입주하기로 했다.

맨 꼭대기 층은 나의 스위트 홈이고.

소규모이긴 하지만 ‘의학의 탑’을 만들어 버리고 만 것이다.

내 손으로.

지금까지 벌어온 내 전 재산을 쏟아부었지만 아깝지 않았다.


“나도 이제 건물주다!”


치밀어오르는 감격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내 외침에 호응하는 축하와 박수.

건설회사와 부동산에서 나온 사람이 온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며 말했다.


“얼마나 기쁘십니까? 이제 이 열쇠를 받으시면 정식으로 이 건물의 주인이 되시는 겁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부동산 중개인의 손에 들린 건물의 열쇠가 반짝인다.

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원래부터 내 돈으로 지은 내 빌딩.

그것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뿐인데.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는 기분이다.


“자, 카메라 여기 타이밍 잘 잡으시고! 키 받으시죠!”


멋진 양복을 입은 남자의 손이 열쇠를 내밀고.

내가 온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악수하듯 열쇠를 받아 든 순간.


- 쿠우우우웅


공기가 떨리는 낮은 주파수의 진동이 허공에서 퍼져나갔다.

내 손이 멈칫, 하고 굳었다.


“어, 잠깐만.”


이럴 리 없다.


익숙하다.

하지만 익숙한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나에게 익숙한 일이라고 하면······.


“게이트! 게이트다!”


누군가가 외쳤다.

손가락으로 내 빌딩의 옥상 방향을 가리키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빌딩 옥상 한가득.

붉은색으로 공간이 찢어져 있었다.


“······진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붉은색 게이트는 난생처음 본다.

하지만 게이트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아니, 잠깐.”


순간적으로 시선을 확 내려서 정면을 봤다.

얼떨떨한 얼굴의 공인중개사.

우리는 순간적으로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


그리고.


휙.


내 손에 잡혀있던 중개사의 손이 쑥 빠져나가고.


“어?”


그리고 내 손 안에 남은 건.

건물 열쇠.


“추, 축하합니다!”

“네?”


내가 되묻는 사이에 중개인이 황급히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리고.

썰물같이 빠져나가는 건축회사 사람들.


어느새.

건물 앞에는 나 혼자 남고 말았다.


“어?”


내 전 재산을 털어 넣은.

아니, 심지어 은행 빚이 들어간 돈보다 훨씬 더 많이 남은 건물.

그게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순간.




1화. 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아니,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계약서에 의하면 시공 중에 천재지변이나 게이트로 인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처리 된다면서요?”


스마트폰에 필사적으로 외치는 나.


- 정말 안타깝지만 열쇠가 유호연 님에게 전달된 순간 관리책임이 귀사에서 호연 님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간주합니다. 저희가 어떻게 해드릴 수가 있는 게 없습니다.


사무적인 목소리가 돌아온다.


“아니, 열쇠를 받는 것과 게이트가 열린 게 동시라니까요? 보험처리 해주세요!”

- 안타깝습니다. 유호연 님은 게이트 책임보험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건물주의 의무일 텐데요.


입이 턱 막힌다.


“아니, 그게. 열쇠를 받고 소유권을 온전히 이전받은 다음에 들려고······.”

- 열쇠 전달과 별개로 소유권 이전 등기는 당일 아침에 이미 완료된 상태입니다. 더 도와드릴 것 있을까요?

“어······.”

- 게이트 피해 관련은 해당 지자체 재난과에 연락 바랍니다. 잘 해결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뚝.

전화가 끊겼다.

나는 멍하니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허.”


시공사도, 공인중개사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단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폰에 메시지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이 좋은 치과 입주 취소 관련 연락드립니다.]

[아이사랑 소아과 계약금 환불에 관한 건]

[이상혁 정형외과 이상혁입니다. 게이트가 열렸다는데 계약은 자동으로 파기 되는 것 맞습니까?]


망했다.

원래 입주하기로 했던 병원들이 전부 계약을 취소한단다.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게이트가 열리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주변 100미터 정도를 평지로 만든다.

건물은 전부 허물고.


문제는.


‘망했다.’


내 건물에는 아직 게이트 책임보험이 들어 있지 않다는 거다.

물론 이미 게이트가 열렸으니 보험을 들어줄 회사도 없을 거고.

선 계약금으로 받은 돈도 다 건축비에 들어갔으니 계약금을 돌려줄 방법도 없다.


“유호연 씨?”

누군가의 목소리.

내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서울시 재난 관리과 정지혁 주무관입니다.”

“예에······.”

“갑자기 게이트가 열려서 당황하신 마음 이해합니다. 이번 게이트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는데요.”

“뭡니까?”

“본래 게이트는 지표면에 나타나는 게 보통이라 주변 건물은 전부 철거하는 게 원칙인데요. 이 게이트는 특이하게도 건물 옥상에 발생했네요.”

“그건······ 그렇죠.”


헌터 생활 10년 만에 나도 처음 봤다.

건물 위에 생긴 게이트는.

애초에 빨간 게이트라는 것 자체도 처음이지만.


“그래서 게이트에의 접근을 위해 유호연 님의 건물을 사용하는 게 어떻겠냐는 안건이 나왔습니다. 멀쩡한 건물을 철거하고 진입로를 다시 짓느니 말이죠.”

“어······ 그 말은?”

“재난 관리과 예산에서 건물 사용료를 지급하면 어떻겠습니까? 정확히는 통로 사용료가 되겠습니다만. 어차피 게이트 보험에서 보상도 받으셨을 거고 추가 수당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


영혼 없는 내 표정.

정지혁 주무관은 이내 흠칫했다.


“설마······.”

“······.”

“그,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건물 소유권도 그대로 유지하셔도 좋습니다.”

“건물을 나라에서 사주기도 합니까?”

“그러면 공시지가로 매입합니다만······. 괜찮으시겠어요?”

“아뇨.”


공시지가로 건물을 넘기면 반토막은커녕 들어간 돈의 20퍼센트도 못 건진다.

그럴 거면 게이트 공략 후 소멸을 기다리는 게 낫지.


“잠시 생각 좀 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장 은행 이자도 내야하고 계약금 반환도 해야 하니까.

건물 올리는데만 30억을 넘게 빚졌다.

매월 은행에 갚아야 하는 돈만 2천만원이다.

도저히 딱 잘라서 거절할 수 없었다.

얼마라도 받을 수 있으면 받아야지.





그날 밤.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게이트 공략용 풀 장비로.

방탄방검복.

택티컬 베스트.

헬멧과 암시 장치.

허리에는 주력으로 쓰는 단검 두 세트까지.


“이놈의 게이트. 내 손으로 없애고 만다!”


이를 부드득 갈았다.

아직 행정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에 게이트에는 누구도 접근하지 못한 상태.

적어도 며칠은 있어야 헌터들에게 게이트가 공개될 거다.

즉, 지금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이 빌딩의 주인인 나뿐이라는 거다.


띵!


엘리베이터가 최상층에 도착하고.

나는 옥상으로 통하는 문의 잠금을 풀었다.


옥상 문을 열자.

옥상의 초록색 방수 페인트 위로 불길하게 생긴 검붉은 게이트가 일렁이고 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침을 꿀꺽 삼켰다.

옥상을 가득 메운 엄청난 크기의 이레귤러 게이트.

색도, 출현 장소도, 크기도 정상이 아니다.


베테랑 헌터라고 자부하는 나도 겪어보지 못한 거다.


“쓰읍!”


나는 길게 숨을 마시고 게이트에 발을 디뎠다.


게이트의 붉은 막을 통과하자마자.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주위 풍경이 바뀐다.


“미궁?”


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미궁같이 생겼다.

그런데.


“작네?”


거창한 겉모습과는 정반대로 어쩐지 초라한 사이즈의 미궁이다.


그리고.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는.


“슬라임?”


주먹만한 사이즈의 부정형 몬스터.

슬라임이 몇 마리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을 뿐이다.


‘뭐지?’


다른 몬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혹시나 모를 함정이나 기습을 대비하며 천천히 동굴의 깊은 곳으로 발을 옮겼다.


파악!


이동 경로에 있는 슬라임은 밟아 터트렸고.


그렇게.

한 층.

한 층.

미궁을 내려갔다.


조우한 몬스터는 슬라임 뿐이다.


그리고 5층에 다다랐을 때.

드디어 슬라임이 아닌 다른 존재를 만날 수 있었다.


“으하하하하! 용사여! 대단하구나! 벌써 이곳까지 도달하다니!”


낮은 단상 위의 나무 의자에 건방진 포즈로 앉아있는 10살 정도의······.


“여자애?”


난 무심코 입을 열고 말았다.

신나게 웃고 있던 여자아이는 눈을 찌푸렸다.

머리에 달린 두 개의 조그만 뿔이 없었다면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거다.

강자의 아우라는커녕, 마족 특유의 마기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무엄하다! 감히 마제 벨제뷰트의 딸이며 던전 마스터인 이 몸, 라일라 벨제뷰트를 여자애라고 부르다니!”

“던전 마스터라고? 네가?”

“그렇다! 이 던전의 창조자이며 주인! 절대자 라일라가 바로 이 몸이시다!”


뽐내며 말하는 여자애.


“죽어어어어어!”


나는 비명에 가까운 기합을 지르며 돌진했다.

그리고.


“크, 크윽······. 분하다······. 이 몸의 야망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인가······.”


던전 마스터, 라일라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중얼거렸다.


“이 몸을 여기까지 몰아붙인 용사는 그대가 처음이다······. 훌륭하다, 용사여······.”


나는 짧게 말했다.


“야.”

“무엇이냐······.”

“한방 컷이 말이 되냐.”

“으······.”

“마제의 딸이라며. 던전 마스터라며.”

“그 말대로다, 용사여.”


시무룩한 목소리로 답하는 라일라.

나는 버럭 외쳤다.


“근데 왜 약한데!”

“이 몸은 약학 전문이라······. 역시 급조한 던전으로 마왕의 자리를 노리는 건 무리였나.”


비실비실 말하는 라일라.

나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널 죽이면 게이트는 소멸하는 거 맞지? 네가 던전 마스터니까?”

“그게······. 사실 이건 정식 게이트가 아니라······.”

“안 없어져?”

“아마도······.”


자신 없는 목소리로 라일라가 답했다.


“허.”


헛웃음만 나온다.

몬스터라고는 슬라임밖에 없는 5층짜리 허접 던전.

심지어 던전 마스터를 물리쳐도 없어지지도 않는단다.


“쓰레기잖아?”

“말이 심하구나, 용사여.”


어느새 슬쩍 자기 나무 의자로 돌아간 라일라가 쭈글쭈글 말했다.

이런 던전은 헌터가 찾아올 리도 없고.

아무런 해도 안 되는 던전을 위해서 나라에서 통로 이용료를 계속 낼 리도 없다.


즉.

없어지지도, 가치도 없는 게이트 때문에.

반경 100미터가 공터로 변할 거고.

상권 멸망은 확정인 곳에 건물을 가지게 된 거다.

산더미 같은 빚과 함께.


“하하하하하. 내 인생. 하하하하.”


웃자.

웃을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울음이 터질 것 같으니까.


“이딴 똥 던전은 왜 만든 건데!”


내가 버럭 외치자.

라일라가 기어들어 가듯 말했다.


“인간들이 던전에서 쓰는 마력을 모아서 키우려고······.”

“응?”

“지금은 마력이 모자라서 이 정도밖에 못 만들었지만, 시간과 마력만 있었어도 대 던전이 되었을 것이다!”


말하다 보니 감정이 복받쳤는지 라일라가 외쳤다.


그때.

내 머리에 한 아이디어가 번개같이 스쳐갔다.


“잠깐. 인간들이 던전에서 마력을 쓰면 그게 모인다고?”

“그 말대로다.”

“그리고 그게 있으면 던전을 키울 수 있고?”

“그렇다. 다양한 몬스터도 불러낼 수 있고, 층수도 늘릴 수 있다.”

“이 똥 던전이.”

“똥 던전 아니다!”

“시끄러.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던전이 제대로 쓸모 있는 던전이 될 수 있단 말이지? 헌터가 마력만 써주면?”

“그 말대로다.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용사가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

“그렇단 말이지.”


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라일라의 말을 들으니 대충 각이 나왔다.

이 답이 없는 상황을 어떻게든 굴릴 수 있는 각이.


“야.”

“라일라! 이 몸에게는 라일라라는 이름이 있다!”

“시끄럽고. 결정해.”

“무엇을 말이냐?”

“죽을래? 아니면 내 말 들을래?”

“둘 다 별론데.”

“그럼 죽어야지, 뭐. 내 인생을 조진 대가로.”

“듣는다! 말 듣는다고!”


황급히 답하는 라일라.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일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라일라가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자기 몸을 팔로 가렸다.


“뭐, 뭐냐? 말을 듣는다고는 했지만, 그런 것까지는 안 된다!”

“쓰읍. 비켜. 어디 쥐똥만한 게.”

“아.”


라일라가 나무 의자에서 내려오자.

내가 그 의자에 털썩 앉았다.

자연히 날 올려보는 라일라.

나는 툭 말을 던졌다.


“무릎 꿇어.”

“엑.”

“죽을래?”

“아니.”


라일라는 냉큼 무릎을 꿇었다.


작가의말

시작합니다.

마음에 드셨다면 선작, 좋아요 부탁드려요!

염치없지만 가능하시면 묵히지 마시고 읽어주십쇼!

순위 안 올라가면 말라 죽어요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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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주 첫날에 게이트가 열렸다 +1 24.09.10 342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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